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원수의 딸과 바람난 남친: Bab 1 - Bab 10

30 Bab

제1화

안유경과 민해준이 함께 원더 클럽에서 중요 고객을 접대하던 날, 송지연을 다시 마주치게 되었다. 바로 민해준과 원수지간인 그 집 딸 송지연 말이다.그때의 안유경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훗날 민해준이 저 송지연이라는 여자에게 눈이 멀어 20년 지기 소꿉친구이자 연인이었던 자신을 버리고 모든 관계의 끈을 가차 없이 끊어내게 될 줄은.그는 송지연을 위해 미쳐 돌아갔다. 그녀를 위해 번번이 이성을 잃었고 집안을 풍비박산 낸 원한마저 기꺼이 내려놓을 기세였다.심지어 두 집안의 부모를 대신해 송지연을 용서하기까지 했다.이 남자는 결국 안유경에게 더없이 잔인한 말을 내던졌다.“유경아, 내가 돈 줄 테니까 제발 여길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마라. 지연이가 너를 불편해해. 애가 질투심도 많고 달래기가 힘들어서 그래.”그렇게 안유경은 떠났고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다시 민해준을 마주친 장소는 서경의 최고급 클럽 원더랜드였다.안유경은 절친 류설아의 브라이덜 샤워를 위해 귀국한 길, 신부 들러리도 해주고 겸사겸사 옛 친구들과 자리를 가진 참이었다.룸 문을 열고 들어서자 몽환적인 조명 사이로 그녀의 시선이 머문 곳은 소파 중앙이었다.빛과 어둠이 맞닿은 경계선에 훤칠한 남자가 앉아 있었고 그를 중심으로 주변에 사람들로 북적였다.무심한 표정의 그 남자는 잔에 담긴 위스키를 흔들었다. 은은한 조명 아래 드러난 그의 얼굴은 차갑고도 거리감이 느껴졌다.찰랑거리는 얼음과 호박색 액체가 부딪히는 소리에 그는 온 신경을 집중하는 듯 보였다.이내 지루하다는 듯 나른하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바로 그 순간, 안유경의 시선이 그 남자와 정면으로 얽혔다.위스키 잔을 흔들던 민해준의 손이 멈칫했고 안유경은 그의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하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돌려 옆에 앉은 화려한 여자에게 낮게 속삭였다. 그 차갑던 눈매가 순식간에 다정하게 녹아내렸다.안유경은 그제야 송지연을 제대로 보았다.과거 보세 가게에서 산 저렴한 옷으로 겨우 몸을 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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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민해준은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안유경의 약지에 남은 옅은 반지 자국을 느릿하게 쓸어내렸다.“언제부터 꼈어? 석 달? 아니면 반년? 마음만 먹으면 이런 자국쯤은 나도 하루면 만들어낼 수 있어. 나 말고 네가 다른 놈을 사랑할 수 있다고?”그는 전혀 믿지 않았다.그도 그럴 것이 예전의 안유경은 민해준을 미친 듯이 사랑했다. 누구나 다 알 정도로 유난스럽게...안유경은 읽어낼 수 있었다. 민해준의 눈동자에 짙게 깔린 ‘이건 다 나를 흔들려는 수작’이라는 뻔한 단정을 말이다.그녀는 대꾸하는 대신 보란 듯이 그 자리에서 차도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신호가 가고 곧 차도현의 서늘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웬일이야, 이 시간에? 친구들이랑 파티 즐기는 거 아니었어?”“그냥, 보고 싶어서.”안유경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튀어나온 말에 수화기 너머의 차도현이 찰나의 침묵을 지켰다.이내 다정한 웃음기가 섞인 목소리가 돌아왔다.“그럼 일 마무리하고 빨리 가야겠다. 다음 주엔 들어갈 수 있도록 조정해 볼게.”“응.”그녀의 말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너무 무리하지 마. 밤도 새우지 말고.”“알았어. 끝나면 얘기해. 기사 보낼 테니까.”“사랑해, 여보.”M국 최대 번화가인 CBD 중심지, 차진 그룹의 사옥이 구름을 뚫을 듯 높게 솟아 있었다.