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그룹 사옥 최상층 대표실. 대형 모니터 속 재난 현장 브리핑을 보던 구지희 대표의 눈매가 매섭게 가늘어졌다. "이 자식이 미쳤나…?"구지희는 스마트폰을 들어 즉시 최건우 비서실장을 호출했다.화면에 표시된 보고서는 명확했다.폭우 현장에 투입된 헬기 세 대와 막대한 비상 구호 물자는 총리실 예산이 아니라,구지혁 개인 소유의 KS그룹 물류망과 사재로 지불된 것이었다. "최 실장. 너 지금 내 눈 속일 생각 마라.남의 돈 천 원 쓰는 것도 벌벌 떨며 통계 타령만 하던 구지혁 그 깐깐한 놈이,사재를 털어 여왕한테 헬기를 보내? 그것도 단번에 억 단위가 넘어가는 자금을?" "회장님, 그게… 당시 기상 악화로 왕실 경호팀이 고립된 상태라 총리님께서 긴급 국정 대응을…" "됐고. 지금 당장 궁으로 갈테니 딱 기다려."한 시간 뒤, 경복궁 내전 접견실.문이 거칠게 열리며 압도적인 오라를 풍기는 구지희 대표가 걸어 들어왔다.HK그룹을 제계 정상에 올려놓은 여제이자 구지혁의 유일한 천적, 구지혁의 큰 누나.그녀는 접견실에 들어서자마자 동생 구지혁을 향해 눈을 흘겼다. "지혁아, 네놈이 드디어 돈이 썩어나서 궁궐에 흩뿌리기로 작정을 했구나? 세상을 데이터와 통계로만 본다더니, 네 통계에는 사재 탕진도 포함되어 있더냐?"그러나 그 날카로운 고함은 오래가지 못했다.찻상을 가다듬으며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 민 설 여왕의 모습 때문이었다.단정한 적의 차림에, 깊고 맑은 눈동자,그리고 가난과 시련을 겪어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하고 기품 있는 분위기.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HK그룹 구지희 대표님. 총리님의 큰 누님 되신다는 말씀은 익히 들었습니다."민 설 여왕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우아하게 목인사를 건넸다.그 순간, 구지희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평소 재벌가 영애들의 가식적인 미소나 정계 인사들의 비굴한 눈빛에 익숙했던 그녀의 촉이강렬하게 반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지, 이 맑은데 날이 바짝 서 있는 기운은
Last Updated : 2026-09-1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