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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화

강혁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시선이 얼굴에서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은유는 자연스럽게 허리를 폈다.조금 있으면 무언가를 시킬 것이다.그렇게 생각했다.하지만 아무 말도 없었다.은유는 눈앞의 강혁을 봤다.다리를 편하게 벌리고 앉아 있었다.한쪽 팔은 소파 팔걸이에 걸쳐져 있었다.표정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그냥 보고 있었다.은유는 기다렸다.시간이 조금 더 지났다.아직은 괜찮았다.오히려 이상한 건 몸보다 머리였다.뭘 하려는 걸까.조금 전까지 자기는 강혁이 가장 좋아하는 걸 물었다.강혁은 대답 대신 해보겠냐고 했다.그리고 지금,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은유는 잠깐 생각했다.자세를 보는 건가.잘못된 게 있나.자기도 모르게 손가락을 조금 더 가지런히 모았다.강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은유는 다시 앞을 봤다.조금 더 기다렸다.발바닥이 바닥에 닿아 있는 감각이 점점 선명해졌다.처음에는 신경 쓰이지 않았는데,가만히 서 있으니 어느 쪽에 더 힘을 주고 있는지가 느껴졌다.오른발.은유는 무의식적으로 무게를 왼쪽으로 옮기려 했다.“그대로.”강혁의 목소리가 들렸다.움직임이 멈췄다.“네, 주인님.”은유는 다시 원래대로 섰다.강혁은 그것뿐이었다.왜 움직였냐고 묻지도 않았다.자세를 고쳐주지도 않았다.은유는 조금 전보다 자기 몸을 더 의식하게 됐다.손을 뒤로 모은 팔.펴고 있는 허리.벌어진 다리.발바닥에 실린 체중.가만히 있는 건 쉬운 일이었다.그런데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자,움직이고 싶은 곳이 하나씩 생겼다.손가락을 한번 펴고 싶었다.어깨도 아주 조금 돌리고 싶었다.발끝의 방향도 바꾸고 싶었다.전부 하지 못할 정도의 일은 아니었다.그래서 참았다.강혁은 여전히 보고 있었다.은유는 잠깐 그의 눈을 봤다.시선이 마주쳤다.강혁은 피하지 않았다.은유가 먼저 앞을 봤다.다시 시간이 흘렀다.이번에는 팔이 조금 신경 쓰였다.등 뒤에서 모은 손 때문에 어깨가 당겼다.아픈 정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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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강혁이 다리를 움직였다.은유의 시선이 바로 그쪽으로 갔다.강혁이 몸을 앞으로 조금 숙였다.은유의 등이 저도 모르게 곧게 펴졌다.무언가를 시킬 것 같았다.강혁이 테이블 위의 물컵을 집었다.한 모금 마셨다.다시 내려놓았다.그뿐이었다.잠시 후 강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이번에는 정말 시선이 따라갔다.강혁이 천천히 가까이 왔다.은유는 움직이지 않았다.그가 바로 앞에 멈췄다.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였다.은유는 기다렸다.강혁의 시선이 얼굴에서 내려갔다.목.어깨.가슴.허리.벌어진 다리까지.천천히 보고 다시 올라왔다.손은 닿지 않았다.은유는 입술을 다물었다.강혁이 물었다.“왜.”“……아닙니다.”“뭐 기다렸어.”은유는 순간 대답하지 못했다.강혁은 바로 앞에 서 있었다.은유는 잠깐 고민하다 솔직하게 말했다.“뭔가 하실 줄 알았습니다.”“뭘.”“그건 모르겠습니다.”강혁이 은유를 봤다.은유도 그를 봤다.잠깐 뒤,강혁이 다시 돌아섰다.소파로 걸어갔다.앉았다.은유의 입술이 아주 조금 벌어졌다.끝이었다.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은유는 다시 앞을 봤다.조금 전보다 허벅지에 더 힘이 들어가 있었다.