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미쳐버린 북부대공의 인형 노릇은 사양하겠습니다: Capítulo 21 - Capítul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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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인형의 집 (1)

핏자국이 엉겨 붙은 무쇠 구두칼.아일라는 카운터 밑바닥에서 끄집어낸 그 차가운 금속 덩어리를 쥔 채, 숨을 헐떡이며 주저앉았다. 손끝에 묻어난 비릿한 혈향이 코끝을 찔렀다. 고향으로 은퇴했다던 늙은 장인의 목숨과도 같은 분신이, 왜 피에 젖은 채 자신의 가게 구석에 처박혀 있단 말인가.머릿속에서 파편처럼 흩어져 있던 위화감들이 하나둘씩 소름 끼치는 속도로 엉겨 붙기 시작했다. 벌벌 떨며 도망치듯 사라졌던 토비, 자신의 치수와 걸음걸이마저 완벽하게 알고 있던 카를로 장인, 속마음을 읽어내듯 발 빠르게 움직이던 서기 렌, 그리고 미세한 습관 하나까지 놓치지 않던 다정한 이웃 마리안.아일라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구두칼을 쥔 채 2층의 집무실로 향했다. 렌의 자리를 확인해야 했다. 언제나 단정하게 정돈되어 있던 수석 서기의 책상. 아일라는 떨리는 손으로 잠겨 있는 서랍 틈새에 구두칼의 끝을 밀어 넣고 체중을 실어 비틀었다.우지직나무가 쪼개지는 파열음과 함께 서랍이 뜯겨 나갔다. 텅 비어 있어야 할 서랍의 이중 바닥 아래, 어둠 속에 숨겨져 있던 두꺼운 검은색 가죽 장부가 모습을 드러냈다.장부의 겉면에는 은색으로 각인된 문양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가시나무 검. 남부의 중심인 로젤 수도에서는 결코 발견되어서는 안 될, 북부의 지배자 에이든하르트 대공가의 문양이었다.아일라는 헉 숨을 들이키며 장부를 펼쳤다. 달빛 아래로 드러난 페이지에는 믿을 수 없는 문장들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대상 아일라 관찰 보고서 및 각본.배역 마리안: 대상의 경계심을 허무는 다정하고 수다스러운 이웃 역할. 월 십만 금화 지급. 각본대로 차 취향 자연스럽게 주입 완료.배역 바르토: 상단 연합의 조력자 역할. 일호 점포 매입 및 원래 있던 상단주 추방 완료.배역 렌: 최측근 감시자 및 동선 통제자.그 아래로는 그녀가 겪었던 모든 일들이 철저한 통제와 계산 아래 이루어진 사태임이 건조하게 기록되어 있었다.토비: 대상에게 각본의 진실을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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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인형의 집 (2)

하지만 장난감은 자신이 갇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발버둥 칠 때 비로소 가장 완벽한 유희가 되는 법이다. 카일락의 붉은 눈동자가 잔혹한 희열로 타올랐다. 극의 막이 내릴 시간이었다.***아일라는 장부를 내던지고 1층으로 미친 듯이 뛰어 내려갔다. 도망쳐야 했다. 이 소름 끼치는 무대에서, 저주받은 유리장에서 단 한 발자국이라도 멀어져야 했다.쾅가게 문을 부서져라 열어젖히고 뛰쳐나간 아일라는, 밤거리를 마주한 순간 그 자리에 돌처럼 굳어버렸다.낮에는 그토록 활기차고 다정했던 해와 달 거리가 죽은 듯이 고요했다. 하얀 차양막 아래로 짙게 깔린 그림자 속에 사람들이 서 있었다.마리안, 바르토, 렌, 그리고 거리의 이웃 상인들.수십 명의 사람들이 가게 불이 모두 꺼진 깜깜한 밤거리 한가운데에 미동도 없이 서서, 일제히 아일라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언제나 짓고 있던 그 다정하고 살가운 미소가 거짓말처럼 지워져 있었다. 감정 하나 없는 차갑고 공허한 눈빛들. 마치 무대 뒤에서 인형술사의 다음 실조종을 기다리는 텅 빈 목각 인형들 같았다."마리안, 렌."아일라가 뒷걸음질을 치며 이름을 불렀지만,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 끔찍한 정적을 가르고, 거리를 울리는 여유로운 구둣발 소리가 들려왔다.또각, 또각.인형처럼 굳어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양옆으로 길을 터주며 고개를 숙였다. 