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재벌 총리와 어린 여왕님: Chapter 21 - Chapter 30

115 Chapters

21. 정서적 정적, 그리고 사선의 수싸움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로비.수십 명의 취재진과 정계 인사들이 인산인해를 이룬 가운데,구지혁 총리와 민 설 여왕이 국정 연설을 앞두고 정면으로 마주쳤다."전하, 오늘 제안하실 왕실 문화 자산 무상 개방'은 지나치게 포퓰리즘적입니다.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감성적 정책에 총리실은 동의할 수 없습니다."구지혁 총리가 서류 봉투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냉정한 목소리로 태클을 걸었다.언론사 카메라의 플래시가 일제히 터져 나왔다.민 설 여왕은 단정한 원피스 한복 차림에 올곧은 자세를 유지하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세상을 오직 숫자와 효율성으로만 계산하시는 구 총리님다운 말씀이군요. 국민들에게 문화적 자부심을 돌려주는 것을 재정 낭비로 치부하는 그 배부른 오만함, 참으로 경이로울 만큼 감탄스럽습니다. 한결같이 오만하신 것이 말이예요!""오만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전하께서 가난하고 불쌍한 척하며 얻어낸 국민적 동정심이, 과연 수조 원의 국고 적자를 메꿔줄 수 있을 것 같습니까?"구지혁 총리가 서늘하게 쏘아붙이자, 민 설 여왕의 눈빛이 칼날처럼 날카로워졌다."적어도 누군가처럼 재벌 가문의 돈지갑을 믿고 정치를 쇼처럼 주무르진 않습니다. 내 정책을 포퓰리즘이라 비하하기 전에, 총리실의 사재 출연 계약서나 다시 검토하시지요."두 사람 사이의 날 선 대립에 로비 전체가 얼어붙었다.겉으로는 철저한 정적으로 으르렁거리는 완벽한 연기였다.그러나 구지혁 총리가 민 설 여왕의 곁을 스쳐 지나가는 그 짧은 찰나,그의 낮게 깐 음성이 민 설 여왕의 귓가에만 작게 닿았다."오늘 밤 11시, 비밀 접견실. 민 현 대공 측 비자금 세무조사 자료 완성됐습니다.""알겠습니다. 제 쪽에서도 보수 야당 의원들의 로비 장부를 준비하지요."민 설 여왕 역시 눈길 하나 주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응수했다.낮에는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상대를 가장 잔인하게 비꼬는 정치적 정적,밤에는 치밀하게 정국을 조작하는 완벽한 비밀 파트너.두 사람의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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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최건우 실장과 안미소 실장의 2차전

총리관 접견 대기실.왕실과 총리실의 합동 국정 과제 실무 회의가 열리기 직전,최건우 비서실장과 안미소 비서실장이 단둘이 남아 대치하고 있었다."안미소 실장님. 여왕 전하께서 국회 연설에서 총리님을 향해 배부른 오만함 운운하신 건 좀 선을 넘은 것 같습니다. 국정 최고 책임자에 대한 명예훼손입니다."최건우 실장이 태블릿 PC를 내던지듯 내려 놓으며 서늘하게 압박했다.그러자 안미소 실장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단 한 치의 미동도 없이 그를 올려다보았다."명예훼손이요? 총리실에서 지난주 보수 언론에 흘린 여왕의 무분별한 사치 찌라시는 명예훼손이 아니고 정당한 비판이었습니까? 행정고시 수석 출신이신 최 실장님의 법 기준은 참으로 편협하기 짝이 없군요.""그건 언론의 자율적 취재였을 뿐 총리실과 무관합니다!""거짓말을 하려면 얼굴색이라도 바꾸고 좀 하십시오."안미소 실장이 서류 한 장을 최건우 실장 앞으로 슬쩍 밀어냈다.최건우 비서실장의 눈동자가 순간 크게 흔들렸다.찌라시가 유포된 IP 주소가 총리실 산하 정책 홍보팀의 비밀 서버와 연결되어 있다는염백한 증거 문건이었다."이걸 언론노조와 검찰에 넘기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완벽한 엘리트 행정관이신 최건우 실장님이 주인을 잘못 모신 죄로 옷을 벗고 갈 곳 없는 신세가 되시겠지요."최건우 실장은 기가 차서 헛웃음을 터뜨렸다.안미소 비서실장, 이 여자는 예쁜 얼굴 뒤에 독사 같은 치밀함을 숨기고 있었다."안 실장님, 당신은 여왕 전하가 정말 순수하다고 믿습니까? 가난한 여대생이 하루아침에 어좌에 앉아 국정을 주무르는 게, 뒤에서 보수 거물들의 속내를 받아먹지 않고서 가능하다고 생각해요?""그게 당신들과 구지혁 총리의 한계입니다."안미소 실장이 차갑게 일어서며 최건우 실장의 눈을 직시했다."세상을 돈과 계산으로만 살아온 부르주아들이라, 타인의 고결한 의지와 진심을 꿰뚫어 볼 눈이 없는 것이죠.구지혁 총리의 인성 파산을 최 실장님까지 닮아가시는 것 같아 참 안타깝네요."경고를 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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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도청과 진실의 칼날

