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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 후 꽃길: Chapter 41 - Chapter 50

100 Chapters

제41화

그때 권나율이 갑자기 달려와 박여정의 다리를 와락 끌어안고 애교를 부렸다.“증조할머니, 저 배고파요. 우리 언제 밥 먹어요?”박여정은 잠시 멈칫했고 결국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박여정은 안쓰러운 마음에 권나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달랬다.“내가 신경을 못 썼네. 미안해. 지금 바로 밥 먹으러 가자.”그러고는 안하린을 한 번 노려보며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게 하라고 단단히 일렀다. 그러고 나서 정채윤을 불러 권나율과 함께 다이닝룸으로 향했다.권나율은 자신의 계획이 성공하자 안하린을 향해 살짝 웃었다. 그러다 정채윤도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양심에 찔린 듯 목을 움츠린 채 박여정을 따라갔다.정채윤은 권나율의 속셈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솔직히 예전에는 권나율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었다.평소에 권나율이 안하린을 편애하는 것까지는 그렇다고 쳐도, 이런 상황에서도 안하린을 선택할 줄은 몰랐다.갑자기 가슴에 비수가 꽂힌 것처럼 괴로워져 정채윤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괜찮아?”그때 권예준이 입을 열었다.하지만 정채윤에게 하는 말은 아니었다. 애초에 권예준이 정채윤을 걱정할 리가 없었다.안하린은 고개를 들어 권예준을 향해 웃어 보였다.“괜찮아. 나율이가 와서 다행이야.”“그러게.”두 사람은 그렇게 자리를 떴고, 그 과정에서 정채윤에게는 시선 한 번 주지 않았다.정채윤은 마치 배경이 된 것처럼 옆에 서 있다가 두 사람을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고는 그대로 떠났다.이젠 상관없었다.오히려 곧 진흙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여겨야 했다.진명화는 정채윤이 다이닝룸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서둘러 안하린과 권예준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예준아, 하린아.”권예준은 진명화에게 꽤 예의를 갖췄다.“안녕하세요.”권예준은 진명화와 안하린이 할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말했다.“저는 먼저 다이닝룸으로 가볼 테니 하린이랑 얘기 나누세요.”“그래.”“응.”안하린이 권예준을 향해 손을 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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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안하린은 잠시 멈칫했다. 고개를 든 안하린은 권예준이 자신을 위해 회전판을 돌려준 것을 확인하자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그 탓에 정채윤은 집으려던 음식도 집지 못했다. 고개를 들자 안하린과 권예준이 서로 시선을 주고받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정채윤은 입술을 말아 물며 시선을 돌렸다.권나율은 안하린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고는 안하린의 앞에 반찬을 덜어 주며 웃으며 말했다.“하린... 고모, 많이 드세요!”안하린이 웃으며 말했다.“고마워, 나율아.”그 모습을 본 정채윤은 젓가락을 꽉 움켜쥐었다.박여정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나율아, 엄마한테는 음식을 안 집어 주면서 다른 사람한테는 집어 주는 거니?”권나율은 잠시 멈칫했다.조금 전에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뒤늦게 정채윤이 바로 옆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양심에 찔려 정채윤의 앞에도 반찬을 한 젓가락 집어 주며 말했다.“아니에요. 엄마도 집어 줬어요.”박여정은 그제야 조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여전히 인상을 구긴 채 안하린을 한 번 흘겨본 뒤 권예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채윤이한테도 음식 좀 집어 줘.”권예준은 이번에 박여정의 말에 따라 정채윤의 앞에 음식을 집어 주었다.정채윤이 좋아하는 갈비찜이었다.그 모습을 보자 안하린의 미소가 살짝 옅어졌다.정채윤은 권예준과 권나율의 행동에 전혀 감동하지 않았고, 그들이 덜어 준 음식은 한 입도 먹지 않았다.정채윤은 박여정에게 말했다.“괜찮아요. 제가 알아서 먹으면 돼요.”박여정은 정채윤이 그들을 감싸 주는 줄 알고 한숨을 내쉬었다.“그렇게 감싸줄 필요 없어.”정채윤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곁눈질로 권예준을 바라보며 생각했다.‘이혼 얘기는 대체 언제 꺼낼 생각인 거지? 식사가 끝난 뒤? 아니면 따로 할머니와 어머님을 찾아가 말씀드릴 생각인 건가?’권예준은 정채윤이 계속 음식을 집어 주길 원한다고 생각한 건지 정채윤을 바라보며 티 나지 않게 미간을 살짝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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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정채윤은 잠시 멈칫했다.