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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구지혁 총리의 기막힌 아침

Author: yey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7 21:24:54

대한민국 최고 재벌가인 KS그룹의 막내아들.

IQ 160의 천재성으로 아이비리그를 조기 졸업하고,

서른여섯의 나이에 행정부 수반인 총리 자리에 오른 구지혁.

남들이 평생을 바쳐도 가지지 못할 부와 권력,

비상한 두뇌까지 모두 쥐락펴박하는 그에게도

유일하게 피하고 싶은 천적이 있었으니, 바로 여덟 살 터울의 큰누나 구지희였다.

구지희는 HK그룹의 총수이기도 했다.

"지혁아! 너 오늘 또 그 맞선 자리 제껴 봐라.

 아주 네 집무실로 HK그룹 자회사 건설 포클레인 끌고 찾아갈 테니까!"

아침 7시부터 귀를 찢는 구지희의 목소리에 지혁은 눈살을 찌푸리며

스마트폰을 귀에서 떨어뜨렸다.

마시던 에스프레소를 내려놓은 그가 차가운 음성으로 대꾸했다.

"누님, 전 이 나라 국정을 총괄하는 총리입니다. 가문 매매혼에 소모할 시간이 없단 뜻입니다."

"국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서른여설이면 이미 유통기한 지나가고 있어.

 HK그룹 총수인 내 말도 안 들을 거니?

 저번 달에는 로펌 집안 딸, 이번 달에는 정재계 집안 딸... 너 이번엔 진짜 나가야 해!"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지혁은 깔끔하게 통화를 종료했다.

수트 상의를 챙겨 입으며 거울을 본 그의 입꼬리가 오만하게 올라갔다.

재벌가의 피와 천재적인 두뇌. 이 나라는 그가 짜놓은 철저한 계산과 통계 아래 움직이고 있었고,

그 사실에 단 한 번도 의구심을 품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 완벽했던 아침의 오만함은, 총리실에 들어서자마자 산산조각이 났다.

"총리님! 지금 생중계 보셨습니까?! 왕위 계승 시험이 방금 끝났습니다!"

비서실장이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급히 비상 보고서를 내밀었다.

지혁은 지극히 나른한 표정으로 의자에 기대앉으며 서류를 훑었다.

"어차피 구태의연한 방계들 중 그나마 라인 줄 잘 선 공자 하나가 됐겠지.

 어차피 예산 줄은 우리가 쥐고 있으니 적당히 껍데기만 씌워두면 됩니다."

"그게... 아닙니다! 방계 중에서도 가장 끝자리에 있던

 스물 여섯살짜리 여대생이 선출되었습니다!"

"……뭐?"

구지혁의 눈동자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이름은 민 설. 고등학생 때 부모님이 모두 교통사고로 사망해서 

 고아출신에 평소 알바를 하며 겨우 학비를 대던 가난한 방계 여대생입니다.

 원로들이 출제한 6차 시험까지 전부 만점에 가까운 스코어로 득점하고,

 실시간 국민 투표와 여론까지 완전 압도했습니다.

 지금 온 나라가 선덕여왕의 환생이라며 난리가 났습니다!"

구지혁은 비서실장이 틀어놓은 모니터 화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화면 속에는 정갈하지만 헐렁하고 저렴한 옷차림의 한 여자가

원로들의 쏟아지는 악의적인 질문들을 완벽한 논리로 박살 내고 있었다.

정제된 말투, 흔들림 없는 눈빛, 그리고 국민의 마음을 정확히 파악하고 사로잡는 영악함까지.

"민 설... 저게... 26살 여자아이가 할 법한 대답인가...?

 그래봐야 어린 여자애잖아..?!

 26살 짜리 가난한 고아 여대생을 정말로 여왕을 삼겠다고?"

지혁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숫자와 데이터로만 세상을 바라보던 그의 정교한 판에,

듣지도 보지도 못한 가장 극단적인 변수가 벼락처럼 굴러들어 온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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