경복궁 깊은 곳, 은밀한 비밀 접견실. 촛불만이 은은하게 빛나는 밤,두 사람이 마주 앉아 정국 분석표를 검토하고 있었다."민 현 대공 세력이 차기 본회의에서 왕실 가압류 건을 명목으로 여왕 퇴진안을 제출할 예정입니다."구지혁 총리가 서류를 넘기며 냉정하게 말했다.민 설 여왕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차분하게 물었다."총리실 특사경이 확보한 비자금 장부는 확실합니까?""걱정 마십시오. 제 돈 500억이 걸린 계약입니다. 허점 따위는 없습니다."구지혁 총리의 오만한 말투에 민 설 여왕은 피식 실소를 흘렸다."여전히 오만하시군요. 세상을 돈으로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 그 자만심이 언젠가는 총리님의 발목을 잡을 겁니다, 구 총리님.""자만이 아니라 능력입니다, 전하. 자꾸 저를 세상 고통을 모르는 부르주아라고 날 비꼬시던데, 이 부르주아의 자본과 데이터가 없었으면 전하는 진작에 민 현 대공의 밥이 되었을 겁니다."구지혁 총리가 기분 나쁜 태도로 몸을 기울이며 민 설 여왕에게 다가섰다.서늘한 향수 냄새와 함께 오만한 시선이 민 설 여왕의 얼굴에 닿았다.민 설 여왕은 피하지 않고 구지혁 총리의 눈을 직시했다."총리님이 저를 돕는 것은 자으; 가치를 인정해서가 아니라, 단지 총리님의 국책 사업이 망하는 걸 볼 수 없는 이기적인 계산 때문이겠죠.""당연한 것 아닙니까? 전 미친 자선사업가가 아닙니다.""아, 그러시겠죠..!"두 사람 사이에 팽팽하고 날 선 긴장감이 흘렀다.상대의 완벽한 비상함과 정교함에는 오한이 서릴 정도의 경외를 느끼면서도,서로의 인성과 배경, 가치관에는 지독한 환멸과 오기를 멈추지 않는 지독한 혐관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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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벼랑 끝의 공조

