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덕질녀의 은밀한 이중생활: Chapter 21 - Chapter 30

110 Chapters

#22

#22 있을 수 없는 일건우의 주상복합 단지 맞은편의 통유리로 된 투썸플레이스 2층.가장 구석진 창가 자리에 이미 도착해 있던 시은은, 얼음이 가득 담긴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테이블 위에 세팅해 둔 채 초조하게 다리를 떨며 하윤을 기다리고 있었다.잠시 후, 계단을 힘겹게 올라온 하윤의 모습은 흡사 혼이 반쯤 빠져나간 좀비 같은 몰골이었다. 비틀거리며 다가온 그녀는 시은의 맞은편 의자에 제 몸을 구기듯 무겁게 던져 앉았다.“하아... 밤샘 사녹보다 더 피곤해, 진짜.”하윤은 자리에 앉자마자 테이블 위로 상체를 무너뜨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꽂힌 빨대를 물고, 마치 생명수라도 되듯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쭈욱 들이켰다.자신의 앞에 무너지듯 앉아,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커피를 들이키는 제 찐친 하윤을 보는 시은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피곤해 뒤지겠다는 년의 얼굴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묘한 기운이 느껴진 이유였다.“야, 이하윤.”시은이 하윤을 빤히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아니, 너는 씨발, 밤새 연하남 양기를 양껏 충전해놓고, 어째 색기가 더 줄줄 흐르냐?”아직 덜 말라 축축하게 젖은 긴 머리카락.화장기 하나 없는 수수한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모르게 나른하고 야릇한 분위기를 풍기는 하윤을 보며 시은이 짓궂게 피식 웃었다.“아, 진짜... 무슨 쌉소리야... 하아,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말해. 나 3시까지 들어가야 돼.”“어우, 집착광공 차건우 개새끼.”시은이 쯧- 혀를 차며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이내 주변의 시선을 살피듯 하윤의 코앞으로 상체를 훅 숙여 다가왔다.“있잖아...”시은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아니, 격양되면서도 금방이라도 비명을 지를 듯, 벅찬 흥분감으로 가득 찬, 폭발 직전의 활화산 같은 목소리였다.“뭔데?”평소 제 찐친 최시은의 텐션이 아닌 것 같아 하윤의 관심 게이지가 훅- 하고 올라갔다. 무슨 일이든, 무슨 말을 하든 늘 생각하지 않고 망설임 없이 냅다 꽂아버리던 최시은의 모습이 아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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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진짜로 있을 수 없는 일"아... 나도 인스타 계정 팔 걸...”하윤은, 빠순이로서 평생 경험할 수 없는 이 미친 행운이 너무 부러워 미간을 찌푸리며 징징거리기 시작했다.“내가 뭐랬어. 요즘은 하나 가지고 안 된다니까. 그러게 내가, 나 인스타 팔 때 같이 파자고 했잖아!”X보다는 인스타의 계정 관리와 피드 꾸미기는 다소 할 일도 많고 귀찮았기 때문에 하윤은 인스타의 비공개 계정만 가지고 있었다. 그저, 오직 멤버들의 인스타와 팬들의 활동을 눈팅하기 위해 만든 유령 계정.사실, 하윤이가 활동이 활발한 인스타 계정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하윤의 최애인 시우에게서 DM이 온다는 보장도 없는데, 이 빠순이적 사고는 확실히 이상한 결론을 내고 있었다.“아이씨... 부럽다, 최시은. 전생에 뭔 짓을 한 거야?”하윤은 질투가 나 미칠 것 같았지만, 동시에 마치 자신이 그 DM을 받은 것처럼 덩달아 도파민이 팡팡 터져 입꼬리가 도통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야, 근데... 이거 백현민이 알면 어쩌려고 그래? 백현민이 알면 진짜 가만히 안 있을텐데?”순간, 현생이 지독한 수컷들이 떠오른 하윤이 걱정스럽게 물었다.