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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 후 꽃길: Chapter 51 - Chapter 60

100 Chapters

제51화

이세원은 경례를 한 뒤 엄준후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방금 누구랑 연락하고 있었어? 엄청 집중해서 보고 있던데. 평소에는 그런 모습 잘 안 보이잖아. 설마 여자 친구라도 생긴 거야?”엄준후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아닙니다.”이세원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웃었다.“그러고 보니 말이야. 너도 이제 나이가 찰 만큼 찼잖아. 대체 언제쯤 연애할 생각이야? 네 할아버지가 자꾸 나한테 물어보시더라.”엄준후는 딱딱한 표정으로 덤덤히 말했다.“그냥 적당히 둘러대 주세요.”“이 녀석이!”이세원은 한마디한 뒤 이제는 결혼 생각도 좀 하라고 당부하고는 본론을 꺼냈다.“너한테 맡길 임무가 하나 있어. 며칠 후에 몇 명 데리고 동제시로 돌아가서 처리해.”엄준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네, 알겠습니다.”...한편 정채윤은 엄준후가 곧 동제시로 돌아올 거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정채윤은 곧장 프로젝트팀의 임시 사무실로 향했다.정채윤은 안하린이 몸이 좋지 않아 오늘은 출근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옛 산업단지를 직접 둘러보는 일은 뒤로 미뤄질 터였다.그런데 뜻밖에도 안하린은 출근을 했고, 프로젝트팀의 다른 동료들과 업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얼핏 보기에는 꽤 멀쩡해 보였고 별다른 이상도 없어 보였다.아마 권예준이 병원에 데려가 주사를 맞힌 덕분이거나, 이미 약을 먹었기 때문일 것이다.정채윤은 시선을 거두고 자기 자리로 가 앉았다. 윤세형이 기존의 산업단지로 가자고 연락을 해 오기를 기다렸다.잠시 후 윤세형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한 손으로는 전화를 받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정채윤과 안하린에게 나오라는 손짓을 했다.정채윤은 그 모습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갔다.안하린은 동료들에게 인사를 건넨 뒤 다가가 윤세형에게 인사했다.“윤 팀장님.”정채윤은 완전히 무시해 버렸다.정채윤 역시 개의치 않았다.윤세형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전화기 너머의 상대에게 알겠다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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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시안을 그리던 정채윤은 잠시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안하린도 권예준이 간식을 보낼 줄은 몰라서 감동을 받았다.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감사 인사를 하자 안하린은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들 가져가서 드세요. 사양하지 않으셔도 돼요.”말을 마친 뒤에는 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는 정채윤을 바라보더니 입가의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그때 누군가 다르게 포장된 상자 하나를 들고 다가가서 안하린에게 건넸다.“디자이너님, 여기 글이 적혀 있던데 권 대표님께서 디자이너님을 위해 특별히 준비하신 것 같아요.”그 말에 사람들은 부러운 눈빛으로 안하린을 바라봤다.“어머, 권 대표님은 안하린 디자이너님을 정말 아끼시나 봐요!”“그러게요.”“디자이너님, 상자 안에 뭐가 들어있어요? 저희도 볼 수 있게 한 번 열어봐 주시면 안 돼요?”상자를 받아 든 안하린은 달콤한 미소를 짓더니 상자를 열어 안을 살펴봤다. 안에는 약과와 모과차가 들어있었다. 순간 안하린의 눈이 반짝였다.“어머, 권 대표님 정말 엄청 세심하시네요. 디자이너님이 감기에 걸린 걸 아시고 일부러 맛있는 간식과 함께 몸에 좋은 모과차를 보내셨네요.”“너무 다정하시네요. 권 대표님도 겉보기처럼 그렇게 차가운 분은 아닌가 봐요. 사람을 정말 챙기시네요.”“뭘 모르시네요. 안하린 디자이너님이라 잘해주시는 거겠죠.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런 대접을 못 받았을 거예요.”“...”안하린은 줄곧 웃는 얼굴로 사람들의 말을 듣다가 상자를 닫고 말했다.“됐어요. 다들 그만 놀리세요. 간식을 먹으면서 계속 일하자고요.”말을 마친 뒤에는 무언가 생각난 듯 정채윤을 바라보면서 웃으며 말했다.“정채윤 씨는 아직 못 받으신 것 같던데 하나 가져다드리는 게 좋겠어요.”넋을 놓고 있던 정채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면서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안하린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 정채윤은 자기도 모르게 펜을 꽉 움켜쥐었다.미간을 찌푸린 정채윤은 거절하려고 했다.