다음 날 아침,민 현 대공 세력이 기습적으로 왕실 재단 계좌에 대한 추가 동결 신청을법원에 제출해 인용받았다는 비보가 전해졌다.이로 인해 왕실은 당장 다음 주에 집행되어야 할최소한의 운영비조차 바닥나며 사상 초유의 벼랑 끝으로 몰렸다.총리관 집무실.보고서를 집어 던진 구지혁 총리의 표정이 살벌하게 식어 내렸다."민 현, 이 약아빠진 늙은 여우 같은 놈이 감히 내 허락도 없이 판을 흔들어?""총리님, 여왕 전하 측에서 긴급 자금 유통을 요청해 왔습니다. 지금 당장 재단 계좌가 묶이면 왕실의 기본적 품위 유지비는 물론, 당장 왕궁 인력들의 임금 지급마저 불가능해집니다."최건우 실장의 긴박한 보고에 구지혁은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 헤치며피식, 허탈한 실소를 터뜨렸다.가난하고 어린 애송이에 불과하다고 여겼던 여왕이,자신이 내어준 500억이라는 거액을 담보 삼아 민 현 대공의 정치적·법적 공격을정면으로 받아내며 악착같이 버텨내고 있었다.'도대체 어디까지 버틸 셈이지...?'구지혁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격렬한 오기와 묘한 자극이 치밀어 올랐다.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서상고에 보관되어 있던개인 주식 추가 담보 대출 서류를 꺼내 들고 서명을 이어갔다."총리님! 또 사재를 투입하시겠다고요?! 이건 명백한 특혜를 넘어 정경유착 및 배임 혐의로 걸려들 수 있습니다! 국회 청문회에서 이 건이 터지면 총리직을 내려놓으셔야 할 수도 있습니다!"최건우 실장이 사색이 되어 서류를 극구 가로막았으나,구지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서류를 집무책상 위로 던졌다."내 돈 내가 쓰겠다는데 무슨 상관이야? 저 가난한 애송이가 내 계산대 위에서 춤추다가 다른 놈 손에 놀아나는 것도, 내 승인 없이 무너지는 건 더욱더... 그 꼴은 내가 죽어도 못 보지. 내가 직접 내 손으로 무너뜨리기 전까지는 단 한 푼도 모자라지 않게 채워 넣어."정작 본인은 이것이 철저히 자신의 국책 사업과 정치적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이성적 판단이라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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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빗속의 대립

경복궁 내전 앞뜰. 먹구름이 짙게 깔린 하늘에서 굵은 장댓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궁궐의 예스러운 기와지붕을 때리는 빗소리가 천둥처럼 웅장하게 들판을 울렸다.우산을 든 최건우 비서실장과 안미소 비서실장이일정한 거리를 두고 뒤를 따르는 가운데,쏟아지는 폭우 한가운데에서 구지혁 총리와 민 설 여왕이 정면으로 마주 섰다.빗물에 젖은 검은색 고급 우산 아래, 구지혁의 표정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그는 턱끝을 비스듬히 든 채,빗줄기 너머로 단정한 한복 자락을 거머쥐고 있는 민 설 여왕을 내려다보았다."추가 자금 200억 원을 금일 오전 중으로 왕실 재단 비상 계좌로 입금 조치했습니다. 민 현 대공이 아무리 계좌를 동결하고 압박을 가해도, 이제 당장 궁궐 불이 꺼지거나 나인들 봉급이 밀리는 비참한 일은 없을 겁니다, 전하."구지혁 총리의 낮고 냉정한 목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민 설의 귓가에 닿았다.그것은 단순한 금융지원 보고가 아니었다.내가 없으면 당신의 궁궐은 당장 내일이라도 멈춰 설 것이라는 오만한 경고이자,철저한 부르주아적 자본의 우위를 각인시키는 비꼬임이었다.민 설 여왕은 빗물에 조금씩 젖어 들어가는 옥색 치맛자락을 굳게 거머쥐었다.그녀는 단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곧은 자세로,구지혁 총리의 서늘한 눈동자를 바짝 올려다보았다."돈으로 저를 조련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구지혁 총리님?"민 설의 목소리는 빗물처럼 차갑고 뾰족했다.구지혁은 미동도 없이 피식, 실소를 흘렸다.입꼬리를 비틀어 올린 그의 얼굴에는 오만함이 가득했다."조련이라니요. 격에 맞지 않는 단어입니다. 이건 철저하고 명확한 계약일 뿐이죠. 전하께서 온 세상에 보여주고 싶어 하시는 그 고결하고 청렴한 성왕 흉내를 계속 내시려면,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가진 이 더러운 돈이 반드시 필요하실 텐데요.""총리님의 그 더러운 돈, 그 부르주아적 자선 따위… 저는 필요 없습니다."민 설이 냉정하게 한마디를 내던지고는 차갑게 몸을 돌렸다.그대로 빗속을 뚫고 내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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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가면무도회의 경계선