최상층 대표이사실에는 정갈한 수트 차림의 차도현이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그는 방금 화면이 꺼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안유경이 작정하고 내뱉은 ‘보고 싶어’, ‘사랑해, 여보’라는 말들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며 그를 뒤흔들었다.차도현은 시선을 올리고 앞에 서 있는 비서에게 명령했다.“프로젝트 속도 올리고 국내로 돌아가는 가장 빠른 항공권 끊어.”비서가 결재 서류를 덮으며 무심코 물었다.“대표님, 혹시 사모님이 보고 싶으신 겁니까?”차도현은 짙은 속눈썹을 내리깔았다. 눈 밑 깊은 곳에 묘한 어둠이 스쳤다.“아니.”보고 싶은 게 아니었다.이건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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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유경아, 지난 일은 좀 묻어두고 살자.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지. 우리 지연이 형수님 그만 괴롭혀.”“그래, 유경아. 지연이가 기분 좋게 한 잔 올리는 거잖아. 해준이가 지연이를 얼마나 예뻐하는지 알지? 이번에도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면 너 오늘 당장 서경에서 쫓겨날지도 몰라.”안유경은 빙 둘러앉은 무리를 보며 헛웃음을 삼켰다.불과 3년 전만 해도 이들이 자신을 향해 굽신거리며 ‘형수님’이라 부르던 모습이 떠올랐으니까.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야, 송지연! 네가 나한테서 민해준 뺏은 건 시작에 불과하지. 네 엄마는 민해준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끼어들어 가정을 파탄 냈고, 네 아버지는 민해준 아버지를 죽이고 나서 그 죄를 우리 아빠한테 뒤집어씌웠어. 그 일로 나와 민해준, 우린 둘 다 집안이 풍비박산 났지.”“너와 네 부모는 내 인생을 망친 철천지원수야. 그런데 나더러 이 술을 마시라고?”그녀는 송지연을 빤히 쳐다보며 한 글자씩 내뱉었다.“네까짓 게 감히 그럴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야, 안유경! 너 미쳤어?”이때 화려한 셔츠를 입은 남자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일어섰다.“법원 판결도 끝난 일 아니야? 네 아버지가 범인인 거, 흉기에서 지문까지 다 나왔는데 왜 자꾸 죄 없는 지연 씨를 모함해!”“맞아. 그때 네 아버지가 사람을 얼마나 많이 찔렀는데! 심지어 송지연 아버님도 칼에 찔리셨던 거 다들 알지...”안유경은 더 이상 이 머리 빈 인간들과 대화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그녀는 가방을 챙겨 들며 류설아를 향해 말했다.“설아야, 미안. 여긴 뇌가 텅 빈 인간들이 너무 많아서 더는 못 있겠다. 나중에 우리끼리 따로 만나.”안유경이 돌아선 그 순간이었다.“잠깐.”송지연이 다급하게 손을 뻗어 그녀를 붙잡으려 했다.안유경이 몸을 살짝 비틀어 피하자 송지연은 중심을 잃고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으악!”손에 들려 있던 잔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독한 술이 송지연의 비싼 명품 드레스 위로 쏟아졌다. 그녀는 그대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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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거실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안유경이 공들여 골랐던 패브릭 소파 위에는 다 쓴 남자 속옷이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었고 바닥엔 먹다 남은 배달 음식 용기가 나뒹굴었다. 벽에 걸려 있던 그녀의 소중한 그림엔 기름때가 튀어 얼룩덜룩했고 수년간 공들여 모은 우표첩은 행방불명이었다.심지어 소파 옆 협탁에 놓아두었던 부모님과의 사진 액자마저 온데간데없었다.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건 꽁초가 가득 쌓인 재떨이뿐이었다.안유경의 얼굴에 서늘한 분노가 서렸다. 그녀는 계속 안으로 걸어갔다.