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재벌 총리와 어린 여왕님: Chapter 31 - Chapter 40

115 Chapters

31. 발끈한 총리님

유로시아 황태자 환영 국빈 만찬장이 열린 경회루(慶會樓).화려한 조명과 우아한 클래식 연주가 흐르는 가운데,정재계 인사들과 외교관들이 어우러져 연회를 즐기고 있었다.그러나 국정 수반이자 외교 총괄인 구지혁 총리의 시선은연회장의 음식이나 귀빈들과의 대화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그의 눈동자는 오직 연회장 중앙에서 프리드리히 황태자와 담소를 나누고 있는민 설 여왕에게 고정되어 있었다."여왕 전하, 유로시아의 가을은 한국보다 조금 일찍 찾아옵니다. 협정이 체결되면 부디 저희 나라, 황실 사냥터로 전하를 모시고 싶군요."프리드리히 황태자는 연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민 설에게 바짝 다가가 있었다.민 설 여왕 역시 외교적 성과를 위해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화답하고 있었지만,구지혁 총리의 눈에는 그 모든 상황이 지독하게 속이 뒤집히는 광경이었다.'어린 여왕님이 아주 신이 나셨군. 강대국 황태자가 좀 치켜세워주며 아는 척을 해주니 광대가 승천을 해서 아주 내려올 줄을 모르네. 어휴... 저 철없는 여자애를 어쩌지..?!?'구지혁은 혼자 속으로 독설들을 퍼부으며 와인 잔을 들이켰다.냉철한 통계와 데이터로 세상을 바라보던 지능 지수 160의 천재 총리는 온데간데없고,속이 사정없이 꼬인 심술스런 남자가 서 있을 뿐이었다."총리님, 어째 이러신데... 와인 잔 부서지겠습니다. 힘 좀 빼시지요."옆에서 눈치를 보던 최건우 비서실장이 나지막이 경고했으나,구지혁 총리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그때였다. 프리드리히 황태자가 갑자기 더욱 과감해진 태도로민 설 여왕의 작은 손을 살포시 잡아 올렸다.서양식 정중한 인사를 핑계삼아, 민 설 여왕의 백옥 같은 손등에입맞춤하려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이었다.설 여왕이 놀라 시선을 피하려는 찰나,차가운 바람처럼 한 남자가 두 사람 사이로 거칠게 끼어들었다.탁-!구지혁 총리가 완벽한 타이밍으로 프리드리히 황태자의 손목을 가볍게 차단하며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아 섰다.그리고 손에 들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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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내가 왜 이러는 거지?

국빈 만찬이 끝난 늦은 밤.총리실 집무실로 돌아온 구지혁은 넥타이를 거칠게 풀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어두운 집무실 안,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구지혁 총리는 자신의 이마를 짚으며 나지막하게 신음을 내뱉었다."미쳤어… 구지혁, 네가 드디어 미쳐 버린 게다."낮에 만찬장에서 저지른 외교적 결례를 생각하면당장 최건우 실장을 시켜 언론을 통제하고 외교부에 해명자료를 뿌려야 마땅했다.하지만 구 총리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외교적 후폭풍이 아니었다.황태자의 손길이 닿으려 할 때 어린 민 설 여왕의 놀란 그 눈동자...!!그리고 자신이 그 사이를 막아섰을 때 느꼈던 그 미칠 듯이 터질듯한 질투와 분노였다."열살이나 어린 여자애야… 게다가 감히 넘어볼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이 나라의 여왕이라고. 내가 모시고 따라야하는...하..."구지혁은 허탈하게 헛웃음을 터뜨렸다.아이비리그를 조기 졸업하고 최연소 총리에 올라 세상을 자신의 통제 아래 두었던 그가,스물여섯의 흙수저 출신 어린 여왕에게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그것도 미칠 듯한 독점욕과 질투에 휩싸여 품위조차 지키지 못할 정도로깊게 빠져버렸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얼빠진 놈 같이… 나이 서른여섯이나 먹고 무슨 꼴이냐, 이게. 민 설을 얼마나 봤다고... 구지혁, 너 금사빠였냐? 미친.... 열 살이나 어린 여자애한테... 재수탱이처럼 굴지 마라, 제발"스스로를 향해 차가운 독설을 내뱉어 보았지만, 가슴을 죄여오는 이 알 수 없는 감정...그 해소되지 않는 답답함은 식을 줄도 모르고, 가실 생각도 없어 보였다. 구지혁 총리는 술을 잔에 가득 따라 목구멍 너머로 들이부었다.그녀는 여인이기 이전에 국가의 군주, 여왕이였고,자신은 그 군주를 보위하고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신하, 이 나라의 총리였다.자신이 품은 이 불결하고 뜨거운 감정이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자신은 물론 민 설 여왕의 입지는 흔들릴 것이고 왕실과 행정부의 균형은 깨질 터였다."마음을 품어서는 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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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모란꽃에는 향기가 없다