팔도 더 무거웠다.그런데 이제 가장 신경 쓰이는 건 그쪽이 아니었다.은유는 강혁의 입을 보고 있었다.다음 말이 언제 나오는지.그게 제일 궁금했다.⸻하지만 강혁은 말하지 않았다.다시 처음과 같은 상태가 됐다.은유는 서 있고,강혁은 앉아 있었다.시간이 흘렀다.이제 어깨가 분명하게 뻐근했다.등 뒤로 모은 팔에도 힘이 들어갔다.허벅지는 아까보다 더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은유는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정확히는,바꾸지 않으려고 했다.조금 전까지는 가만히 있는 게 해야 할 일이었다.지금은 달랐다.가만히 있기 위해 계속 무언가를 해야 했다.오른쪽으로 넘어가려는 체중을 가운데로 돌리고.벌어지려는 손가락을 다시 붙이고.앞으로 기울려는 어깨를 펴고.무릎에 들어가는 힘을 조절했다.움직이지 않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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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은유는 그 생각을 지우지 못했다.강혁도 기다리고 있다.무엇을.자기가 움직이는 걸?확인할 방법은 없었다.물어볼 수도 있었다.하지만 묻지 않았다.조금 더 있어 보기로 했다.은유는 다시 앞을 봤다.오래 힘을 주고 있어서인지 허벅지 근육이 작게 떨렸다.처음에는 힘을 주면 멈출 수 있었다.이제는 아니었다.힘을 줄수록 다른 곳에 힘이 들어갔다.은유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허벅지가 다시 떨렸다.강혁의 시선이 그쪽으로 내려갔다.몇 초 뒤,강혁이 물었다.“움직이고 싶어?”은유의 시선이 바로 올라갔다.드디어 말이 나왔다.그런데 예상했던 명령은 아니었다.“……네.”“얼마나.”은유가 자기 몸을 느껴봤다.아까 물었다면 조금이라고 했을 것이다.지금은 아니었다.어깨도 한번 돌리고 싶었다.팔도 내리고 싶었다.굳은 손가락도 펴고 싶었다.다리도 모으고 싶었다.가능하다면 몇 걸음 걷고 싶었다.“많이 움직이고 싶습니다.”말하고 나니 더 선명해졌다.정말 움직이고 싶었다.강혁이 물었다.“어떻게.”은유는 잠깐 당황했다.“팔을 내리고 싶습니다.”강혁은 듣고 있었다.“다리도 조금 움직이고 싶고요.”“또.”“어깨도 움직이고 싶습니다.”“그래?”“네.”강혁이 은유를 바라봤다.은유는 기다렸다.이 정도면 허락할 거라고 생각했다.강혁의 입이 열렸다.“조금만 더 있어.”은유의 눈이 아주 조금 커졌다.“……네.”대답은 바로 나왔다.하지만 호흡은 그렇지 않았다.짧게 들이마신 숨이 한 번 걸렸다.강혁은 그걸 보고 있었다.은유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등 뒤에서 손가락을 가지런히 붙였다.허벅지에 힘을 줬다.발바닥을 바닥에 붙였다.조금만 더.조금이 얼마나지?은유는 묻지 않았다.정해져 있지 않다는 걸 이제는 알 것 같았다.강혁이 정하는 거였다.시간이 다시 흘렀다.허벅지가 한번 떨렸다.이번에는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강혁이 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 사실 때문에 오히려 자기 몸이 더 의식됐다.강혁이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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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