살짝 열린 안방 문을 밀고 들어가자 욕실에서 물소리와 함께 여자의 콧노래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안방과 이어진 욕실 문이 열리며 5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걸어 나왔다.안유경을 발견한 여자는 처음엔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누구야?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안유경은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죽어도 잊을 수 없는 얼굴, 바로 송지연의 어머니 경미란이었다.그해 송지연 모녀가 가짜 증언만 하지 않았어도 안유경의 아버지가 사형 선고를 받는 일은 없었다!안유경은 머리끝까지 솟구치는 분노에 온몸을 떨었다.“당신이 어떻게 여기 있어? 여긴 내 집이야. 당장 나가!”경미란은 안유경의 말을 곰곰이 곱씹어 보더니 상황을 파악한 듯 비릿하게 웃었다.“아, 네가 바로 민 서방이 말하던 전 여자친구구나? 우리 사위가 여기 살라고 내준 집이야. 네가 뭔데 나가라 말라야?”“민해준이 이 집을 당신들한테 내줬다고?”안유경의 온몸으로 차가운 살기가 뻗쳤다.민해준은 보란 듯이 그녀의 안식처를 원수의 손에 쥐여준 것이다.이런 모욕이 또 있을까!“그래. 우리 지연이가 나랑 자기 아빠랑 가까이 살고 싶고 또 여기 야경이 좋다고 했더니 해준이가 바로 내줬어. 그 아이가 우리 지연이를 얼마나 아끼는데. 그나저나 이 아가씨는 버림받은 지가 언젠데 아직도 여기까지 찾아와서 추잡하게 굴어?”안유경의 머릿속이 윙 하는 소리와 함께 하얗게 점멸했다.또 이런 식이라니, 민해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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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해준아, 그때 네가 결혼반지를 멋대로 송지연 사이즈에 맞춰 해줬을 때도 난 참고 양보했어. 하지만 아빠의 원수까지 내 집에 들이는 건 눈감아 줄 수가 없어. 내가 그렇게까지 비굴한 사람으로 보였니?”민해준은 안유경의 이런 날 선 태도가 몹시 낯설었다.그의 기억 속 안유경은 늘 순종적이었다.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도 결국은 고개를 끄덕여주던 여자였으니까.하지만 지금 그녀의 눈빛은 마치 철천지원수를 보는 듯했고 이에 민해준은 가슴 한구석이 이유 모를 불안감으로 욱신거렸다.“됐어, 그만해. 조건이 뭐야? 어떻게 하면 이 난동을 멈출 건데?”“누가 뭐래도 안 멈춰!”안유경의 단호한 태도에 송지연이 울먹이며 끼어들었다.“해준 오빠,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괜히 우리 부모님을 여기 모셔서 이 사달이 난 것 같아. 난 그냥 부모님과 가까이서 지내고 싶었을 뿐이야. 유경 언니가 이렇게까지 화낼 줄은 몰랐어.”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애써 눈물을 참는 척했다.이에 민해준의 가슴이 더 답답하게 조여 왔다. 그는 송지연의 머리를 다정하게 쓸어 넘겼다.“네 잘못 아니야. 애초에 다들 유경이가 약속을 지키고 영영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지. 자산 처리가 늦어진 건 유경이가 이 집을 포기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그래서 어머님, 아버님을 모시게 한 거고.”“그럼 그냥 내가 부모님 모시고 나갈게...”송지연이 한발 물러서는 듯 말하자 민해준의 눈빛에 동정심이 스쳤다.“아니! 넌 이 집 마음에 든다고 했잖아. 내가 있는 한 아무도 어머님, 아버님을 쫓아내지 못해.”송지연을 달랜 민해준은 지갑에서 출입 카드 한 장을 꺼내 안유경에게 내밀었다.“이것저것 다 부수고 난리 칠 만큼 했잖아. 결국 돈이 필요한 거 아니었어? 이 집은 다시 나한테 줘. 대신 보상으로 새집 하나 장만해줄게. 희산 별장 41동 출입 카드야. 거긴 평수도 훨씬 넓고 환경도 좋아. 가격 또한 이 집보다 비싸니 너만 괜찮다면 내일 당장 명의 넘기자.”“보상?”안유경은 마치 세상에서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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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안유경은 민해준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더는 상관없었다.