특히나, 백현민 그 새끼는 IT 회사의 CEO라는 제 직업을 백분 악용해 제 여친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또 어디서 빠순이들보다 정확한 정보를 그리도 빨리 아는 것인지, 정말 대단한 새끼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스타트업 회사에 있을 것이 아니라, 디스패치에 취업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아, 나 인스타 하는지 몰라.”“미친... 그걸 아직 안 들켰다고?”“야, 그 새끼 옆에 있으니까 생존 본능이 저절로 상승하더라. 왜,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잖아. 내 대가리가 그렇게 나쁜 게 아니라고. 나 약대 졸업한 년이야.”시은이 어깨를 으쓱하며 피식- 웃었다.“조심해라. 백현민이 아는 순간, 너는 그냥 끝이다.”하윤이 진심을 담아 시은의 생사화복을 빌고 있었다. 같은 처지의 운명이 짠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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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소원권의 덫태윤이와의 비현실적인 DM창을 닫고 나서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 현실감으로 인해 도파민으로 뇌가 푹 절여진 하윤과 시은이었다.오래 살다 볼 일. 그저 최애가 나를 기억해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빠순이에게는 세상을 다 가진 것과 같은데, 다른 친한 지인들도 아니고, 자신들을 빠느라 정신이 빠진 빠순이에게 콘서트 VIP 초대권을 준다는, 이 말도 안 되는 도덕적 해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심장이 터질 듯한 행복감과 함께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 할 문제도 있었다.태윤이에게는 무덤까지 안고 가겠다고 했지만, 가장 친한 덕메인 재희와 채아에게 공유를 해야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것. 에테르에 관한 것이라면 늘 함께 몰려다니던 무리가 아니었던가. 이 엄청난 사건은 하윤과 시은이 몰래 움직인다고 모를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두 사람은 아까부터 이 문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특히나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부정적인 결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꽤나 머리가 아팠다.“우리가 아무리 네임드라도, 다른 루미들이 알면 특혜라고 난리가 날텐데... 그럼 결국엔 태윤이가 욕먹잖아. 좋은 마음으로 선물한 건데...”“그치. 입에 오르내리는 순간부터 끝이야. 나무위키에 병크로 박제된다고.”“아~ 그렇다고 재희랑 채아한테까지 비밀로 해야 하나?”“우리가 맨날 우르르 몰려다니는데... 재희랑 채아가 모를 수가 없잖아.”“그니까. 만약에, 나중에 알게 되면 걔들 배신감이 얼마나 크겠냐?”“진짜 머리 아프네. 이걸 어째야 해?”두 사람이 심각한 표정으로 앞뒤를 재며 열띤 토론을 하고 있을 때.징- 징- 징-“미친! 야, 몇 시야?”테이블 위에 놓아둔 하윤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건우♥] 였다.분명, 시간을 계속 확인하고 있었는데 설마, 벌써 3시가 넘었다고?“2시 40분.”“뭐야? 3시 돼서 도착한다더니.”“이하윤이랑 떡치고 싶어서 아주 그냥 날아왔나 보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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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 소원권의 결과 주말의 늦은 저녁.맛있는 밥을 먹고, 공원에 산책도 갔다가, 커피숍에서 실컷 수다를 떨고 온 두 사람은, 다소 피곤했지만 기분 좋은 텐션으로, 건우의 아파트로 돌아왔다.그의 차는 지하 주차장의 안쪽 구석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와 빠르게 주차를 완료했다.