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서 유채원이 숨을 삼켰다."아빠. 지금 뭐라고 했어?"유채원의 아버지, 유정호는 딸의 물음에도 눈가가 벌게진 채 나만 바라봤다."맞으시죠. 우리 회사, 3년 전에 그날.""사람 잘못 보셨습니다."말하면서 늦었다는 걸 알았다. 목소리가 평소보다 늦게 나갔고, 저 사람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저는 열아홉입니다. 3년 전이면 열여섯이고요. 열여섯짜리가 무슨 회사를 삽니까.""그러니까요."유정호가 말했다."그때도 그게 제일 이상했어요. 교복 입은 애가 계약서를 들고 왔으니까. 그래서 3년 동안 못 잊은 겁니다. 얼굴을 딱 한 번 봤는데도.""아버님.""우리 딸이 지금 학교를 다니는 것도, 저 사람들이 오늘 여기서 일하는 것도, 전부.""그만하세요."내 목소리가 좀 셌던 모양이다. 유정호의 아내 박미경이 어깨를 붙잡았고, 그제야 유정호가 입을 다물었다.숨을 한 번 골랐다."오늘 여기 다친 사람 많습니다. 저기 명단, 아직 절반 남았고요."명단 쪽을 눈으로 가리켰다."그거부터 하시죠."부부가 나를 봤다. 뭘 말해도 안 통한다는 걸 알아챈 얼굴이었다. 그때도 저 두 사람은 같은 질문을 표현만 바꿔 세 번 물었고, 나는 세 번 다 답을 안 바꿨다.유정호가 떨리는 손으로 명단을 주웠다."알겠습니다."돌아서면서 한마디가 붙었다."근데 대표님. 저희, 3년 동안 밥 한 끼 대접하겠다고 했던 거.""…….""아직 유효합니다."부부가 천막 안으로 들어갔고, 옆에 유채원이 남았다.한마디도 안 했다. 나도 안 했다. 부상자 실은 들것이 우리 사이를 두 번 지나갔고, 저 아래에서 확성기가 또 같은 안내를 반복했다."한도윤."세 번째 들것이 지나간 뒤에 그 애가 입을 열었다."우리 아빠가 3년 동안 못 잊은 사람이 있어.""그래?""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딱 한 번 봤고, 감사 인사도 못 하게 하는 사람. 우리 회사가 넘어가는 날 나타나서 회사를 통째로 살려 놓고 그냥 간 사람."목소리가 이상하게 평평했다."내가 학교 다니는
Last Updated : 2026-10-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