오해든 신뢰든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3년 전, 그가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주고 자신을 내쳤을 때 이미 이 남자를 향한 미련을 모두 떨쳐버렸다.지금 안유경이 바라는 건 단 하나, 저들이 당장 눈앞에서 꺼지고 다시는 마주치지 않는 것뿐이었다.“CCTV 확인 다 했니? 끝났으면 네 약혼녀랑 그 집 식구들 데리고 얼른 꺼져줄래?”안유경이 팔짱을 낀 채 민해준을 쏘아보았다. 노골적인 혐오와 피로가 섞인 표정이었다.그 말을 들은 민해준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고 셔츠 소매 아래로 드러난 팔뚝 근육이 팽팽하게 굳어졌다.한참을 말이 없던 민해준은 들고 있던 휴대폰을 경찰에게 던지듯 건넸다.“수고하셨습니다. 우리 이만 짐 뺄게요.”짐을 뺀다는 소리에 경미란이 악을 쓰며 울부짖었다.“민 서방, 안 돼! 여기서 이미 다 적응하고 살고 있는데 갑자기 나가라니! 저 계집애가 들어왔다고 왜 우리가 나가야 해? 이 집 민 서방이 산 거잖아!”머리가 깨질 듯한 소음에 민해준이 서늘한 눈빛으로 경미란을 쏘아보았다.“당장 짐 싸라고요!”경미란은 더 이상 찍소리도 못했다.결국 송규진 일가는 쫓기듯 허둥지둥 짐을 챙겨 나갔다.떠나기 전, 민해준은 안유경을 깊이 응시했다.“유경아, 약속을 어기고 돌아와서 모두를 이토록 곤란하게 만들어? 그때 내가 역시나 너한테 너무 관대했어!”현관문이 닫혔다.정적만이 감도는 거실, 바닥은 엉망진창이었다.안유경은 쓰레기통에 처박혀 있던 깨진 가족사진 액자를 주워들고 그 위에 묻은 오물을 조심스레 닦아냈다.참았던 서러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엄마, 아빠... 미안해요. 제가 두 분을 미처 지켜드리지 못했네요.”옆에서 지켜보던 진경찬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사모님, 대표님께 연락드릴까요?”안유경은 고개를 내저었다.“아니요. 먼저 일에 집중하게 놔두세요.”“그럼 청소 업체를 부르거나 다른 숙소를 알아봐 드릴까요?”안유경은 휘청이는 몸을 겨우 일으켰다.“호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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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안유경은 손을 들어 카메라를 막아섰다. 문득 민해준의 얼굴이 떠올랐다.그 인간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민해준의 힘이라면 그녀가 어디에 숨든 찾아내는 건 식은 죽 먹기였으니까.“이미 말씀드렸잖아요. 그분들은 우리 아빠가 죽인 게 아니에요.”기자들의 날 선 질문이 쏟아지는 가운데 안유경은 수없이 반복해 온 말을 다시 내뱉었다.“당시 아빠는 의로운 일을 하려다 사고를 당하신 거예요. 제 생일 케이크를 사러 가던 길에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고 그때 저는 아빠와 통화 중이라 모든 상황을 들었어요. 아빠 역시 피해자였다고요.”이전의 수많은 해명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제 설명하는 것조차 지쳐버린 상태였다.“녹음 파일 하나 없이 무슨 근거로 떠드는 거야? 그냥 네 입으로 지어내는 헛소리 아니냐고! 경찰도 인정하지 않은 진술이야. 그저 아비 죄를 덮으려는 파렴치한 변명으로밖에 안 들려.”“다시 말씀드리지만 당시엔 집 전화기로 통화했기 때문에 녹음 기능이 없었어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우리 아빠가 무고하다는 증거, 제가 반드시 찾아낼 테니까.”“그때 저를 모함했던 자들에게 기필코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겁니다.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을 위해서라도 무조건 정의를 바로 세울 거예요!”그녀의 단호한 선언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확성기를 타고 들려온 목소리가 분위기를 짓눌렀다.“안유경 씨, 아버지가 무고하다고 계속 주장하시는데 그럼 옛 약혼자였던 민해준 씨가 당신을 버리고 송지연 씨를 선택하고 약혼까지 한 이유는 뭐라고 설명하실 건가요?”