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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ผู้เขียน: 매콤 칠리소스
“해준아, 그때 네가 결혼반지를 멋대로 송지연 사이즈에 맞춰 해줬을 때도 난 참고 양보했어. 하지만 아빠의 원수까지 내 집에 들이는 건 눈감아 줄 수가 없어. 내가 그렇게까지 비굴한 사람으로 보였니?”

민해준은 안유경의 이런 날 선 태도가 몹시 낯설었다.

그의 기억 속 안유경은 늘 순종적이었다.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도 결국은 고개를 끄덕여주던 여자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그녀의 눈빛은 마치 철천지원수를 보는 듯했고 이에 민해준은 가슴 한구석이 이유 모를 불안감으로 욱신거렸다.

“됐어, 그만해. 조건이 뭐야? 어떻게 하면 이 난동을 멈출 건데?”

“누가 뭐래도 안 멈춰!”

안유경의 단호한 태도에 송지연이 울먹이며 끼어들었다.

“해준 오빠,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괜히 우리 부모님을 여기 모셔서 이 사달이 난 것 같아. 난 그냥 부모님과 가까이서 지내고 싶었을 뿐이야. 유경 언니가 이렇게까지 화낼 줄은 몰랐어.”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애써 눈물을 참는 척했다.

이에 민해준의 가슴이 더 답답하게 조여 왔다. 그는 송지연의 머리를 다정하게 쓸어 넘겼다.

“네 잘못 아니야. 애초에 다들 유경이가 약속을 지키고 영영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지. 자산 처리가 늦어진 건 유경이가 이 집을 포기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그래서 어머님, 아버님을 모시게 한 거고.”

“그럼 그냥 내가 부모님 모시고 나갈게...”

송지연이 한발 물러서는 듯 말하자 민해준의 눈빛에 동정심이 스쳤다.

“아니! 넌 이 집 마음에 든다고 했잖아. 내가 있는 한 아무도 어머님, 아버님을 쫓아내지 못해.”

송지연을 달랜 민해준은 지갑에서 출입 카드 한 장을 꺼내 안유경에게 내밀었다.

“이것저것 다 부수고 난리 칠 만큼 했잖아. 결국 돈이 필요한 거 아니었어? 이 집은 다시 나한테 줘. 대신 보상으로 새집 하나 장만해줄게. 희산 별장 41동 출입 카드야. 거긴 평수도 훨씬 넓고 환경도 좋아. 가격 또한 이 집보다 비싸니 너만 괜찮다면 내일 당장 명의 넘기자.”

“보상?”

안유경은 마치 세상에서 가장 웃긴 농담을 들은 것만 같았다. 그녀는 출입 카드를 주워서 다시 민해준의 발치로 던져버렸다.

“해준아, 너 설마 모든 걸 돈으로 보상하고 새것으로 갈아치우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거니? 그럼 우리 아빠 목숨은 어떡할까? 이미 정신 상태가 망가져 버린 우리 엄마는 어떻게 보상할 건데?”

이 일을 언급하니 민해준도 분노가 차올랐다.

“네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원망을 해? 지난 일은...”

“지난 일이 아니야!”

안유경이 매섭게 그의 말을 잘랐다. 목소리 끝에는 짓눌려 있던 고통이 뚝뚝 묻어났다.

“송씨 집안 사람들이 살아있는 한, 우리 아빠 사건이 무죄로 밝혀지지 않는 한, 이 일은 절대 끝날 수 없어!”

“너 정말...”

“실례합니다.”

한창 격하게 다투던 그때, 검은색 정장 차림의 건장한 남자가 문을 두드렸다.

그가 반쯤 몸을 들이밀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안유경을 찾아냈다.

“드디어 찾았네요, 사...”

“당신 뭐야? 여기 개인 주택인 거 안 보여? 당장 나가!”

민해준이 불쾌한 기색으로 남자를 노려봤다.

안유경은 그제야 그 남자가 차도현이 붙여준 사설 경호원이라는 것을 알아봤다.

해외에서 줄곧 차도현을 가까이서 보좌하던 사람이 그녀에게 파견된 모양이었다.

안유경은 걸음을 옮기며 민해준의 시선을 가로막고 턱을 치켜들었다.

“네가 뭔데 나가라 말라야? 이 사람 내 사람이야.”

송지연이 재빨리 남자를 훑어보았다.

평범한 외모에 값비싸 보이지도, 그렇다고 싸구려 같지도 않은 옷차림. 내로라하는 유명인사는커녕 되레 사회 밑바닥을 전전하는 일반 회사원처럼 보였다.

그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언니, 설마 이 사람이 새 남자친구야? 꽤 잘 어울리네.”

민해준은 그제야 남자를 제대로 쳐다보았다.