빗속의 대립 이후, 두 사람은 언론의 눈을 속이기 위해 외교사절단 자선 연회에 참석했다.외교사절단 초청 자선 연회가 열리는 웅장한 대현회장.화려한 샹들리에 조명 아래, 각국 대사들과 정재계 인사들의 웃음 소리가클래식 현악 4중주 연주와 섞여 감돌았다.빗속에서의 날 선 대립이 채 가시기도 전,민 설 여왕과 구지혁 총리는 수십 명의 취재진이 지켜보는 공식 석상에 다시 서게 되었다.우아한 딥블루 드레스를 입은 민 설 여왕은 왕실의 품위를 잃지 않은 체외국 대사들, 외교관들과 야유롭게 담소를 나누었고,블랙 턱시도를 입은 구지혁 총리는 멀찍이 서서 와인 잔을 느리게 만지작거리며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싸늘한 눈빛으로 관찰했다.그때, 정치부 메인 기자가 기다렸다는 듯 두 사람 사이를 막아서며 마이크를 내밀었다."여왕 전하, 최근 총리실과의 극심한 국정 갈등속에서, 총리실의 사재 출연 건으로 왕실 재단 계좌 동결 위기를 겨우 넘겼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총리실의 지원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카메라 플래쉬가 일제히 민 설 여왕의 얼굴로 집중되었다.자칫 총리실의 자선에 목을 매는 무능한 여왕으로 프레임이 짜일 수 있는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질문이었다.기자의 질문에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민 설 여왕은카메라를 직시하며 서늘한 미소와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구지혁 총리님의 자금 투입은 국책 사업 부지를 지키기 위한 총리실의 개인적이고 상업적인 계약의 이행일 뿐입니다. 왕실은 그에 상응하는 자산 가치를 완벽하게 담보해습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요. 여전히 총리실의 오만한 행정 간섭과 돈으로 국정을 주무르려는 태도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돈으로 나를 조련할 수 없다'던 빗속의 독설을 전 국민이 보는언론 앞에서 단정한 정치적 언어로 바꾼 완벽한 한 방이었다.맞은편에서 이를 듣던 구지혁 총리가 피식 실소를 터뜨리며마이크 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여왕 전하의 말씀이 정확합니다."구 총리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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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누나의 촉은 무섭다

HK그룹 사옥 최상층 대표실. 대형 모니터 속 재난 현장 브리핑을 보던 구지희 대표의 눈매가 매섭게 가늘어졌다. "이 자식이 미쳤나…?"구지희는 스마트폰을 들어 즉시 최건우 비서실장을 호출했다.화면에 표시된 보고서는 명확했다.폭우 현장에 투입된 헬기 세 대와 막대한 비상 구호 물자는 총리실 예산이 아니라,구지혁 개인 소유의 KS그룹 물류망과 사재로 지불된 것이었다. "최 실장. 너 지금 내 눈 속일 생각 마라.남의 돈 천 원 쓰는 것도 벌벌 떨며 통계 타령만 하던 구지혁 그 깐깐한 놈이,사재를 털어 여왕한테 헬기를 보내? 그것도 단번에 억 단위가 넘어가는 자금을?" "회장님, 그게… 당시 기상 악화로 왕실 경호팀이 고립된 상태라 총리님께서 긴급 국정 대응을…" "됐고. 지금 당장 궁으로 갈테니 딱 기다려."한 시간 뒤, 경복궁 내전 접견실.문이 거칠게 열리며 압도적인 오라를 풍기는 구지희 대표가 걸어 들어왔다.HK그룹을 제계 정상에 올려놓은 여제이자 구지혁의 유일한 천적, 구지혁의 큰 누나.그녀는 접견실에 들어서자마자 동생 구지혁을 향해 눈을 흘겼다. "지혁아, 네놈이 드디어 돈이 썩어나서 궁궐에 흩뿌리기로 작정을 했구나? 세상을 데이터와 통계로만 본다더니, 네 통계에는 사재 탕진도 포함되어 있더냐?"그러나 그 날카로운 고함은 오래가지 못했다.찻상을 가다듬으며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 민 설 여왕의 모습 때문이었다.단정한 적의 차림에, 깊고 맑은 눈동자,그리고 가난과 시련을 겪어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하고 기품 있는 분위기.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HK그룹 구지희 대표님. 총리님의 큰 누님 되신다는 말씀은 익히 들었습니다."민 설 여왕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우아하게 목인사를 건넸다.그 순간, 구지희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평소 재벌가 영애들의 가식적인 미소나 정계 인사들의 비굴한 눈빛에 익숙했던 그녀의 촉이강렬하게 반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지, 이 맑은데 날이 바짝 서 있는 기운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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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오만의 균열

