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세트 상단 소회의실 옆 빈방 하나가 접수실로 바뀌는 데에는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긴 탁자 하나, 의자 셋, 잉크병 두 개, 빈 양식지 묶음.그게 전부였다.로세트 상단이 남부 항구를 쥐고 있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접수실은 초라했다. 하지만 정하은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중요한 건 방이 아니었다.문밖에는 이미 몇 사람이 모여 있었다.첫날이라 그런지 누구도 선뜻 들어오지는 못했다. 서로 눈치를 보며 열린 문 안쪽만 힐끗거렸다.정하은은 잠시 그들을 바라보다 펜을 들었다.“들어오라고 해.”문이 열렸다.가장 먼저 들어온 사람은 세라였다. 그녀는 낡은 가죽 가방을 품에 끌어안고 있었다. 옷은 깨끗하게 털었지만 소매 끝에는 지워지지 않은 먼지가 남아 있었다.세라는 문턱을 넘자마자 방 안을 한 번 둘러봤다.베른을 보고, 도라를 보고, 맞은편에 앉은 서기까지 확인한 뒤에야 정하은에게 시선을 멈췄다.가방을 끌어안은 손에는 여전히 힘이 들어가 있었다.정하은은 아무 말 없이 펜을 들었다.“이름.”세라는 잠시 멈췄다.“세라.”“성은.”“없습니다.”맞은편에 앉아 있던 서기 하나가 작게 코웃음을 쳤다. 카이든이 붙인 상단 서기였다. 기록 보조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로는 감시였다.“그럼 접수자 이름은 세라. 피해자 이름은?”세라가 가방을 탁자 위에 올렸다.“동부 운송 조합.”서기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잠깐만요.”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아가씨, 동부 운송 조합 건은 소액 거래 확인 범위가 아닙니다.”정하은은 펜을 멈추지 않았다.“피해자 이름. 동부 운송 조합.”“아가씨.”“들었어. 소액 거래 확인 범위가 아니라고.”서기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예. 조합권, 창고권, 구금 문제까지 얽힌 사안입니다. 임시 접수에서 받을 수 없습니다.”“좋아.”정하은은 새 종이 한 장을 옆으로 꺼냈다.“그럼 범위 밖이라고 판단한 담당자 이름.”서기의 입이 멈췄다.“예?”“네 이름.”“저는 단지 규정을 말씀드린 것입
Last Updated : 2026-09-0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