갈라진 군중의 틈바구니 사이로, 칠흑 같은 어둠을 찢고 걸어 나오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창백하리만치 하얀 피부와 단정하게 넘긴 흑발, 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나는 붉은 눈동자. 카일락 에이든하르트였다."아일라."카일락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밤공기를 가르고 아일라의 귓가에 닿았다. 아일라는 덜덜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상점의 벽면으로 물러섰다. 등 뒤로 차가운 벽돌이 닿았다.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카일락은 겁에 질린 그녀의 얼굴을 보자, 마치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것을 발견한 사람처럼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그는 천천히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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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벽 (1)

아일라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어둠 속에서 그녀를 짓누르는 것은 더 이상 북부의 매서운 추위가 아니었다. 펠루아 구역의 화려한 저택, 푹신한 침구, 심지어 창문을 넘어오는 부드러운 남부의 바람결조차 모두 카일락 에이든하르트가 직조해 낸 거미줄처럼 느껴졌다.'도망쳐야 해.'동이 트기 무섭게 아일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대공이 마련해 준 최고급 실크 드레스와 보석들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대신 남부의 시장에서 평범한 천을 끊어다 직접 지었던 수수한 여행용 망토를 걸쳤다. 금고 안에 산처럼 쌓여 있던 에이든하르트 가문의 황금 전표 대신, 자신이 상회를 운영하며 직접 벌어들인 은화 몇 닢만을 작은 가죽 주머니에 챙겼다.저택의 복도는 쥐죽은 듯 고요했다. 평소라면 부지런히 아침을 준비했을 하녀들의 인기척조차 없었다. 아니, 어쩌면 어둠 속에 숨어 그녀의 행동을 빠짐없이 지켜보며 다음 각본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랐다. 아일라는 소름이 끼치는 것을 애써 무시하며 저택의 뒷문을 통해 새벽의 거리로 빠져나왔다.새벽안개가 짙게 깔린 로젤 수도의 거리는 평화로워 보였다. 하지만 아일라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어젯밤과는 완전히 달랐다. 갓 구운 빵 냄새를 풍기는 빵집, 부지런히 길을 쓰는 청소부, 수레를 끄는 상인들. 그 모든 것이 오직 자신을 속이기 위해 세워진 정교한 무대 장치처럼 기괴하게 일렁였다.아일라는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걸음을 재촉했다. 목적지는 수도의 동문 외곽에 위치한 대형 마차 정류장이었다. 북부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동대륙의 끝자락, 이름 모를 작은 항구 도시로 숨어들 생각이었다. 그곳에서라면 이 지독한 연극을 끝내고 진짜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있을 터였다.정류장은 아침 일찍부터 먼 길을 떠나려는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아일라는 최대한 몸을 웅크린 채 매표소로 다가갔다."동대륙의 끝, 모르테 항구로 가는 가장 빠른 마차표를 한 장 부탁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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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벽 (2)

