แชร์

제2화

ผู้เขียน: 매콤 칠리소스
민해준은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안유경의 약지에 남은 옅은 반지 자국을 느릿하게 쓸어내렸다.

“언제부터 꼈어? 석 달? 아니면 반년? 마음만 먹으면 이런 자국쯤은 나도 하루면 만들어낼 수 있어. 나 말고 네가 다른 놈을 사랑할 수 있다고?”

그는 전혀 믿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의 안유경은 민해준을 미친 듯이 사랑했다. 누구나 다 알 정도로 유난스럽게...

안유경은 읽어낼 수 있었다. 민해준의 눈동자에 짙게 깔린 ‘이건 다 나를 흔들려는 수작’이라는 뻔한 단정을 말이다.

그녀는 대꾸하는 대신 보란 듯이 그 자리에서 차도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가고 곧 차도현의 서늘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웬일이야, 이 시간에? 친구들이랑 파티 즐기는 거 아니었어?”

“그냥, 보고 싶어서.”

안유경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튀어나온 말에 수화기 너머의 차도현이 찰나의 침묵을 지켰다.

이내 다정한 웃음기가 섞인 목소리가 돌아왔다.

“그럼 일 마무리하고 빨리 가야겠다. 다음 주엔 들어갈 수 있도록 조정해 볼게.”

“응.”

그녀의 말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너무 무리하지 마. 밤도 새우지 말고.”

“알았어. 끝나면 얘기해. 기사 보낼 테니까.”

“사랑해, 여보.”

M국 최대 번화가인 CBD 중심지, 차진 그룹의 사옥이 구름을 뚫을 듯 높게 솟아 있었다.

최상층 대표이사실에는 정갈한 수트 차림의 차도현이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그는 방금 화면이 꺼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안유경이 작정하고 내뱉은 ‘보고 싶어’, ‘사랑해, 여보’라는 말들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며 그를 뒤흔들었다.

차도현은 시선을 올리고 앞에 서 있는 비서에게 명령했다.

“프로젝트 속도 올리고 국내로 돌아가는 가장 빠른 항공권 끊어.”

비서가 결재 서류를 덮으며 무심코 물었다.

“대표님, 혹시 사모님이 보고 싶으신 겁니까?”

차도현은 짙은 속눈썹을 내리깔았다. 눈 밑 깊은 곳에 묘한 어둠이 스쳤다.

“아니.”

보고 싶은 게 아니었다.

이건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됐다.

안유경은 결코 그에게 다정한 말을 속삭이는 여자가 아니었다.

그들의 결혼은 감정이 거세된 철저한 비즈니스였으니까.

과거 민해준의 뒤를 캐라고 시켰던 부하로부터 보고가 올라왔는데 안유경이 민해준에게 버림받고 상태가 좋지 않다며 중증 우울증에 걸려 M국까지 왔다고 했다.

차도현은 처음엔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안유경이 제 발로 찾아와 거래를 제안했다. 자신에게 복수할 힘을 빌려준다면 그 대가로 차도현의 동생에게 신장을 기증하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차씨 가문의 막강한 권력을 쥔 실세 차도현에게는 부족한 것이 없었다. 오직 하나, 그의 남동생을 살릴 신장 하나만 빼고는...

동생의 체질은 워낙 특별해서 수년간 애를 써도 적합한 신장 공여자를 찾지 못했다.

안유경이 언제부터 맞춤 검사를 했는지 그는 알 수 없었지만, 마음속 깊이 그녀를 ‘독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복수를 위해서라면 신장마저 내어줄 수 있는 여자이니까.

그들은 동생의 상태가 더 악화되면 곧바로 수술을 진행하기로 약속했다.

혹시나 안유경이 마음을 바꿀까 봐 두 사람은 곧장 결혼했다.

이렇게 되면 설령 그녀가 죽더라도 차도현은 가족이라는 명분으로 그녀의 신장을 동생에게 기증할 수 있었다.

차도현은 무의식적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다시금 고개를 들었을 때, 눈빛에는 전보다 훨씬 단호한 빛이 감돌았다.

“가서 확인해. 오늘 유경이 주변에 누가 있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조사해. 그리고 경호원을 몇 명 더 붙여서 유경이를 철저하게 보호해.”