기어와 사이드를 조작한 건우는 시동을 끄지 않고 에어컨을 풀로 틀고는 망설임 없이 운전석에서 내리더니 뒷좌석에 다시 올라탔다.“빨리 와.”여전히 요지부동, 조수석에 앉아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제 여자친구를 향해, 건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호흡이 다소 거칠 다는 것은 착각일까?“이하윤!”건우의 말에도 여전히 뻣뻣하게 앉아서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는 하윤.그런 하윤을 보는 건우의 목소리가 커졌다.“하아, 아니, 건우야...”“빨리 오라고.”하윤이 몸을 살짝 돌려, 뒷좌석의 건우를 보았다. 하윤은 거의 울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표정이었다.“건우야... 아니, 좀... 이건 진짜 아니지 않아?”“왜? 니가 소원 들어준다고 해서 소원 말 한 건데.”“아니... 소원도 소원 나름이지. 이건, 진짜...”“나름 같은 소리하고 있네. 빨리 와.”“그냥... 집에 올라가서 하자, 응?”“너 구두 계약도 온전한 계약인 거 몰라? 이거 법적 효력 있다?”“차건우! 너, 진짜 미친 거 아냐?”“아이, 씨발, 됐고. 빨리 뒤로 와.”건우의 소원은 [ 카섹스 ] 였다.하윤은 수도 없이 건우에게 제 몸을 허락했지만, 장소만큼은 꽤 보수적으로 굴었다. 건우의 침대 혹은 자신의 침대가 아니면 ‘섹스’라는 행위를 하는 것을 극도로 거부했다. 그녀가 느끼는 가장 안정적인 장소에서만 하는 몸의 유희가, 그녀를 가장 원초적으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했고, 여태 자신의 룰을 굳건하게 지켜 왔던 것이다.“나 못해... 나 진짜 여기서는 못...”“빨리 넘어오라고.”“건우야아... 나는 진짜 여기서는...”“누나!!!”여전히 조수석에 뻣뻣하게 굳어 앉아 징징거리는 하윤을 향해, 살벌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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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아슬아슬한 짝사랑남과 통화지난 주말, 휘몰아쳤던 차건우의 욕정을 고스란히 받아낸 하윤은 오랜만에 일찍 집에 돌아왔다. 야근도 없었고, 개인적인 약속도 없이 퇴근 후 일찍 귀가해 혼자만의 달콤한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집착광공 제 연하 남친 차건우는 학교 동기들과의 회식에 갔고, 그녀의 소울 메이트 찐친 시은이는 그녀의 예비 시댁이 될 현민이의 부모님과 함께 저녁 약속이 있다고 했다.올해 나이 스물여덟.하윤 스스로는 아직 결혼이라는 무덤에 들어가기엔 한창 피 끓는 이른 나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지만, 얼마 전 건우가 훅 던지고 들어온 '졸업 후 결혼'이라는 충격적인 제안도 있었고, 남자 친구의 부모님과 자연스레 식사를 하며 구체적인 며느리의 롤을 정립해 나가는 시은의 현실적인 모습을 보며, 하윤 역시 최근 들어 자신의 미래와 관계에 대해 유독 깊고 복잡한 생각에 잠기곤 했다.“하... 무작정 결혼을 미룰게 아니라... 차건우 새끼의 마인드를 바꿔야 하는데?”건우와의 결혼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거의 없었다.서로 미친 듯이 사랑하고 있고, 오랜 연애 기간 덕에 부모님들끼리도 왕래가 잦은 편이었다. 심지어 차건우가 가진 그 거대한 배경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만방자 개싸가지 차건우의 목줄을 쥔 유일한 여자가 이하윤이라는 사실은, 건우의 부모님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돈이 썩어나는 거대한 배경보다도 제 아들을 이리저리 요리할 수 있는 능력의 여자라는 것이 최고의 혼수였다.“결혼하면... 내 덕질은 어떡하냐고... 하... 지금도 이런데... 결혼하면 더 할텐데...”결혼에 있어 이하윤에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덕질.그녀의 투룸 오피스텔의 작은 방에 신주단지 모시듯 모아둔 어마어마한 양의 에테르의 앨범과 굿즈들도 문제였고, 무엇보다 오늘처럼 마음껏 덕질을 할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도 턱없이 부족해진다는 사실이 그녀의 숨을 턱턱 막히게 했다.