그리고 그 중앙의 의자에, 카일락 에이든하르트가 다리를 꼰 채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일찍 일어났군요, 나의 아일라. 아침 산책이라도 나온 겁니까."카일락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다정하게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도, 도망치려 한 약혼녀를 향한 책망도 없었다. 그저 첫걸음마를 떼다 넘어진 어린아이를 보는 듯한 애정 어린 유열만이 가득했다. 아일라는 핏발이 선 눈으로 그를 노려보며 소리쳤다."다 치워. 당장 비켜요. 난 당신이 만든 이 끔찍한 연극판에서 단 일 분 일 초도 숨을 쉴 수가 없어."그녀의 날 선 외침에도 카일락은 그저 부드럽게 웃을 뿐이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아일라에게 다가왔다. 큰 키가 만들어내는 서늘한 그림자가 그녀의 위로 쏟아졌다."숨이 막힌다니 가슴이 아프군요. 당신이 마음껏 숨 쉴 수 있도록 이 넓은 수도의 하늘을 통째로 사서 당신의 새장에 덮어주었는데도 말입니다."그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아일라의 손에 쥐여주었다. 방금 전, 그녀가 마차 매표소에 지불했던 바로 그 은화들이었다."당신의 고귀한 손에 이런 더러운 쇳덩어리가 닿는 것은 참을 수가 없군요. 여행이 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내어 주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걷는 길, 타는 마차, 스치는 바람까지 모두 내가 준비한, 가장 완벽하고 깨끗한 것이어야만 합니다."카일락의 커다란 손이 아일라의 뺨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 도망칠 수 없는 지독한 얽매임."그러니 도망쳐 보십시오. 짐을 싸서 국경을 넘고, 바다를 건너 세상의 끝까지 달려가도 좋습니다."그의 붉은 눈동자가 잔혹할 정도의 쾌락으로 반짝였다."네가 필사적으로 도망쳐 다다른 그곳 역시, 내가 널 위해 지어둔 또 다른 요람일 테니까요."짝.날카로운 마찰음이 뒷골목의 정적을 찢었다. 아일라가 있는 힘껏 카일락의 뺨을 내리친 것이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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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극본의 맹점 (1)

아일라는 몽유병 환자처럼 해와 달 거리로 돌아왔다.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수도의 거리는 여전히 활기차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아일라의 눈에 비친 그 풍경은 소름 끼치도록 정교하게 칠해진 지옥의 밑바닥과 다름없었다. 거리를 쓸던 청소부도, 과일을 진열하던 상인도 모두 그녀가 지나갈 때면 아주 미세하게 동작을 멈추고 그녀의 동선을 눈으로 좇았다.물리적인 도주로는 이 숨 막히는 새장을 벗어날 수 없었다. 카일락 에이든하르트는 남부의 도로, 항구, 심지어 하늘을 나는 새의 날갯짓까지 통제할 수 있는 권력자였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몸으로 빠져나갈 수 없다면, 이 거대한 연극판 자체에 균열을 내어 무너뜨려야 했다.'저들은 카일락의 극본대로 움직이는 배우들에 불과해. 대본에 없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돌발 행동을 던지면 극본은 꼬일 수밖에 없어. 진짜 반응, 진짜 인간의 당황스러움을 끌어내면 통제망에 빈틈이 생길 거야.'아일라는 상회 2층의 집무실로 올라가자마자 거칠게 종을 울려 수석 서기 렌을 호출했다.단정한 차림의 렌이 흠잡을 데 없는 미소를 지으며 방으로 들어왔다."부르셨습니까, 점주님. 아침 일찍 외출을 다녀오신 모양이군요. 따뜻한 차를 내올까요.""렌. 당장 창고로 내려가서 비안 상단에서 들여온 최고급 실크 원단을 전부 꺼내세요."아일라는 카일락이 강제로 덮어씌웠던 흑여우 모피를 바닥에 내던지며 차갑게 명령했다. 렌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원단 전부를 말씀이십니까. 오늘 오후에 수도의 대귀족 부인들에게 납품할 물량이 대부분입니다만, 포장을 시작할까요.""아니요. 전부 광장 한가운데로 끌어다 놓고 불을 지르세요."적막이 집무실을 무겁게 짓눌렀다.수백, 수천 닢의 금화가 오가는 거대한 상단의 명운이 걸린 물건이었다. 제정신이 박힌 서기라면, 아니 평범한 상인이라면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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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극본의 맹점 (2)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불쾌감을 표하거나 화를 내며 이유를 따져 물어야 했다. 