그녀의 신장에는 어떠한 문제도 생겨서는 안 되었다.

1분도 채 되지 않은 그 짧은 통화는 차도현을 심란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민해준의 얼굴마저 굳어버리게 했다.

그는 여전히 안유경을 벽에 가둔 채였지만 눈동자에는 설명할 수 없는 분노로 소용돌이쳤다.

그는 분노해야 마땅했다.

자신이 짠 시나리오대로라면 안유경은 지금쯤 초라한 몰골로 후회에 잠겨 있어야 했으니까. 또한 그의 눈부신 현재와 곁에 있는 새 여자친구를 보며 비통해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처럼 태연하게 자신의 결혼을 고백하는 것이 아니라!

안유경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다.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는 보란 듯이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다 들었지? 이제 좀 비켜줄래?”

“어디서 사람 구해서 쇼하는 거야?”

민해준은 이를 갈며 그녀의 턱을 낚아채듯 쥐었다.

“유경아, 네 능력이라고는 고작 그것밖에 안 돼?”

“맘대로 생각해.”

안유경은 그의 팔을 밀쳐내며 담배 연기를 얼굴에 내뿜었다.

“믿든 말든 상관없어. 어차피 우린 진작 끝난 사이잖아.”

민해준은 연기에 목이 메었는지 콜록거렸다. 그는 무언가 떠오른 듯 눈가에 희미한 조소가 어렸다.

“맞아. 진작 끝났지. 그러니까 네 일 다 봤으면 당장 꺼져!”

‘미친!’

안유경은 속으로 욕설을 퍼부으며 그의 옆을 지나쳐 다시 룸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등을 돌린 순간, 그녀의 입가에는 씁쓸한 자조가 번졌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정,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수년간 서로에게 의지했던 시간, 모든 것을 함께 알아가고 사랑했던 순간들이 결국 이토록 비참한 결말을 맺다니.

정말이지 지독하게도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세상 그 누구보다 나를 아끼겠다던 남자, 내 목숨이 곧 자기 목숨이라며 평생을 약속하던 남자가 바로 그였다.

하지만 송지연이라는 존재가 등장하자마자 민해준은 180도 바뀌어버렸다.

이제 그는 송지연이야말로 제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사람이라 말한다. 그녀를 놓치고 평생 후회하며 살고 싶지 않다면서.

룸으로 돌아오니 송지연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안유경이 들어서자 그녀의 시선이 자꾸만 문밖을 향했다.

민해준이 뒤따라오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안유경은 조용히 류설아의 곁에 앉았다.

류설아가 얼른 몸을 숙여 귓속말로 물었다.

“유경아, 괜찮아? 너 나가자마자 민해준도 따라 나갔잖아. 설마 너 잡고 괴롭힌 거 아니야?”

“아니, 아무 일도 없었어.”

민해준이 과거에 저지른 온갖 만행에 비하면 오늘 이 정도의 독설은 괴롭힘 축에도 끼지 못했다.

류설아가 안쓰러운 듯 긴 한숨을 내뱉었다.

“어휴, 두 사람 예전엔 진짜 좋았는데. 네가 너무 안쓰러워서 그래. 송지연네 아버지 때문에 너희 두 집안 모두 풍비박산 난 거잖아. 애초에 송지연한테 복수하려고 걔를 회사에 영입했고 송씨 가문까지 무너뜨렸는데 도대체 민해준은 왜 갑자기 송지연이랑 사랑에 빠진 거냐고? 이게 말이 돼?”

“갑자기가 아냐.”

안유경은 길게 드리워진 속눈썹 아래로 시선을 떨구며 술을 한 번에 들이켜곤 덤덤하게 읊조렸다.

“갑작스러운 게... 아니었어.”

민해준의 그 마음은 길거리에서 술을 팔다 행패 당하는 송지연을 보고 느낀 안쓰러움에서 시작되었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그녀가 파산으로 별장을 떠나 허름한 건물에서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을 때, 민해준의 품에 안겨 엉엉 울면서도 너를 탓하지도 원망하지도 않는다고 속삭이던 그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민해준의 변심은 이미 예견된 비극이었다.

