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50세 ~ 70세의 구태 왕족 원로들의 괴팍하고 고난이도인 왕위 계승 시험은
총 6가지로 지옥과 같은 테스트로 유명할 만큼 까다롭고 괴팍한 시험들이였다.
1차는 정치와 역사 시험,
2차는 인성과 소양 시험,
3차는 외교와 외국어 시험,
4차는 리더십, 애국 시험,
5차는 왕실 기자단과의 인텨뷰 시험,
그리고 마지막으로 6차는 왕실 어른 3인과의 최종 면접이 기다리고 있었다.
왕위 계승 시험 첫날,
왕실 대강당 주변은 이른 아침부터 모여든 취재진과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선왕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온 나라는 충격에 빠졌었다.
그리고 마침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가혹하다고 불리는 원로들의 왕위 계승 시험이
실시간 생중계로 전 국민에게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화면 속에 모습을 드러낸 50세에서 70세 사이의 구태 왕족 원로들은
하나같이 엄숙하고 고압적인 표정이었다.
그들이 준비한 지옥과 같은 테스트는 총 6차. 현대 정국과 맞물린 고난도의 과제들이었다.
"어차피 직계 공자님들이나 군님들 중 한 분이 되시겠지.
저기 끝에 앉은 가난한 방계 학생은 이름이 뭐라더라? 민 설?"
"고아에 알바하며 겨우 대학 다녔다며?
이런 엄숙한 자리에 족보만 겨우 올려둔 방계가 감히 끼어들다니."
시민들의 냉담한 반응 속에서 시험은 진행되었다.
말이 25세부터이지...대부분 30,40대가 많은 시험장에서
어린 여대생인(졸업을 한 학기 남긴) 민 설은 단연 눈에 띄는 시험자였다.
1차 정치·역사 시험 및 2차 인성·소양 시험은 서막에 불과했다.
직계 왕족들이 화려한 미사여구와 문중의 업적을 자랑하며 상투적인 답안을 늘어놓는 동안,
민 설은 담담한 눈빛으로 펜을 움직였다.
"조선시대 탕평책의 한계와 현대 민주주의 왕정의 조화 방안을 논하라."
원로들이 던진 1차 시험의 난제에 직계 왕족들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민 설의 답안은 달랐다.
그녀는 역사 속 탕평이 가진 권력 배분의 한계를 짚어낸 뒤,
현대 헌법 제1조 1항과 왕실 특권의 해체를 연계하여
백성의 삶을 담보하지 못하는 권력의 무용성을 입증해 냈다.
잇따른 2차 시험에서도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민 설의 진솔하고 깊이 있는 인성관은
고압적인 원로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었으나, 감히 반박할 수 없는 논리를 갖추고 있었다.
진짜 지옥문은 3차 외교·외국어 시험과 4차 리더십·애국 시험이었다.
3차 시험장...
원로들은 현재 강대국 간의 첨예한 영토 및 무역 분쟁 상황을
즉석에서 제시하며 5개 국어로 동시 논쟁을 벌일 것을 요구했다.
화려한 유학파 출신의 직계 왕족들이 유창한 발음으로 자국의 이익만을 옹호하다
서로 논리가 엉켜 자멸하던 그때, 민 설이 조심스럽게 마이크를 잡았다.
그녀는 완벽한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단순히 강대국의 논리에 휘둘리는 것이 아닌 연대적 해석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외교는 힘의 논리로 상대를 눌러앉히는 기술이 아닙니다.
약소국 간의 경제적 · 문화적 연대를 통해 강대국의 명분을 약화시키는
역발상 연대 외교야말로 강대국 사이에 둘러싸인 우리나라가 생존할 유일한 길입니다."
원로 한 명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무례하다! 당장의 위기를 피하기 위해 타국과의 연대를 논하다니,
그것이 진정 왕족으로서의 애국인가!"
민 설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원로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고아로 자라며 이 바닥의 가장 밑바닥에서 몸소 겪어낸
현실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 리더십과 애국은 맹목적인 충성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내가 지켜야 할 국민이 누구인지, 그들이 한겨울에 어떤 추위를 견디고 있는지 아는 것부터가
애국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왕관의 무게는 권력이 아니라, 가장 가난한 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책임감에서 나옵니다.