유로시아 연방과의 최종 에너지 협정 조인식을 하루 앞두고,프리드리히 황태자는 민 설 여왕에게 파격적이고 까다로운 외교적 난제를 던졌다."여왕 전하. 협정의 성사를 축하하며 저희 황실에서 전하께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유로시아 전역에서 가장 희귀하고 아름다운 가상 생태 모란꽃 화분 100주입니다. 단, 이 꽃은 아주 특이한 조건이 있습니다."프리드리히 황태자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이 꽃은 특정 기후와 조건에서만 향기를 내뿜습니다. 만약 전하께서 조인식 전까지 이 모란꽃의 향기를 채취해 만찬장의 향수로 만들어내지 못하신다면, 저희는 대한제국의 기술력을 신뢰할 수 없다 판단하여 에너지 지분율을 10% 삭감할 것입니다."말이 좋아 선물이지, 대한제국의 외교적 기세를 꺾고 실리를 챙기려는강대국의 치졸한 길들이기 공작이었다.총리실과 외교부에는 비상이 걸렸다.최첨단 과학 기술을 동원해도 하루 만에 희귀 꽃의 향기 추출 조건을 찾아내는 것은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였기 때문이다.그러나 민 설 여왕은 태연하게 모란꽃 화분을 둘러보았다.그리고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황태자 전하. 신라 시대 선덕여왕의 일화를 아십니까? 당나라 황제가 모란꽃 그림과 씨앗을 보냈을 때, 선덕여왕은 그림에 나비와 벌이 없는 것을 보고 이 꽃에 향기가 없음을 단번에 알아차리셨지요."민 설의 맑은 목소리가 접견실에 울려 퍼졌다."황태자께서 보낸 이 모란꽃 역시 최첨단 유전자 조작을 통해 화려한 외형만 갖추었을 뿐, 수술과 암술의 기능이 퇴화하여 원래부터 향기를 내지 못하는 종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향기를 만들어내라는 것은 외교적 협상이 아니라 기술적 사기에 가깝지요."프리드리히 황태자의 표정이 순간 굳어지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졌다.민 설 여왕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준비해 둔 태블릿 PC를 펼쳐 보였다."오히려 유전자 조작으로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는 위험 품종을 국빈 선물로 위장해 들여온 것은 국제 환경 협정 위반입니다. 지분율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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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군신의 선과 벽