안유경은 굳이 그 끔찍한 기억을 들춰내고 싶지 않았다. 그건 그저 스스로를 갉아먹는 자학일 뿐이니까.

한편 송지연은 이들이 대화에 푹 빠진 걸 보더니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잔을 가볍게 흔들며 생글거리는 얼굴로 다가왔다.

“유경 언니,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내가 한 잔 따를게.”

그녀가 내민 잔 속에서 호박색 술이 조명 빛을 받아 일렁였다.

안유경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차분한 눈으로 송지연을 응시했다.

그녀의 얼굴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고 달콤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안유경은 문득 그 가면을 낱낱이 깨부수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미안한데 난 윤리 도덕이 없는 사람이랑은 술 안 마셔.”

송지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언니... 아직도 날 원망하는 거야? 나랑 해준 오빠 때문에 그런 거지? 자고로 감정이라는 게 뜻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 그때 언니한테 상처 준 건 정말 미안해...”

송지연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기세였다.

“하지만 해준 오빠가 날 진심으로 사랑하고 나도 오빠 없으면 안 되거든.”

“그만 좀 해!”

참다못한 류설아가 쏘아붙였다.

“야, 송지연. 민해준 여기 없어. 대체 누구 보라고 연기하는 거야? 해준이가 뒤 봐준다고 아주 세상 무서운 게 없지? 어디서 제삼자 주제에 감히 적반하장이야!”

잔을 든 송지연은 몸을 휘청거리며 민해준과 친한 무리들, 평소 자신을 ‘형수님’이라 부르며 살갑게 굴던 남자들을 향해 애처로운 눈빛을 보냈다.

그 모습을 본 남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즉각 편을 들고 나섰다.

อ่านหนังสือเล่มนี้ต่อได้ฟรี
สแกนรหัสเพื่อดาวน์โหลดแอป

บทล่าสุด

  • 원수의 딸과 바람난 남친   제30화

    통쾌한가? 아주 조금은 그럴지도 모르겠다.하지만 그보다는 소동이 잦아든 뒤의 정적, 그리고 옅은 피로감이 더 컸다.복수가 주는 쾌감은 늘 찰나에 불과했고 그 뒤에는 더 깊은 공허함이 남기 마련이었다.“그럭저럭.”안유경은 결국 그렇게만 대답했다.“일이 해결됐으면 된 거지.”“뭐야. 왜 이렇게 덤덤해?”안유경의 차분한 태도에 류설아가 화제를 돌렸다.“그나저나 지금 어디야? 주변이 되게 조용하네.”“그냥... 아는 사람 집.”안유경은 차씨 가문의 복잡한 사정을 일일이 설명할 마음이 없어 적당히 둘러댔다.“처리할 일이 좀 있어서 며칠 더 머물 것 같아.”류설아는 더 캐묻지 않고 인터넷상의 재미있는 댓글들을 몇 개 더 읊어준 뒤 몸을 잘 챙기라는 당부와 함께 전화를 끊었다.안유경이 휴대폰을 내려놓자마자 화면이 다시 켜졌다. 민해준에게서 온 새로운 메시지였다.화면 위에 손가락을 몇 초간 멈추고 있다가 끝내 읽지 않고 그대로 화면을 꺼버렸다.옷을 갈아입고 밥을 먹으려고 먼저 드레스룸으로 향했다.화장대를 지나칠 때 거울 속에 비친 그녀의 눈동자가 한없이 맑았다. 금방 잠에서 깨어난 나른함 외에 별다른 동요는 보이지 않았다.안유경이 거울을 보며 긴 머리를 천천히 빗어 넘겼다.창밖으로 본가의 불빛들이 하나둘씩 켜지는 풍경이 꽤 근사했다.저녁 식사는 예상외로 평온했다.긴 식탁에 차도현과 안유경 두 사람뿐이었다. 정갈한 요리들이 차례로 올라왔고 분위기는 여유로웠다.안유경은 이런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말하고 싶지 않으면 침묵해도 되었고 차도현 역시 먼저 말을 거는 법이 없었다.식사 내내 차지환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방에서 죽을 먹었다는 소리에 안유경은 내심 안도했다.하지만 그 안도가 너무 성급했다.밤이 깊어지자 본가 저택이 본래의 고요함을 되찾았다.씻고 나온 안유경이 침대 머리에 기대 책을 읽다가 불을 끄려던 그때 저택 반대편에서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쿵 하는 소리가 적막한 밤공기를 타고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 원수의 딸과 바람난 남친   제29화