타국과의 연대 역시 국익을 지키기 위한 가장 강력한 방패입니다."
순간, 실시간 라이브 방송의 댓글 창이 폭발했다.
['뭐야... 저 사람 방계 그 가난한 여대생 맞아?'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을 울린다...'
'선덕여왕이 환생해서 걸어 나온 것 같아! 지혜와 담력이 미쳤다!'
'직계들, 말만 번지르르할 때 혼자 진짜 정치를 말하고 있네.']
원로들은 민 설의 압도적인 논리 앞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말 그대로 '데꿀멍'이 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기세는 5차 왕실 기자단과의 인터뷰 시험으로 이어졌다.
기자들은 민 설의 출신을 걸고넘어지며 악의적인 질문을 퍼부었다.
"민 설 후보님, 고아에 알바를 전전하던 가난한 여대생이
어떻게 한 나라의 성스러운 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 시험에 임한 것입니까?"
민 설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성스러운 왕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이해하는 자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저는 반드시 왕이 되겠다고 이 시험에 응한 것이 아니라, 등 떠밀려 참석하게 되었긴하지만...
저는 밥 한 끼를 걱정해 보았고, 추운 단칸방에서 법전을 읽었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느끼는 삶의 무게를 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왕이 되려는 자가 국민의 삶을 모른다면, 그 왕관은 고작 화려한 짐에 불과합니다."
기자석은 순식간에 정적에 싸였다.
화면을 보던 온 국민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실시간 검색어 1위는 이미 [선덕여왕의 환생 민 설]로 도배되어 있었다.
마지막 6차 왕실 어른 3인과의 최종 면접.
가장 완고하기로 소문난 총괄 원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네가 걸어온 길은 왕족의 길이라 할 수 없다.
네가 왕위에 오른다면 이 구태의연한 왕실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
민 설은 고개를 바르게 들고 선언했다.
"왕실의 구태를 깨부수고, 오직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현대적 성왕의 길을 열겠습니다.
제가 가진 유일한 자산은 벼랑 끝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지혜와
국민을 향한 연대의 마음뿐입니다. 이것으로 지옥문을 열고 걸어나가겠습니다."
최종 점수 집계 전광판이 빛났다.
1차부터 6차까지, 전 과목 만점에 가까운 압도적인 1위.
가난한 고아 여대생 민 설이 모든 구태 원로들을 제압하고,
국민들의 열광적인 환호 속에서 당당히 최우수 성적으로 여왕의 자리에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청문회장은 생중계 카메라의 붉은 불빛만이 번뜩이는 정적 속에 휩싸여 있었다.전 국민이 지켜보는 국회 단상 위,스물여섯살의 방계 여왕 민 설은 총리실에서 작성된 왕실 사찰 정황 문건을서늘한 눈빛으로 집어 들었다."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총리실 특사경이 왕실의 사생활과 비상 예산 집행 내역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세상을 데이터와 숫자로만 지배하려는 구지혁 총리님, 이것이 당신이 말하던 완벽한 국정 통제입니까?"송곳 같은 질문이 국회 회의장에 꽂히는 순간,비상 대기실 대형 모니터로 이를 관전하던 구지혁 총리의 눈매가 칼날처럼 가늘어졌다.세상을 통계와 효율성으로 주물러온 재벌 3세 천재 정치가 구지혁 총리.그가 갓 서대문 단칸방을 벗어난 어린 방계 여왕에게전 국민 앞에서 제대로 일격을 맞은 순간이었다."총리님, 당장 여론 대응팀을 가동할까요?"최건우 비서실장이 사색이 되어 물었으나,구지혁 총리는 나른하게 넥타이를 풀어 헤치며 피식-하고 실소를 흘렸다.오만함 속에 갇혀진 살기가 집무실 안을 가득 채웠다."됐어. 불쌍한 척,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솜씨가 아주 일품이군, 어린 여왕님... 가난한 여대생이 하루아침에 어좌에 앉더니, 어설픈 성녀 놀음으로 국민을 선동해?"구지혁 총리의 눈에는 민 설 여왕이 그저 보수 기득권 세력과 야당의 꼬임에 넘어가,감성 팔이로 세력을 키우려는 정략적 사기꾼 애송이, 어린애로밖에 보이지 않았다.청문회가 정회된 후, 총리 대기실 문이 거칠게 열리며민 설 여왕과 안미소 비서실장이 들어섰다.구지혁 총리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민 설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비꼬았다."감성 플레이가 제법이시더군요, 여왕 전하. 그런 수준급 동정표 구걸하는 솜씨는 어떤 정치학 책에서 배우셨습니까?""칭찬으로 듣지요. 총리님. 세상 고통이라곤 모르는 부잣집 막내 도련님이 짠 치졸한 판을 깨뜨리려면, 이 정도 수단은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안그렇습니까, 총리님?!"민 설 여왕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민 설의 눈
