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지나간 꿈은 돌아오지 않는다: Kapitel 11 – Kapitel 19

19 Kapitel

제11화

서지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검게 그을린 잿더미 앞에 서서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바닥에는 한 무더기의 재와 타다 남은 마른 장작 몇 개만 남아 있었다.온몸의 힘이 빠져나간 듯 서지우의 두 다리가 풀렸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말도 안 된다!"'그 연약한 여인이 어떻게 혼자 힘으로 어머님의 관을 파내 이곳까지 옮긴 뒤, 불 속에 몸을 던질 수 있단 말인가?'서지우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으로 잿더미를 헤집었다. 그러다 우연히 타 버린 무언가를 만졌고, 한쪽 끝을 붙잡아 천천히 들어 올렸다.그 물건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는 순간, 서지우의 온몸이 굳었고 눈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화려하고 정교했던 세자빈의 예복은 다 타 버리고 짙은 푸른색 옷자락 한 조각만 남아 있었다. 그 위에 줄지어 수놓인 꿩 문양은 마치 그를 비웃는 듯했다.서지우는 두 손으로 그 천 조각을 받쳐 든 채, 비틀거리며 세자부로 돌아왔다. 그의 줄곧 "말도 안 된다"라고 중얼거리며, 마음은 불에 타들어 가듯 결국 감각조차 무뎌질 만큼 아팠다.전에는 채연이 화가 난 것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어머니를 잃은 그녀에게 남은 가족은 서지우뿐이니, 결국 다시 돌아올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서야 알았다. 그녀는 돌아올 수 없었다.그녀는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윤안화는 넋이 나간 듯한 서지우의 모습을 보며 겉으로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채연이 죽었다. 이제 곧 내가 세자빈 될 것이다!'하지만 다음 순간, 서지우의 한마디가 그녀를 단숨에 깨웠다."마마의 의관을 모신 묘를 세우거라. 서지우 어머니께서 장례를 치르셨을 때와 같은 격으로 하거라."어멈은 곧바로 창고로 가 준비를 시작했다.윤안화는 골동품과 옥기가 하나둘 밖으로 옮겨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졌다."잠깐만 기다리십시오."그녀는 서지우를 바라보며 달래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우 오라버니, 채연 언니는 어릴 때부터 검소하게 살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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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채연은 경성을 떠난 뒤 줄곧 남쪽으로 향했다. 남쪽은 사계절 내내 봄처럼 따뜻하다고 들었지만,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다.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으니, 그녀에게는 이제 아무도 없었다. 그저 여기저기 다니며 세상을 보고 싶었다. 경성만 벗어나면 그녀는 자유로워졌다.날씨가 더워지자, 얼굴의 상처는 더욱 심하게 곪아 갔다.하지만 그녀는 외진 길로만 다녔기에 의원 하나 만나지 못했고, 그저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그러다 결국 숲속에서 쓰러지고 말았다.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낯선 여인숙에 누워 있었다.선비처럼 보이는 한 사내가 그녀의 얼굴에 침을 놓고 있었다.눈앞에 있는 은침이 조금만 더 가까워지면 눈동자에 닿을 듯해 보이자, 채연은 꼼짝도 못 했다.백현진은 흔들림 없이 그녀의 눈가에 은침을 꽂았다.맑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낭자, 두려워하지 마시오. 지금 치료하는 중이오."채연은 손을 들어 조심스럽게 얼굴을 만졌다. 얼굴은 거칠고, 엉망이었다. 오랜 세월 차를 따며 생긴 손끝의 굳은살조차 얼굴보다 훨씬 부드럽게 느껴질 정도였다."낭자의 얼굴은 심하게 손상되어 아마 원래대로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오. 하지만..."백현진의 눈빛에 장난기가 스쳤다."내가 얼굴을 바꿔 줄 수 있소."채연은 놀라 외쳤다."얼굴을 바꾼다는 말입니까?"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았던 목소리는 엄청 거칠었고, 채연 자신도 제 목소리에 놀랐다.