그런데 옆자리 직원 문도연이 정채윤의 책상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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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권예준이 일부러 먼 길을 달려 여기까지 와서 식사를 할 리는 없었다. 분명 안하린과 함께 식사하기 위해 이곳까지 온 게 틀림없었다.정채윤은 힐끗 바라본 뒤 곧바로 시선을 거두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직원의 안내를 받아 룸으로 향했다.룸 안에서는 최형섭이 태블릿으로 메뉴를 고르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정채윤이 온 것을 알아챈 최형섭이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와서 앉아. 뭐 먹고 싶어?”“상관없어. 선배가 먹고 싶은 거로 시켜.”정채윤은 최형섭의 맞은편에 앉으면서 가방을 의자에 내려놓았다.“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최형섭이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예전에 네가 좋아하던 걸로 주문할게.”“좋아.”VIP 룸이라서 그런지 주문을 마치고 나니 음식이 금세 나왔다.정채윤은 주문한 것들 중에 모과차가 있는 걸 보고 멈칫했다.최형섭은 정채윤에게 모과차를 따라주면서 말했다.“너는 지금 프로젝트 총괄 디자이너잖아. 매일 많은 사람을 상대해야 할 텐데, 목에 좋은 모과차 좀 마셔.”정채윤은 웃음을 터뜨렸다. 최형섭이 이렇게까지 세심하게 자신을 챙겨줄 줄은 몰랐기에 마음이 따뜻해졌다.“고마워.”“뭘.”최형섭이 말했다.“참, 너한테 하려던 얘기는 그거야. 다음 달에 정부에서 건축업계 교류회를 개최하는데 갈래? 청수 건축사무소에 티켓이 몇 장 들어왔거든. 네가 가겠다고 한다면 한 장 빼놓을게.”“갈래!”정채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이런 업계 교류회는 1년에 한 번 열리는 데다 쉽게 참석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니었다. 사실상 모든 건축가가 한 번쯤 참석하고 싶어 하는 자리나 다름없었다.몇 년 전, 정채윤은 가정을 위해 바보처럼 그 기회를 거절했었는데 이제 와서 또 포기할 수는 없었다.“갈 거야.”정채윤은 다시 한번 말했다.최형섭은 미소를 지었다.“그래. 사실 네가 갈 거라고 생각했었어. 그때쯤 되면 일도 거의 마무리될 테니까, 그때 청수로 돌아와서 청수 대표로 참석하면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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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안하린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군요. 그럼 다음에 제가 대접하도록 할게요.”최형섭은 안하린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주고받고 싶지 않아 직설적으로 말했다.“안하린 씨, 태우 그룹과 청수 건축사무소의 협력 건은 지난번에 제가 이미 분명하게 말씀드렸습니다만...”그 말을 듣는 순간 안하린은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하지만 전체적인 이익을 생각해 꾹 참았다.만약 양측이 협력할 수만 있다면 태우 그룹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안하린 역시 그 기회를 통해 최형섭과 하종규 교수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기에 그야말로 일거양득이었다.안하린은 웃으며 말했다.“최 대표님께서 하신 말씀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협상이 결렬된 건 결국 조건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에는 반드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 제 진정성을 보여드리겠습니다.”이때 권예준이 입을 열었다.“최 대표님, 청수에서 최근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괜찮다면 안성 그룹에서 투자하겠습니다.”안하린은 권예준을 바라보며 따뜻하게 미소 지었다.그것은 명백한 미끼였다.최형섭이 그 속뜻을 알아차리지 못할 리 없었다.최형섭은 기가 막혀 헛웃음이 나올 뻔했다. 그리고 진심으로 정채윤이 안쓰러웠다.정채윤은 권예준을 위해 학업도, 커리어도, 창창한 미래도 모두 포기하고 전업주부로 지내며 아이를 돌보고, 권예준을 챙겼다.그런데 권예준은 무엇을 했는가?최형섭은 문득 그들이 청수 건축사무소의 비장의 카드가 정채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졌다.최형섭은 고개를 숙인 채 차갑게 웃었다. 그리고 여전히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죄송하군요.”안하린은 표정이 굳은 채 잠시 침묵하다가, 민망한 듯 웃으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권예준이 안하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분위기를 풀었다.“괜찮습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협력할 날이 올 거라고 믿습니다.”