Alle Kapitel von 최고의 서브를 구합니다: Kapitel 51 – Kapitel 60

139 Kapitel

51화

강혁은 이미 시선을 거두고 있었다.별 의미를 두지 않은 얼굴이었다.문을 열어준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나는 윤태준.”옆에 앉아 있던 여자를 가리켰다.“한지현. 내 서브.”지현이 태준을 쳐다봤다.“내 이름은 내가 말할 수 있거든?”“그럼 빨리 말하지 그랬어.”“네가 먼저 했잖아.”태준이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지현이 은유를 보며 다시 인사했다.“한지현이에요. 반가워요.”“서은유입니다. 반갑습니다.”은유가 고개를 숙였다.“저쪽은 박민석.”와인을 열던 남자가 손을 들었다.“반갑습니다.”“안녕하세요.”“그리고 하린.”창가에 있던 여자가 웃었다.“김하린이에요.”은유도 인사했다.소개는 그것으로 끝이었다.누가 돔이고 누가 서브인지 길게 설명하는 사람도 없었다.태준과 지현의 관계만 방금 자연스럽게 드러났을 뿐이었다.민석이 와인병을 들고 강혁을 봤다.“마실 거지?”“차 가져왔어.”“한 잔도?”“안 마셔.”“여전하네.”민석은 더 권하지 않았다.대신 빈 잔을 하나 치우고 물병을 가져왔다.강혁은 너무 자연스럽게 소파 한쪽에 앉았다.처음 온 사람처럼 주변을 살피지도 않았다.어디에 뭐가 있는지 이미 아는 사람 같았다.태준이 물었다.“밥은?”“안 먹었어.”“잘됐네. 아직 안 시켰어.”지현이 바로 끼어들었다.“아까부터 시키자고 했는데 네가 강혁 온 다음에 고른다며.”“얘 입 까다롭잖아.”강혁이 태준을 봤다.“네가 더 까다로워.”“나는 기준이 있는 거고.”“그게 까다로운 거야.”지현이 웃었다.민석도 웃었다.강혁은 아무렇지도 않게 물을 마셨다.은유는 잠깐 그를 바라봤다.말투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표정도 평소와 비슷했다.그런데 이상했다.여기서는 아무도 강혁의 말을 기다리지 않았다.말을 끊기도 하고,반박하기도 하고,이름을 부르기도 했다.강혁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은유 씨.”지현이 불렀다.은유가 고개를 돌렸다.“네.”“여기 앉아요. 계속 서 있지 말고.”지현이 자기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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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

식사가 절반쯤 지나자 처음보다 대화가 느슨해졌다.은유도 조금은 익숙해졌다.누가 누구에게 말을 놓는지.누가 농담을 많이 하는지.누가 말을 시작하면 누가 끼어드는지.처음에는 모두 낯설었는데, 듣고 있다 보니 조금씩 구분이 됐다.가장 많이 말하는 건 민석이었다.태준은 주로 받아쳤고,지현은 둘이 쓸데없는 소리를 길게 하면 중간에서 잘랐다.하린은 가끔 한마디씩 끼어들었다.그리고 강혁도 생각보다 말을 많이 했다.은유는 그게 제일 신기했다.집에서는 필요한 말만 했다.질문도 목적이 있었고,대답도 짧았다.그런데 여기서는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도 했다.민석이 새로 산 차의 옵션이 쓸데없이 많다는 이야기.태준이 최근 이사한 집의 주차장이 엉망이라는 이야기.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들.강혁이 먼저 민석에게 물었다.“그래서 그 차 결국 샀어?”“샀지.”“사지 말라니까.”“내 돈인데?”“그러니까 네 돈 버렸다고.”민석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얘 아직도 이러네.”“뭘.”“자기 말 안 들으면 다 틀린 선택인 줄 아는 거.”태준이 피식 웃었다.“그건 안 고쳐져.”강혁이 태준을 봤다.“너까지 왜.”“틀린 말 했냐?”“네가 할 말은 아니지.”“나는 적어도 틀리면 인정은 해.”민석이 바로 끼어들었다.“강혁이도 인정해.”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사흘쯤 지나면.”지현이 웃었다.하린도 입가를 가렸다.강혁이 태준을 봤다.“이틀이었어.”잠깐 조용해졌다.태준이 물었다.“그게 중요하냐?”이번에는 민석이 소리 내서 웃었다.지현도 웃었다.은유의 입가도 자기도 모르게 조금 올라갔다.강혁의 시선이 바로 향했다.“왜 웃어.”은유의 입이 즉시 다물렸다.“죄송합니다.”이번에는 다른 쪽이 조용해졌다.태준이 은유를 봤다.다시 강혁을 봤다.“웃은 걸 왜 사과해?”은유가 대답하기 전에 강혁이 말했다.“그러게.”은유가 강혁을 봤다.강혁이 물었다.“뭐가 죄송한데.”“주인님을 보고 웃어서…….”“웃긴 얘기 했잖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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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이었다.태준과 민석은 어느새 차 이야기로 돌아가 있었다.“그러니까 그 옵션이 왜 필요하냐고.”“있으면 쓰지.”“넌 있는 기능도 다 안 쓰잖아.”“언젠가는 쓰겠지.”강혁이 옆에서 말했다.“그 언젠가 때문에 돈을 버린 거야.”“너는 내 차에 왜 이렇게 관심이 많아?”“관심 없어. 네가 계속 말하니까 듣는 거지.”“관심 없다는 사람이 아까부터 제일 많이 뭐라 하는데?”태준이 끼어들었다.