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밤은 더 이상 피비린내로 축축하게 젖어 있지 않았다.이탈리아에서 느껴졌던 억눌린 트라우마와 서늘한 악몽의 기운은,네바강을 건너오는 맑고 차가운 바람 속에서 흔적도 없이 씻겨 내려갔다.대저택의 익숙하고 정결한 향기는 밀라의 불안했던 심신을 기적처럼 안정시켜 주었다.며칠 동안 시달리던 악몽에서 벗어나 깊고 단잠을 자고 일어난 밀라는,창가로 다가가 유리창 너머의 노을을 바라보았다.붉게 물들어 가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하늘은 잔혹했던 지난날의 비극이마침내 완전히 끝났음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었다.밀라가 안정을 취하는 동안,알렉세이는 저택 깊은 곳에서 이바노프 가문과 친부 바실리 코르네의전 무력을 결합한 마지막 청소 작업을 완벽하게 끝마쳤다.상트페테르부르크 어둠의 구석자리에 숨어 숨죽이고 있던 보로닌 가문의 잔당들과부패한 세력들은 단 하룻밤 만에 흔적도 없이 도려내어졌다.이바노프 가문이 수십 년간 구축해 온 철옹성 같은 정보망과,전 세계 지하 세계의 군주인 바실리 코르네의 막강한 자금줄이 결합하면서알렉세이의 조직은 감히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절대적인 제국으로 거듭났다.그 어떤 정적도, 그 어떤 과거의 망령도 더 이상 알렉세이와 밀라의 안식을 위협할 수 없었다.해질녘, 저택의 경호실장 데릭이 기분 좋은 표정으로 밀라의 방 문을 두드렸다."마담, 밀라, 보스께서 중앙 테라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알렉세이가요?"밀라가 고개를 갸웃하며 테라스로 향하는 문을 열었을 때,그녀의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옅은 탄성이 흘러나왔다.원래는 차가운 대리석과 검은 철제 난간으로만 꾸며져 있던 넓은 테라스 전체가,밀라가 가장 좋아하는 순백의 로즈마리와 라벤더,그리고 수천 송이의 연분홍 장미 꽃밭으로 완벽하게 바뀌어 있었다.테라스 중앙에는 은은한 촛불이 켜진 테이블이 차려져 있었고,잔잔한 클래식 선율이 네바강의 바람을 타고 흘러나왔다.그리고 그 꽃길의 끝에는, 언제나 피비린내 나는 어둠 속에 서 있던 사내—알렉세이 이바노프
최신 업데이트 : 2026-10-15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