은유는 다시 기다렸다.몸은 아까보다 힘들었다.그런데 신경은 다른 곳으로 가 있었다.강혁.이번에는 은유가 그를 보기 시작했다.허벅지가 떨렸을 때.강혁의 시선이 내려갔다.숨을 길게 내쉬었을 때.다시 얼굴을 봤다.손가락에 힘이 들어갔을 때.등 뒤로 모은 손을 봤다.은유는 가만히 숨을 들이쉬었다.일부러 무언가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곧 그만뒀다.그러면 정확히 알 수 없었다.시간이 조금 더 흘렀다.왼쪽 허벅지가 다시 떨렸다.강혁의 시선이 내려갔다.이번에는 바로 얼굴을 보지 않았다.떨림이 멈출 때까지 다리를 보고 있었다.은유는 무릎에 힘을 줬다.떨림이 조금씩 잦아들었다.그제야 강혁의 시선이 올라왔다.눈이 마주쳤다.은유의 심장이 조금 빨라졌다.힘들어서인지,방금 알아낸 것 때문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강혁이 물었다.“왜.”“계속 보고 계셨습니까?”“응.”“처음부터요?”“응.”은유가 잠깐 그를 바라보다 물었다.“왜요?”강혁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뭐가.”“왜 계속 보고 계셨습니까?”강혁은 무슨 질문을 하느냐는 얼굴로 은유를 봤다.그리고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그럼 뭐 하려고 앉아 있겠어.”은유는 대답하지 못했다.강혁은 더 설명하지 않았다.그런데 은유에게는 충분했다.시계를 못 보게 한 것.작은 움직임을 잡아낸 것.힘드냐고 물은 것.움직이고 싶은지 확인하고도 조금 더 있으라고 한 것.잠깐 편하게 해줬다가 다시 돌려놓은 것.전부 하나로 붙었다.강혁은 기다리는 시간 안에서은유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고 있었다.은유가 입술을 살짝 벌렸다.“주인님.”“왜.”“제가 힘들어지는 게 좋으십니까?”강혁이 은유를 봤다.잠깐의 침묵.“그것만은 아니고.”강혁의 시선이 은유의 다리로 내려갔다.“힘든데 안 움직이는 거.”다시 얼굴로 올라왔다.“움직이고 싶은데 기다리는 거.”잠시 은유를 바라봤다.“그런 거.”설명은 거기까지였다.은유는 등 뒤에서 손가락을 조금 더 붙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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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

강혁이 케인을 집어 들었다.은유는 테이블 앞에 두 손을 짚었다.“조금 더 숙여.”“네, 주인님.”허리를 낮췄다.치마는 이미 걷혀 있었고, 팬티도 벗었다. 엉덩이가 그대로 드러난 채 테이블 가장자리 가까이 나와 있었다.아직 아무런 자국도 없는 피부였다.강혁이 뒤로 다가왔다.발소리가 가까워졌다가 멈췄다.은유는 정면을 봤다.지난번에 뭘 알아냈는지 굳이 말하지 않았다.오늘은 해보고 싶은 게 있었다.자기가 어떻게 보이는지 먼저 고치지 않는 것.그것뿐이었다.휙–익, 짝—첫 번째 케인이 떨어졌다.“읏.”오른쪽 엉덩이에 불이 붙는 것처럼 열이 번졌다.은유의 어깨가 굳었다.손가락이 테이블 끝을 움켜쥐었다.평소 같으면 바로 힘을 풀었을 것이다.숨부터 고르고.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만들고.자세를 다시 맞췄을 것이다.이번에는 손가락이 박힌 채였다.입술 사이로 짧은 숨이 빠져나갔다.“하…….”맞은 자리가 늦게까지 따끔거렸다.가느다란 붉은 선이 피부 위로 천천히 올라왔다.강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침묵 때문에 다음이 더 신경 쓰였다.은유는 케인이 다시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다.짝—이번에는 첫 자국 바로 옆이었다.“흣…….”몸이 먼저 움찔했다.두 번째 열이 첫 번째와 겹쳤다.은유의 손바닥이 테이블 위에서 미끄러졌다가 멈췄다.숨이 조금 빨라졌다.입술을 다물려다가 그냥 벌린 채 두었다.숨이 뜨겁게 새어 나왔다.등 뒤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그게 이상하게 더 긴장됐다.다음이 언제 올지 몰랐다.은유가 기다리고 있을 때 강혁의 손이 허벅지 뒤쪽에 닿았다.“…….”몸이 먼저 굳었다.차갑지는 않았다.오히려 손바닥은 따뜻했다.그런데 케인이 닿았던 피부가 달아올라 있어서 강혁의 손이 닿는 온도가 평소보다 훨씬 선명했다.손가락이 붉어진 자리 바로 아래를 천천히 눌렀다.은유의 허벅지가 단단해졌다.강혁이 물었다.“아파?”“조금…… 따갑습니다.”대답 끝에 숨이 섞였다.강혁의 손가락이 조금 더 눌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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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