“아아~ 건우가 조금만 이해해주면 내가 바로 결혼해줄 수 있는데... 하아...”은근하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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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주변의 입 싼 수컷, 굶주린 수컷, 따라쟁이 수컷하윤이, 매번 느끼는 이 묘한 기운을 다시금 느끼며 핸드폰을 바로 쥐었을 때였다.징- 징- 징-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히게, 찐친 최시은에게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하윤은 피식- 웃으며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아이, 씨발, 뒤지게 피곤하네.”냅다 욕설을 박아버리는 시은. 그녀만의 솔직하고 매력적인 바이브였다. 하긴, 오늘은 피곤할 만 한 것 같았다. 예비 시부모님과의 저녁 식사라니, 어찌 편안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백현민의 부모님은, 두 분 모두 깐깐한 고위 공직자셨다.“밥은 제대로 먹었냐?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지?”--“아니? 나 오늘 바지 버클 풀고 밥 먹었잖아. 아~ 원피스를 입고 갔어야 됐는데. 울 어무니가 진짜 기가 막히게 맛있는 한정식 집을 뚫으셨더라. 와~ 꼬리찜이 아주 그냥 입에서 살살 녹아요, 녹아.”울 어무니 = 깐깐하기로 소문난 백현민 어머니역시 최시은의 저 능글맞고 유려한 사회생활 만렙 인간관계 스킬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그 깐깐하기로 소문난 현민의 어머니를 사로잡았을 정도니, 말 다했지, 뭐.“역시... 생각보다 안 불편 했나봐?”--“불편하긴 뭐가 불편해. 한 두 번 뵙는 것도 아니고. 아니, 씨발, 나는 백현민 그 새끼가 세상에서 제일 불편해. 아~ 옆에서 진짜 귀에 피딱지 앉는 줄 알았네. 내가 어무니, 아부지 아니었으면 진짜 어퍼컷 날렸어. 내가 어무니, 아부지 보고 참았어.”“부럽다, 니 친화력. 돈 주고 사고 싶다, 야.”--“안 팔아. 한, 천 억 가져오면 생각해보고. 큭큭큭.”시은이 깔깔거리며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아, 야! 오늘 약국으로 티켓 왔어!”“오오오~!!! 대박!!! 야, 어떻게 생겼어? 간지 나지?”최시은의 최애이자 에테르의 리더인 강태윤이 최시은에게 직접 퀵으로 쏴 준,에테르 콘서트의 VIP 초대권!-- “뭐, 똑같은 티켓인데, 비매품이라 적혀있고, 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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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본업 중인 아이돌, 에테르의 3인이현그룹의 코스메틱 계열사 [플루아]에서 주최하는, [에테르] 멤버 3인방 -- 지한, 채민, 해성 -- 과 함께하는 론칭 기념 팬싸인회는 오후 2시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다.행운을 거머쥔 스무 명의 팬들을 만나고, 제품 홍보의 추가 영상 촬영을 위해, 세 명의 에테르 멤버들은 행사장에 일찍 도착했다.그들은 행사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여러 대의 카메라와 촬영 스탭들과 함께 움직여야 했다. 훗날 [플루아] 공식 유튜브 채널 홍보 영상으로 쓰일 비하인드 컷 촬영. 기본적인 헤메코만 하고 온 상태에서 [플루아] 제품을 들고 잔망스럽게 포즈를 취하며 제품을 노출시키고, 거울 앞에서 꽃단장하면서 좀 더 예쁜 모습으로 변신하는 모습도 카메라 속에 차곡차곡 담았다.“안녕하세요! 에테르의 자이언트 베이비 해성입니다. 오늘 저는 채민이 형이랑 지한이와 함께 [플루아] 팬싸인회 현장에 와 있습니다. 일단, 저희는요, 우리 루미들을 만나기 전에, 우리 루미들에게 아주 예쁘고 멋있게 보이기 위해서 플루아 제품으로 피부를 정돈하고 아주 기분 좋게 곧 메이크업을 받을 예정입니다. 저희들이 예쁘게 변신하는 모습 함께 지켜봐 주시구요, 기분 좋은 경험 플루아와 함께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우리, 나중에 만나요~!”