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Chapter 81 - Chapter 90

123 Chapters

81화. 오랜만이라 그런가

해원은 침대 위로 올라갔다. 무릎을 대고, 팔꿈치로 몸을 지탱했다. 익숙한 자세인데도 몸이 낯설게 반응했다. 등줄기가 먼저 굳었다. 태헌이 뒤에 섰다. 손이 해원의 옷자락을 잡았다. “들어.” 해원이 팔을 들자 태헌이 옷을 위로 벗겨냈다. 천이 스치며 지나가는 감촉에 해원의 살갗이 먼저 반응했다. 이어서 등 뒤로 손이 넘어왔다. 속옷 훅을 푸는 손길도 서두르지 않았다. 하나씩, 정확하게. 어깨끈이 팔을 타고 흘러내리자 해원은 저도 모르게 몸을 살짝 움츠렸다. 남은 옷도 차례로 벗겨졌다. 해원은 그 손길을 가만히 느꼈다. 스스로 벗을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완전히 드러난 몸에 방 안 공기가 닿았다. 소름이 돋았다. 태헌의 시선이 등을, 허리를, 그 아래까지 천천히 훑고 지나갔다. 해원은 그 시선을 느끼면서도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오랜만이라 그런가.” 태헌이 낮게 말했다. 혼잣말 같기도, 확인 같기도 했다. 해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태헌은 서두르지 않았다. 자세를 한 번 더 잡아주고, 손바닥으로 엉덩이를 가볍게 문질렀다. “힘 빼.” 해원은 그러려고 했다. 그런데 몸이 먼저 알고 있었다. 곧 무슨 일이 일어날지. 첫 번째가 떨어졌다. 짝, 하는 소리와 함께 해원의 허리가 튀어 올랐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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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내가 볼 거니까

토요일 오후 두 시가 조금 넘어서였다.해원은 백화점 입구 앞에서 휴대전화를 내려다봤다.태헌에게서 온 메시지는 십 분 전이었다.[도착했어.]해원은 주변을 한번 둘러보다가 길 건너편에 서 있는 그를 찾았다.정장이 아니었다.검은 셔츠에 얇은 재킷, 평소보다 한결 가벼운 차림이었다.해원이 다가갔다.“오래 기다리셨어요?”“아니.”“저 먼저 볼 게 하나 있어요.”“뭔데.”해원은 백화점 입구를 향해 걸었다.“속옷 좀 사려고요.”태헌이 그대로 따라왔다.해원이 몇 걸음 가다가 돌아봤다.“같이 가시게요?”“응.”“속옷인데요.”“알아.”대답이 너무 아무렇지도 않아서 해원이 잠깐 그를 봤다.“보통은 좀 불편해하지 않아요?”“뭘.”“여자 속옷 매장 들어가는 거요.”태헌은 출입문을 잡아 해원을 먼저 들여보냈다.“혼자 아니잖아.”해원은 대답 대신 웃었다.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 층 올라갔다.주말이라 매장 안에는 사람이 많았다.해원은 익숙하게 란제리 매장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많이 걸리진 않을 거예요.”“천천히 봐.”“기다리다 지루해하실 것 같은데.”“그러면 말할게.”해원은 진열대를 훑었다.원래 사려던 건 특별한 게 아니었다.다음 주 행사 때 입을 밝은색 원피스 안에 받쳐 입을 기본 속옷이 필요했다.색이 비치지 않고, 옷 위로 선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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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오늘 입어

카페는 한 층 아래에 있었다.두 사람은 창가 자리에 앉았다.해원은 아이스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테이블 아래 놓인 쇼핑백들을 봤다.처음 들어올 때는 하나도 없었다.지금은 자기 것 두 개, 태헌 것 하나.그사이에 구경만 하고 나온 매장은 셀 수도 없었다.해원이 휴대전화를 켰다.화면에 뜬 시간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벌써 여섯 시예요?”태헌도 시간을 확인했다.“그러네.”“우리 몇 시에 왔죠?”“두 시 조금 넘어서.”해원이 다시 화면을 봤다.“네 시간?”“응.”“저 원래 속옷만 사려고 한 거였는데.”“그랬지.”해원은 테이블 아래 쇼핑백을 발끝으로 살짝 밀었다.“왜 이렇게 됐지.”태헌이 커피를 들었다.“네가 남성복 층 갔잖아.”“주인님이 먼저 제 속옷 고르셨잖아요.”“그거랑 이게 같아?”“똑같죠.”“어디가.”“서로 자기 취향 아닌 거 입으라고 한 거.”태헌이 해원을 봤다.“난 입으라고 안 했어.”“입어보라고는 하셨죠.”“결국 네가 샀잖아.”“주인님도 사셨고요.”태헌은 대꾸하지 않고 커피를 마셨다.해원이 웃었다.“할 말 없으시죠?”“아니.”“그럼 뭔데요.”“오늘 입어.”해원의 손이 컵 위에서 멈췄다.태헌은 아무렇지도 않게 덧붙였다.“내가 고른 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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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화. 안 깨웠어요