“엄마!”권나율이 어디선가 달려와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저 샤워하고 자고 싶어요!”조금 전 안하린은 권나율이 종이접기로 만든 백합꽃을 선물 받고 무척 기뻐하면서 오늘 밤에는 권나율과 함께 자겠다고 했다. 권나율은 그 말에 한껏 들떠 있었다.뒤를 돌아 권나율을 본 정채윤은 조금 전 있었던 일이 떠올라 권나율을 직접 씻겨주고 싶지 않았다.정채윤이 권나율의 엄마인 건 맞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리 상처받아도 괜찮을 만큼 단단한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상처받는 일을 더는 견디기 힘들었다.“아주머니한테 씻겨달라고 해.”권나율은 정채윤이 거절할 줄은 생각지도 못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권나율은 다가가서 정채윤의 다리를 끌어안고 애교를 부렸다.“싫어요. 저는 엄마가 씻겨줬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이 씻겨주는 건 익숙하지 않단 말이에요...”“엄마...”정채윤은 난감했다. 혹시라도 권나율이 소란을 부려 박여정까지 깨울까 봐 어쩔 수 없이 권나율을 씻겨줬다.정채윤은 권나율을 씻겨주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했다.정채윤은 덤덤히 말했다.“가자.”“좋아요!”두 사람은 욕실로 향했다.권나율은 작은 욕조에 몸을 담근 채 정채윤을 재촉했다.“엄마, 저 장미향 나는 바디워시를 쓸래요. 빨리 씻겨줘요!”권나율은 오늘 안하린이 향수를 바꾼 것을 눈치챘다. 장미향이었는데 향이 무척 좋아서 안하린과 같은 향기가 나게 하고 싶었다.권나율의 몸을 닦아 주던 정채윤은 그 순간 멈칫했다. 권나율이 왜 이렇게 서둘러 씻으려고 하는지 그제야 알 수 있었다.얼른 씻고 안하린과 함께 자고 싶어서 서둘러 씻으려는 것이었다.정채윤은 표정이 차가워지면서 씻겨주던 걸 멈췄다.“엄마, 왜 그래요?”권나율이 의아한 표정으로 정채윤을 바라봤다.정채윤은 자신과 조금은 닮은 구석이 있는 아이의 작은 얼굴을 바라봤다.‘뭐 어쩌겠어.’결국 정채윤은 권나율을 끝까지 씻겨줬다.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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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그뿐만이 아니라 역겨웠다.누군가 막대기로 위를 마구 휘젓는 것처럼 속이 울렁거렸다.정채윤은 괴로운 듯 헛구역질을 하다가 더는 참을 수 없어 권예준이 안하린을 방까지 데려다주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침실로 달려가서 허리를 숙이고 세면대에 토했다.사실 토해 낼 건 없었다.그저 괴로울 뿐이었다.세면대를 짚은 정채윤의 팔이 가늘게 떨렸다.정채윤은 눈을 감고 잠시 마음을 추슬렀다.그때 방 문이 갑자기 열렸다. 권예준이 돌아왔다.방 안으로 들어온 권예준은 욕실에서 인기척을 느껴 그곳을 바라봤다. 그는 단번에 세면대 앞에서 토하고 있는 정채윤을 발견했다.권예준은 흠칫했다.그러나 신경 쓸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눈을 뜨고 거울을 본 정채윤은 권예준을 발견하고는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거울 속 자신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도 전혀 관심이 없는 권예준의 모습을 보니 문득 웃음이 났다.한때 서로를 사랑했던 그 시간들이 이제는 그저 웃음거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정채윤이 사랑했던 남자는 완전히 쓰레기였다.정채윤은 세면대 가장자리를 꽉 움켜쥐고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권예준, 나 할 말 있어...”권예준은 정채윤을 바라보며 말을 끊었다.“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아. 그건 나중에 얘기해. 요 며칠 처리해야 할 일이 있거든.”정채윤은 잠시 멈칫했다. 그것이 나중에 가족들에게 이혼 사실을 알리자는 뜻인 줄 알고 입을 꾹 다물었다.확실히 그건 제대로 처리해야 하는 사안이었다.특히 권예준과 안하린의 관계는 특수했으니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다면 골치 아파질 것이다.물론 정채윤은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다.정채윤이 걱정하는 건 일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이혼이 미뤄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재벌가에서는 체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니 말이다.그래서 정채윤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권예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정장 재킷을 벗어 침대 위에 올려놓은 뒤 말했다.“욕실은 네가 먼저 써.”정채윤은 잠시 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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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다음 날.