아일라는 마리안이 최소한 굳은 표정으로 자신을 비난해주기를, 이 역겨운 다정함의 가면을 벗어던지기를 바랐다.그러나 마리안은 부서진 유리 조각을 멍하니 내려다보더니, 곧바로 무릎을 꿇고 바닥에 엎드렸다."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아일라."마리안은 장갑도 끼지 않은 맨손으로 날카로운 유리 파편들을 미친 듯이 주워 담기 시작했다. 유리에 찔린 그녀의 하얀 손바닥에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져 과자와 바닥을 적셨지만, 그녀는 고통스러운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 묻은 손을 등 뒤로 황급히 숨기며 아일라를 향해 눈부시게 환한 미소를 지었다."과자 굽는 냄새가 오늘따라 역하셨던 모양이군요. 제 눈치가 너무 부족했습니다. 혹시 놀라게 해드린 건 아니지요. 당장 거리에 향수를 뿌리라고 할게요. 기분이 상하셨다면 부디 저를 용서해 주세요."그녀의 눈동자에는 오직 아일라의 심기를 거스른 것에 대한 기괴한 두려움과 맹목적인 복종만이 가득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으로 웃고 있는 여자의 얼굴을 보며, 아일라는 참았던 숨을 헐떡이며 뒷걸음질을 쳤다.인형. 모두가 인형이었다. 자신의 반항과 분노조차 저들에게는 '무조건 맞춰줘야 할 아가씨의 변덕'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카일락은 자신이 어떤 식으로 저항하든 그것이 절대 통제망을 벗어날 수 없도록 사람들의 이성과 자아를 완벽하게 거세해 버린 것이다."가까이 오지 마요……."아일라는 끔찍한 괴물을 본 것처럼 고개를 저으며 뒤돌아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집무실로 도망쳐 들어와 쾅 소리가 나게 문을 닫고 자물쇠를 걸어 잠갔다. 심장이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 요동쳤다.책상 앞에 주저앉은 아일라는 거친 숨을 고르며 마른세수를 했다. 사람을 흔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세계에 살아 숨 쉬는 진짜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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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장막의 틈새 (1)

아일라는 찬물로 세수를 하며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노려보았다.창백하게 질린 뺨과 붉게 충혈된 눈. 카일락이 가장 즐거워할 만한, 완벽하게 공포에 질린 사냥감의 얼굴이었다. 아일라는 수건으로 물기를 거칠게 닦아내며 이를 악물었다.저 거만한 통제광은 지금도 그림자 속에서 그녀가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달콤한 유희로 감상하고 있을 것이다. 두려움에 떨며 방구석에 숨어 있는 것은 그가 짜놓은 극본대로 움직여주는 것에 불과했다. 이 기괴한 연극판을 무너뜨리려면, 철저하게 상단주 아일라의 가면을 쓰고 저들의 허를 찔러야 했다.아일라는 심호흡을 한 뒤,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1층으로 내려갔다. 카운터에는 수석 서기 렌이 장부를 정리하고 있었다. 어제 광장에 불을 지르라는 비상식적인 명령 앞에서도 소름 끼치도록 순응하던 그 미소 그대로였다."렌. 어제는 제가 너무 피곤해서 예민하게 굴었네요. 무리한 지시를 내려서 미안해요."아일라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과하자, 렌은 황급히 허리를 굽히며 다정하게 대답했다."당치 않으십니다, 점주님. 점주님의 뜻이라면 언제든 따르는 것이 제 역할인걸요. 편안히 쉬셨다니 다행입니다.""네. 머리를 식히고 나니 오히려 사업 구상이 명확해졌어요. 렌, 비안 상단과 맺은 원단 거래 내역서와, 그들을 보증하는 황금 천칭 연합의 최근 삼 년 치 자금 운용 장부를 전부 제 집무실로 가져와 주세요."렌의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멈칫했다."연합의 장부를 말씀이십니까. 그건 방대한 양이라 시간이 조금 걸릴 텐데요.""비안 상단이 우리에게 납품하는 단가는 시장 원리에 맞지 않을 정도로 낮아요. 