“안유경 씨를 누구보다 잘 알고 가장 신뢰했던 사람이 반대편에 섰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본인이 말하는 ‘진실’이 아버지의 죄를 덮기 위한 거짓말이라는 강력한 증거 아니겠습니까?”안유경은 질문을 던진 기자를 빤히 쳐다보더니 전혀 상관없는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혹시 개한테 물려본 적 있으세요?”“네?”질문했던 기자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이에 안유경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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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사람을 죽였으면 죗값을 치러야지. 우리 아버지 목숨값 내놔!”남자는 통제 불능의 맹수처럼 부러진 벽돌 조각을 내던졌다.진경찬이 가장 먼저 그를 발견했다.지금 상황에서 안유경을 지킬 겨를이 없었기에 일단 그녀를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민해준이 혼란스러운 인파를 헤치고 가까이 다가왔을 때, 그는 진경찬의 품 안에 안겨 그의 부상을 걱정하는 안유경의 모습을 보았다.순간, 알 수 없는 짜증이 남자의 심장을 파고들었다.기자들도 이 돌발 상황에 넋이 나갔다.인파 속에 섞인 누군가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안유경을 해치려 들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뒤늦게 나타난 호텔 보안 요원들이 난동을 부린 남자를 제압했고 곧바로 경찰까지 불렀다.기자들은 불똥이 튈까 봐 서둘러 장비를 챙겨 자리를 떴다.경찰 조사를 통해 안유경은 벽돌을 던진 남자가 당시 참사 희생자의 유가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곁에 있던 송지연이 ‘착한 얼굴’을 한 채 합의를 권유했다.“언니, 저분 사정도 참 딱해. 어쨌든 언니 아버지가 저분 가족을 해친 장본인이잖아.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 주면 안 될까?”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안유경은 이 남자의 등장이 분명 송지연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 직감했다.송지연은 여전히 사람을 긁어 부스럼 만드는 데 도가 튼 것 같았다.“지연아, 네가 여기서 웬 참견이야? 너 이 사람 알아?”송지연은 억울하다는 듯 눈시울을 붉혔다.“언니, 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 난 그저 저분이 너무 안쓰러워서 그런 거야. 돌아가신 해준 오빠네 아버지처럼 말이야. 설마 저분이 언니 남자친구를 다치게 했다고 끝까지 합의를 안 보는 거야? 언니는 다치지도 않았잖아. 이렇게까지 예민하게 굴 필요 있어?”송지연은 옆에서 상처를 치료받고 있는 진경찬을 힐긋 보더니 다시 민해준을 향해 의미심장한 눈빛을 흘렸다.민해준은 ‘돌아가신 해준 오빠네 아버지’라는 말을 들어서인지 갑자기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그는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고작 벽돌 좀 맞았다고 유난을 떠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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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퍼스트 강남을 드나드는 자동차 번호판 자체만으로도 일반인을 걸러내는 통행증 역할을 했다.안유경은 한때 민해준과 함께 이곳에서 살 날을 꿈꿨었다.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도 전에 이 인간과 영원히 갈라서고 말았다.운전대를 잡고 창밖으로 스치는 고급스러운 단지 내 시설들을 바라보니 묘한 감회에 젖었다.비록 민해준과 함께는 아니었지만 결국 돌고 돌아 이곳에 들어오게 되었다.차는 이내 차가운 회색빛이 감도는 웅장한 별장 앞에 멈춰 섰다.대문 앞을 지키던 집사가 그녀를 발견하고는 공손히 다가와 차 문을 열어주었다.“오셨어요, 사모님. 대표님께서 오래 기다리셨습니다.”안유경은 차에서 내려 3층 북쪽 끝 방을 올려다보았다.통유리창 앞에 훤칠한 남자가 서 있었다. 등 뒤로 비치는 실내조명 때문에 그의 형체가 흐릿한 실루엣으로 그려졌다.