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윤의 서늘한 경고가 귓가를 맴돌 즈음, 수아의 일상은 겉보기엔 이전과 다를 바 없이 흘러갔다. 일주일에 사흘은 야간 대학 수업을 소화하고, 낮에는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마주하며 평온을 유지하려 애썼다. 하지만 그 평온의 이면은 아슬아슬한 균열로 가득했다. 무엇보다 수아를 가장 짓누르는 것은 주변의 시선이었다. 정식으로 결혼을 한 것도, 그렇다고 당당한 연인 관계도 아닌 채로 완벽한 보안 속에 통제된 도윤의 집, 그 펜트하우스에 들어가 살고 있는 자신. 집사 유진이나 기사 태수가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고 생각할지 상상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리고 민망했다. 다행히 두 사람은 수년 동안 도윤을 보좌해 온 이들답게 그 어떤 내색도 하지 않고 묵묵히 예를 갖추었지만, 그 침묵 속의 배려조차 수아에게는 묘한 가시처럼 박혔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일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돌아왔다. 황치우 사건도. 마치 오래전 일처럼 조금씩 뒤로 밀려났다. 야간 대학은 마지막 학기였다. 사고 때문에 밀린 과제가 많았다. 교수에게 따로 제출해야 하는 과제도 있었고, 놓친 수업 내용을 따라잡기 위해 친구들에게 자료를 받아 정리해야 했다. 오전에는 과제를 하고, 오후에는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야간 수업이 있는 날이면 곧장 학교로 향했다. 바빴다. 오히려 좋았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으면— 차도윤을 생각할 시간이 줄어들었으니까. 적어도 수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선생님!” 아이의 밝은 목소리가 미술실 안을 울렸다. “왜?” 수아가 몸을 숙였다. 일곱 살 지민이가 도화지를 들고 달려왔다. “이거 봐요.” 도화지에는 삐뚤빼뚤한 집 한 채가 그려져 있었다. 집 앞에는 네 사람이 손을 잡고 서 있었다. “누구야?” “엄마, 아빠, 나, 동생.” “가족이네?” “네!” 지민이가 활짝 웃었다. “선생님도 가족 그려보세요.” 수아의 손이 잠시
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