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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화. 좋아했네

Author: 케사르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10-03 05:15:00

“조금만 더.”

해원은 태헌을 올려다봤다.

“얼마나요?”

“조금.”

“그게 몇 분인데요.”

태헌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허벅지를 감고 있는 로프 위로 손바닥을 천천히 움직였다. 조금 전까지 팽팽하게 힘이 들어가 있던 다리는 이제 완전히 풀려 있었다. 손이 닿아도 해원은 더 이상 피하려 하지 않았다.

“주인님.”

“왜.”

“이거 생각보다 힘들어요.”

“알아.”

“아시면서 안 풀어주시고.”

해원은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좋으세요?”

태헌의 대답은 이번에도 빨랐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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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93화. 좋아했네

    “조금만 더.” 해원은 태헌을 올려다봤다. “얼마나요?” “조금.” “그게 몇 분인데요.” 태헌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허벅지를 감고 있는 로프 위로 손바닥을 천천히 움직였다. 조금 전까지 팽팽하게 힘이 들어가 있던 다리는 이제 완전히 풀려 있었다. 손이 닿아도 해원은 더 이상 피하려 하지 않았다. “주인님.” “왜.” “이거 생각보다 힘들어요.” “알아.” “아시면서 안 풀어주시고.” 해원은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좋으세요?” 태헌의 대답은 이번에도 빨랐다. “응.” “그렇게 좋으세요?” “많이.” 해원은 입술을 깨물었다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 “진짜 솔직하시네요.” 태헌이 해원의 허리를 감싸 조금 더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묶인 다리가 그의 몸에 닿았다. 조금 전처럼 긴장해서 버티는 힘은 없었다. 해원은 그냥 몸을 맡긴 채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한동안 둘 다 말하지 않았다. 태헌의 손은 허벅지 위에 그대로 있었다. 가끔 엄지로 로프 사이의 피부를 쓸어주거나, 눌린 자리를 확인하듯 손끝을 움직였다. 해원은 그 손길을 느끼며 가만히 있다가 말했다. “저 지금 되게 이상하게 생겼죠.” “아니.” “거울로 다 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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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헌이 먼저 해원의 턱을 끌어올렸다.입술이 겹쳐지자 해원은 평소처럼 그의 목을 감으려고 팔을 들었다. 그런데 손은 배 앞에서 멈췄다. 허리 앞쪽 줄에 붙들린 손목이 한 뼘도 채 올라가지 못하고 팽팽하게 당겨졌다. 키스는 이어지는데 그를 끌어당길 손이 없었다. 해원은 입술을 떼지 않은 채 손목을 몇 번 당겨보다가 결국 포기하고, 대신 상체를 그의 가슴 쪽으로 기울였다. 묶인 가슴이 태헌의 셔츠에 닿았다. 로프 매듭이 천에 눌리는 감촉까지 그대로 느껴졌다.태헌이 입술을 조금 떼고 낮게 웃었다.“손 쓰려고 했지.”“……습관이에요.”“오늘은 안 돼.”그가 다시 입을 맞췄다. 이번에는 더 깊었다. 해원은 손 대신 고개를 들어 그를 따라갔고, 태헌이 일부러 조금 물러나면 목을 길게 빼서라도 입술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키스가 끝나자 태헌은 해원의 허리와 접힌 다리를 한꺼번에 받쳐 들었다. 해원은 저항할 새도 없이 몸이 들렸다. 혼자서는 무릎 하나 펼 수 없으니, 침대 안쪽으로 옮겨지는 동안 할 수 있는 건 그의 어깨에 이마를 기대는 것뿐이었다. 태헌은 해원을 베개 쪽에 눕히고, 벌어진 두 다리가 제자리에 오도록 무릎을 하나씩 잡아 위치를 바로잡았다. 자세를 정한 건 전부 그였다.해원은 등을 대고 누운 채 몸을 조금 틀어봤다. 옆으로 돌아누우려 해도, 다리를 모으려 해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이거 생각보다 진짜 못 움직이겠는데요.”“그러라고 묶었어.”“주인님… 너무 못됐어요.”“오늘은 좀 그런 것 같네.”태헌이 그 위로 몸을 낮췄다. 입술이 목덜미를 지나 쇄골로, 가슴 위를 가로지른 줄 바로 위로 내려갔다. 로프 사이로 도드라진 살에 입술이 닿자 해원의 등이 저절로 휘었다. 몸을 비틀어 피하고 싶었는데, 줄에 붙들린 몸은 오히려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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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원은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태헌의 손에 들린 검붉은 로프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한쪽 끝은 그의 손에 감겨 있었고, 나머지는 바닥 가까이까지 길게 늘어져 있었다. 색이 짙어서, 피부 위에 놓이면 훨씬 선명할 것 같았다.해원은 상의부터 벗었다.단추를 하나씩 풀 때마다 태헌의 시선이 손끝을 따라왔다. 셔츠가 어깨에서 미끄러져 팔꿈치를 지나 떨어졌지만 그는 도와주지 않았다. 해원이 직접 바지를 내리고 마지막 속옷까지 벗는 동안에도 그 자리에 서서 보기만 했다.모든 옷이 바닥에 떨어지고 나서야 태헌이 가까이 왔다.“팔 들어.”해원이 양팔을 들자 태헌은 로프를 길게 풀어 먼저 등 뒤로 넘겼다. 줄이 겨드랑이 아래를 지나 앞으로 돌아오더니 가슴 위를 가로질렀다. 차갑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매끄러운 감촉이 피부 위를 천천히 밀고 지나갔고, 해원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쉬었다.로프는 가슴 윗선을 따라 이어졌다가 가운데에서 한 번 교차했고, 다시 갈라진 줄이 아래로 내려와 가슴 밑을 받쳤다. 태헌은 서두르지 않았다. 등 뒤로 돌아간 줄을 정리하고 다시 앞으로 가져올 때마다 로프가 닿는 자리가 조금씩 달라졌다. 해원이 숨을 들이쉬면 줄이 가슴에 더 단단히 붙었다가 내쉬면 아주 조금 풀리는 것 같았지만, 태헌이 뒤에서 길이를 조절할 때마다 그 작은 여유마저 사라졌다.남은 줄이 허리를 한 바퀴 감고 배꼽 위에서 정리되자 태헌의 손이 떨어졌다.팔은 아직 자유로웠다. 그런데도 자세가 벌써 달라져 있었다. 로프가 가슴과 허리를 잡아주면서 등이 자연스럽게 펴졌고, 위아래 줄 사이로 모인 가슴도 평소보다 더 도드라져 보였다.“앉아.”해원이 침대 끝에 앉자 태헌이 바로 앞에 몸을 낮췄다. 그는 해원의 오른쪽 다리를 들어 무릎을 깊게 접었다. 발뒤꿈치가 엉덩이 가까이 올라오면서 종아리와 허벅지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90화. 본디지 로프