백현진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질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이 비술은 내가 새로 개발한 것이며, 낭자가 처음으로 받게 되는 사람이오.'백현진은 채연이 남쪽으로 가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듣고 반색하며, 가는 길에 치료를 병행하면 된다고 했다.얼굴을 바꾸는 일은 피부가 회복되는 속도에 달려 있어 시간이 꽤 필요할 것이다.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채연은 가슴께를 만져 보니 돈은 그대로 있었고, 옷도 여전히 전에 입은 지저분한 남장이었다.그녀는 난처한 표정으로 백현진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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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그러나 그로부터 보름 동안 서지우는 제대로 먹지도, 잠도 이루지 못했다. 매일 잠이 들기만 하면 그는 채연의 꿈을 꾸었다.꿈속에서 채연은 애순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보십시오. 싹이 참새 혀처럼 작고 곡식 알갱이처럼 여문 것이 으뜸입니다."그는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손수건을 꺼내 그녀의 반짝이는 땀방울을 닦아 주었다.채연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지난날의 장면들이 매일 밤 꿈속에서 되풀이되었다.그러던 어느 날, 그는 폭우가 쏟아지던 날로 돌아갔다. 채연이 절벽 아래로 떨어졌던 그날이었다.그는 뒤엉킨 가시덤불을 헤치며 찾아다녔다. 옷은 여기저기 찢기고 해졌으며, 온몸은 비에 흠뻑 젖은 채였다.그것은 그가 처음으로 사랑하는 이를 잃는 고통을 느낀 순간이었다. 그는 끊임없이 채연을 불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분명 주변에는 함께 그녀를 찾는 하인들이 있었지만, 그는 그들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마치 드넓은 세상에 자신만 홀로 남겨진 듯했다. 희뿌연 빗속에서 그는 방향도, 사랑하는 사람도 찾을 수 없었다."당신이 사랑한 것은 결국 당신 스스로 옳다고 여긴 연민일 뿐입니다."적막 속에서 채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지우가 황급히 돌아보자, 온몸이 더럽혀진 채연이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그녀는 입술을 달싹였다. 얼굴은 창백했지만, 처절한 웃음이 흘러나왔다."서지우, 당신은 우리 어머니를 모욕했고, 화리도 허락하지 않으니, 저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바로 당신이 조금씩 저를 죽게 만든 겁니다!"그녀의 눈가에서는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서지우가 아무리 앞으로 달려가도 그녀의 옷자락 끝조차 붙잡을 수 없었다."아니다. 그런 게 아니다. 채연..."그는 목이 찢어질 듯 외쳤다."가지 마라! 채연!"서지우는 갑자기 눈을 떴다. 눈앞에는 끝없는 어둠만이 펼쳐져 있었다.그렇다. 채연은 이미 죽었다. 이곳은 그녀가 살아 있을 때 머물던 별채였다.어둠에 익숙해진 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달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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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서지우는 길을 가는 내내 채연이 좋아했을 만한 것, 혹은 좋아할 것 같은 것을 다 사들였다. 열댓 명이 넘는 하인들의 두 손은 물건으로 가득 찼고, 그들은 비틀거리며 그의 뒤를 따랐다.그때 서지우는 길가에서 온몸이 곪아 문드러진 거지가 기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주변 사람들은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리고 있었다."아이고... 정말 안됐구나. 차라리 죽는 게 이렇게 사는 것보다 낫겠다.""그래도 살아 있으면 아직 기회가 있지. 전에 성문 앞에서 어떤 사내를 본 적이 있는데, 얼굴이 온통 문드러진 게 이 사람보다 더 심했다. 게다가 이 거지는 이렇게 늙기라도 했지만, 그 사내는 아직 젊었으니... 그야말로 사는 게 죽는 것만 못했을 거다."어멈도 차마 한숨을 삼키지 못했다."마마께서도 그때는 아마 살아 있는 게 고통스러우셨을 겁니다."서지우의 심장이 철렁 가라앉았다."마마?""네. 세자 저하께서 혼례를 올리시던 날, 제가 마마를 씻기고 단장해 드리러 갔을 때 마마께서도... 아휴..."