“둘이 차 바꿔.”“싫어.”강혁과 민석의 대답이 동시에 나왔다.지현이 웃었다.은유도 작게 웃으며 물을 마셨다.처음 이 집에 들어왔을 때보다 훨씬 편해져 있었다.그때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은유 씨.”은유가 고개를 돌렸다.하린이었다.“네.”“강혁이랑은 얼마나 됐어요?”은유가 잠깐 생각했다.계약을 시작한 날짜부터 계산했다.“두 달 조금 안 됐습니다.”“생각보다 얼마 안 됐네.”“네.”하린이 은유를 잠깐 봤다.“근데 되게 익숙해 보여요.”“그렇습니까?”“응.”은유는 그 말이 조금 기분 좋았다.자기도 모르게 강혁 쪽을 봤다.강혁은 여전히 민석과 이야기하고 있었다.하린이 물었다.“그럼 평소에는 어디서 봐요?”“제가 사는 집으로 주인님께서 오십니다.”“은유 씨 집?”“네.”“자주?”은유가 잠깐 생각했다.“네. 자주 오십니다.”하린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었다.“그럼 집은 원래 은유 씨가 살던 데예요?”“아닙니다.”“아니에요?”“계약을 시작하면서 주인님께서 마련해주셨습니다.”하린의 눈썹이 조금 올라갔다.“집을?”“네.”하린이 강혁 쪽을 한번 봤다.은유는 그 반응이 조금 이상해서 물었다.“왜 그러십니까?”“아니.”하린이 웃었다.“그냥 강혁답다 싶어서.”오늘 두 번째 듣는 말이었다.강혁답다.은유에게는 아직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표현이었다.“어떤 점이 그렇습니까?”하린이 잠깐 생각했다.“자기 사람 둘 곳부터 정해놓는 거?”은유의 시선이 잠깐 멈췄다.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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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대화는 다시 자연스럽게 섞였다.태준과 민석이 사업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강혁도 중간중간 짧게 말을 보탰다.은유는 그의 옆에 앉아 듣고 있었다.그러다 강혁의 셔츠 깃 한쪽이 살짝 접혀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은유의 시선이 그곳에 멈췄다.평소였다면 먼저 물었을 것이다.정리해드려도 되겠습니까.손이 움직이려다 멈췄다.어제 강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해봐.은유는 잠깐 망설였다.그리고 손을 뻗었다.강혁의 말이 아주 잠깐 끊겼다.은유의 손가락이 셔츠 깃에 닿았다.접힌 부분을 펴고,손끝으로 모양을 한 번 정리했다.강혁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왔다.은유는 그걸 알았다.그래도 손을 바로 거두지 않았다.반대쪽까지 확인했다.정리를 끝낸 뒤에야 손을 내렸다.강혁이 은유를 봤다.은유도 그를 봤다.잠깐이었다.아무 말도 없었다.강혁은 다시 태준 쪽을 봤다.“그래서 그 계약은 언제 끝나는데.”대화가 그대로 이어졌다.은유는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말리지 않았다.허락을 묻지도 않았는데.그냥 받아들였다.은유의 입가가 아주 조금 풀렸다.그때 맞은편에 앉아 있던 지현과 눈이 마주쳤다.지현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은유의 웃음이 멈췄다.지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만 입가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은유는 순간 자기가 뭘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무엇을 들킨 건지는 알 수 없었다.지현은 이미 시선을 거두고 자기 잔을 들고 있었다.은유는 다시 강혁을 봤다.강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이야기하고 있었다.조금 전까지는 자신과 강혁 사이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다.허락을 묻지 않고 손을 뻗은 것.강혁이 막지 않은 것.그런데 방금 지현의 표정을 보고 나니 조금 달랐다.다른 사람에게도 보이는 모양이었다.둘 사이에 어떤 방식이 생기고 있다는 게.은유는 자기 손을 잠깐 내려다봤다.그리고 다시 얌전히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이번에는 괜히 한 번 더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하지는 않았다.식사가 끝난 뒤에도 아무도 바로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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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강혁이 온 건 저녁 일곱 시가 조금 넘어서였다.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은유는 현관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문이 열렸다.강혁이 들어왔다."오셨습니까, 주인님.""응."강혁은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왔다.