“오케이! 수고했어요, 해성씨. 자, 다음은... 채민씨 인터뷰 좀 딸까?”대기실 안은 상당히 분주했다. 카메라 앞에서 헤메코를 다시 받는 멤버, 인터뷰를 하며 웃음을 흘리는 멤버, 스탭들과 자연스러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멤버. 5년차 아이돌답게 그들은 카메라 앞에서 망설임이 없었고, 자신들이 모델로 있는 제품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노출 시키는지, 팬들이 애정하는 멤버들끼리의 바이브를 유려하게 드러냈다.“수고들 했다. 행사장 준비 되는 대로 스탠바이 사인 준다니까 이제 좀 쉬고 있어.”꽤 긴 시간 동안 카메라 앞에서 직업 정신을 발휘한 세 사람은, 팬싸인회가 시작되기 전 꿀맛 같은 휴식을 허락 받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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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 아이돌보다 더 잘난 이현의 상무, 이태현“쓰읍... 이거 좀 이상한데?”“응?”잠시 쉬는 시간.채아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채아의 모습에 재희는 눈을 크게 뜨며 채아를 보았다.“언니. 내가 팬싸란 팬싸는 다 다녀봤잖아? 지금, 우리 두 사람이 받는 대우가 아주 노골적인데? 아니, 이 정도 대접이면 완전 큰 빽을 안 업는 이상 안 되는 수준이란 말이지.”채아의 말에, 재희 역시 평소와 다른 이 이상한 무드의 기운을 살짝 떠올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사실, 이곳에 참석한 단 스무 명의 소수정예 팬들 중, 7~8명 정도는 소위 말하는 '뒷 빽'으로 참석한 VVIP들이었다. 회사 내 간부의 직접적인 참견도 있었고, 한 다리 건너 지인 찬스를 사용할 수 있어 참석이 가능했던 루미들도 있었다.하지만 이들 중에서 단연코 가장 강력하고 무시무시한 뒷 빽은 바로, ‘이현그룹 본사 상무’의 빽이었다. 그래서인지 재희와 채아는 이 팬싸 행사장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아주 극진하고 노골적인 대접을 받았다. 스태프들 사이에서는 이미 '본사 상무님의 VIP들' 이라는 소문이 쫙 퍼져 있었기에, 혹시라도 나중에 말이 나오지 않도록 전전긍긍하며 두 사람에게 꽤 많은 관심을 보인 것이다. 어쩌면 반대로 자신들의 드라마틱한 친절이 본사 상무의 귀에 좋게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뭐라도 하나 콩고물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얄팍한 계산도 깔려 있었다.“저 여자, 쟤, 쟤, 저 여자... 딱 봐도 빽 가지고 들어온 애들이거든? 근데... 뭔가... 우리한테 더 과해. 그냥 내 착각인가? 쓰읍... 아닌데?”“뭐, 채아 너 여기 빽 있어?”“내가 여기에 빽 있었으면 하윤언니랑 시은이 언니도 데리고 왔지. 언니 빽 아냐?”“미쳤냐? 니 줄이면 니 줄이지, 쥐뿔도 없는 내 줄일 리가 있어?”“아이, 그럼 도대체 뭐지?”두 사람의 이 궁금증은 잠시 후에 밝혀졌다.“아, 두 분은 저희 본사 상무님 라인 통해서 참석 가능하셨던거구요, 그... 본사의 직원 분이 직접 부탁하셨다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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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이태현의 시선“재희랑 채아, 진짜 놀랐나 보더라?”이현그룹의 계열사 호텔 [아베크]의 지하 주차장.하윤과 시은은 미리 태현의 연락을 받고 외근 후 이곳으로 바로 올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시은이 손거울을 꺼내 립스틱을 덧바르며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하루 종일, 네 사람의 단톡방은 연신 시끄럽게 울려댔다.에테르의 소수정예 팬싸, 이하윤의 뒷 빽... 무엇보다 재희와 채아에게는 ‘이태현 상무’에 대한 충격이 여전히 가시질 않고 있는 모양이었다.“나랑 태현 오빠랑 무슨 관계냐고 계속 묻던데?”하윤 역시 집게핀으로 말아 올린 머리를 다시 정리하면서 웃었다.