    온갖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악의적인 추측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고 심지어 어떤 이들은 안유경의 과거 정보를 캐내어 제멋대로 왜곡하고 해석하기 시작했다.송지연 측에서 고용한 댓글 부대와 선동된 네티즌들은 진실을 밝혀냈다는 흥분 상태에 빠져 있었다.드디어 때가 왔다.안유경이 차분한 마음으로 자신의 SNS 계정에 접속해 차도현의 비서가 보내준 경미란의 심리 검사 진단서 위조에 관한 조사 보고서를 올렸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는 이미지 비교 증거들을 조목조목 정리해 장문의 글을 작성했다.작성을 마친 후 가짜 진단서를 처음 퍼뜨린 익명 계정과 가장 열심히 퍼뜨리던 계정 몇 개를 태그한 다음 게시 버튼을 눌렀다.그러고는 노트북을 덮고 욕실로 향했다.따스한 물줄기가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렸다. 아직 환한 대낮이었지만 그래도 푹 잘 수 있을 것 같았다.안유경이 넓고 폭신한 침대에 올라가 이불을 끌어당겨 몸을 감쌌다.이불에서 햇살에 잘 말린 듯한 포근한 향기와 은은한 향 내음이 났다. 예상외로 마음이 너무나 편안했다.눈을 감기 전 낮에 보았던 차지환의 히스테릭한 모습과 차도현의 지친 뒷모습, 그리고 인터넷의 비난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안유경은 가볍게 숨을 내쉬고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멘탈이 좋아야 여자의 인생도 잘 풀리는 법이지.”비웃음이 섞인 말투였지만 한편으론 후련함도 담겨 있었다.안유경은 깊게 잠들지 못했다. 한 시간쯤 지났을 무렵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깨어났다.“작은 사모님,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문밖에서 도우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안유경이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오랜만에 느껴보는 개운함이 몸을 감쌌다.협탁 위에 두었던 무음 모드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이 켜짐과 동시에 쏟아지는 알림 메시지에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좋아요, 댓글, 공유, 다이렉트 메시지... 붉은 숫자들이 쉴 새 없이 올라가고 있었다.부재중 전화도 두 통 와 있었다. 한 통은 민해준, 다른 한 통은 류설아였다.먼저

  • 원수의 딸과 바람난 남친   제28화

    “안유경.”차도현이 안유경의 이름을 불렀다.“우리의 계약이 어떤 건지, 그리고 너한테 얼마나 불공평한 일인지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나한테 지환이가 살아남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어. 어떤 대가든, 어떤 수단이든 난 다 받아들일 수 있어.”그가 단호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그러니 지환이가 아무리 거부하고 나를 증오하고 밀어낸다 해도 살아있기만 하면 돼.”안유경이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늘 냉철하고 자제력을 잃지 않던 이 남자의 단단한 껍데기 아래에 숨겨진 균열을 처음으로 목격했다.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던 중 한 젊은 도우미가 다급하게 다가오더니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차도현의 앞에 멈춰 섰다.“큰 도련님, 작은 도련님이 방에서 또 난동을 부리고 계세요. 그러면서...”“뭐라고 하던가요?”차도현이 돌아서서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남쪽 끝에 있는 연심재의 꽈배기가 드시고 싶다고 하십니다. 갓 튀겨서 겉면이 바삭한 상태여야 한다고...”도우미의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 갔고 고개도 푹 숙였다.“당장 사람을 보내 가장 빠른 항공편으로 사 오겠다고 말씀드렸지만 배달해 오면 식어버려서 그 맛이 안 난다고 하셨어요.”차도현이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연심재에 연락해서 돈을 세 배, 아니 열 배로 줄 테니까 그 집에서 제일 잘하는 장인더러 재료와 도구까지 챙겨서 가장 빠른 비행기를 타고 와 이 집에서 직접 만들라고 하세요.”“모든 비용은 차씨 가문에서 부담할 테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환이 요구를 들어주라고 하고요.”“알겠습니다, 큰 도련님.”도우미는 대답한 뒤에도 바로 물러나지 않고 머뭇거렸다.“그리고... 방금 주 박사님이 그러시는데 작은 도련님이 요즘 정서적으로 몹시 불안정하고 신장 수치도 요동치고 있다고 합니다. 가급적 비위를 맞춰주시고 충돌은 피해달라고 하셨어요.”차도현이 이를 악물었다. 손을 휘저어 물러가라는 신호를 보내자 도우미가 큰 짐이라도 덜어낸 듯 서둘러 자리를 떴다.안유경은 옆에서 가만히 듣기만 했다.