토요일 오후 세 시가 조금 넘어서였다.해원은 호텔 객실 문이 열리자 안을 한번 둘러봤다.침대 하나.소파 하나.창가에는 작은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딱히 특별할 건 없었다.해원이 가방을 내려놓으며 태헌을 봤다.“여기까지 와서 일하실 건 아니죠?”태헌은 대답 대신 재킷부터 벗었다.그리고 노트북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해원이 그걸 봤다.“하시겠다는 거네요.”“삼십 분이면 돼.”“아까 차에서는 한 시간이라고 하셨는데.”“줄었잖아.”“두고 볼게요.”태헌이 노트북을 꺼냈다.해원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원래 오늘은 점심을 먹고 어디든 돌아다닐 생각이었다.그런데 오전부터 태헌에게 일이 붙었다.해외 법인 쪽 일정이 바뀌었고, 월요일 보고 자료까지 같이 손봐야 한다고 했다.약속을 미룰 수도 있었다.대신 해원이 말했다.그럼 그냥 조용한 데 가요.그래서 온 곳이 여기였다.해원은 창가 커튼을 조금 열었다.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생각해보니까 좀 억울하네요.”태헌이 화면을 켜며 물었다.“뭐가.”“호텔까지 왔는데 저는 구경만 하고, 주인님은 일하시고.”태헌이 손을 멈췄다.해원을 한번 봤다.“뭘 기대했는데.”“제가 언제 기대했다고 했어요?”“방금 억울하다며.”해원은 괜히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그건 시간 얘기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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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화. 꼭 뭘 해야되요?

태헌은 생각보다 말없이 잘 먹었다.해원은 자기 접시를 거의 비운 뒤 포크를 내려놓았다.“맛있어요?”“응.”“다행이네요.”“뭘 시킨 건데.”해원이 메뉴 이름을 말해줬다.태헌이 접시를 한번 내려다봤다.“내가 이거 좋아한다고 했었나?”“아니요.”“그럼 어떻게 골랐어.”“제가 먹고 싶어서요.”태헌이 해원을 봤다.해원이 아무렇지 않게 물을 마셨다.“싫으시면 다른 거 시키시라고 하려고 했어요.”“잘 먹고 있는데.”“그럼 됐죠.”태헌은 다시 포크를 들었다.해원이 그 모습을 보다가 말했다.“주인님은 제가 뭐든 다 맞춰드릴 줄 아셨어요?”“아니.”“대답이 너무 빠른데요.” “네가 그러겠어?”해원은 잠깐 그를 봤다.“잘 아시네요.”“이제 좀 알지.”그 말에 해원은 더 대꾸하지 않았다.태헌도 굳이 설명을 붙이지 않았다.잠깐 뒤 태헌이 물었다.“넌 일 다 했어?”“거의요.”“난 끝났어.”“한 시간 넘게 걸렸으면서.”“네가 안 깨워서 두 시간 더 잤고.”“그건 제 잘못 아니거든요.”“누구 잘못인데.”“피곤하신 분 잘못이죠.”태헌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해원도 따라 웃었다.식사가 끝나자 해원이 빈 접시를 한쪽으로 밀었다.테이블 위에는 노트북과 태블릿, 룸서비스 접시가 뒤섞여 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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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화. 본디지 로프

해원은 현관문을 열어주다가 태헌의 손에 들린 검은 가방을 먼저 봤다.평소 회사에 가지고 다니는 가방도 아니었고, 크기도 그리 크지 않았다.“그건 뭐예요?”“나중에.”태헌은 짧게 대답하고 안으로 들어왔다.해원이 문을 닫으며 다시 물었다.“뭔데요?”“좀 있다 보여줄게.”“수상한데.”“그래?”태헌은 별일 아니라는 듯 재킷을 벗었다. 해원은 가방을 한 번 더 봤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둘 다 저녁을 먹고 만난 날이었다. 태헌은 늦게까지 회사에 있었고, 해원도 퇴근한 뒤 집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은 상태였다. 특별히 뭘 하기로 정하고 만난 것도 아니었다.태헌은 가방을 소파 옆에 내려놓고 욕실로 들어갔다.“손 좀 씻고 올게.”“네.”잠시 뒤 물소리가 들렸다.해원은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열었다. 다음 주 일정표에 변경된 게 있어서 확인해야 했지만, 몇 줄 읽기도 전에 자꾸 옆에 놓인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현관에서 물었을 때 나중에 보여준다고 했으니 기다리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지퍼가 조금 열려 있었다.해원은 한동안 화면을 내려다보다가 결국 휴대전화를 옆에 내려놓았다. 가방을 자기 쪽으로 당겨보니 지퍼 사이로 검붉은색이 조금 보였다.해원은 욕실 쪽을 한번 돌아봤다. 물소리는 아직 이어지고 있었다.“보기만 할 건데.”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르게 중얼거린 뒤 지퍼를 조금 더 열었다.안에는 검붉은 로프가 가지런히 감겨 있었다.해원의 눈이 조금 커졌다.그제야 태헌이 왜 가방에 대해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해원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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