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덕질녀의 은밀한 이중생활: Chapter 31 - Chapter 40

110 Chapters

#32

#32 강제 철수“피곤하실텐데, 오늘 이렇게 귀한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메인 디쉬의 빈 그릇들이 빠져 나가고, 간단한 티타임이 진행 중이었다. 사실, 각자 앞에 놓인, 차갑고 혹은 따뜻하게 준비된, 식사의 마무리 음료를 몇 모금 마시지 않은 상태였다.하지만 뭐가 급한지, 태현이, 특유의 서늘하고 차분한 말투로 마무리 인사를 뱉어내고 있었다.“초대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즐거웠습니다, 상무님.”“다음에 또 불러주시면 언제든 뛰어오겠습니다.”이태현 상무의 말에 채민, 지한, 해성이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래, 즐거웠겠지... 내 여자... 아니, 씨발, 차건우 여자 벗겨 먹느라 존나게 즐거웠겠지, 개새끼들...’태현의 표정은 대기업 본사 상무의 위엄 있고, 분위기를 주도하는 부드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의 속내는 시뻘건 용암이 터지 듯 활활 끓어오르고 있었다.이태현에게, 겨우 이 1시간의 식사는 숨이 막히다 못해 불쾌한 시간이었다.지들이 지금 어떻게 벗겨 먹히는지도 모르는 저 멍청한 두 여자를 양 옆에 두고, 먹잇감을 조준하는 눈빛으로 멍청한 저 두 여자를 연신 훑고 있는 저 수컷들의 꼬라지를 보고 있자니 당장에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가고 싶은 마음이었다.하지만, 이 자리는 자신이 마련한 자리였고, 그저... 이하윤이, 절대 가질 수 없는 이 여자를 그저 기분 좋게 해주고 싶었던 자신의 멍청한 선택의 결과였다.“그럼 저희는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태현이 자신의 수트를 정리하며 더는 미련이 없다는 듯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벌써? 아직 차 다 안마셨는데?”“오빠, 아직 이거 많이 남았어!”태현이 단호하게 뱉어낸 말과 그의 즉각적인 행동에, 하윤과 시은이 눈알이 빠질 듯 눈을 크게 뜨며 반항 아닌 반항을 하고 있었다.“일어나.”하지만 태현은 정말로 단호했다. 더는 이곳에 이 멍청한 여자들을 둘 수 없었다. 10분, 아니 5분만 더 질척거리며 앉아 있었다간 저 새끼들이 하윤과 시은의 개인 전화번호까지 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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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Report on time“전화 좀 하고 올게.”속으로 쓴 맛을 삼키던 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 앉자마자 보통 수트 재킷을 벗는 그였지만 지금은 일부러 재킷을 벗지 않고 있었다.“빨리 와, 오빠. 안 그럼 우리가 다 먹는다.”“다 먹으면 이태현 상무가 더 시켜주겠지. 큭큭큭.”뭐가 그리 기분 좋은지, 자리에서 일어나는 태현을 향해 장난스러운 웃음을 보이는 하윤과 시은이었다. 태현은 두 사람을 스윽 쳐다보고는 이내 자연스럽게 그곳을 벗어났다. 그리고 다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는 조금 전 두 여동생들과 조우했던 VVIP 전용 지하 주차장으로 곧장 내려갔다.태현이 예상하지 못했던 발정 난 수컷들의 시선에서 이 두 여자를 건져냈으니, 이제 진짜 이 여자들의 주인들에게 토스해 줄 차례였다. 단순히 그녀들을 넘겨주기에는 사안이 심각하다 생각한 태현은, 이미 차건우와 백현민을 이곳 주차장으로 호출을 해 둔 상태였다.띵-경쾌한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고, 태현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각자의 차를 주차해 두고 서로 마주 보고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우와 현민이 눈에 들어왔다.조곤조곤 대화를 하고 있던 두 사람이 태현을 발견하자 미간을 찌푸리며 성큼 성큼 태현에게 걸어왔다.“아니, 씨발, 금요일 밤에 왜 갑자기 오라 가라 지랄이야!”