전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국회 본회의장.스물여섯의 어린 여왕 민 설이 단정한 적의를 입고 증언대에 섰다.맞은편 위원석에는 여당 의원들과 함께 구지혁 총리가 서늘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민 설 여왕 전하! 이번 전북 행차 당시, 폭우 비상 발령에도 불구하고 행차를 강행하여 막대한 국가 재정과 경호 인력을 낭비한 점에 대해 인정하십니까?"여당 간사 의원이 기다렸다는 듯 마이크를 잡고수치심을 주려 악의적인 질문들을 퍼부었다.구지혁 총리는 턱을 괸 채, 민 설 여왕이 어떤 식으로 당황하며 무너질지느긋하게 즐기듯 관전하고 있었다.그러나 민 설 여왕은 차분하게 마이크를 앞으로 당겼다."질문에 답하기 전, 한 가지 자료를 전 국민 앞에 공개하고자 합니다."민 설 여왕이 신호를 보내자, 본회의장 대형 스크린에 문서들이 떠올랐다."이 자료는 제가 전북으로 행차하기 3시간 전, 현지 지자체와 경찰청에 전달된 기상 비상 보고서입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총리실 산하 특별보고 라인에서 의도적으로 '폐기' 처리되었습니다.그러니 저는 그 날 실제 기상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했기에 향차를 진행 한 것입니다.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구지혁 총리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또한, 당시 현장에서 저를 고립시키고 경호망을 무력화한 통신 교란 장비의 출처를 추적한 결과… 국회 보수 기득권 세력과 민 현 대공, 그리고 HK그룹 계열사의 사설 보안업체가 얽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무,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증거도 없이!" 여당 의원이 고함을 질렀다."증거요? 증거는 이미 검찰과 언론사 전체에 동시에 배포되었습니다."민 설 여왕의 시선이 위원석 한가운데 앉은 구지혁 총리에게로 향했다."구지혁 총리님. 당신은 완주의 깊은 계곡에서 차가운 빗속에 갇힌 저에게 [통치권 위임 약정서]를 내밀며 서명을 요구하셨지요? 구해주는 대가로 왕실의 권한을 넘기라고 말입니다."본회의장에 거대한 충격파가 일었다.실시간 생중계 댓글 창이 폭발했고, 취재진의
서울로 복귀하자마자 구지혁 총리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언론은 민 현 대공과 총리실의 은밀한 작업대로여왕의 무모한 지방 행차로 인한 국가적 재난 인력 낭비를 대서특필했다.여론은 순식간에 악화되었고, 여당 보수 세력은 국회에서 여왕의 자질을 문제 삼으며왕실 예산 전액 동결안을 결의했다.총리실 집무실."총리님, 여왕 전하 측에서 국회 청문회 출석을 자청했습니다."최건우 실장의 보고에 구지혁은 찻잔을 내려놓았다."청문회? 제 발로 도살장에 걸어 들어오겠다는 뜻이군.""안미소 비서실장이 당시 지자체의 보고 누락 및민 현 대공 쪽의 통신 교란 증거를 수집 중인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버둥거려 봤자다." 구지혁이 차갑게 실소를 흘렸다."언론과 국회 상임위는 이미 우리 쪽과 HK그룹이 잡고 있다. 법전이나 외운 여대생과 국정원 출신 비서실장 둘이서 바위를 깰 순 없어."같은 시각, 경복궁 내전.민 설 여왕은 며칠 밤을 새워 피로가 누적되어 있었지만,눈빛만큼은 더욱 날카롭게 제련되어 있었다."전하, 총리실과 민 현 대공 측이 짜놓은 프레임이 단단합니다. 국회 청문회는 전하를 끌어내리기 위한 함정입니다."안미소 실장의 우려에 민 설 여왕은 담담히 고개를 저었다."알아요, 안 실장님. 하지만 도망치면 정말로 그들의 뜻대로 껍데기 여왕이 되는 겁니다. 구지혁 총리는 재벌의 자금력과 행정권으로 날 압박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난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곳을 찌를 겁니다.""그게 무슨…?""구지혁 총리의 약점은 오만함이에요. 세상을 오직 돈과 데이터로만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 그 오만함. 청문회는 날 매장하는 자리가 아니라,구지혁 총리와 기득권의 비리를 전 국민 앞에 생중계로 폭로하는 장이 될 겁니다."민 설 여왕은 서대문 단칸방에서 법전을 읽으며 익혔던수많은 판례와 재벌 특혜 조항들을 다시 한 번 정리했다.싸움은 이제 궁궐 내부가 아닌, 온 국민이 지켜보는국회 청문회장이라는 거대한 도살장에서 펼쳐질 예정이었다.