  • 원수의 딸과 바람난 남친   제27화

    “차지환.”차도현이 경고의 뉘앙스를 담아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꺼져. 네 사람 데리고 꺼지라고!”차지환이 거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두 눈에 오랜 투병과 불안정한 정서에 시달린 흔적인 핏발이 가득 서 있었다.차도현은 더 이상 그와 실랑이하지 않고 곧장 안유경을 향해 몸을 돌렸다.“이쪽은 안유경이야. 이 사람 신장이 너한테 적합해.”그 말이 폭탄이 되어 차지환을 완전히 폭발시켰다.“적합하다고?”그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더니 옆에 있던 장식장의 꽃병을 덥석 잡고 그대로 바닥에 던졌다.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누가 신장 달래? 누가 그따위 가식적인 동정을 바란대? 꺼져. 다 필요 없으니까 당장 꺼지라고!”이성을 잃은 차지환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선물 상자까지 집어 들어 두 사람 쪽으로 던졌다.상자가 매끄러운 바닥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를 냈고 내용물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격렬한 움직임이 본래 허약했던 그의 체력을 순식간에 앗아갔다.물건을 던진 후 차지환이 몸을 숙여 한 손으로 테이블의 가장자리를 짚었다. 다른 한 손으로는 가슴팍을 꽉 움켜쥔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고 입술은 금세 보랏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작은 도련님!”곁에 있던 도우미들과 뒤에서 대기하던 간병인들이 황급히 달려들었다.차도현도 다가갔으나 차지환이 그를 거부한다는 것을 알기에 직접 부축하지는 못하고 대신 도우미들에게 지시했다.“방으로 데려가서 쉬게 해요. 의료진 말대로 조치하고.”숙련된 간병인들이 비틀거리는 차지환을 부축해 방으로 데려갔다.차지환이 여전히 발버둥 쳤지만 힘이 빠진 탓에 거친 숨소리와 욕설만 간간이 들려왔다.잠시 후 그 소리마저 복도 너머로 흩어졌다.거실 안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안유경이 제자리에 서서 바닥에 널브러진 파편들과 차도현의 뒷모습을 번갈아 봤다. 순간 마음이 복잡해졌다.외부인이라 이 상황에 뭐라 말해야 할지도 몰랐다.한참의 정적 끝에 안유경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예전부터 저렇게 예민했

