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일, 경복궁 근정전.가을 하늘이 드높게 청명한 가운데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여왕 즉위식이 거행되었다.가난한 단칸방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떼우며 법전을 읽던 민 설.그녀는 이제 화려하고 웅장한 적의(翟衣)를 입고,머리 위에는 순금으로 세공된 무거운 면류관을 쓴 채 어좌에 앉아 있었다.수많은 외빈과 국민들이 그녀를 향해 환호하고 있었지만,민 설의 가슴 한구석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왕관의 무게라... 생각보다 더 무겁고, 생각보다 더 썩어있군.'즉위식이 끝난 직후, 민 설이 가장 먼저 요청한 것은 화려한 연회가 아닌왕실의 재정 장부였다.그리고 비서실이 벌벌 떨며 올려보낸 장부를 확인한 민 설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적자... 적자... 죄다 붉은 글씨뿐이군요."전전 선왕대의 낭비와 구태 원로들의 사리사욕,그리고 불투명한 사적 재단 운영으로 인해 왕실 재정은 말 그대로 파산 직전이었다.화려한 궁궐의 외벽 뒤에는 썩어가는 기둥만이 남아있는 셈이었다.하지만 민 설은 놀라지 않았다.고아로 자라며 매달 통장 잔고 0원을 확인하던 그녀에게 이런 결핍은너무나도 익숙한 현실이었다.바로 그때, 접견실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한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훤칠한 키, 완벽하게 떨어지는 맞춤 수트핏,그리고 상대를 한참 아래로 깔아보는 서늘한 눈빛.대한민국 최연소 총리, 구지혁이었다.관례적인 예의조차 갖추지 않은 채 민 설의 찻상 앞에 다가선 그가 피식 웃었다."소문대로군요. 면류관을 쓴 단칸방 여대생이라.""생각보다 더 예의가 없으시군요, 구지혁 총리님."민 설이 장부를 덮으며 덤덤하게 그를 올려다보았다.지혁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민 설이 보고 있던 재정 장부를 툭툭 쳤다."어린 여대생께서 동화 속 여왕놀이에 몰입해 계신 것 같아서 현실을 알려주러 왔습니다. 보시다시피 왕실은 거지꼴입니다. 그리고 그 깡통 차기 직전인 왕실에 목숨줄을 대줄 수 있는 건 오직 제 행정부뿐이죠."지혁은 민 설에게 바짝 다가가 고개를
Last Updated : 2026-09-0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