한참을 훑어보던 그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유경아, 이게 고작 네가 고른 가짜 남편이야? 아무리 나랑 끝났어도 굳이 이런 급의 남자랑...”

“닥쳐.”

안유경은 그에게 더 설명할 가치조차 못 느끼겠다는 듯 말을 잘랐다.

“내가 누구랑 함께 있든 그건 내 사생활이야. 너랑은 아무 상관 없으니까 참견 마. 잔말 말고 당장 내 집에서 꺼져. 싹 다 나가라고!”

말을 마친 그녀는 고개를 돌려 입구에 있는 경호원에게 명령했다.

“경찬 씨, 당장 경찰 불러서 이 인간들 주거침입으로 신고하세요. 그리고 여기 기물 파손한 것도 싹 다 고소할 거예요. 변호사 연결해서 손해배상 청구 준비해요.”

“야, 안유경, 감히 경찰까지 불러? 뒷감당할 수 있겠어?”

그녀가 진짜 경찰을 부르려 하자 민해준은 들끓는 그녀의 분노를 무시한 채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이 남자의 눈빛은 3년 전에 ‘나 지연이 사랑하게 됐어’라고 매정하게 통보하던 그 날의 서늘한 눈빛 그대로였다.

“그대로 진행해주세요.”

안유경은 전혀 물러서지 않고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경호원 진경찬에게 말했다.

“너 절대 후회하지 마라!”

민해준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경찰이 도착한 후에도 안유경의 태도는 한 치도 누그러지지 않았다.

그녀는 어떠한 합의도, 타협도 거부했다. 오직 송씨 일가가 즉시 이 집에서 물러날 것과 불법 점거 및 기물 파손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의사만을 분명히 밝혔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안유경의 단호함과 그녀가 제시한 명확한 소유권 증거 앞에서 결국 송규진 부부에게 퇴거를 종용할 수밖에 없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은 난처한 기색으로 민해준을 따로 불러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비록 해준 씨가 이 집을 구매했지만, 현재 등기부상 소유주는 엄연히 안유경 씨예요. 저희도 법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연 씨 가족분들이 일단 이사하시는 게 어떨까요?”

민해준은 입을 꾹 닫고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그는 곁눈질로 안유경을 훑었다. 그녀는 한창 파손된 물건의 피해액을 계산하느라 이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한참의 침묵 끝에 민해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가서 전해요. 여기서 나갈 순 있지만 방금 원더랜드 ‘크라운’ 룸에서 벌어진 특수 상해 건, 그거 나도 똑같이 문제 삼을 겁니다. 쟤가 내 약혼녀를 밀쳤거든요. 다시 유치장에 들어갈지 아니면 순순히 이 집을 넘길지. 본인이 직접 선택하라고 전해주세요.”

안유경은 포장이 뜯긴 한정판 피규어를 손에 든 채 당시 구매 내역을 찾아 손해액을 산정하고 있었다.

그때, 사건을 담당하던 경찰관이 그녀 곁으로 다가와 한참을 머뭇거리다 어렵게 입을 뗐다.

“안유경 씨, 민해준 씨 측에서 태도가 강경합니다. 방금 원더랜드에서 유경 씨가 자신의 약혼녀 송지연 씨를 밀친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하네요. 만약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저쪽에서도 고의 상해 혐의로 정식 절차를 밟을 것 같아요.”

안유경의 손끝이 움찔하고 멈췄다.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민해준 쪽을 바라보았다.

“걔가 정말 그렇게 말했어요?”

경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어 더 이상 아픔조차 느껴지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그 말을 듣고 나니 손끝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안유경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체념한 듯 손을 내저었다.

“좋아요. 마음대로 하라고 하세요. 대신 원더랜드 크라운 룸 CCTV 좀 확인해 주세요. 제가 정말 송지연을 밀었는지 말입니다. 민해준 저 인간 두 눈 똑바로 뜨고 보게 해주세요.”

잠시 후, 원더랜드에서 가져온 영상이 재생되었다.

영상을 클릭하기 전까지만 해도 민해준은 자신만만했다. 안유경이 결국엔 항복하고 물러설 것이라 확신했으니까.

하지만 영상이 재생되자 그의 얼굴에서 서서히 핏기가 가셨다.

화면 속에서 안유경은 송지연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오히려 민해준의 친구들이 송지연을 위한답시고 안유경에게 억지로 술을 강요했다.

그들은 민해준이 얼마나 송지연을 아끼는지 과시하며 안유경을 향해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모욕적인 말들을 쏟아냈다.

민해준의 안색이 점점 더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옆에 있던 송지연이 당황한 기색으로 횡설수설하며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게 그러니까... 내가 발을 헛디딘 것 같아. 스스로 넘어진 건데 유경 언니를 오해했나 봐. 정말이야, 오빠. 나 진짜 유경 언니 모함하려던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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