최형섭은 눈을 흘기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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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정채윤은 그곳에서 권예준과 안하린을 마주칠 줄은 몰랐다.안하린은 권예준의 팔에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살짝 치켜들고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나 차 산 지 얼마 안 됐어. 또 새 차를 살 필요는 없어.”권예준은 고개를 숙여 안하린을 바라보며 말했다.“괜찮아. 번갈아 타면 되지. 이 차는 예전에 주문해 둔 건데 오늘 막 도착했어.”안하린은 기쁘게 웃었다.“그럼 이 차는 미리 주는 생일 선물인 거야?”“아니. 생일 선물은 나중에 따로 줄 거야. 이 차는 네가 프로젝트를 맡게 된 걸 축하하기 위해 주는 선물이야.”안하린은 환하게 웃으며 권예준의 팔을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사정을 모르는 주변 사람들은 두 사람을 사이좋은 신혼부부라고 생각하며 부러운 눈길을 보냈다.정채윤은 그들을 한 번 바라본 뒤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결혼 생활 5년 동안 첫해를 제외하면 권예준은 정채윤에게 선물 하나 해준 적이 없었고, 나중에는 생일조차 기억하지 못했다.심지어 매달 생활비조차 임효민에게서 받아야 했다.권예준은 안하린과 몇 년 동안 바람을 피우면서 가방도 사주고 차도 사주었으며, 생일은 물론이고 안하린과 관련된 중요한 날까지 하나하나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정채윤은 비웃듯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하지만 이곳을 떠날 생각은 없었다.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권예준과 안하린이지, 자신이 아니었다.“정채윤 씨 맞으신가요?”정채윤은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직원이었다.정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안하린은 그 말을 듣고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뒤를 돌아 정채윤을 바라봤다. 정채윤이 자신들을 따라온 것으로 생각한 건지 눈빛에 경멸이 스쳤다.권예준은 덤덤한 표정으로 정채윤을 완전히 무시한 채 말했다.“가자.”안하린이 웃으며 대답했다.“응.”정채윤은 당연하게도 두 사람의 경멸 어린 시선을 느끼고 싸늘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때 직원이 다가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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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권예준도 그쪽을 한 번 바라보았다. 그 역시 그들의 대화를 들었지만 잠깐 멈칫했을 뿐 별로 신경 쓰지는 않는 듯했다.권예준은 고개를 숙여 안하린을 바라봤다.“왜 그래?”안하린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권예준을 바라봤다.“아... 아무것도 아니야.”안하린은 자신이 괜한 생각을 했다고 여겼다.정채윤은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이를 낳고 전업주부로 지냈다. 그런 정채윤이 어떻게 최형섭 같은 사람을 알겠는가?최 대표라는 사람도 정채윤이 권예준의 관심을 얻기 위해 이용한 사람일 것이다.생각할수록 그럴듯하게 느껴져 안하린은 조롱 어린 미소를 지었다.“권 대표님, 안하린 씨. 차를 보러 가시죠.”권예준은 고개를 숙여 안하린을 바라봤다.“가자.”안하린은 밝게 웃었고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던 찜찜함도 완전히 사라졌다.“응.”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정채윤은 시승한 뒤 굉장히 만족스러워서 곧바로 절차를 밟았다.그러면서 나중에 최형섭에게 어떤 답례를 해야 할지 생각했다.절차를 모두 마치자 직원이 차 키를 건넸다.“정채윤 씨, 여기 차 키입니다. 여기서 잠시 쉬고 계시면 잠시 후 바로 운전해서 돌아가실 수 있으세요.”“감사합니다.”정채윤은 예의 바르게 웃으며 차 키를 받아 들었다. 그곳에 더 머물 생각은 없었기에 곧바로 떠날 예정이었다.“어머, 저 차 최신 모델이잖아. 전에 해외 사이트에서 사진으로 본 적 있는데, 국내에서는 처음 보는 것 같아!”누군가 갑자기 감탄했다.“저 차 진짜 구하기 어렵다던데. 저 남자가 사버렸네!”“여자 친구한테 주려고 산 건가 봐.”“...”정채윤은 걸음을 멈추고 무의식적으로 그쪽을 바라봤다. 권예준이 허리를 숙이고 안하린이 차에 탈 수 있도록 직접 문을 열어주고 있었다. 신사다우면서도 세심한 모습이었다.정채윤은 입술을 꾹 깨물며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차에 올라타 안전벨트를 매고 시동을 걸었다.그곳을 떠날 때, 정채윤은 백미러를 통해 차에서 내린 안하린이 기쁜 듯 권예준의 팔을 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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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정채윤의 부모님은 그 말을 듣고 더 이상 그 주제에 관해 얘기하지 않았다. 