그들이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우리에게 물건을 댄다면, 분명 배후 자본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거나 빚에 쫓기고 있다는 뜻이죠. 이참에 비안 상단의 숨통을 쥐고 있는 연합의 자금줄을 우리가 역으로 매입해서, 그들을 아예 우리 상회 밑으로 흡수해 버릴 생각이에요. 저는 남부 최고의 상단주가 될 테니까요."아일라는 턱을 치켜들며 오만하고 탐욕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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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장막의 틈새 (2)

다음 날 아침.아일라는 상회 밖을 쓸고 있는 이웃 마리안을 불렀다."마리안. 오늘 시간 괜찮아요. 부탁할 일이 하나 있어서요."마리안은 빗자루를 내려놓고 눈부시게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어머, 우리 아일라의 부탁인데 당연히 들어줘야죠. 무슨 일인가요.""제가 항구 쪽에 상회 지점을 하나 더 내볼까 고민 중이거든요. 마침 동대륙에서 온 샤엔 사절단이 진귀한 물건을 좋아한다기에 저희 상회의 최고급 향신료 샘플을 선물로 보내고 싶은데, 제가 오늘은 장부 정리가 너무 바빠서요. 혹시 마리안이 제 대신 항구의 사절단 대표에게 이 상자를 전해주실 수 있나요. 심부름값은 섭섭지 않게 챙겨드릴게요."아일라는 평온한 얼굴로 상자를 내밀었다. 마리안의 동공이 순간 잘게 흔들렸다.대공이 설정한 마리안의 배역은 '아일라를 끔찍이 아끼고 그녀의 모든 부탁을 들어주는 다정한 이웃'이었다. 평범한 향신료 배달 심부름을 거절할 명분이 그녀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각본의 맹점을 역으로 찌른 완벽한 논리였다.마리안의 입가 경련이 멈추고, 이내 그녀는 인형처럼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상자를 받아 들었다."호호, 당연하죠. 우리 예쁜 이웃의 사업이 번창한다는데 제가 발 벗고 나서야죠. 걱정 말고 다녀올게요, 아일라."마리안이 상자를 품에 안고 항구를 향해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아일라는 가게 문을 꽉 움켜쥐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이겼어.'사절단의 손에 밀서가 들어가기만 한다면, 외교적 면책 특권을 가진 그들의 배에 오를 수 있다. 카일락이 아무리 북부의 지배자라 한들, 동대륙 국왕 직속의 사절단 배를 강제로 세우거나 무력으로 빼앗는 것은 국가 간의 전쟁을 의미했다. 아무리 미치광이라도 그것까지 통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처음으로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거대하고 완벽했던 카일락의 유리장에 마침내 균열을 내었다는 환희가 그녀의 가슴속에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같은 시각. 로젤 수도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중앙 시계탑의 가장 높은 첨탑 위.서늘한 바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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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갯짓의 대가 (1)

상회로 배달된 작고 둥근 향신료 통 안에는 아무런 내용물도 들어있지 않았다. 대신 그 바닥에, 손톱만 한 크기로 접힌 푸른색 양피지 조각이 깔려 있었다.자정이 되는 시각, 펠루아 구역의 뒷골목 십자로. 푸른 등불을 단 마차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아일라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양피지를 꽉 쥐었다. 해냈다. 샤엔 사절단이 그녀의 밀서를 읽었고, 망명 요청을 수락한 것이다. 막대한 물품을 대가로 약속하긴 했지만, 제국의 화폐와 권력을 불신하는 그들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카일락 에이든하르트가 직조한 완벽한 톱니바퀴 세상에 마침내 이질적인 이방인의 구원이 틈입한 순간이었다.그녀는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완벽하게 연기했다.