유로시아 연방과의 청정에너지 협정이대한제국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최종 체결되었다.강대국의 압박을 지혜로 멋지게 막아낸 민 설 여왕의외교적 성과에 온 제국 국민들의 환호성으로 나라가 들썩였다.성대한 공식 행사가 모두 끝난 늦은 밤.경복궁 경회루의 정자 안에는 거센 외교전을 성공적으로 끝마친민 설 여왕과 구지혁 총리 단 둘만이 남게 되었다.달빛이 은은하게 호수 위를 비추고, 바람에 버드나무 가지가 흔들리는 고요한 밤이었다."고생 많으셨습니다, 구 총리님. 총리께서 뒤에서 단단히 받쳐주신 덕분에 용기를 내어 담대하게 외교 무대에 설 수 있었습니다."민 설 여왕이 따뜻한 찻잔을 들고 구 총리를 향해 생긋 웃어 보였다.가난한 여대생에서 시작해 마침내 한 나라의 진정한 군주로 거듭난 그녀의 모습은달빛 아래에서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구지혁 총리의 가슴이 또다시 무섭게 요동쳤다.당장이라도 한 걸음 다가가 그녀의 작은 어깨를 안아주고,그 고생했던 손을 꼭 잡으며 마음을 고백하고 싶은 충동이 치밀어 올랐다.그러나 구지혁은 짓눌린 숨을 내쉬며 가슴속 충동을 억지로 눌러앉혔다.그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손을 모으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철저하고 완벽한 신하의 예법이었다."전하의 명철한 지혜가 이뤄낸 승리일 뿐입니다. 신은 그저 맡은 바 직무를 수행했을 뿐입니다."구지혁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건조하고 서늘했다.낮의 질투하던 모습도, 밤의 밀실에서 나누던 친근함도모조리 지워버린 완벽한 신하이자 '총리'의 모습이었다."…총리님?"민 설 여왕의 미소가 살짝 수그러들었다.평소처럼 툴툴거리며 독설을 내뱉거나 자신을 가깝게 대해주길 바랐던 그녀의 마음속에,알 수 없는 쓸쓸함과 아련한 무언가가 밀려왔다.구 총리는 민 설 여왕의 시선을 외면한 채, 바위처럼 차가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밤이 깊었습니다. 국정에 차질이 없도록 체력을 보존하시는 것 또한 군주의 의무입니다. 이만 내전으로 들어가 쉬시지요."구지혁은 정중하게 목인사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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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여왕의 밤샘, 그리고 장부의 비밀

경복궁 깊은 곳, 여왕의 개인 집무실에 정적만이 감돌았다.창밖은 이미 짙은 어둠이 내린 새벽 세 시를 넘어서고 있었지만,방 안을 밝히는 은은한 스탠드 조명은 꺼질 줄 몰랐다.민 설 여왕은 모니터 화면 가득 떠 있는 제국 왕실의 재정 장부와 문서들을 번갈아 보며 차가워진 손끝을 비벼댔다.얼마 전 외교 무대에서 거둔 화려한 승리로강대국 유로시아 연방과의 청정에너지 협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지만,그 화려한 겉모습 뒤에 숨겨진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전 임금 시절부터 누적되어 온 왕실의 막대한 부채와 텅 비어버린 금고는국가적인 핵심 사업에 투자할 최소한의 자금조차 허락하지 않았다.이대로 손을 놓고 있다간 강대국과의 협정은 그저 빛 좋은 개살구,나라의 주권을 갉아먹는 독이 든 성배로 전락할 터였다."어떻게든 이 금고를 내 힘으로 채워 넣어야 해.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온전히 우리나라 대한제국의 이름으로."민 설은 맑고 단단한 눈빛으로 모니터 화면 속수십 가지 원천 기술 특허들을 꼼꼼히 훑어 내려갔다.가난한 여대생 시절, 단칸방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익혔던철저한 서민적 경제 감각과 여왕의 왕관을 쓴 뒤 벼려진 정치적 통찰력이 동시 가동되었다.그중 그녀의 시선을 강렬하게 사로잡은 것은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이었다.세계적인 연구소들과 굴지의 대기업들조차기술적 리스크와 상용화 실패 확률이 크다며 선뜻 손대지 못한 미지의 분야였다.하지만 민 설 여왕의 직관은 이것이텅 빈 제국의 재정을 단번에 반전시킬 마지막 열쇠이자,강대국 사이에서 자립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임을 말해주고 있었다.민 설은 졸음이 쏟아지는 눈을 강제로 뜨며 키보드를 두드려 나갔다.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의 제안서가 아니었다.과학 기술적 메커니즘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고,상용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적 허점과 리스크 관리 대안,그리고 시기별 자금 회수 스케줄까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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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총리님, 결재 바랍니다