정채윤이 눈을 떴을 때, 옆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권예준은 이미 일어난 뒤였다.정채윤은 깊이 잠든 탓에 아무런 기척도 느끼지 못했다.잠시 멍하니 있다가 손을 뻗어 옆자리의 시트를 만져 보니 차가웠다.아마 일어난 지 한참 된 모양이었다.아니면 애초에 어젯밤 침대에 올라오지 않고 소파에서 대충 잤을지도 몰랐다.정채윤은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았다. 권예준의 냉담한 태도에는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잠시 후 권나율은 등원해야 했다. 정채윤은 더 생각하지 않고 침대에서 일어나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침실을 나섰다.원래는 가정부에게 권나율을 깨워 달라고 할 생각이었지만,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가정부를 보니 괜히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권나율의 방 문 앞으로 걸어가서 문을 두드린 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침대에 누운 채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웅크리고 있는 권나율이 보였다.“나율아, 일어나. 이따가 유치원에 가야 하잖아. 본가에서 유치원까지 거리가 있으니까 아침 먹고 일찍 출발해야 해...”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불이 확 젖혀졌다. 권나율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못마땅한 얼굴로 정채윤을 바라보며 말했다.“알겠어요. 엄마, 잔소리 좀 그만해요! 저 진작 일어났단 말이에요. 안 보여요?”정채윤은 권나율을 바라보며 입을 꾹 다물었다.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권나율이 또다시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엄마, 옷은 제가 알아서 입을 테니까 나가 줘요!”정채윤은 순간 숨이 턱 막혔다.그러나 결국 별말 하지 않고 덤덤히 알겠다고 한 뒤 방에서 나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가정부가 아침을 들고 주방에서 나오다가 정채윤이 내려오는 걸 발견하고 웃으며 인사했다.“사모님, 좋은 아침이에요.”그러고는 정채윤의 뒤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머, 아가씨랑 대표님은 아직 주무시는 건가요?”정채윤이 엷은 미소를 지으며 적당히 둘러대려던 순간, 뒤쪽 계단에서 권나율과 안하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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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권나율은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고 나서야 정채윤이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자 웃음기가 옅어지면서 짜증 나는 듯이 미간을 구겼다.‘하린 이모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지금 보니 그럴 수 없을 것 같았다.그렇지 않으면 정채윤이 또 안하린을 괴롭힐 테니 말이다.권나율은 안하린이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권나율은 아쉬운 눈빛으로 안하린을 바라보고는 정채윤에게 다가가며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응.”권나율의 속마음을 알고 있던 정채윤은 덤덤히 대꾸했다. 권나율에게 자신의 옆에 앉으라고 하지도 않았다.“앉아. 곧 있으면 밥 먹을 거야.”권나율은 그제야 기분이 좋아져서 안하린이 다가온 뒤 안하린의 곁에 앉았다.안하린은 웃으며 권나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권나율의 옆자리에 앉은 권예준은 두 사람의 잔에 세심하게 따뜻한 물을 따라주었다.정작 정채윤에게는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그 모습에 안하린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안하린은 정채윤을 힐끗 본 뒤 달콤한 목소리로 고맙다고 했다.정채윤은 신경 쓰지 않았고 그들을 바라보지도 않았다.권예준이 이렇게 대놓고 행동하는 이유가 가족들에게 미리 신호를 보내고 있다가, 때가 되면 안하린과의 관계를 솔직하게 밝히기 위해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오히려 잘 된 거지.’정채윤은 그날이 얼른 오기만을 기다렸다.잠시 후 박여정, 권서진 등 사람들이 위층에서 내려왔다.박여정은 안하린과 가까이 있는 권예준의 모습을 보고 언짢아져서 차가운 눈빛으로 안하린을 응시하며 권예준에게 따져 물었다.“내가 어젯밤에 했던 말을 전부 귓등으로 들은 거니?”안하린은 입술을 깨물었다.권예준은 안색 하나 바뀌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저는 나율이를 챙기고 있는 거예요.”권나율이 곧바로 말했다.“증조할머니, 제가 하린 고모랑 같이 앉고 싶다고 했어요. 고모랑 얘기를 나누고 싶었거든요.”그렇게 말하고는 켕기는 표정으로 정채윤을 힐끗 보더니 정채윤에게서 별다른 반응이 없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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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박여정은 무언가 말하려다가 말고 권서진을 흘겨본 뒤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화가 난 눈빛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는 권예준을 노려보며 말했다.