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으로 들어간 정채윤은 엄준후와 가장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은 뒤 직접 자신의 잔에 물을 따랐다. 밖에서 꽤 오랫동안 햇볕을 쬔 탓에 목이 너무 말라 당장 갈증을 해결하고 싶었다.엄준후가 정채윤을 힐끗 바라봤다.엄준후의 시선을 눈치챈 정채윤은 물을 마시다가 멈칫하면서 어색하게 엄준후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팔을 보았다. 팔에 어느새 붉은 발진이 올라와 있었다.엄준후에게 결벽증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정채윤은 입술을 깨물며 설명했다.“햇볕 때문에 그런 거지, 알레르기는 아니야. 전염될 일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엄준후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자 탄탄한 역삼각형 체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엄준후는 정채윤을 바라보며 덤덤히 말했다.“물어본 적 없는데.”순간 말문이 막힌 정채윤은 고개를 숙이며 말을 아꼈다. 그런데 갑자기 룸 안에서 에어컨이 켜지는 소리가 들렸다.정채윤은 흠칫하며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엄준후를 바라봤다.엄준후가 휴지로 이마를 닦고 있었다.정채윤은 엄준후가 아마도 더워서 에어컨을 켰을 거라고 생각했다.‘하긴, 나를 위해 에어컨을 켰을 리가 없지.’정채윤은 덤덤하게 고개를 돌렸다.두 사람은 그렇게 침묵을 이어 갔다. 그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잠시 후 엄석현이 화장실에서 돌아왔다. 두 사람이 어색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본 엄석현은 한숨을 내쉬었다.“너희 둘 예전에는 자주 붙어 다녔잖아. 오랜만에 만나는 걸 텐데 왜 한 마디도 안 하는 거야?”말을 하면서 엄석현은 손자를 못마땅한 듯 흘겨봤다.엄준후는 입꼬리만 살짝 당길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정채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엄석현을 부축해 앉힌 뒤, 옆에 놓여 있던 주문용 태블릿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화제를 돌렸다.“할아버지, 오래 기다리셨을 텐데 많이 배고프시죠? 우리 얼른 주문부터 해요.”엄석현은 손자를 나무라는 걸 그만뒀다. 정채윤이 배가 고플 거라는 생각이 들어 우선 음식부터 주문했다.잠시 후,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와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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