어멈은 그날의 채연을 떠올리자, 목이 메어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서지우는 곧 죽을 듯한 늙은 거지의 손에 들린 진주 하나를 보고, 익숙하다고 느꼈다.그는 몸을 낮춰 앉아 차갑게 물었다."그 진주는 어디서 난 것이냐?"늙은 거지는 겁에 질려 몸을 떨었다. 그날 골목에서 여러 거지와 다투어 빼앗은 것이었고, 아직 돈으로 바꾸지도 못했다.'그 진주는 당시 혼례 때 폐하께서 하사하신 것이었다. 그것을 함부로 거지에게 내줄 리 없었다. 그건 폐하의 뜻을 업신여기는 일이다!'수많은 장면이 서지우의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가고 그는 벌떡 일어섰다.'장신구!''채연의 예복은 재가 되어 사라졌지만, 현장에는 장신구의 흔적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금비녀가 설령 녹아내렸다 해도 흔적은 남아 있어야 했다.'서지우의 가슴속에 희미한 희망이 피어올랐다.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를 붙잡듯 다급히 명했다."전당포와 재봉소,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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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채연은 날마다 백현진을 따라다니며 이곳저곳에서 진료를 도왔다. 벌어들이는 돈은 때로 자신의 끼니를 해결하기에도 부족했다."아휴... 이제야 스승님이 어째서 저를 구해 주셨는지 알겠습니다.""어째서?""스승님 마음씨가 부처님 같으시니까요!"요 며칠 두 사람은 발에 불이 나도록 바빴지만, 백현진에게는 자신만의 원칙이 있었다.노인과 약자, 병든 이, 신체장애인들에게는 진료비를 받지 않았고, 오히려 때로는 약재값까지 보태야 했다.백현진은 웃으며 말했다.백현진은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래. 내일은 의원을 구한다는 방문을 떼어놔서 현령의 화류병을 고쳐 주고 큰돈을 벌어 오마. 그때가 되면 취향루(醉香樓)를 통째로 빌려 너를 데려가마!"채연은 탄복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백현진은 웃으며 그녀의 면사를 살짝 걷어 올리고, 채연을 바라보며 눈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그의 얼굴이 다시 달아오르자, 곧장 시선을 돌렸다.'어찌 이리 순진하고 쉽게 만족하는지... 누군가에게 홀리기 참 쉬운 성정이구나.'그녀가 지난날 겪었던 일과 앞으로 마주할 일을 떠올리면, 가슴 위에 커다란 돌덩이가 얹힌 듯 무겁고 괴로웠다.그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마음 한편은 기쁘게 들뜨면서도, 다른 한편은 불안하기만 했다.돌아가는 길에 두 사람은 한 다원을 지나게 되었다. 그 다원이 매물로 나온 것을 본 채연은 얼마 남지 않은 돈을 서둘러 정리해 객주로 향했다.백현진은 의아한 듯 물었다."그 다원은 보기에는 좋은 땅 같지 않은데?"채연은 돈을 치르고 절차를 모두 마친 뒤에야 조용히 대답했다."요주는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서늘합니다. 여기엔 홍토라서 홍차, 녹차, 보이차를 기르기에는 적합하지만, 백차에는 맞지 않습니다. 다원 주인이 백차를 심었으니 애초에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백현진은 눈을 반짝이는 채연을 바라보았다. 요 며칠 며칠 사이 마음속 설렘은 점점 커졌지만, 그의 마음은 오히려 점점 무거워졌다.마치 무언가가 곧 터져 나올 듯했다.다음 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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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채연은 다원을 가꾸고 나서 매일 백현진을 따라다니며 진료를 나갔다. 요주에는 이미 두 사람을 아는 이들이 많았지만, 채연의 얼굴을 본 이는 아무도 없었다.사람들은 모두 그를 공손히 "의원님"이라 부르고, 그녀를 "낭자"라고 불렀다.서지우는 찻집에 앉아 분주히 움직이는 채연을 줄곧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그녀 뒤의 연못을 스쳐 지나갔다. 한창 여름이라 연꽃은 만개했고, 연방은 푸르게 익어 있었다.문득 채연이 예전에 연못에 숨어 연밥을 먹는 것을 무척 좋아했던 일이 떠올랐다.그는 그곳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작은 배 한 척이 있었다.서지우가 배에 올라서자,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물속에 빠졌다.그는 수면에서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렸지만, 채연은 그를 보지 못한 것처럼 태연히 멀리 있는 배에 올라 연못 안으로 들어갔다.