“잠시 뒤에 나율이를 데려다준 뒤에 채윤이도 회사에 데려다줘.”미간을 찌푸리며 무언가 말하려던 권서진은 박여정이 자신을 매섭게 노려보자 입을 다물었다.정채윤은 젓가락을 쥔 채로 멈칫하면서 본능적으로 거절하려고 했다.그런데 그때 권예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가는 길이 달라요. 그리고 저는 이따가 볼일이 있어요.”정채윤은 입술을 깨물었다. 권예준이 안하린을 데려다주기 위해 자신을 데려다줄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입을 열었다.“할머니, 저희는 가는 길이 달라요. 여기는 나율이 유치원이랑도 멀고 제가 다니는 회사랑도 꽤 멀어요. 나율이를 데려다준 뒤에 저를 데려다준다면 저 지각할 수도 있어요. 이따가 저는 혼자 택시를 타고 가면 돼요.”그 말을 들은 박여정은 더는 뭐라고 할 수 없어 한숨을 내쉬었다.반면 권나율은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잔뜩 긴장했던 마음이 그제야 놓였다.‘다행이야! 또 하린 이모와 같이 있을 수 있겠어!’안하린은 권예준을 바라보며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갑자기 코가 간지러워져 고개를 돌려서 기침을 했다. 하얀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사람들 모두 안하린을 바라보았다.권나율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안하린의 팔을 붙잡고 물었다.“이... 고모, 괜찮아요?”권서진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언니, 어젯밤에 춥게 자서 몸살 난 거 아니야?”권예준은 다정하게 휴지 두 장을 뽑아 안하린에게 건네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병원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안하린은 휴지를 받아 들고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몸살 기운이 살짝 있는 것 같긴 한데 괜찮아. 병원에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그런데 권예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그래도 한 번 가보자.”그러고는 권나율에게 말했다.“나율아, 이따가 엄마한테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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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안하린은 시선을 내린 채 권예준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기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진짜 병원에 안 가봐도 돼. 괜찮아.”하지만 권예준은 동의하지 않았다.“할머니, 하린이는 원래 몸이 약해요. 할머니도 아시잖아요. 단순히 몸살이 난 거라고 해도 방치하면 안 돼요. 어차피 방향이 같아서 회사에 가는 길에 하린이를 병원에 데려다주고 갈게요.”말을 마친 뒤에는 곧바로 안하린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어...”안하린은 다른 사람들이 있어 민망한 듯이 작게 소리를 냈다.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무척 감동했다.결국 안하린은 황급히 박여정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권예준을 따라갔다.권나율은 고개를 치켜든 채 두 사람이 문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바라봤다. 새하얀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정채윤은 그 모든 걸 말없이 지켜볼 뿐이었다.박여정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라서 말했다.“이게, 이게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이야?”권서진은 입술을 삐죽였다.“할머니,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세요. 오빠는 그냥 하린 언니가 걱정돼서 그런 거잖아요. 그리고 할머니도 아시다시피 하린 언니는 몸이 약해요. 게다가 총괄 디자이너까지 맡고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안 되죠.”“넌 그 입 좀 다물어! 아무리 남이 걱정돼도 그렇지, 어떻게 자기 아내랑 자식까지 내팽개칠 수가 있어?”박여정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쏘아붙였다.권서진은 움찔하더니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고는 정채윤을 원망스럽게 한 번 바라봤다.정채윤은 권서진을 무시했다. 하지만 박여정이 화내는 것은 원치 않았기에 가까이 다가가 어깨를 토닥이면서 위로의 말을 건넸다.“저는 괜찮아요. 저희는 계속 식사하죠.”박여정은 너무 안쓰러운 마음에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몰랐다. 