안유경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차도현은 워낙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을 풍겼다. 몇 번이나 마주했지만, 여전히 그의 앞에 서면 긴장을 떨칠 수 없었다.불안한 마음으로 3층에 올라간 그녀는 정중하게 문을 두드렸다.청량하면서도 듣기 좋은 목소리와 함께 안으로 들어오라는 허락을 받은 안유경은 문을 열고 들어섰다.차도현은 어느새 1인용 소파에 앉아 고요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막 샤워를 마친 듯 고급 브랜드의 샤워 가운을 느슨하게 걸친 모습이었다.안유경은 샤워 가운의 깃 아래로 드러난 남자의 탄탄한 가슴 근육을 애써 외면하며 말했다.“사실 이렇게 급하게 돌아오지 않아도 됐는데.”“안 돌아오면 네가 여기서 모욕당하는 걸 손 놓고 보고만 있으라고?”차도현은 천천히 입을 열었지만, 말투에는 짙은 불쾌감이 서려 있었다.이에 그녀가 입술을 앙다물었다.“내가 알아서 잘 대처할 수 있어.”“네가 말하는 대처라는 게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전 남자친구한테 공개적으로 모욕당하는 거야? 그건 대처가 아니야, 유경아.”착각인지는 몰라도 안유경은 왠지 이 남자가 화가 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하지만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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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안유경은 화장기 없는 얼굴로 차도현의 옆에 앉았다.차도현은 살짝 헝클어진 그녀의 머리카락을 보고 무심결에 손을 뻗어 정리해 주었다.“어떻게 ‘돌려줄’ 생각이야?”안유경은 바닥에 꿇어앉은 남자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녀가 다가오자 남자는 겁에 질린 듯 과장스럽게 뒤로 물러났다.하지만 정작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상대는 안유경이 아닌 차도현이었다.“잘못했습니다! 안유경 씨, 제발 차 대표님께 잘 좀 말씀해주세요!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안유경은 짜증스럽게 그를 발로 툭 찼다.“가만히 좀 있어.”그녀는 망설임 없이 휴대폰을 열었고 예상대로 송지연의 전화번호를 발견했다.이름은 저장되어 있지 않았지만 안유경은 지난 몇 년간 수없이 자신을 도발했던 이 번호를 잊을 수 없었다.“송지연한테 전해. 일은 다 처리했으니 입막음 비용으로 십억 내놓으라고 해. 안 그러면 민해준한테 다 불어버리겠다고 협박해버려.”차도현은 그녀의 계획을 듣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조금 전보다 기분이 훨씬 좋아 보였다.“꽤 하네. 적어도 당하고만 있지 않아서 다행이야.”그의 칭찬에 안유경은 약간 쑥스러워졌다.차도현이 사람을 다루는 방식에 비하면 자신의 계략은 지극히 어설픈 수준이었으니까.하지만 얼마든지 배울 수 있었다.언젠가는 자신을 괴롭히는 이들에게 똑같이 ‘독하고 모질게’ 갚아 줄 날이 올 것이다.차도현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무표정하게 남자에게 덧붙였다.“내 아내가 시키는 대로 해. 안 그러면 네가 피해자 가족을 사칭해서 고의 상해를 입히려 했다는 혐의만으로도 평생 감옥에서 썩게 될 거야.”남자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아, 알겠습니다!”그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깨닫고 떨리는 손으로 송지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안유경은 그에게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위협적인 속삭임을 남겼다.“연기하는 거 절대 들키면 안 돼.”송지연은 처음엔 전화를 받지 않았지만 안유경과 차도현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위압감에 남자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통화를 시도했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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