강혁은 바로 다음 타격을 주지 않았다.은유는 테이블을 짚은 채 숨을 쉬었다.맞은 자리마다 열이 달랐다.처음 맞은 곳은 둔하게 욱신거렸고, 방금 케인이 지나간 곳은 피부를 얇게 베어놓은 것처럼 따가웠다. 엉덩이 아래쪽까지 열이 번져 있었다.손바닥에도 땀이 찼다.은유가 손가락을 조금 움직였다.축축해진 손바닥이 테이블 위에서 미끄러졌다.그때 뒤에서 강혁의 목소리가 들렸다.“다리.”은유가 무심코 아래를 보려 했다.“보지 말고.”움직임이 멈췄다.“네, 주인님.”“힘 들어갔어.”그제야 알았다.허벅지가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아픈 걸 견디려고 언제부터인가 다리에 힘을 주고 있었다.“빼.”은유가 숨을 내쉬었다.“후…….”천천히 힘을 풀었다.쉬울 줄 알았다.그런데 힘이 빠지자 오히려 더 아팠다.눌러두고 있던 열이 한꺼번에 피부 위로 올라오는 것 같았다.은유가 입술을 벌렸다.“하…….”강혁은 그 소리를 들었다.시선이 은유의 허벅지 뒤에 머물렀다.조금 전까지 단단하게 잡혀 있던 근육이 풀리고 있었다. 그 위로 가느다란 붉은 자국들이 겹쳐 있었다.땀이 허리 아래에 얇게 맺혀 있었다.강혁이 케인을 들었다.은유의 손가락이 움찔했다.소리를 들은 것도 아니었다.보지도 못했다.그런데 알았다.다음 게 온다.저도 모르게 엉덩이에 힘이 들어갔다.“거기도.”강혁이 말했다.은유가 숨을 삼켰다.“네?”“힘주지 마.”은유는 잠깐 움직이지 못했다.아픈데.힘을 빼라고?“은유야.”“……네.”“빼.”은유가 이를 악물었다가 풀었다.엉덩이에 들어간 힘을 천천히 뺐다.그 순간 이상할 정도로 몸이 무방비해진 기분이 들었다.은유의 손가락이 테이블 끝을 더 세게 잡았다.그건 강혁이 그냥 뒀다.잠깐 정적이 흘렀다.언제 올지 몰랐다.은유는 숨을 들이마셨다.내쉬었다.다시 들이마시는 순간.쫙!“아!”몸이 앞으로 튀었다.힘을 풀고 있던 자리 위로 케인이 정확하게 떨어졌다.아팠다.이번에는 정말 아팠다.이미 달아오른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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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

강혁의 손은 아직 허리에 있었다.은유는 그 손을 느꼈다.조금 전까지 그렇게 아팠는데.이상하게 또 받고 싶었다.잘해서가 아니었다.참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도 아니었다.그냥.지금 이게 좋았다.은유가 뜨거워진 얼굴을 테이블 쪽으로 조금 숙였다.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엉덩이를 아주 조금 뒤로 내밀었다.강혁의 손이 멈췄다.은유는 알지 못했다.이번에는 강혁도,그 움직임을 분석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강혁의 손이 허리에서 떨어졌다.은유는 그 온기가 사라진 자리를 잠깐 느꼈다.아쉬웠다.생각보다 먼저 그런 감정이 들었다.은유가 입술을 다물었다.다시 케인이 움직이는 기척이 났다.몸이 먼저 긴장했다.이번에는 힘을 빼라는 말이 없었다.은유는 손끝에 힘을 준 채 기다렸다.짝—“읏……!”이미 뜨거워진 자리 가까이였다.통증이 겹치면서 숨이 한번에 끊겼다.은유의 허리가 앞으로 밀렸다.“하…….”다시 자세를 잡으려고 했다.그런데 강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은유는 잠깐 그대로 있었다.숨이 거칠었다.테이블을 짚은 팔이 조금 떨렸다.목덜미를 타고 내려온 땀이 옷 안으로 스며들었다.강혁이 보고 있다는 건 알았다.이번에는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아니.