다음 날 오전, 날카로운 정적만이 감도는 정부서울청사 총리관 집무실.창밖으로 아침 햇살이 길게 비쳐 들었지만,방 안을 채운 공기는 여전히 차갑고 경직되어 있었다.탁자 위에는 각종 국정 현안과 법안 검토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구지혁 총리는 그 서류 더미 속을 특유의 무심하고 단호한 눈빛으로펜을 움직이며 보고 있었다.단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주의자.그의 손끝에서 제국의 국정이 칼날처럼 깔끔하게 정리되어 나가던 그 순간,집무실 문이 조용히 열렸다."총리님, 긴급히 검토해 주셨으면 하는 안건이 있습니다. 결재 부탁드립니다."정적을 깨고 들려온 정갈한 목소리에 구지혁의 시선이 천천히 위로 향했다.그곳에는 짙은 남색 원피스를 정갈하게 갖춰 입은 민 설 여왕이 서 있었다.밤을 새운 탓에 눈밑에는 옅은 그늘이 져 있었고 피부도 조금 파리해 보였지만,유난히 단단하게 반짝이는 눈동자만큼은 그 어떤 보석보다도 빛나고 있었다.민 설 여왕은 정성스럽게 제본된 기획서 한 권을구지혁 총리의 가호로 가득 찬 넓은 책상 위에 다소곳이, 그러나 힘 있게 내려놓았다.구 총리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특유의 차갑고서서히 얼어붙는 표정으로 기획서 표지를 내려다보았다.구지혁 총리의 입꼬리가 살짝 비틀렸다.또 시작인가. 철없는 어린 여왕이 자신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들고 온사적인 조바심이라 치부한 구 총리는 기획서를 향해 손도 대지 않은 채 냉정한 입술을 열었다."여왕 전하, 총리실은 왕실의 어리숙한 소꿉놀이 장소가 아닙니다. 국가의 정책과 예산은 개인의 막연한 아이디어나 열정 따위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런 사적인 안건은 정식 안건으로 접수조차—""일단 열어서 보시기나 하고 말씀하시죠, 총리님."구지혁의 매몰찬 독설을 가로막은 것은 민 설 여왕의 강단 있는 목소리였다.민 설은 눈 하나 찡그리지 않은 채 똑바로 구지혁의 검은 눈동자를 맞받아쳤다.그 시선에는 밤새 고뇌하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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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재수탱이의 깐깐한 태클

탁-!총리 집무실의 팽팽한 정적을 깨고 육중한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구지혁 총리는 방금 전까지 감탄을 가누지 못하며 들여다보던 기획서를마치 가치 없는 휴지 조각이라도 되는 양 책상 위에 무심하게 던져 놓았다.서류가 흩어지며 떨어진 자리에는 그의 입가에 걸린 서슬 푸른 냉소만이 남아 있었다."전하, 착각이 심하시군요. 대한제국 정부의 예산은 말이죠... 여왕 전하의 개인적인 호기심이나 기분 전환을 위해 집행하는 쌈짓돈이 아닙니다.""…네...? 총리님,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기획서 내용을 제대로 읽어보시고 말씀하시는 건가요?"민 설 여왕의 얼굴에서 당황스러움과 함께 경악이 스쳐 지나갔다.밤을 지새우며 단 하나의 오류도 없도록 벼르고 다듬은 안건이었다.당연히 구 총리 성격에 날카로운 지적이 돌아올 것은 예상했지만,시작부터 개인적인 호기심이라며 폄훼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민 설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가슴에 맺힌 말을 토해냈다."고효율 플라즈마 추출 기술은 단 1년 안에 상용화 단계에 진입할 수 있는 독보적인 원천 기술입니다! 이 안건이 성공한다면 왕실의 재정 자립은 물론, 대한제국 재정을 단번에 반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상용화 성공 가능성은 통계적으로 10% 미만입니다."구 총리가 민 설여왕의 말을 자르며 칼같이 차갑고 냉정한 음성으로 쏘아붙였다.단 한 치의 여지도 주지 않겠다는 단호함이었다.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팔짱을 낀 채, 서늘한 눈빛으로 설을 내려다보았다."단 10%의 희망에 대한제국의 귀중한 국고 수천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은 이것이야 말로 정책이 아니라 도박입니다. 전하께서 작성하신 이 안건은 실패할 경우 대한제국 재정에 회복 불가능한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기술적 리스크만 거창하게 늘어놓았을 뿐, 정작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 관리는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공론입니다."'탁상공론…?'그 단어가 민 설의 가슴 깊은 곳을 비수처럼 찌르고 들어왔다.단칸방 시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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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안미소 비서실장의 정보 수집