서지우는 초라한 모습으로 겨우 기슭에 올라왔다. 그때 면사를 쓴 채연이 배를 물가에 대고, 연못 주인장에게 동전 몇 닢을 건넨 뒤 기쁜 얼굴로 백현진에게 달려가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그녀의 품에는 연꽃과 연잎, 연밥이 가득 있었다. 맑고 청아한 그녀의 목소리는 의혹하고 흔들리던 서지우의 마음을 꿰뚫었다."드셔 보십시오. 방금 딴 연밥이라 가장 달고 향긋합니다. 이 가장 알찬 것은 스승님께 드리겠습니다."그 장면은 어딘가 익숙했다.그 순간, 그는 확신했다.'저 여인은 분명 나의 채연이었다!'"채연!"그는 달려가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주며 물었다."어찌... 나를 모르는 척하는 것이냐?"백현진은 단숨에 그를 밀어냈다."이미 사람을 잘못 보셨다고 했거늘 어찌 이리 계속 얽히려 하십니까?"평소의 차가운 모습을 잃은 서지우의 눈에는 경고의 뜻이 가득했다. 그는 백현진을 거칠게 밀어냈다."꺼지거라! 이것은 나와 내 부인 사이의 일이다. 남인 너랑 무슨 상관이냐?"채연은 이대로 계속된다면 자신과 스승에게 폐만 끼칠 뿐이고, 아무런 이득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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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그럼... 나는 어떠하냐?"백현진은 조심스럽게 면사 너머로 생각에 잠긴 여인을 바라보았다.채연은 잠시 멈칫했다가 이내 그가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나는 네 마음속에서 아무 의미 없는 과객이 되고 싶지 않다."백현진은 품속에서 나무 비녀 하나를 꺼냈다. 직접 조각한 것이고, 위에 새겨진 연꽃은 마치 살아 있는 듯 생생했다."채연, 나는 너를 좋아한다.""스승님...""그리 빨리 답하지 않아도 된다. 나도 알고 있다. 모든 일에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다만... 언젠가 그런 마음이 생긴다면, 그때는 나를 먼저 떠올려 주거라."말을 마친 그는 나무 비녀를 그녀의 손에 넣었다."생일 축하한다."채연은 나무 비녀를 손에 쥔 채 한참 동안 그대로 서 있었다.지금의 삶은 좋았다. 그녀도 이 삶을 마음에 들어 했다. 하지만 지금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하겠느냐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제 누구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그녀가 고개를 들자, 멀리서 수많은 사람이 보석과 옥기를 줄줄이 다원 안으로 들이는 모습이 보였다.채연은 황급히 달려가 문 앞을 막고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그녀는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듯한 서지우를 고집스럽게 바라보았다.그는 마치 더는 자기 몸을 지탱하지 못할 듯했다."채연, 생일 축하한다.""채연, 윤안화는 곧 죽게 될 것이다. 그년이 너에게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나도 안다. 그리고 윤안화는 마땅한 벌을 받았다. 지금의 내가 너에게 용서를 구할 자격이 없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반드시 노력해서 삼 년 전처럼 너에게 잘해 주겠다.""채연, 네 마음속에 아직 내가 있다는 걸 안다. 그렇지 않다면 너도 굳이..."채연은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서지우, 더 이상 혼자서 착각하지 마십시오. 계속 저를 몰아붙인다면 저는 이곳을 떠날 것입니다. 제가 말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는 걸 아시잖습니까?"서지우의 몸이 휘청였다. 그녀 손에 있는 나무 비녀를 본 그의 눈에는 억눌린 감정이 스쳤다. 다른 사내가 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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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처음 제가 당신에게 시집간 것은 확실히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언젠가 사라지는 법입니다. 당신이 윤안화를 데려서 돌아오고, 윤안화가 녹차떡을 먹는 일이 우리 어머니의 목숨보다 중요하다는 듯 행동했을 때, 어머니가 저에게 얼마나 소중한 분인지 알면서도 윤안화를 위해 어머니에게 저승 혼례를 억지로 치렀을 때, 제가 목이 터질 만큼 애원했지만, 돌아온 것은 뺨뿐이었을 때,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도 당신과 당신의 새 여인을 위해 피를 내어 경문을 베껴야 했을 때...""