대신 조심스럽게 잠시 후 권나율에게 시간이 있다면 영상통화를 해봐도 되냐고 물을 뿐이었다.정채윤은 숨이 턱 막혔다.권나율은 안하린과 함께 있을 테니 영상통화가 걸려 온다고 해도 받지 않을 것이다. 정채윤은 부모님이 거절당해 상처받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기에 에둘러 말했다.“나율이가 오늘 숙제가 많다고 했어요. 다음에, 주말에 전화해 봐요.”서은영은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그래.”정채윤은 죄책감이 들어 시선을 피했다.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봉투에서 귤 하나를 꺼내 껍질을 벗겼다. 새콤달콤한 향이 퍼지는 순간, 눈가가 시큰해졌다....정채윤이 짐작한 대로 권나율은 권예준과 안하린을 따라 놀러 나갔다.그들은 새 차를 타고 신주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저녁에는 양식을 먹었다.권나율은 무척이나 즐거워했다.밤에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어느덧 밤 10시가 다 되어 있었다.권나율은 새로 산 장난감을 품에 안고 차에서 뛰어내려 별장 안으로 달려가며 소리쳤다.“엄마, 엄마...”장미정이 주방에서 나오며 말했다.“아가씨, 사모님께서는 아직 안 오셨어요.”“네?”권나율의 희고 작은 얼굴 위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미간을 찌푸린 권나율은 장난감을 끌어안고 물었다.“엄마 며칠째 집에 안 들어왔잖아요. 언제 오는 거예요?”권나율은 엄마한테 사탕을 만들어 달라고 하고 싶었다.호떡은 안하린이 먹고 싶지 않다고 했으니 만들지 않아도 됐다.장미정이 말했다.“사모님께서 언제 돌아오신다고 말씀하지는 않으셨어요. 아가씨가 사모님께 물어보시면 될 것 같아요.”권나율은 서운한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그때 권예준이 안으로 들어와서 넥타이를 조금 느슨하게 풀고 고개를 숙여 시무룩한 표정의 권나율을 보고 장미정에게 물었다.“채윤이 아직 안 왔어요?”장미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는 성인인 권예준이었기에 장미정은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대표님, 혹시 사모님께서 화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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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조깅을 마치고 돌아온 권예준은 그 소리를 듣고 말했다.“엄마 안 왔어.”“아...”권나율은 진심으로 서운했다.어젯밤 잠들 때만 해도 오늘 아침에는 정채윤이 해준 아침밥을 먹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어젯밤에 분명 엄마한테 문자를 보냈는데...”권예준이 물었다.“그럼 엄마한테 전화해 볼래?”권나율은 입술을 살짝 깨물다가 인형을 내려놓고 권예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권예준의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정채윤에게 전화를 걸었다.한편 정채윤은 직접 운전해서 회사로 향하고 있었다. 휴대폰이 울려서 확인해 보니 권예준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정채윤은 권예준이 중요한 일로 연락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평소 별일이 없으면 권예준이 전화를 거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정채윤은 전화를 받은 뒤 덤덤히 말했다.“여보세요.”그러자 다음 순간, 휴대폰 너머로 권나율이 속상한 듯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엄마, 언제 돌아와요? 엄마가 해준 밥을 먹고 싶어요. 엄마가 유치원에도 데려다줬으면 좋겠어요. 저 어젯밤에 엄마한테 메시지를 보냈는데, 못 봤어요?”정채윤은 멈칫했다.문자는 봤다.하지만 그때는 기분이 정말 좋지 않아서 답장을 하고 싶지도, 집에 돌아가고 싶지도 않았다.“미안해, 나율아. 엄마가 요즘 좀 많이 바빠서 집에 돌아갈 시간이 없어.”권나율은 그래도 조금은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듣자 코끝이 시큰해지면서 아침 내내 꾹 눌러왔던 서운함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으아앙, 엄마! 엄마 집에 안 온 지 너무 오래됐잖아요. 엄마, 돌아와요!”정채윤은 권나율이 우는 걸 들으며 난감한 듯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차를 길가에 세운 뒤 미간을 꾹 누르며 말했다.“나율아, 엄마가 요즘 정말 바빠.”정채윤은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이미 충분히 실망했고 또 정말 바쁜 것도 사실이었다.하지만 권나율은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고집스럽게 계속 울었다.“엄마, 돌아와요. 집에 안 온 지 너무 오래됐잖아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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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알겠어.”