    해원은 현관문을 열어주다가 태헌의 손에 들린 검은 가방을 먼저 봤다.평소 회사에 가지고 다니는 가방도 아니었고, 크기도 그리 크지 않았다.“그건 뭐예요?”“나중에.”태헌은 짧게 대답하고 안으로 들어왔다.해원이 문을 닫으며 다시 물었다.“뭔데요?”“좀 있다 보여줄게.”“수상한데.”“그래?”태헌은 별일 아니라는 듯 재킷을 벗었다. 해원은 가방을 한 번 더 봤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둘 다 저녁을 먹고 만난 날이었다. 태헌은 늦게까지 회사에 있었고, 해원도 퇴근한 뒤 집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은 상태였다. 특별히 뭘 하기로 정하고 만난 것도 아니었다.태헌은 가방을 소파 옆에 내려놓고 욕실로 들어갔다.“손 좀 씻고 올게.”“네.”잠시 뒤 물소리가 들렸다.해원은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열었다. 다음 주 일정표에 변경된 게 있어서 확인해야 했지만, 몇 줄 읽기도 전에 자꾸 옆에 놓인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현관에서 물었을 때 나중에 보여준다고 했으니 기다리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지퍼가 조금 열려 있었다.해원은 한동안 화면을 내려다보다가 결국 휴대전화를 옆에 내려놓았다. 가방을 자기 쪽으로 당겨보니 지퍼 사이로 검붉은색이 조금 보였다.해원은 욕실 쪽을 한번 돌아봤다. 물소리는 아직 이어지고 있었다.“보기만 할 건데.”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르게 중얼거린 뒤 지퍼를 조금 더 열었다.안에는 검붉은 로프가 가지런히 감겨 있었다.해원의 눈이 조금 커졌다.그제야 태헌이 왜 가방에 대해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해원은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89화. 꼭 뭘 해야되요?