은유가 일어나 뒤를 따랐다.평소와 다를 건 없었다.강혁은 재킷을 벗어 소파에 걸쳐놓고 물을 한 잔 마셨다.은유는 그동안 오늘 보고할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운동은 끝냈고.식사도 정해진 시간에 했다.특별히 보고할 문제는 없었다.강혁이 물컵을 내려놓았다."나가자."은유가 그를 봤다."지금 말씀입니까?""응."강혁은 벌써 재킷을 다시 집어 들고 있었다.은유도 바로 움직였다."준비하겠습니다."방으로 들어가려는데 강혁이 말했다."그냥 가."은유의 발이 멈췄다.자기 옷을 내려다봤다.집에서 입고 있던 얇은 니트와 긴 치마였다."이대로 말씀이십니까?""응."강혁은 이미 현관으로 가고 있었다.은유는 잠깐 자기 옷을 다시 내려다봤다.17화에서 편하게 입으라는 말 하나 때문에 옷을 몇 번이나 갈아입었던 게 떠올랐다.이번에는 묻지 않았다."네, 주인님."가방만 챙겨 뒤따라갔다.차에 탄 뒤에도 강혁은 목적지를 말하지 않았다.은유도 굳이 묻지 않았다.지난번에는 사람을 만나러 간다고 했다.오늘은 아무 말도 없었다.차는 익숙한 길을 벗어나 상가가 많은 쪽으로 들어갔다.강혁이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웠다.은유가 안전벨트를 풀며 물었다."무엇을 사러 오신 겁니까?""좀 볼 게 있어."강혁이 먼저 내렸다.은유도 차에서 내렸다.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문이 열리자 길게 이어진 복도가 나왔다.강혁은 익숙한 듯 걸었다.은유는 반걸음 뒤에서 따라갔다.몇 개의 매장을 지나쳤다.강혁이 한 곳 앞에서 멈췄다.은유도 멈췄다.유리문 너머로 진열대가 보였다.검은 가죽 제품과 금속 장식이 달린 도구들.안쪽 벽에는 처음 보는 물건들도 걸려 있었다.은유의 시선이 천천히 안으로 향했다.강혁이 문을 열었다."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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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하나를 봤다.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지나쳤다.다른 것을 봤다.어떻게 쓰는지는 알 것 같았지만 굳이 해보고 싶지는 않았다.그것도 지나쳤다.조금 전까지는 모든 물건을 보면서 강혁이 어떻게 사용할지를 먼저 생각했다.이번에는 질문을 바꿨다.저걸 나한테 하면 어떨까.잠깐 상상해봤다.아닌 것 같았다.다음.이건?잠깐 멈췄다가 다시 걸었다.강혁은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은유가 무엇을 집는지도 굳이 확인하지 않았다.그게 오히려 이상했다.은유는 몇 번이나 습관적으로 고개를 돌리려다가 참았다.자기가 고르는 거였다.그 말을 머릿속으로 다시 한번 되뇌었다.그러다 문득 걸음이 느려졌다.진열대 한쪽에 다른 물건들보다 훨씬 단순한 것들이 놓여 있었다.은유의 시선이 그쪽에 머물렀다.아직 손을 뻗지는 않았다.그저 한동안,그 앞에 서 있었다.⸻은유는 천천히 매장을 돌았다.이번에는 물건을 집을 때마다 강혁을 보지 않았다.하나를 들었다.잠깐 상상해봤다.별로였다.내려놓았다.다른 것을 봤다.사용하는 모습은 쉽게 떠올랐지만, 자신이 해보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다.그것도 지나쳤다.조금 전보다 고르는 속도가 빨라졌다.기준이 생기고 있었다.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은 달랐다.은유는 벽에 걸린 가죽 패들을 하나 집었다.손잡이를 쥐어봤다.생각보다 묵직했다.손바닥으로 끝부분을 한번 눌러봤다.단단했다.어떻게 쓰는 물건인지는 알고 있었다.은유는 잠깐 자기 몸에 닿는 순간을 떠올렸다.손바닥과는 다를 것이다.소리도 다르고,닿는 느낌도 다를 것이다.조금 궁금했다.그런데 그것보다 먼저 다른 생각이 들었다.은유가 옆을 봤다.강혁은 조금 떨어진 진열대 앞에 있었다.이번에는 표정을 확인하려는 게 아니었다.은유가 물었다."주인님."강혁이 고개를 들었다.은유가 손에 든 것을 조금 들어 보였다."이건 사용해보셨습니까?"강혁이 패들을 한번 봤다."응."대답은 그게 전부였다.은유의 엄지가 손잡이 위에서 멈췄다.해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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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은유는 다시 두 걸음 돌아갔다.아이마스크 앞에 섰다.가까이서 봐도 특별할 건 없었다.검은 천.뒤로 이어진 밴드.눈을 가리는 것.그게 전부였다.조금 전까지 봤던 물건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단순했다.은유는 한동안 바라보다 손을 뻗었다.집어 들었다.손가락으로 천을 만져봤다.부드러웠다.은유는 아이마스크를 손에 든 채 가만히 서 있었다.이걸 쓰면.강혁이 보이지 않는다.그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평소에는 언제나 강혁을 봤다.명령을 들을 때도.손이 닿기 전에도.자신을 보고 있는지 확인할 때도.표정이 거의 변하지 않는 사람이라 작은 것까지 봐야 했다.눈이 어디에 머무는지.손이 어디로 움직이는지.