권예준의 대답에 권나율은 환하게 웃었다....한편, 정채윤은 전화를 끊은 뒤 곧장 회사로 향했다. 아침 회의를 마친 뒤에는 윤세형과 함께 기존의 산업단지로 가서 남은 구역을 둘러봤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쁜 일정이었다.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오늘 안하린이 현장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그러나 곧 이유를 알 수 있었다.기존의 산업단지에 도착하자 윤세형이 카메라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정채윤 씨는 프로페셔널한 건축가시죠. 건축물을 보는 눈도 남다를 테니까 잠시 뒤 둘러볼 때 사진으로 기록해 주세요.”정채윤은 의아했다.“왜요?”윤세형이 말했다.“권 대표님이 안하린 씨가 감기에 걸린 데다 비염도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았는데 오늘 산업단지 쪽에 모래바람이 심하다고 안 온다고 했어요. 오후에 바로 문진으로 가서 자재 업체 관계자를 만날 거래요.”정채윤은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올 뻔했다.안하린의 몸이 그렇게 귀하단 말인가?다른 사람들은 몸이 쇠로 만들어지기라도 했단 말인가? 심지어 안하린을 위해 사진까지 대신 찍어줘야 한다니.권예준은 정채윤이 안하린과 함께 일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저 정채윤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뿐이었다.윤세형은 정채윤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며 설득했다.“정채윤 씨, 아시잖아요. 안하린 씨와 권 대표님 사이가 보통 관계가 아니라는 거 말이에요. 권 대표님은 안하린 씨를 매우 아끼세요. 그래서 아무도 안하린 씨에게 뭐라고 하지 못해요. 그러니까 정채윤 씨도 그냥 참고 기록 좀 해주세요. 괜히 그 사람들한테 밉보였다가는 앞으로 일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어요.”정채윤은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결국 카메라를 건네받았다.사진만 찍으면 되는 거 아닌가?잘 찍든 못 찍든 정채윤이 알 바가 아니었다.윤세형은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고생 좀 해주세요.”정채윤은 대꾸하지 않았다.그렇게 오전 내내 바쁘게 움직인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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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정채윤은 안하린과 권예준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지 못했다. 차를 타고 회사로 돌아온 후에는 간단히 빵으로 끼니를 해결한 뒤 곧바로 스케치를 했다.모든 걸 끝내고 시간을 확인하니 어느새 오후 한 시가 다 되어 있었다. 세 시에는 문진에 가서 업체 관계자를 만나야 했다.조금 지친 정채윤은 잠시 쉬고 싶었다.하지만 아침에 권나율에게 전화를 걸겠다고 약속한 것이 떠올라 정신을 가다듬고 권나율에게 전화를 걸었다.한편 권나율은 안하린과 영상통화를 하고 있었다.자신을 데려가지 않고 단둘이 맛있는 것을 먹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본 권나율은 서운한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너무해요. 맛있는 거 먹으면서 저만 안 데려가고...”안하린이 권나율을 달랬다.“이곳은 유치원에서 좀 멀어. 여기까지 왔다가 다시 돌아가면 지각할 수도 있어. 대신 주말에 이모가 맛있는 거 사줄게.”권예준도 말했다.“그래. 주말에 어디 가고 싶어? 아빠가 데려가 줄게.”그 말을 듣자 권나율은 기분이 조금 풀렸다. 하지만 다음 순간, 주말에는 엄마가 돌아온다는 사실이 떠오르자 다시 기분이 안 좋아졌다.권예준은 권나율이 시무룩해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주말에 이틀이나 쉬잖아.”권나율의 눈이 반짝였다.맞는 말이었다.주말은 이틀이었다.토요일에는 정채윤과 함께 있고, 일요일에는 안하린과 함께 놀면 됐다.그래도 조금 아쉽기는 했다.“좋아요. 그럼 저 리조트에 놀러 가고 싶어요.”“그래, 알겠어. 주말에 리조트에 가자. 이제 가서 낮잠 자고 쉬어.”“네.”전화를 끊은 권나율은 기분 좋게 휴게실로 돌아갔다. 그런데 이때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가 또 울렸다.고개를 숙여 확인하니 정채윤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권나율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비록 엄마에게 점심에 전화해 달라고 한 건 자신이었지만 지금은 기분이 좋지 않아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다.결국 권나율은 전화를 끊고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엄마, 저 밥 먹었어요. 이제 낮잠을 자려고요.”정채윤은 권나율의 목소리가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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