오후에는 카운터에서 장부를 꼼꼼히 정리했고, 수석 서기 렌에게 내일 발주할 원단 목록을 지시했다. 이웃 마리안이 들러 차를 권했을 때도 평소처럼 다정하게 웃으며 그녀가 구워온 과자를 베어 물었다. 속으로는 심장이 갈비뼈를 부수고 튀어나올 것처럼 쿵쾅거렸지만, 겉으로는 이 기괴한 연극판의 얌전한 여주인공 배역을 충실히 수행했다.밤이 깊고, 저택의 고용인들이 모두 잠든 자정.아일라는 짐을 챙기지 않았다. 어차피 이 새장 안의 모든 것은 카일락이 만들어준 가짜였다. 오직 그녀 자신이 상단주로서 직접 벌어들인 은화 몇 닢만을 챙긴 채, 짙은 색 망토를 깊게 눌러쓰고 저택의 뒷문을 빠져나왔다.수도의 밤공기는 서늘했지만, 아일라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뒷골목 십자로에 다다르자, 짙은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흔들리는 푸른 등불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화려한 귀족의 마차가 아닌, 눈에 띄지 않는 투박한 짐마차였다. 샤엔 사절단의 철저한 위장이 틀림없었다.아일라는 기쁨에 찬 숨을 내쉬며 마차로 달려갔다. 마부석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마차의 문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틈을 보이고 있었다.'이제 끝이야. 정말로 안녕이다, 카일락 에이든하르트.'아일라는 벅차오르는 해방감을 느끼며 마차의 문을 열고 안으로 몸을 숨겼다.덜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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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갯짓의 대가 (2)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카일락은 단순히 돈으로 사람을 매수한 것이 아니었다. 한 나라의 생명줄을 틀어쥐고, 그들의 숭고한 충성심과 애국심마저 짓밟아 자신의 연극판을 위한 도구로 전락시킨 것이다.아일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는 것을 보며, 카일락은 몹시 만족스러운 듯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자, 그럼 가장 중요한 문제가 남았군요."카일락이 손가락을 튕기자, 멈춰 있던 마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마차는 인적 없는 밤거리를 부드럽게 미끄러져 펠루아 구역의 중앙 광장에 멈춰 섰다. 카일락은 아일라의 허리를 단단히 끌어안고 마차의 창문 커튼을 열어젖혔다."이 완벽한 무대에서 감히 나의 극본을 망치고, 여주인공을 도망치게 하려 했던 불순물들에 대한 청소를 시작해야겠지요.""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사절단은 당신이 협박해서 굴복했다며! 그들은 아무 잘못도 없어!""사절단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이미 자국으로 도망치듯 배를 돌렸으니 내버려 둘 생각입니다. 내가 말하는 것은, 당신이 밀서를 전하기 위해 이용했던 아주 다정하고 불쌍한 이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카일락의 서늘한 속삭임과 동시에, 창밖 광장의 가로등 불빛 아래로 한 여자의 모습이 드러났다.마리안이었다.어둠 속에서 홀로 서 있는 마리안은 평소와 다름없이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어딘가 기괴했다. 그녀는 마차 창문 너머의 아일라를 발견하고는, 입술이 찢어질 듯 환하고 과장된 미소를 지으며 꾸벅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마리안……."아일라가 창문에 매달리며 이름을 부른 순간, 마리안이 인사를 마치고 들어 올린 두 팔이 달빛에 선명하게 비쳤다.아일라는 짐승처럼 헐떡이며 비명을 집어삼켰다. 마리안의 두 손목 아래가 뭉텅 잘려 나가 있었다. 하얀 붕대가 거칠게 감겨 있었지만, 그 위로 붉고 검은 피가 쉼 없이 배어 나와 그녀의 드레스를 끔찍하게 적시고 있었다.그런데도 마리안은 고통에 찬 신음 하나 내지 않았다. 그녀는 초점이 없는 텅 빈 눈동자로, 잘려 나간 두 팔목을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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