“왜, 구구절절 날 사랑하는 재벌 3세 오빠라고 해보지?”“미쳤어? 나 졸지에 미친년 돼. 안 믿을걸? 거짓말 하지 말라고 하겠지.”“와~ 이태현이 그 정도라는 게 가끔 깜짝 깜짝 놀란다.”“그러게. 우린 워낙 어렸을 때부터 봐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 확실히 미친 비주얼은 맞나 봐.”확실히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태현의 압도적인 수컷 비주얼과 분위기는 미친 수준이 맞았다.다만, 하윤과 시은에게는 10년이 넘는 징그러운 세월 동안 보아온 '그냥 돈 많고 잘생긴 동네 오빠', '건우와 매번 유치한 기 싸움을 하는 친한 핏줄' 같은 느낌이라 그 감흥이 남들보다 현저히 떨어질 뿐이었다.“그나저나... 애들, 이태현 나타나자마자 완전 얼굴이 굳었다던데?”그저 시찰 차 잠시 살짝 얼굴을 비춘 이태현의 등장에 무대 위의 에테르 멤버들의 얼굴이 굳어버렸다는 소식을 들으니 괜히 마음이 짠했다.그래도 연예인인데... 일반인한테 외모로 발렸다는 사실은, 그들을 빨고 있는 빠순이들에게는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자 가슴 아픈 소식이었으니 말이다.“오면 잡도리 해줘야지. 감히, 어? 우리 애들 기를 죽여?”“하, 씨, 그 말 하는 것도 괜히 자존심 상하는데? 우리 애들 외모가 그렇게 단박에 죽을 외모도 아닌데.”“그니까. 오늘 좀 자세히 봐야겠다. 이태현이 그렇게 진짜 존잘인지.”오늘 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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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 정신 나간 아이돌과 빠순이들의 만남“올라가자.”태현이 두 여자 가까이로 걸어가자, 두 여자는 너무도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양옆에 서서 태현의 단단한 팔짱을 꼈다. 누가 보면 많은 상상력을 자극할, 참으로 그런(?) 장면이었으나, 그저 이 두 여자는 거물급 오빠 옆에 딱 달라붙은 귀여운 동생들일 뿐이었다.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베크] 호텔의 프라이빗 파인다이닝이 있는 3층까지 올라가는 길은 상당히 짧았다.“주환이, 이번에 이태리 간다더라.”“와, 그 새끼는 진짜 공짜로 이태리 가고 존나 좋겠네.”“아니, 무슨 이태리가 옆 동네냐고. 진짜 부럽다.”“나는 이태리가 뭐야, 일본에라도 공짜로 가보면 소원이 없겠다.”“아니, 촬영 차 가면 호텔하고 먹는 거 전부 다 광고주 측에서 다 해주는 거 아냐?”“아마 그렇지 않나? 부러운 새끼. 야, 향수 사 가지고 오라고 해야겠다.”“굳이 말 안 해도 사올 것 같은데? 우리 선물 사올 거 아냐. 향수가 제일 무난하니까.”“아, 그럼 그냥 입꾹닫? 공짜 향수, 콜?”“서주환 덕에 향수 떨어질 일이 없네. 나이스.”그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 준비된 프라이빗 룸 앞까지 도착하기까지, 두 여자는 쉴 새 없이 재잘거렸다. 태현이 툭 한마디를 던지면, 둘이서 꺄르르 웃으며 열 마디, 스무 마디를 받아쳤다.남들이 보기엔 시끌벅적하고 가벼운 태도였지만, 이들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었고, 태현 역시 그녀들의 비글 같은 텐션을 거슬려 하기는커녕 옅은 미소를 띠고 그대로 받아주었다.준비된 룸 앞에 그들이 도착하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정장 차림의 지배인과 몇몇 직원들이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며 묵직한 룸의 문을 열어주었다.태현이 먼저 안으로 들어섰고, 그 뒤를 시은과 하윤이 차례대로 따라 들어갔다. 당연히 이 프라이빗룸이 텅 비어있을 거라 생각했던 시은과 하윤은, 안에 들어서자마자 맞은편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는 '누군가'들의 형체를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그리고 1초 뒤.“미친!!!”“뭐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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