빗물이 민 설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구지혁이 내민 위임 서류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었다.왕실을 사실상 총리실의 하수인으로 만들겠다는 노골적인 노예 계약서였다."이게… 총리님이 말하는 국정 수반의 책임입니까? 군주를 노예로 삼는?"민 설의 목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서늘하게 울렸다."책임? 정치는 생존입니다, 여왕 전하. 전하가 고아로 알바를 뛰며 세상의 바닥을 봤다고 착각하는 모양인데, 이 권력의 바닥은 전하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더럽고 지저분합니다. 제 손을 잡지 않으면 당신은 오늘 이 산속에서 정치적으로 매장당할 겁니다."구지혁 총리는 손가락으로 펜을 쥐여주려 했다.하지만 민 설 여왕은 거칠게 구지혁의 손을 쳐냈다.서류가 흙탕물 바닥으로 떨어져 더러워졌다."하. 이런 계약, 저는 거절하겠습니다.""뭐라고요?"구지혁 총리의 눈매가 가늘어졌다."죽으면 죽었지, 백성들이 준 면류관을 당신 같은 재벌가의 부르조아한테 넘길 생각은 없습니다. 구해줄 생각이 없다면 그냥 지금 당장 떠나세요. 전, 제 발로 걸어나갈 테니까!"민 설 여왕은 흠뻑 젖은 적의 차림으로 차에서 내렸다.흙탕물에 구두가 빠졌지만, 그녀는 고개를 바르게 빳빳히 들고빗속을 향해 우직하게 걸어가기 시작했다.구지혁 총리는 허탈함과 분노가 뒤섞인 헛웃음을 터뜨렸다.'이 여자애가 진짜 미쳤나…?'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자존심과 군주로서의 품격을 버리지 않는민 설의 기세에 구지혁 총리는 순간 묘한 수치심을 느꼈다.자신이 짜놓은 완벽한 데이터와 권력의 계산법이이 26살짜리 가난한 여대생의 눈빛 하나에 산산조각이 나고 있었다."이봐, 민 설!"지혁이 신경질적으로 그녀의 팔통을 낚아채 끌어당겼다."고집 피우지 마! 진짜 죽고 싶어 환장했어?!""이거 놓으세요, 구지혁 총리님! 당신의 그 오만한 손길 따위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 나라의 군주입니다. 예를 갖추세요!!!"두 사람의 시선이 빗속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혐오와 경멸, 그리고 상대를 결코
전라북도 지방 도시 변두리 시골의 깊은 계곡 도로.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민 설 여왕이 탄 차량 행렬이 멈춰 섰다.쿠궁-!거대한 토사가 도로 앞뒤를 가로막았다.경호원들이 급히 무전기를 잡았지만, 먹통이었다."전하! 통신이 완전히 차단되었습니다. 지자체나 중앙 재난대책본부와도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안미소 비서실장의 얼굴이 차갑게 질렸다.단순히 기상 악화로 인한 사고가 아니었다.정교하게 설계된 인재(人災)이자 정치적 고립이었다.차량 바닥으로 차가운 흙탕물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체온은 빠르게 떨어졌다.민 설 여왕은 떨리는 손을 감추며 입술을 깨물었다.'민 현 대공… 아니면 구지혁 총리인가?'같은 시각, 완주군 인근의 지자체 비상 대기소.헬기를 타고 현장에 도착한 구지혁 총리는우비를 입은 채 냉정하게 상황을 지휘하고 있었다.