같은 여자로서 박여정은 정채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박여정은 정채윤의 손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채윤아, 너는 너무 착해. 다음에는 할머니가 꼭 혼쭐내줄게.”정채윤은 왠지 모르게 코끝이 시큰해졌다.정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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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안하린은 곧바로 답장을 보내왔다.[나는 괜찮아. 나율아, 걱정하지 마. 이따가 약을 먹으면 괜찮아질 거야. 점심에 나를 보러 오지 않아도 돼. 우리 저녁에 만나자.]안하린의 문자를 확인한 권나율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정채윤은 백미러를 통해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떤 상황인지 충분히 짐작이 갔다.정채윤은 냉담하게 시선을 돌린 뒤 창문을 내리고 바깥을 바라보았다. 문득 병원에 계시는 부모님이 떠올랐다. 부모님이 동제시에 온 지 며칠이나 됐는데, 억지로 한 번 데려갔던 걸 제외하면 권나율은 그들을 보러 간 적이 없었다.심지어 권예준은 단 한 번도 찾아뵌 적이 없었다.정채윤은 한숨을 내쉬었고, 이른 아침의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자 눈을 질끈 감았다.“엄마!”권나율이 갑자기 아까와 달리 한결 부드러워진 태도로 정채윤에게 말을 걸었다.정채윤은 눈을 뜨고 백미러를 바라보며 덤덤하게 물었다.“왜?”권나율은 휴대폰을 꼭 쥔 채 조심스럽게 물었다.“엄마, 오늘 저녁에 뭐 할 거예요?”“그건 왜 물어?”“그냥 말해줘요. 궁금해서 그래요.”권나율이 애교를 부렸다.권나율은 저녁에 안하린을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엄마가 자신을 데리러 오면 곤란했다.정채윤은 권나율을 조용히 바라봤다.권나율이 애교를 부리는 이유가 자신 때문은 아닐 거라고 정채윤은 짐작했다. 아마 저녁에 시간이 있는지 알아내서 안하린을 만나러 갈 수 있을지 가늠하기 위해서일 것이다.정채윤은 모르는 척하며 차갑게 대답했다.“일해야 하는데 왜?”예상대로 권나율은 활짝 웃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그래.”정채윤은 그 뒤로 말을 아꼈다.약 30분 뒤 유치원에 도착했다.정채윤은 차에서 내려 권나율을 배웅했다.“저 가볼게요, 엄마.”권나율은 정채윤을 향해 손을 흔들고 나서 교문 앞에 있던 선생님에게도 인사를 건넨 뒤 유치원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정채윤은 권나율이 유치원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고 했다.“나율이 어머님!”정채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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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민아영은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권나율을 발견한 순간 겁을 먹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지난번에 권나율이 화를 내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했다.“나율아, 나... 나를 부른 거야?”권나율은 미간을 찌푸린 채 민아영이 들고 있는 사탕 상자를 가리키며 물었다.“그 사탕 누가 준 거야? 우리 엄마가 줬어?”권나율은 말할 때 끝 음이 살짝 떨렸고 속상한 마음도 살짝 들었다.권나율은 정채윤이 다른 사람에게 잘해 주는 게 싫었다.민아영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권나율이 단번에 알아맞힐 줄은 몰랐던 민아영은 저도 모르게 상자를 더욱 꽉 끌어안았다.“아, 아니야. 이건 우리 이모가 사준 거야.”민아영은 정채윤을 배신하고 싶지 않았다.권나율은 멈칫하더니 기분이 살짝 풀려서 말했다.“진짜?”“응. 진짜야! 너, 너도 먹을래?”민아영은 어쩔 수 없이 물었다.권나율은 민아영을 잠시 바라보다가 민아영이 자신의 시선을 피하지 않자 그제야 그 말을 믿었다.“그래, 알겠어. 나는 안 먹을 거야. 쟤네들이랑 같이 먹어.”역시 정채윤은 자신만을 사랑했고 다른 아이에게 사탕을 줄 리가 없었다.권나율은 자리를 뜬 뒤 스마트워치로 정채윤에게 문자를 보냈다.왠지 모르게 지금 당장 정채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엄마, 수업 끝나고 나랑 같이 점심을 먹어주면 안 돼요? 그리고 엄마가 만든 사탕도 가져다주세요. 저 먹고 싶어요...]하지만 문자를 보내고 나니 점심시간마다 안하린과 통화하던 것이 떠올라 결국은 문자를 삭제했다.휴대폰을 손에 쥔 채 한참을 망설이던 권나율은 안하린이 아픈 걸 생각해 점심에 꼭 안하린에게 전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엄마도, 엄마가 만든 사탕도 저녁에 집에 돌아가면 얼마든지 누릴 수 있으니 급하지 않았다.그렇게 생각한 권나율은 그제야 안도한 듯 환하게 웃으며 교실로 들어갔다.한편 정채윤은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휴대폰이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혹시 중요한 연락일까 싶어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는데, 권나율이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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