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찍한 청석 길을 따라 안뜰로 향했다. 정교하게 꾸민 둥근 월동문을 지나자 눈앞의 풍경이 환히 트였다.정원에는 정자와 누각이 조화롭게 들어서 있었다. 날렵하게 치켜든 처마와 정교한 공포, 채색한 들보와 조각한 기둥이 어우러지고, 그 사이사이로 진귀한 꽃들이 저마다 고운 자태를 뽐냈다.물가에는 팔각정 하나가 서 있었다. 주위에 늘어선 수양버들의 연둣빛 가지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수면을 가볍게 스쳐, 잔물결이 겹겹이 번져 나갔다.팔각정을 중심으로 호숫가를 따라 수십 개의 상이 놓여 있었다. 상마다 정갈한 과자와 좋은 술, 갖가지 진미가 차려져 손님들이 자리에 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심설화는 부군과 함께 물가에서 도일을 데리고 놀고 있었다. 그러다 송청아가 왔다는 말을 듣자 곧바로 일어나 맞으러 나왔다.심설화가 반갑게 송청아의 손을 잡았다.“청아야, 왔구나!”그러고는 곁의 남자를 소개했다.“이쪽은 내 부군 장유건이야.”창국공은 막내딸 심설화를 유난히 아낀 나머지, 다른 집으로 시집보내기가 아쉬워 데릴사위를 들였다고 했다. 눈앞의 단아하고 온화한 남자가 바로 그 사람인 모양이었다. 수려한 용모에 몸가짐까지 훌륭했다.장유건은 송청아에게 거듭 감사의 예를 올렸다. 송청아가 답례하자 심설화는 얼른 뒤를 돌아 도일을 불렀다.“도일아, 어서 이모께 인사드려야지.”어린 도일은 제법 의젓했다. 그날 자신을 구해 준 사람이 송청아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공손히 예를 올리며 또렷하게 말했다.“이모님, 저 도일이 인사 올립니다. 늘 평안하세요.”송청아는 다정하게 웃으며 아이를 일으켰다. 이어 봉 어멈에게 눈짓해 준비해 온 예물을 건네게 했다.하나는 송청아가 직접 조합한 가남향 한 갑이었다. 마음을 편안하게 가라앉히고 숙면을 돕는 향이었다.또 하나는 창출과 웅황, 쑥잎을 법제한 뒤 곱게 갈아 빚은 벽온 팔찌였다. 사기를 물리치고 습기를 몰아내는 데 쓰는 물건이었다.마지막은 빙편과 단향을 더한 송연 향묵 한 자루였다. 정신을 맑게 해 주고, 글씨를 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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