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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오만의 균열

Author: yey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8 15:28:35

한밤중의 경복궁 내전 집무실.

총리실 특사경이 제출한 2차 보고서를 직접 확인하러

불시에 찾아온 구지혁총리는 복도 끝에서 새어 나오는

가냘쁜 불빛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이었다.

자신이 던져준 사재 500억 원으로 왕실의 가압류 위기를 겨우 넘겼으니,

여왕이라는 애송이는 어좌에 누워

한가롭게 단잠을 자고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그러나 열린 문틈 사이로 눈에 들어온 광경은

구지혁의 예상을 보기 좋게 산산조각 냈다.

민 설 여왕은 얇은 소창의 차림으로 촛불 하나에 의지한 채,

산더미처럼 쌓인 재난 이재민 구호 서류와 수해 지역 지원 내역서를

일일히 하나하나 꼼꼼히 검토하고 있었다.

"전하, 잠시 눈이라도 붙이십시오. 이러다 큰 일 나십니다.

사흘째 겨우 두 시간씩 침수 드신 것이 전부입니다.

이러다 전하께서 먼저 쓰러지십니다."

옆에서 안미소 비서실장이 눈물을 글썽이며 탕약을 건넸지만,

민 설은 손을 저으며 펜을 놓지 않았다.

빗물에 젖었던 옥색 치맛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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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 총리와 어린 여왕님   40. 밀실에서의 독대

    늦은 밤. 경복궁 깊은 곳에 위치한 비밀 접견실에는 조용한 달빛과 은은한 향나무 내음만이 짙게 내리앉아 있었다. 외부에 전혀 공개되지 않는 이 밀실은 역사적으로 왕실이 국가의 가장 은밀한 기밀을 논하던 공간이었다. 여왕 홀로 무거운 생각에 잠겨 정적을 지키고 있던 그때, 육중한 목재 문이 무겁게 열리고 차가운 밤바람과 함께 구지혁 총리가 걸어 들어왔다. 사전에 공식적인 접견 신청도 없이 찾아온 불쑥 나타난 방문. 민 설은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키며 경계하는 빛이 역력한 눈빛으로 구지혁을 바라보았다. 낮 동안 집무실에서 자신에게 상처와 수치심을 안겨주었던 남자가 제 발로 다시 자신을 찾아온 것이었다. "이 늦은 시각에 무슨 일이십니까, 총리님? 사적인 방문은 사절입니다만. 아니면 낮에 짓밟았던 제 안건이 얼마나 한심하고 탁상공론이었는지, 밤을 타서 다시 한번 독설이라도 내뱉으러 오셨습니까?" 민 설 여왕의 날 선 가시 돋친 물음에도 구지혁은 특유의 차갑고 무심한 표정을 잃지 않았다. 그는 단정한 수트 자락을 정돈하며 민 설의 맞은편 고가구 테이블에 천천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공기가 한순간에 얼어붙듯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전하, 저는 전하께서 추진하려는 이 플라즈마 에너지 사업이 얼마나 위험천만한지 경고하러 온 겁니다. 만약 정부 예산을 섣불리 투입했다가 상용화에 실패하기라도 하면, 기다렸다는 듯 국회와 민현 대공 세력이 전하를 탄핵하려 들 것입니다. 왕실의 입지는 완벽히 파산하고 전하의 정치적 생명도 그것으로 끝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대한제국은 평생 강대국들의 눈치나 보는 종속국으로 남을 뿐입니다! 시도하고 도전해 보지도 않고 시작부터 짓밟는 것이 총리님의 취미이신가요? 이런 리스크들을 관리하라고 총리라는 자리가 있는 겁니다!" 민 설 역시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곧바로 날을 세웠

  • 재벌 총리와 어린 여왕님   39. 최건우 비서실장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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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 총리와 어린 여왕님   37. 재수탱이의 깐깐한 태클

    탁-!총리 집무실의 팽팽한 정적을 깨고 육중한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구지혁 총리는 방금 전까지 감탄을 가누지 못하며 들여다보던 기획서를마치 가치 없는 휴지 조각이라도 되는 양 책상 위에 무심하게 던져 놓았다.서류가 흩어지며 떨어진 자리에는 그의 입가에 걸린 서슬 푸른 냉소만이 남아 있었다."전하, 착각이 심하시군요. 대한제국 정부의 예산은 말이죠... 여왕 전하의 개인적인 호기심이나 기분 전환을 위해 집행하는 쌈짓돈이 아닙니다.""…네...? 총리님,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기획서 내용을 제대로 읽어보시고 말씀하시는 건가요?"민 설 여왕의 얼굴에서 당황스러움과 함께 경악이 스쳐 지나갔다.밤을 지새우며 단 하나의 오류도 없도록 벼르고 다듬은 안건이었다.당연히 구 총리 성격에 날카로운 지적이 돌아올 것은 예상했지만,시작부터 개인적인 호기심이라며 폄훼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민 설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가슴에 맺힌 말을 토해냈다."고효율 플라즈마 추출 기술은 단 1년 안에 상용화 단계에 진입할 수 있는 독보적인 원천 기술입니다! 이 안건이 성공한다면 왕실의 재정 자립은 물론, 대한제국 재정을 단번에 반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상용화 성공 가능성은 통계적으로 10% 미만입니다."구 총리가 민 설여왕의 말을 자르며 칼같이 차갑고 냉정한 음성으로 쏘아붙였다.단 한 치의 여지도 주지 않겠다는 단호함이었다.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팔짱을 낀 채, 서늘한 눈빛으로 설을 내려다보았다."단 10%의 희망에 대한제국의 귀중한 국고 수천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은 이것이야 말로 정책이 아니라 도박입니다. 전하께서 작성하신 이 안건은 실패할 경우 대한제국 재정에 회복 불가능한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기술적 리스크만 거창하게 늘어놓았을 뿐, 정작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 관리는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공론입니다."'탁상공론…?'그 단어가 민 설의 가슴 깊은 곳을 비수처럼 찌르고 들어왔다.단칸방 시절