총리관 집무실의 무거운 목재 문이 열리고,붉어진 눈시울로 씩씩거리며 걸어 나오는 민 설 여왕의 모습을 확인한안미소 비서실장의 미간이 급격히 좁아졌다.여왕의 손에 들린 기획서 모서리는 강하게 쥐어짜인 듯 구겨져 있었고,그녀의 어깨는 분노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밤을 새워가며 제국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던 여왕의 열정과 희망이단 몇 분 만에 완벽히 짓밟혔음을 직감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여왕을 묵묵히 보필해 본궁으로 안내한 안 비서실장은집무실로 돌아오자마자 책상 위의 비밀 통신 단말기를 집어 들었다.'구지혁 총리가 안건을 쳐냈다…?'안미소는 고개를 내저었다.아무리 구지혁 총리가 독설을 입에 달고 사는 냉혈한이라 할지라도,그는 대한제국 최고의 천재이자 완벽주의자였다.국익에 명백히 도움이 되고 왕실의 재정을 자립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안건이라면,아무리 사적인 감정이 얽혀있어도 서류 자체를쓰레기통에 처박듯 결재를 거부할 그럴 위인이 절대 아니었다.차갑고 독한 언변 뒤에 명백하게도 이상한 구석이 분명 존재했다."총리실 외곽 정보망을 즉시 가동해. 오늘 오전 결재 거부 직후부터 지금까지, 구지혁 총리의 모든 비밀 비공식 통신 내역과 동선을 추적해."안미소 비서실장의 낮게 깔린 명령에 왕실 암행 정보팀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총리실의 보안은 철통같았으나, 안미소 비서실장 역시 오랫동안 궁궐과 정계를 오가며자신만의 비밀 정보망을 구축해 온 인물이었다.그리고 몇 시간 지나지 않은 늦은 오후,안미소 비서실장의 비밀 집무실로 보안 직인이 찍힌 두꺼운 보고서 한 권이 전달되었다.보고서 첫 장을 넘긴 안 비서실장의 짙은 눈썹이 경악으로 요동쳤다."총리님께서… KS그룹 중앙연구소 핵심 연구진을 직접 소집하셨다고?"보고서에 적힌 내막은 그야말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구지혁 총리는 낮에 여왕 앞에서는 기획서를 향해탁상공론, 쌈짓돈, 도박...이라며 온갖 잔인한 독설을 퍼부어놓고 결재를 보류했지만,여왕이 울컥한 마음으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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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최건우 비서실장의 한숨