그런데도 제가 품었던 그 허무한 감정이 아직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맞습니다. 당신은 저를 두 번 구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당신에게 빚진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신다면 제 목숨을 가져가셔도 됩니다. 어차피 세자이시고, 당신의 권세 앞에서 저는 한낱 미물일 뿐입니다.""제게는 확실히 맞설 힘이 없습니다. 제가 가진 것은 언제든 스스로 끊어 버릴 수 있는 이 목숨 하나뿐입니다.""서지우, 우리 사이에는 제 어머니의 목숨이 가로놓여 있습니다. 저는 당신과 함께 돌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더는 미래도 없습니다. 게다가 저는 이미 오래전에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되었습니다."그녀의 목소리는 바람처럼 가벼웠고 슬픔도 분노도 없었다. 마치 오늘 아침 찹쌀떡을 먹었다는 말하는 것처럼 담담했다.서지우의 온몸이 떨렸다. 그는 채연이 자신에게 남긴 그 혈서를 떠올렸다."화리조차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이제는 사별로 끝내겠습니다.""이제는 사별로 끝내겠습니다!"'그렇다. 그토록 단호한 사람이 어찌 다시 돌아오겠는가?'정말 마음이 완전히 죽어 버린 것이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제 그의 자리는 없었다. 오직 그만을 위해 뛰던 그 마음을, 그가 제 손으로 부숴 버린 것이다.채연은 말을 마치고 약그릇을 내려놓은 뒤 문밖으로 나갔다. 백현진은 줄곧 문밖에 앉아 있었다.그는 눈앞의 다원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그녀는 그의 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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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얼마 지나지 않아 경성의 한 세자가 조정에 청하여 비적 토벌에 나섰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성을 함락시키고 적진을 무너뜨릴 때마다 목숨을 내던진 듯 싸웠다고 했다.그가 경성 주변에 수십 년간 뿌리내린 비적 소굴을 소탕하는 데 단 석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황제는 크게 기뻐하며 친히 그를 충용후(忠勇侯)로 봉했다.그 후 본래라면 경성 사방으로 나아가 계속 비적을 토벌해야 할 충용후는 뜻밖에도 가장 먼저 친위대를 이끌고 요주로 향했다. 요주에서 가장 뿌리 깊은 비적 소굴을 없애고, 그곳에 거점을 세워 백성들이 비적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지켰다.일 년 후, 채연은 찻집을 열었고, 백현진은 그 옆에 의원을 열었다.붉은 천을 걷어 내는 순간, 채연은 멀리서 익숙한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가는 듯한 것을 보았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서지우가 온 것이었다.'그녀는 백현진과 함께 웃으며 찾아와 준 손님들을 맞이했고, 다시는 바깥을 바라보지 않았다.백현진은 웃으며 채연의 귓가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같은 개업인데 어찌하여 네 찻집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내 의원은 파리만 날리는 것이냐?"채연은 팔꿈치로 그를 툭 찔렀다."거긴 의원입니다! 의원이 문전성시를 이루길 바라십니까? 그건 오히려 큰일이지요!"백현진은 웃으며 두 걸음 물러났다."네. 주인장께서 참으로 현명하십니다!"채연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받아쳤다."제가 당연히 현명하지요. 당신이 제 얼굴로 실험한 것까지 알고 있으니까요!"그러면서 그녀는 그에게 몇 대 쥐어박으려 했다.백현진은 그 광경을 보자 목을 움츠리고 달아났다."그래도 내가 결국 고쳐 주지 않았느냐? 게다가 내가 익숙하다고 한 적도 없잖니?"서지우는 찻집 안에서 웃고 떠들며 장난치는 두 사람을 바라보다 문득 자신과 채연이 함께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녀는 늘 세자빈이라는 명분에 짓눌려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이 아무리 아껴 주어도 그녀는 한 번도 이렇게 거리낌없이 자신을 대하지 못했다.서지우의 눈가가 시큰했다.그가 없을 때야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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