자기 반응을 보고 있는지.그런데 이걸 쓰면 아무것도 볼 수 없다.강혁이 바로 앞에 서 있어도 모른다.뒤로 돌아가도 모른다.손을 뻗는 것도 볼 수 없다.은유의 손가락이 아이마스크 가장자리를 천천히 쓸었다.조금 이상했다.답답할 것 같다는 생각보다,그다음이 먼저 떠올랐다.소파에 앉아 있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강혁이 방 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발소리가 들리면 그쪽으로 고개를 돌릴 것이다.그런데 발소리가 멈춘 뒤에는?바로 앞에 있는지.아직 멀리 있는지.알 수 없다.이름을 부를 수도 있다.대답하지 않으면 더 모른다.그러다 갑자기 어깨에 손이 닿는다면.은유의 손이 멈췄다.상상이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손이 닿지 않을 수도 있었다.기다리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그게 더 이상했다.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도 강혁만 안다.은유는 아이마스크를 내려다봤다."그거?"목소리가 들렸다.은유가 고개를 들었다.강혁이 어느새 가까이에 와 있었다."네."강혁의 시선이 아이마스크로 내려갔다가 다시 은유에게 돌아왔다."왜."은유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방금 자기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설명하려니 생각보다 어려웠다."안 보이면 어떨지 궁금합니다.""뭐가."은유가 입을 다물었다.강혁은 기다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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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화

집에 도착했다.도어락이 열리고 강혁이 먼저 들어갔다.은유는 현관에서 신발을 벗어 가지런히 정리했다.강혁의 손에는 조금 전 매장에서 받아온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은유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갔다.자기가 고른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매장에서는 직접 들고 있었는데, 집에 돌아오고 나니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강혁이 쇼핑백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은유도 거실로 들어왔다.강혁이 안에서 아이마스크를 꺼냈다.포장을 뜯었다.은유는 자연스럽게 그 앞에 섰다.강혁이 아이마스크를 한번 확인했다.그리고 은유에게 내밀었다."해봐."은유가 받아 들었다."제가 합니까?""네가 골랐잖아.""……네, 주인님."은유는 아이마스크를 양손으로 들었다.매장에서 몇 번이나 만져본 물건이었다.그런데 이제 정말 자기 눈을 가린다고 생각하니 손이 잠깐 멈췄다.강혁은 재촉하지 않았다.은유가 직접 아이마스크를 눈 위에 댔다.밴드를 머리 뒤로 넘겼다.머리카락이 조금 걸렸다.손가락으로 빼내고 다시 자리를 잡았다.시야가 완전히 사라졌다.은유는 눈을 한번 깜빡였다.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눈을 뜨고 있는지 감고 있는지도 금방 구분하기 어려워졌다.조금 전까지 보이던 거실이 없어졌다.테이블도.소파도.바로 앞에 서 있던 강혁도.은유는 가만히 기다렸다.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강혁이 바로 무언가를 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손이 닿지 않았다.말도 없었다.은유는 귀를 기울였다.사각.어딘가에서 포장지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아마 테이블 쪽이었다.곧이어 작은 플라스틱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두 번째로 산 물건을 꺼내는 것 같았다.은유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다시 조용해졌다.몇 초가 지났다.강혁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다.테이블 앞에 그대로 있는 건지.자기 쪽을 보고 있는 건지.다른 곳으로 움직인 건지.은유는 다시 귀를 기울였다.발소리가 들렸다.한 번.두 번.가까워지는 것 같았다.은유의 어깨에 저도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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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짧은 명령이었다.은유는 다리를 멈췄다.감촉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다시 침묵.은유는 귀가 열렸다.자기 숨소리.옷깃이 스치는 소리.그리고 아주 작게, 플라스틱이 움직이는 소리.발소리가 다시 가까워졌다.은유의 등이 조금 굳었다.이번엔 뒤에서 오는 것 같았다.손이 허리에 닿았다.