한밤중의 경복궁 내전 집무실.총리실 특사경이 제출한 2차 보고서를 직접 확인하러불시에 찾아온 구지혁총리는 복도 끝에서 새어 나오는가냘쁜 불빛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이었다.자신이 던져준 사재 500억 원으로 왕실의 가압류 위기를 겨우 넘겼으니,여왕이라는 애송이는 어좌에 누워한가롭게 단잠을 자고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그러나 열린 문틈 사이로 눈에 들어온 광경은구지혁의 예상을 보기 좋게 산산조각 냈다.민 설 여왕은 얇은 소창의 차림으로 촛불 하나에 의지한 채,산더미처럼 쌓인 재난 이재민 구호 서류와 수해 지역 지원 내역서를일일히 하나하나 꼼꼼히 검토하고 있었다."전하, 잠시 눈이라도 붙이십시오. 이러다 큰 일 나십니다. 사흘째 겨우 두 시간씩 침수 드신 것이 전부입니다. 이러다 전하께서 먼저 쓰러지십니다."옆에서 안미소 비서실장이 눈물을 글썽이며 탕약을 건넸지만,민 설은 손을 저으며 펜을 놓지 않았다.빗물에 젖었던 옥색 치맛자락 대신 단벌에 가까운 수수한 옷차림을 한 여왕의 얼굴은누가 보기에도 핼쑥하게 창백해져 있었다."내가 쉬면 수해 현장의 국민들이 하루를 더 길바닥에서 뜬눈으로 지새워야 해요. 구 총리님이 보내준 구호 헬기와 자금이 단 한 푼이라도 엉뚱한 곳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직인 하나까지 직접 다 확인해야 합니다. 아무리 부자 도련님 돈이라도, 돈은 귀한 거니까. 남의 돈 받아 쓰는 건데, 허투루 쓰이면 절대 안 될 일이지요...""하지만 구 총리님은 전하를 돕는 게 아니라 자기 국책 사업을 지키려는 계산으로 돈을 던진 것뿐 아닙니까? 전하께서 이렇게 몸을 아끼지 않으시며 고생하시는 것도 알지도 못하면서, 정말이지 뭣도 모르면서... 밖에서 전하를 부르주아의 자선에 목을 매는 무능한 여왕이라 비꼬고 다닙니다!"안 비서실장의 억울함 섞인 외침에, 민 설이 차분하게 고개를 들었다.흔들리는 촛불 불빛을 받아 반짝이는 그녀의 눈동자는창백한 안색에도 기이할 정도로 투명하고 단단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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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폭풍 전야의 온도