    태헌은 생각보다 말없이 잘 먹었다.해원은 자기 접시를 거의 비운 뒤 포크를 내려놓았다.“맛있어요?”“응.”“다행이네요.”“뭘 시킨 건데.”해원이 메뉴 이름을 말해줬다.태헌이 접시를 한번 내려다봤다.“내가 이거 좋아한다고 했었나?”“아니요.”“그럼 어떻게 골랐어.”“제가 먹고 싶어서요.”태헌이 해원을 봤다.해원이 아무렇지 않게 물을 마셨다.“싫으시면 다른 거 시키시라고 하려고 했어요.”“잘 먹고 있는데.”“그럼 됐죠.”태헌은 다시 포크를 들었다.해원이 그 모습을 보다가 말했다.“주인님은 제가 뭐든 다 맞춰드릴 줄 아셨어요?”“아니.”“대답이 너무 빠른데요.” “네가 그러겠어?”해원은 잠깐 그를 봤다.“잘 아시네요.”“이제 좀 알지.”그 말에 해원은 더 대꾸하지 않았다.태헌도 굳이 설명을 붙이지 않았다.잠깐 뒤 태헌이 물었다.“넌 일 다 했어?”“거의요.”“난 끝났어.”“한 시간 넘게 걸렸으면서.”“네가 안 깨워서 두 시간 더 잤고.”“그건 제 잘못 아니거든요.”“누구 잘못인데.”“피곤하신 분 잘못이죠.”태헌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해원도 따라 웃었다.식사가 끝나자 해원이 빈 접시를 한쪽으로 밀었다.테이블 위에는 노트북과 태블릿, 룸서비스 접시가 뒤섞여 있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88화. 안 깨웠어요

    토요일 오후 세 시가 조금 넘어서였다.해원은 호텔 객실 문이 열리자 안을 한번 둘러봤다.침대 하나.소파 하나.창가에는 작은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딱히 특별할 건 없었다.해원이 가방을 내려놓으며 태헌을 봤다.“여기까지 와서 일하실 건 아니죠?”태헌은 대답 대신 재킷부터 벗었다.그리고 노트북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해원이 그걸 봤다.“하시겠다는 거네요.”“삼십 분이면 돼.”“아까 차에서는 한 시간이라고 하셨는데.”“줄었잖아.”“두고 볼게요.”태헌이 노트북을 꺼냈다.해원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원래 오늘은 점심을 먹고 어디든 돌아다닐 생각이었다.그런데 오전부터 태헌에게 일이 붙었다.해외 법인 쪽 일정이 바뀌었고, 월요일 보고 자료까지 같이 손봐야 한다고 했다.약속을 미룰 수도 있었다.대신 해원이 말했다.그럼 그냥 조용한 데 가요.그래서 온 곳이 여기였다.해원은 창가 커튼을 조금 열었다.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생각해보니까 좀 억울하네요.”태헌이 화면을 켜며 물었다.“뭐가.”“호텔까지 왔는데 저는 구경만 하고, 주인님은 일하시고.”태헌이 손을 멈췄다.해원을 한번 봤다.“뭘 기대했는데.”“제가 언제 기대했다고 했어요?”“방금 억울하다며.”해원은 괜히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그건 시간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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