확인할 정신이 조금 없었다.맞은 자리가 너무 뜨거웠다.은유가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셨다.다음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안 왔다.몇 초.은유의 호흡이 조금씩 내려갔다.왜 안 오지.그 생각이 들자 이상하게 더 신경 쓰였다.바로 맞는 것보다 기다리는 게 더 싫었다.엉덩이에 힘이 들어갔다.은유가 알아차리고 천천히 풀었다.뒤에서는 여전히 아무 소리도 없었다.“주인님…….”자기도 모르게 불렀다.강혁이 대답했다.“왜.”은유는 입을 열었다가 멈췄다.왜 불렀지.다음이 늦어서?빨리 해달라고?그건 조금 부끄러웠다.“아닙니다.”잠시 조용했다.강혁이 물었다.“진짜?”은유는 대답하지 못했다.케인이 허벅지 뒤를 가볍게 건드렸다.때린 게 아니었다.끝부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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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

강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은유는 조금 더 생각하려 했다.아픈데 왜 더 받고 싶은지.왜 기다리고 있는지.왜 끝나는 건 싫은지.그런데 생각할수록 더 모르겠다.은유가 웃음 섞인 숨을 조금 내쉬었다.“…… 더 하고 싶습니다.”강혁의 손이 허리에서 떨어졌다.은유는 그 빈자리가 금방 식는 걸 느꼈다.뒤에서 케인이 다시 움직였다.이번에는 숨을 참지 않았다.은유는 입술을 벌린 채 기다렸다.짝—“아……!”몸이 다시 흔들렸다.이번에는 강혁이 바로 이어가지 않았다.은유의 거친 숨이 방 안을 채웠다.강혁은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시선은 은유의 등이 아니라 얼굴 쪽으로 올라가 있었다.붉어진 뺨.젖은 잔머리.숨을 따라 벌어졌다 다물리는 입술.통증이 올라올 때마다 순간적으로 찌푸려지는 눈.강혁의 시선이 조금 오래 머물렀다.은유는 보지 못했다.다만 다음 타격이 조금 늦어졌다는 것만 느꼈다.그리고 기다리는 동안,이상하게 강혁이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이 더 선명해졌다.짝—“흣……!”은유의 손이 테이블 위를 긁듯 움직였다.이번에는 참으려 하지 않았다.“하…… 아…….”숨이 그대로 나왔다.강혁은 케인을 내렸다.은유의 호흡이 거실 안에 남았다.몇 초가 흘렀다.은유는 겨우 숨을 조금 고르고 나서야 이상한 걸 느꼈다.처음보다 강혁의 타격이 훨씬 예측하기 어려워져 있었다.그런데 그 이유를 알아내고 싶은 마음보다,다음이 궁금한 마음이 더 컸다.은유가 입술을 한번 핥았다.입안이 말라 있었다.강혁이 말했다.“은유야.”“네…… 주인님.”대답에 숨이 섞였다.“나 봐.”은유가 고개를 돌렸다.강혁과 눈이 마주쳤다.은유는 자기 얼굴이 지금 어떤지 몰랐다.머리카락이 붙었는지도.얼마나 빨개졌는지도.숨이 얼마나 흐트러졌는지도.그냥 강혁을 봤다.강혁의 시선이 은유의 얼굴에 그대로 머물렀다.이번에는 은유가 먼저 물었다.“왜 그러십니까.”강혁은 잠깐 대답하지 않았다.은유의 숨이 다시 한번 흔들렸다.강혁이 짧게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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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강혁이 케인을 내려놓았다.딱.테이블 위에서 마른 소리가 났다.은유는 그 자세 그대로 있었다.일어나라는 말이 없었다.테이블을 짚은 손바닥은 축축했고, 손가락 끝이 아직 하얗게 질려 있었다.숨도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하…….”내쉴 때마다 등이 조금씩 떨렸다.허벅지 뒤쪽이 뜨거웠다.엉덩이는 더했다.처음에는 한 줄씩 따로 느껴졌는데, 이제는 어디가 먼저 맞았는지도 잘 구분되지 않았다.화끈거리는 열 사이로 유난히 깊게 욱신거리는 곳만 남아 있었다.