  • 원수의 딸과 바람난 남친   제26화

    청기와와 하얀 담장, 날아갈 듯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처마 끝, 대문 앞을 지키는 두 개의 조각상이 모진 비바람을 견뎌온 듯 고요하면서도 위엄이 넘쳤다.도심의 소음에서 완전히 격리된 곳이라 대나무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와 맑은 새소리만 감돌았다.문턱을 넘어서자마자 단아한 옷차림의 중년 여성이 마중을 나왔다. 그녀가 차도현에게 가볍게 허리를 숙였다.“오셨습니까, 큰 도련님.”이어 그녀의 시선이 안유경에게 머물렀다. 역시 공손한 태도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작은 사모님도 오셨군요.”잠시 멍해진 안유경의 얼굴에 살짝 민망한 기색이 스쳤다.슬쩍 곁눈질로 차도현을 봤더니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여성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아주머니.”도우미 임해숙이 옆으로 비켜서며 길을 안내했다.“오전에 장 회장님과 사모님이 다녀가셨어요. 햇차를 가져오셨는데 얼마 안 있으시고 바로 가셨어요.”“네.”차도현이 별 관심이 없다는 듯 덤덤하게 답했다.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차씨 가문은 여전히 A시 명문가의 수장이었기에 매년 줄을 대려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회랑을 지나는 동안 안유경은 자신도 모르게 양옆으로 펼쳐진 조경에 시선을 빼앗겼다.조경 디자인을 공부했던 그녀의 눈에 비친 정원은 모든 배치가 지극히 정교했다.특히 아시아 기후에서는 자라기 힘든 희귀 식물들이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어떤 기술을 동원해 이곳에 뿌리를 내리게 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길에서 마주치는 도우미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한결같이 나직한 목소리에 절도 있는 걸음걸이를 유지했다.그들은 차도현을 볼 때마다 발걸음을 멈추고 허리를 숙여 정중히 인사했고 안유경에게도 역시 ‘작은 사모님’이라 칭하며 흠잡을 데 없는 예우를 갖췄다.저택 전체에 오랜 시간 겹겹이 쌓인 고요와 질서가 흐르고 있었다.공기 중에 은은한 백단향과 풀 내음이 감돌았고 화려함은 나무의 결 하나하나와 정원의 배치 속에 숨어 있었다. 굳이 과시하지 않아도 그 존재감은 어디에나 있었다

  • 원수의 딸과 바람난 남친   제25화

    다른 한편 안유경도 경미란의 심리 검사 진단서를 조사 중이었지만 아직 뚜렷한 실마리를 잡지 못했다.그러던 차에 차도현의 비서로부터 메일이 도착했다. 안유경이 멈칫했다가 마우스를 움직여 메일을 클릭했다.내용을 확인한 순간 저도 모르게 손가락이 미세하게 굳어졌다.아주 상세한 조사 보고서와 함께 여러 장의 비교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보고서는 경미란의 중증 우울증 진단서에 문제가 있음을 명확히 짚어내고 있었다. 서류에 찍힌 도장과 의사의 서명 등 여러 군데가 해당 심리 클리닉에서 사용하는 실제 양식과 달랐다.결론은 자명했다. 위조된 진단서였고 이 또한 예상했던 바였다.거짓말이 일상인 경미란과 송지연 모녀라면 증거를 위조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을 터.안유경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손가락으로 마우스를 톡톡 눌렀다.차도현의 일 처리 속도에 안유경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제 막 귀국해서 회사 일만으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텐데 사건이 터진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런 결과물을 내놓았다.누가 차도현 아니랄까 봐 일 처리가 지극히 효율적이었다.안유경이 보고서를 저장한 뒤 컴퓨터를 껐다.창밖이 어느새 어두워졌고 도심의 불빛들이 하나둘씩 피어올랐다. 안유경은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밤 9시가 다 되어갈 무렵 차도현이 퍼스트 강남으로 돌아왔다. 거실에 켜진 스탠드 조명 하나가 은은한 빛을 내뿜었다.안유경이 무릎 위에 얇은 담요를 덮고 소파에 앉아 책을 펼쳐놓고 있었지만 내용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듯 보였다.문이 열리는 소리에 안유경이 고개를 들었다.차도현이 입고 있던 정장 재킷을 벗어 소파 등받이에 걸쳐두고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그가 그녀를 보며 평소처럼 덤덤하게 물었다.“밥 먹었어?”“아직.”안유경이 책을 덮었다.“같이 먹자, 그럼.”차도현은 짧게 말하고는 다이닝 룸으로 향했다.가사 도우미가 금세 정갈한 4첩 반상과 국을 차려냈다.다이닝 룸에 식기들이 부딪치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두 사람 모두 이 갑작스러운 식사에

บทอื่นๆ
สำรวจและอ่านนวนิยายดีๆ ได้ฟรี
เข้าถึงนวนิยายดีๆ จำนวนมากได้ฟรีบนแอป GoodNovel ดาวน์โหลดหนังสือที่คุณชอบและอ่านได้ทุกที่ทุกเวลา
อ่านหนังสือฟรีบนแอป
สแกนรหัสเพื่ออ่านบนแอป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