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장난감은 자신이 갇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발버둥 칠 때 비로소 가장 완벽한 유희가 되는 법이다. 카일락의 붉은 눈동자가 잔혹한 희열로 타올랐다. 극의 막이 내릴 시간이었다.***아일라는 장부를 내던지고 1층으로 미친 듯이 뛰어 내려갔다. 도망쳐야 했다. 이 소름 끼치는 무대에서, 저주받은 유리장에서 단 한 발자국이라도 멀어져야 했다.쾅가게 문을 부서져라 열어젖히고 뛰쳐나간 아일라는, 밤거리를 마주한 순간 그 자리에 돌처럼 굳어버렸다.낮에는 그토록 활기차고 다정했던 해와 달 거리가 죽은 듯이 고요했다. 하얀 차양막 아래로 짙게 깔린 그림자 속에 사람들이 서 있었다.마리안, 바르토, 렌, 그리고 거리의 이웃 상인들.수십 명의 사람들이 가게 불이 모두 꺼진 깜깜한 밤거리 한가운데에 미동도 없이 서서, 일제히 아일라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언제나 짓고 있던 그 다정하고 살가운 미소가 거짓말처럼 지워져 있었다. 감정 하나 없는 차갑고 공허한 눈빛들. 마치 무대 뒤에서 인형술사의 다음 실조종을 기다리는 텅 빈 목각 인형들 같았다."마리안, 렌."아일라가 뒷걸음질을 치며 이름을 불렀지만,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 끔찍한 정적을 가르고, 거리를 울리는 여유로운 구둣발 소리가 들려왔다.또각, 또각.인형처럼 굳어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양옆으로 길을 터주며 고개를 숙였다. 갈라진 군중의 틈바구니 사이로, 칠흑 같은 어둠을 찢고 걸어 나오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창백하리만치 하얀 피부와 단정하게 넘긴 흑발, 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나는 붉은 눈동자. 카일락 에이든하르트였다."아일라."카일락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밤공기를 가르고 아일라의 귓가에 닿았다. 아일라는 덜덜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상점의 벽면으로 물러섰다. 등 뒤로 차가운 벽돌이 닿았다.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카일락은 겁에 질린 그녀의 얼굴을 보자, 마치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것을 발견한 사람처럼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그는 천천히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9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