같은 시각, 모두가 퇴근하고 정적만이 감도는 총리관.차가운 대리석 복도 끝, 총리의 집무실 앞에서 비서실장 최건우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창밖은 이미 짙은 어둠이 깔린 늦은 밤이었지만,총리의 집무실의 문틈 사이로는 은은한 조명이 여전히 새어 나오고 있었다.낮 동안 여왕과의 대립으로 팽팽하게 당겨졌던 긴장감은 청사를 떠나지 않았고,최건우 비서실장 역시 야근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최건우는 손에 들린 최종 결재 서류 더미를 가볍게 정돈한 뒤,문을 두드리고 살그머니 집무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평소라면 컴퓨터 모니터의 쏟아지는 데이터나 숫자를 보며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거나,차가운 독설을 내뱉을 준비를 하던 총리의 모습이 맞이해야 마땅했다.그러나 서류를 들고 들어선 최건우 비서의 눈앞에 평생 잊지 못할,그야말로 대한제국의 8대 불가사의라 불러도 손색없는 희귀한 광경이 펼쳐졌다.구지혁 총리가 책상에 비스듬히 기댄 채,낮에 여왕이 제출했던 기획서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다.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의 입꼬리였다.단 한 번도 남에게 부드러운 감정을 내비친 적 없던 그 오만하고 완벽한 입술이,아주 느리고 부드럽게 호를 그리며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던 것이다.구 총리의 검은 눈동자에는 평소의 서늘한 칼날 대신,유난히 따뜻하고 아련한 기류가 감돌고 있었다.그의 길고 정갈한 손가락은 기획서 구석구석에 남겨진 여왕의 흔적을 천천히 쓸어내렸다.밤을 새우느라 조금 삐뚤빼뚤해진 수기 메모,수치를 맞추기 위해 지우개로 몇 번이고 지웠다 다시 쓴 흔적들.구지혁은 이 어린 여왕의 고뇌와 진심이 담긴 자국들을마치 지극히 보물이라도 다루듯 가만히 만져보고 있었다."아이구, 총리님… 진짜 큰일 날 소리를 하고 계시는군요."최건우 비서실장은 소리 없이 문을 닫고 나와 이마를 짚었다.남의 마음이나 감정 따위는 눈곱만큼도 이해하지 못하는 IQ 160의 천재 로봇,피도 눈물도 없는 독설가 구지혁 총리.그런 남자가 열 살이나 어린 데다가 감히 사적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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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밀실에서의 독대

늦은 밤. 경복궁 깊은 곳에 위치한 비밀 접견실에는 조용한 달빛과 은은한 향나무 내음만이 짙게 내리앉아 있었다. 외부에 전혀 공개되지 않는 이 밀실은 역사적으로 왕실이 국가의 가장 은밀한 기밀을 논하던 공간이었다. 여왕 홀로 무거운 생각에 잠겨 정적을 지키고 있던 그때, 육중한 목재 문이 무겁게 열리고 차가운 밤바람과 함께 구지혁 총리가 걸어 들어왔다. 사전에 공식적인 접견 신청도 없이 찾아온 불쑥 나타난 방문. 민 설은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키며 경계하는 빛이 역력한 눈빛으로 구지혁을 바라보았다. 낮 동안 집무실에서 자신에게 상처와 수치심을 안겨주었던 남자가 제 발로 다시 자신을 찾아온 것이었다. "이 늦은 시각에 무슨 일이십니까, 총리님? 사적인 방문은 사절입니다만. 아니면 낮에 짓밟았던 제 안건이 얼마나 한심하고 탁상공론이었는지, 밤을 타서 다시 한번 독설이라도 내뱉으러 오셨습니까?" 민 설 여왕의 날 선 가시 돋친 물음에도 구지혁은 특유의 차갑고 무심한 표정을 잃지 않았다. 그는 단정한 수트 자락을 정돈하며 민 설의 맞은편 고가구 테이블에 천천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공기가 한순간에 얼어붙듯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전하, 저는 전하께서 추진하려는 이 플라즈마 에너지 사업이 얼마나 위험천만한지 경고하러 온 겁니다. 만약 정부 예산을 섣불리 투입했다가 상용화에 실패하기라도 하면, 기다렸다는 듯 국회와 민현 대공 세력이 전하를 탄핵하려 들 것입니다. 왕실의 입지는 완벽히 파산하고 전하의 정치적 생명도 그것으로 끝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대한제국은 평생 강대국들의 눈치나 보는 종속국으로 남을 뿐입니다! 시도하고 도전해 보지도 않고 시작부터 짓밟는 것이 총리님의 취미이신가요? 이런 리스크들을 관리하라고 총리라는 자리가 있는 겁니다!" 민 설 역시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곧바로 날을 세웠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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