일주일 뒤, 전 세계 정세를 뒤흔들 거대한 소식이 대한제국 정가를 강타했다.미래 핵심 자원인 차세대 청정에너지 및 희귀 광물 공동 개발 협정을 위해,강대국 의 황태자 프리드리히가 직접 서울을 방문한다는 발표였다.총리관 대회의실.외교부와 국방부 장관들이 참석한 긴급 정국 전략 회의에서,최건우 비서실장이 최신 정보 보고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총리님, 유로시아 연방 황태자의 내한 목적이... 그, 단순히 에너지 지분율 협상에만 있는 것이 아닌 듯합니다. 유로시아 정보원에 따르면, 프리드리히 황태자가 이번 방한을 통해'대한제국 여왕과의 정략적 결합'을 은밀히 타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찌라시가 돌고 있습니다.""결혼?"보고서를 훑어보던 구지혁 총리의 눈매가 날카롭게 가늘어졌다.순간 회의실 전체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프리드리히 황태자는 수려한 용모 뒤에 강대국의 우위를 바탕으로 타국의 이권을 싹쓸이하는 잔혹한 외교가입니다. 미혼인 민 설 여왕 전하의 영민함과 미모에 사적인 관심까지 쏟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최건우 실장의 보고가 이어지는 동안, 구 총리는 연필을 든 손가락에 자기도 모르게 힘을 주었다.툭, 하는 소리와 함께 심재가 부러져 나갔다.'황태자의 사적 구애? 저 가난한 왕실을 강대국의 세력권 아래 넣어 삼키겠다는 심산인건가?'가슴속에서 알 수 없는 불쾌함과 묵직하고 차가운 불길이 치밀어 올랐다.구지혁은 그것이 단지 대한제국의 국익과 자신의 에너지 사업 지분권이침해당할까 봐 느끼는 정무적 분노라고, 또는 어린 여왕을 탐내는 강대국 황태자의 검은 흑심에 대한애국심 정도로 스스로를 속였다.그날 오후, 외교 무대를 앞두고 열린 왕실-총리실 합동 의전 점검 자리.민 설 여왕은 은은한 적의를 갖춰 입고 정갈한 모습으로근정전 복도를 걸어 나오고 있었다.며칠 전 과로로 핼쑥했던 뺨에는 약간의 핏기가 돌아 있었지만,여전히 가련하고 단정한 자태였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구지혁의 걸음걸이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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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외교 무대

경복궁 근정전 앞뜰.가을 햇살 아래 웅장한 왕실 의전복을 갖춰 입은 민 설 여왕이 모습대 앞에 섰다.스물여섯이라는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우아하고 단단한 기품을 내뿜는 그녀의 깃 위에는,구 총리가 자신의 자본과 국격을 지키겠다며 강제로 달아놓은최고급 사파이어 브로치가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의장대의 호위 속에 붉은 카펫을 걸어 들어오는 인물은강대국 의 프리드리히 황태자였다.수려한 용모와 압도적인 권력으로 전 세계 언론의 이목을 한 몸에 받는 자였으나,그 우아한 미소 뒤에는 대한제국에 불리한 차세대 청정에너지 지분율을 강요하려는서구 제국의 야비하고 비열한 오만함이 숨겨져 있었다."만나서 반갑습니다, 대한제국의 여왕 전하."프리드리히 황태자가 민 설 여왕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븠다.그러나 그의 깊은 푸른 눈동자에는 강대국의 우위뿐만 아니라,기대 이상으로 아름답고 영민한 분위기를 풍기는이 어린 군주를 향한 깊은 사적이고 이성적인 호기심이 노골적으로 넘쳐나고 있었다.대외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뉴스는 없었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여성편력이 심한 황태자의 노골적 눈빛은 같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다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황태자 전하. 양국의 번영과 미래 세대를 위한 청정에너지 협정이 결실을 맺길 기대합니다."민 설 여왕이 유창하고 정갈한 유로시아 언어로 화답하자,프리드리히 황태자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다.숨소리가 닿을 듯한 거리에서 그가 민 설 여왕의 깃에 달린 브로치와 고운 목덜미를 슬쩍 훑었다."이토록 아름답고 총명한 군주께서 다스리는 나라라면, 단순한 에너지 지분율 협상을 넘어 양국의 관계를 더욱 단단히 묶을 길을 찾고 싶군요. 예컨대… 왕실과 황실 간의 정략적 결합이라든가, 뭐 그런... 결혼 같은 것 말입니다."공식 첫 영접 자리에서 취재진과 전 세계 언론을 앞에 두고대놓고 던진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구애였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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