민 현 대공의 공작으로 재난 구호대가 늑장 출동하도록 조작된 것을 알고 있었지만,그는 일부러 사태를 방관하며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렸다.여왕이 공포와 무력감의 극단에 도달할 때까지.사태 발생 4시간 뒤, 체온 저하로 경호원들마저 지쳐갈 무렵,굉음과 함께 KS그룹의 사설 구호 헬기가 모습을 드러냈다.밝은 탐조등 빛 아래, 완벽한 우비 차림의 구지혁 총리가구호 요원들을 데리고 고립된 차 문을 열었다."그것 보세요. 세상을 책으로만 배운 어린 여왕님. 비 좀 맞았다고 제법 여왕 흉내를 내던 그 기세는 다 어디로 갔습니까?"구지혁은 흠뻑 젖은 채 자신을 올려다보는 민 설을 향해 차가운 비웃음을 날렸다.민 설 여왕은 덜덜 떨리는 몸을 추스르며 지혁의 눈을 똑바로 노려보았다."구지혁 총리님… 이 비열한 판을 짜고 방관한 게 당신이었습니까?""방관이라니요. 구해준 사람에게 건네는 첫마디가 모함이라니... 이거 상당히 섭섭하고 서운합니다, 여왕 전하."지혁은 품에서 미리 준비해 온 서류 봉투를 꺼냈다.[왕실 재정 및 주요 통치권의 총리실 위임 약정서]."지금 이 폭우 속에서 당
민 현 대공의 사저에는 날카로운 정적이 흘렀다.왕위 계승 시험 서열 1위였으나,까마득한 방계 출신의 26살 여대생 민 설에게어좌를 빼앗긴 그의 눈에는 서슬 푸른 살기가 가득했다."감히… 감히 서대문 단칸방에서 컵라면이나 들이켜던 알바생 계집이 내 자리를 차고 앉아?"민 현은 손에 쥐고 있던 수정 글라스를 벽면에 던졌다.붉은 양주가 피처럼 흘러내렸다.어릴 때부터 제왕학을 이수하고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온 그에게,이 사건은 평생 씻을 수 없는 치욕이었다.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인물은 정계의 거물, 여당 원내대표였다."대공, 분노는 이성을 가립니다.지금이야말로 그 어린 여왕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최적의 타이밍입니다."원내대표가 서류를 밀어놓았다. 여왕의 첫 공식 행보인 전라북도 산간 지역 수해 현장 민생 방문 계획서였다."지방 행차라… 민심을 얻어 내 입지를 완벽히 매장하겠다 이거지?""궁 밖으로 나오는 순간, 경호와 동선은 변수에 노출됩니다. 현지 지자체 라인을 포섭해 통신을 차단하고, 폭우 속에서 여왕의 행렬을 고립시킬 겁니다. 언론에는 현장 통제 능력조차 없는 철부지 어린 여왕의 무능함을 대서특필하도록 세팅해 두었습니다."민 현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좋다. 구지혁 총리 놈도 그 어린 여왕을 길들이지 못해 안달이 난 모양인데, 내가 정치판의 피비린내를 똑똑히 보여주마."한편, 총리실.구지혁 총리는 최건우 비서실장으로부터 민 현 대공의 음흉한 움직임을 보고받았다.그러나 구지혁의 표정은 차갑기 그지없었다."총리님, 민 현 대공이 여왕 전하의 지방 행차 동선을 교란해 고립시키려 합니다. 지금 개입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구지혁 총리는 피식 웃으며 서류를 넘어뜨렸다."개입? 내가 왜? 그 방계 출신 여대생이 스스로 성왕이라 부르짖으며 나간 자리다. 현실 정치가 책 속의 법전처럼 만만한 줄 알았겠지... 어린게 겁도 없이..""하지만 전하의 안위에 문제라도 생긴다면 국정 혼란이…""오히려 잘됐다."구지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