생각보다 낮았다.치마 허리를 잡고 천천히 내렸다.속옷까지 함께 내려갔다.은유는 숨을 참았다.강혁이 바로 뒤에 있다는 건 알았지만,다음에 무엇이 올지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차갑고 매끄러운 감촉이 허벅지 사이로 들어왔다.끝이 둥근 무언가였다.은유의 다리가 본능적으로 조여지려 했다."벌려."낮은 목소리였다.은유가 천천히 다리를 벌렸다.이물질이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처음부터 깊게 넣지 않았다.조금씩, 은유의 숨을 확인하듯 밀어 넣었다.끝까지 들어간 뒤에야 손이 떨어졌다.은유는 그 무게를 안으로 느꼈다.움직이지 않아도 존재감이 분명했다.다시 조용해졌다.발소리가 멀어지는 것 같았다.은유는 이번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그저 서 있었다.안에 들어간 물건이 아직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몇 초가 지났다.십 초가 지난 것 같기도 했다.그다음이 달랐다.아랫배 안쪽에서 낮고 일정한 진동이 올라왔다.은유의 허리가 앞으로 살짝 꺾였다.숨을 삼키지 못했다."……하."진동은 멈추지 않았다.강도가 세지지도, 약해지지도 않았다.그냥 일정한 리듬으로 계속됐다.은유는 어디서 조작하는지 볼 수 없었다.강혁의 손가락이 버튼을 누르고 있는지도 몰랐다.그저 자기 몸 안에서만 진동이 울리고 있었다.발소리가 다시 가까워졌다.은유는 이번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진동은 여전했다.손이 닿을 거라고 생각했다.허리든, 엉덩이든.닿지 않았다.대신 목소리가 바로 앞에서 들렸다."보고 계십니까?"은유가 먼저 물었다.목소리가 조금 갈라져 있었다."응."그뿐이었다.대답은 너무 짧았다.그런데 그 한마디로 충분했다.볼 수 없어도 강혁은 자신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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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강혁이 온 건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간이었다.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은유는 현관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문이 열렸다.강혁이 들어왔다.“오셨습니까, 주인님.”“응.”강혁은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왔다.은유가 일어나 뒤를 따랐다.재킷을 받아 걸어두고,물도 준비했다.평소와 같은 순서였다.강혁은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확인했다.은유는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오늘 보고할 내용은 이미 정리해뒀다.운동.식사.다음 주 일정.특별한 문제는 없었다.그런데 오늘은 그것 말고도 할 말이 하나 있었다.은유는 강혁을 봤다.강혁은 휴대폰 화면을 보고 있었다.은유는 입을 열려다가 멈췄다.다시 기다렸다.지난번 조교 때 마지막에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말해.다음에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먼저 말해도 된다고 했다.그런데 막상 먼저 말하려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자기가 하고 싶은 걸 말하는 것과,강혁에게 궁금한 걸 묻는 건 또 달랐다.은유가 다시 그를 봤다.강혁이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왜.”은유가 멈췄다.“네?”“아까부터 보잖아.”강혁이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할 말 있어?”은유는 잠깐 망설였다.예전 같으면 아닙니다, 하고 끝냈을지도 몰랐다.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있습니다.”강혁이 휴대폰을 내려놓았다.“해.”은유는 한 번 숨을 골랐다.“주인님은 어떤 걸 좋아하십니까?”강혁의 시선이 잠깐 멈췄다.“뭐.”은유는 자기가 질문을 너무 크게 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플레이 말씀입니다.”강혁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은유는 괜히 손가락을 가지런히 모았다.“지난번에는 제가 하고 싶은 걸 고르라고 하셨으니까요.”“그래서.”“저도 알고 싶습니다.”강혁이 은유를 봤다.은유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주인님이 어떤 걸 좋아하시는지요.”잠깐 조용해졌다.강혁은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은유는 기다렸다.어떤 대답이 나올지 예상해봤다.스팽.구속.오르가즘 컨트롤.지금까지 했던 것들이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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