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원은 남은 밥을 한 숟가락 떴다.대답부터 해야 할 것 같았지만 입안에 음식이 있었다. 천천히 씹어 삼킨 뒤에도 할 말이 정해지지 않았다.태헌은 기다리는 대신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두 사람은 남은 식사를 마쳤다. 해원은 생각보다 많이 먹었고, 태헌은 접시 한쪽에 생선 뼈를 모아놓았다.먼저 일어난 그가 재킷을 챙겼다.해원도 가방을 들었다.계산대 옆에 사탕 바구니가 있었다. 해원은 하나를 집었다가 맛을 확인하고 다시 내려놓았다. 박하 맛이었다.태헌이 결제를 마치는 동안 해원은 문 앞에 서 있었다.지금도 그러고 싶어.그 말이 식당을 나와서도 따라왔다.태헌은 차가 있는 쪽으로 걸었다. 해원은 보도에 세워진 입간판을 피해 그의 옆으로 붙었다.명령하고 싶다는 말이 싫기만 했으면 편했을 것이다.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하면 됐다. 이미 해원이 정한 일이었고, 태헌도 지키고 있었다.그런데 해원은 그 말을 듣고 전혀 다른 저녁을 떠올렸다.맞은편 방이 유난히 가까웠던 날이었다.자기 방 책상에 앉아 업체 회신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미 읽은 내용을 다시 읽는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가방 안에 있던 검은 휴대전화를 꺼내 결국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그날 온 메시지는 짧았다.오늘은 쉬어.해원은 길을 건너기 전 멈췄다.태헌도 옆에 섰다. 신호등의 붉은 불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동안 기억이 더 또렷해졌다.알겠습니다, 주인님.그렇게 썼었다.보내기만 하면 됐다. 노트북을 닫고, 불을 끄고, 자면 되는 밤이었다.그런데 자신이 그 문장을 지웠다.태헌은 몰랐다.
Last Updated : 2026-09-2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