강혁은 그 뒤에 서 있었다.은유는 기다렸다.아무 말도 없었다.대신 시선이 느껴졌다.한참 동안.은유가 고개를 조금 돌리려는 순간이었다.“그대로 있어.”“네…… 주인님.”목소리가 평소보다 잠겨 있었다.강혁은 대답하지 않았다.붉어진 엉덩이를 내려다봤다.매끈하던 살이 지금은 가느다란 선들로 덮여 있었다.곧게 떨어진 것도 있었고, 조금 비스듬하게 지나간 것도 있었다.먼저 맞은 자리는 이미 붉게 부풀어 올랐고, 마지막에 맞은 곳은 아직 하얀 가장자리가 선명했다.그중 하나는 다른 곳보다 도톰하게 부풀어, 만지면 아플 것처럼 보였다.강혁의 시선이 그 위에서 멈췄다.자기가 남긴 것이었다.어디를 세게 쳤는지도 기억났다.어디에서 은유의 무릎이 꺾였는지도.어느 순간부터 숨을 참지 못했는지도.손을 뻗었다.손가락 끝이 가장 위에 있는 자국 옆에 닿았다.은유의 몸이 움찔했다.“읏.”강혁의 손이 멈췄다.은유는 입술을 다물었다.아직 예민했다.닿은 건 손가락 하나뿐인데, 케인으로 맞을 때와는 전혀 달랐다.아픈 살 위에 따뜻한 것이 천천히 얹히는 느낌이었다.강혁의 손가락이 천천히 움직였다.붉은 선 바로 옆을 따라갔다.부어오른 가장자리를 스치자 은유의 등이 굳었다.“아…….”소리가 조금 길었다.“여기 많이 아파?”“네…….”은유가 숨을 한번 삼켰다.“조금…… 많이 아픕니다.”강혁의 엄지가 그 자리를 아주 천천히 눌렀다.“읏……!”은유의 손가락이 테이블 끝을 움켜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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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화

손바닥이 천천히 움직였다.붉게 달아오른 곳을 피해 허벅지 안쪽을 지나 다시 허리까지 올라왔다.은유의 등이 조금씩 풀렸다.다시 아래로 내려오자 이번에는 몸이 먼저 기다렸다.강혁의 손이 멈췄다.몇 초.은유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서 꼼지락거렸다.왜 안 오지.그 순간 손바닥이 허리 아래에 닿았다.“흡…….”은유가 크게 숨을 들이켰다.손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붉어진 살 바로 위에서 멈췄다.“하…….”조금만 더.생각은 거기까지였다.강혁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은유의 눈이 감겼다.그리고 강혁은 처음으로 깨달았다.아까까지 만지고 싶었던 건 자기가 남긴 흔적이었다.지금 손을 떼기 싫은 건,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손 아래에서 미세하게 움직이는 몸이 계속 손끝을 붙잡고 있었다.강혁의 손이 위로 올라갔다.허리를 지나 등을 천천히 쓸었다.은유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손끝으로 같은 곳을 지나자 이번에는 어깨가 움찔했다.같은 몸인데도 달랐다.옆구리를 건드리자 은유가 몸을 비틀었다.“앗.”“왜.”“거기는 간지럽습니다.”강혁이 다시 건드렸다.“주인님.”은유가 몸을 피했다.“간지럽다고… 말씀드렸습니다.”“알아.”“아시면서 왜…….”다시 손끝이 닿았다.“아, 잠깐……!”은유에게서 웃음이 터졌다.강혁의 손이 멈췄다.케인을 받을 때와 전혀 다른 소리였다.강혁은 잠깐 은유를 바라봤다.조금 전까지 자기 눈에 들어온 것은 자기가 남긴 흔적이었다.지금은 아니었다.강혁이 허리를 잡았다.“일어나.”“네, 주인님.”은유가 천천히 몸을 세웠다.강혁이 허리를 받쳤다.돌아선 은유와 눈이 마주쳤다.가까웠다.얼굴까지 열이 올라 있었고 숨도 아직 조금 빨랐다.강혁이 손을 들었다.뺨에 닿았다.확인할 것은 없었다.그런데 손을 내리지 않았다.엄지가 턱선까지 천천히 내려갔다.은유가 그를 올려다봤다.“주인님.”“왜.”“……아닙니다.”평소라면 물었을 것이다.뭐가 아닌데.왜 불렀는데.강혁은 묻지 않았다.엄지로 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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