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정채윤이 눈을 떴을 때, 옆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권예준은 이미 일어난 뒤였다.정채윤은 깊이 잠든 탓에 아무런 기척도 느끼지 못했다.잠시 멍하니 있다가 손을 뻗어 옆자리의 시트를 만져 보니 차가웠다.아마 일어난 지 한참 된 모양이었다.아니면 애초에 어젯밤 침대에 올라오지 않고 소파에서 대충 잤을지도 몰랐다.정채윤은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았다. 권예준의 냉담한 태도에는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잠시 후 권나율은 등원해야 했다. 정채윤은 더 생각하지 않고 침대에서 일어나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침실을 나섰다.원래는 가정부에게 권나율을 깨워 달라고 할 생각이었지만,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가정부를 보니 괜히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권나율의 방 문 앞으로 걸어가서 문을 두드린 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침대에 누운 채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웅크리고 있는 권나율이 보였다.“나율아, 일어나. 이따가 유치원에 가야 하잖아. 본가에서 유치원까지 거리가 있으니까 아침 먹고 일찍 출발해야 해...”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불이 확 젖혀졌다. 권나율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못마땅한 얼굴로 정채윤을 바라보며 말했다.“알겠어요. 엄마, 잔소리 좀 그만해요! 저 진작 일어났단 말이에요. 안 보여요?”정채윤은 권나율을 바라보며 입을 꾹 다물었다.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권나율이 또다시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엄마, 옷은 제가 알아서 입을 테니까 나가 줘요!”정채윤은 순간 숨이 턱 막혔다.그러나 결국 별말 하지 않고 덤덤히 알겠다고 한 뒤 방에서 나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가정부가 아침을 들고 주방에서 나오다가 정채윤이 내려오는 걸 발견하고 웃으며 인사했다.“사모님, 좋은 아침이에요.”그러고는 정채윤의 뒤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머, 아가씨랑 대표님은 아직 주무시는 건가요?”정채윤이 엷은 미소를 지으며 적당히 둘러대려던 순간, 뒤쪽 계단에서 권나율과 안하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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