  • 재벌 총리와 어린 여왕님   36. 총리님, 결재 바랍니다

    다음 날 오전, 날카로운 정적만이 감도는 정부서울청사 총리관 집무실.창밖으로 아침 햇살이 길게 비쳐 들었지만,방 안을 채운 공기는 여전히 차갑고 경직되어 있었다.탁자 위에는 각종 국정 현안과 법안 검토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구지혁 총리는 그 서류 더미 속을 특유의 무심하고 단호한 눈빛으로펜을 움직이며 보고 있었다.단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주의자.그의 손끝에서 제국의 국정이 칼날처럼 깔끔하게 정리되어 나가던 그 순간,집무실 문이 조용히 열렸다."총리님, 긴급히 검토해 주셨으면 하는 안건이 있습니다. 결재 부탁드립니다."정적을 깨고 들려온 정갈한 목소리에 구지혁의 시선이 천천히 위로 향했다.그곳에는 짙은 남색 원피스를 정갈하게 갖춰 입은 민 설 여왕이 서 있었다.밤을 새운 탓에 눈밑에는 옅은 그늘이 져 있었고 피부도 조금 파리해 보였지만,유난히 단단하게 반짝이는 눈동자만큼은 그 어떤 보석보다도 빛나고 있었다.민 설 여왕은 정성스럽게 제본된 기획서 한 권을구지혁 총리의 가호로 가득 찬 넓은 책상 위에 다소곳이, 그러나 힘 있게 내려놓았다.구 총리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특유의 차갑고서서히 얼어붙는 표정으로 기획서 표지를 내려다보았다.구지혁 총리의 입꼬리가 살짝 비틀렸다.또 시작인가. 철없는 어린 여왕이 자신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들고 온사적인 조바심이라 치부한 구 총리는 기획서를 향해 손도 대지 않은 채 냉정한 입술을 열었다."여왕 전하, 총리실은 왕실의 어리숙한 소꿉놀이 장소가 아닙니다. 국가의 정책과 예산은 개인의 막연한 아이디어나 열정 따위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런 사적인 안건은 정식 안건으로 접수조차—""일단 열어서 보시기나 하고 말씀하시죠, 총리님."구지혁의 매몰찬 독설을 가로막은 것은 민 설 여왕의 강단 있는 목소리였다.민 설은 눈 하나 찡그리지 않은 채 똑바로 구지혁의 검은 눈동자를 맞받아쳤다.그 시선에는 밤새 고뇌하며

  • 재벌 총리와 어린 여왕님   35. 여왕의 밤샘, 그리고 장부의 비밀

    경복궁 깊은 곳, 여왕의 개인 집무실에 정적만이 감돌았다.창밖은 이미 짙은 어둠이 내린 새벽 세 시를 넘어서고 있었지만,방 안을 밝히는 은은한 스탠드 조명은 꺼질 줄 몰랐다.민 설 여왕은 모니터 화면 가득 떠 있는 제국 왕실의 재정 장부와 문서들을 번갈아 보며 차가워진 손끝을 비벼댔다.얼마 전 외교 무대에서 거둔 화려한 승리로강대국 유로시아 연방과의 청정에너지 협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지만,그 화려한 겉모습 뒤에 숨겨진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전 임금 시절부터 누적되어 온 왕실의 막대한 부채와 텅 비어버린 금고는국가적인 핵심 사업에 투자할 최소한의 자금조차 허락하지 않았다.이대로 손을 놓고 있다간 강대국과의 협정은 그저 빛 좋은 개살구,나라의 주권을 갉아먹는 독이 든 성배로 전락할 터였다."어떻게든 이 금고를 내 힘으로 채워 넣어야 해.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온전히 우리나라 대한제국의 이름으로."민 설은 맑고 단단한 눈빛으로 모니터 화면 속수십 가지 원천 기술 특허들을 꼼꼼히 훑어 내려갔다.가난한 여대생 시절, 단칸방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익혔던철저한 서민적 경제 감각과 여왕의 왕관을 쓴 뒤 벼려진 정치적 통찰력이 동시 가동되었다.그중 그녀의 시선을 강렬하게 사로잡은 것은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이었다.세계적인 연구소들과 굴지의 대기업들조차기술적 리스크와 상용화 실패 확률이 크다며 선뜻 손대지 못한 미지의 분야였다.하지만 민 설 여왕의 직관은 이것이텅 빈 제국의 재정을 단번에 반전시킬 마지막 열쇠이자,강대국 사이에서 자립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임을 말해주고 있었다.민 설은 졸음이 쏟아지는 눈을 강제로 뜨며 키보드를 두드려 나갔다.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의 제안서가 아니었다.과학 기술적 메커니즘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고,상용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적 허점과 리스크 관리 대안,그리고 시기별 자금 회수 스케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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