저 싸가지 없는 차건우 새끼는 잔뜩 뿔이 난 듯 태현을 보자마자 욕부터 박았다. 세 살이나 많은 형에게 예의라곤 닭죽으로 만들어 먹은 새끼. 하긴, 피 같은 금요일 밤, 이하윤의 ‘하’자도 꺼내지 않고 다짜고짜 오라고 했으니, 저 성질 더러운 새끼가 빡칠만도 했다. 오라면 올 거면서 주둥이는 어찌나 나불대는지.“형, 뭔 일 있어?”실없이 사람을 오라 가라 하지 않는 이태현의 성격을 너무도 잘 알기에, 그의 갑작스런 부름은 현민의 궁금증을 증폭 시켰다.태현은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벗어 재낀 자신의 재킷을 뒤에 선 비서실장에게 건네주고는, 천천히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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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 수거 타임“씨발, 저 개새끼들이?!”하윤과 시은의 손목을 단단히 잡고 질질 끌고 나올 목적으로, 그녀들을 향해 막 한 발자국 움직였을 때였다.건우와 현민의 눈에, 낯선 수컷 두 마리가 그녀들이 앉아 있는 곳 맞은편에 털썩 주저앉는 것이 보였다.“하, 가지가지 한다, 진짜.”현민의 입에서 실소가 터졌다.꽤 비싼 고가 브랜드의 캐주얼 한 옷을 입은 그 낯선 두 수컷은, 자신들 앞에 갑작스레 나타난 것에 깜짝 놀란 하윤과 시은을 향해, 느끼하고 재수 없는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뭐, 적어도 건우와 현민의 눈에는 그랬다.“아, 짜증나.”건우가 자신의 앞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기며 그들을 향해 거침없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잠깐.”순간, 현민이, 건우의 굵은 팔뚝을 빠르게 잡으며 건우의 돌진을 막았다.“왜?”“저것들 어쩌는지 한 번 보자.”“그냥 보고 있자고? 아니, 저 새끼들이...”“건우야. 저것들 꼬투리라도 잡아서 설설 기게 해야지, 이래 가지곤 안 돼.”“하...”현민의 말이 맞았다.지금 눈앞의 장면은, 만에 하나 입을 댈 수 있는 꼬투리가 하나라도 생긴다면 제 여자를 자신의 밑에서 설설 기게 할 수도 있는 아주 기가 막힌 장면이었다. 깨알 같은 여지만 줘도 큰 문제로 삼을 수 있는, 아주 불쾌한 장면이었다.하지만 차건우는 살짝 불안했다. 아니, 그냥 싫었다. 자신의 여자가 다른 남자와 저렇게 마주 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불쾌했다. 하윤의 10년 지기 이태현도 같이 있으면 꼴 보기 싫어 죽겠는데,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 모를 저 새끼들은 오죽할까.“여기 앉자.”현민은 라운지 입구 쪽의 어느 비워진 테이블 쪽으로 몸을 움직이며 말했다. 그 자리는 하윤과 시은이 앉은 자리가 아주 잘 보였다.건우는 썩 내키지 않는 듯 하윤이 있는 곳을 힐끔 봤지만, 이내 현민을 따라 빈 테이블의 의자에 털썩- 몸을 맡겼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하윤과 시은이 있는 테이블로 시선을 옮기는 두 사람이었다.“번호 물어보는 모양인데?”“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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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 따라쟁이 백현민의 완벽한 명분탁-무거운 자동차의 문이 닫히자, 밖의 세상과 완전히 단절 된 그곳의 공기는 미치도록 무거웠다.팔짱을 끼고 다리를 꼰 시은은 정면을 주시하며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시... 시은아... 벨트... 벨트 매야지...”현민이 시은을 향해 상체를 훅 움직여 조수석의 안전벨트를 잡아 끌었다. 짧았던 벨트가 길어지면서 시은의 상체를 가로지르자 시은이 팔짱을 천천히 풀었다.딸칵-조용한 차 안을 울리는, 안전벨트가 결합되는 소리는 상당히 컸다. 아니, 어쩌면 지금, 현민의 심장 뛰는 소리가 가장 클지도 모른다.“출발... 한다...”시동을 켜고 시은의 눈치를 슬금슬금 살피던 현민이 잔뜩 말라버린 입술을 적시며 말했다.근데 참, 억울했다. 시은이가 현재 오해하고 있는 그 상황은 사실이 아니었다. 잘못이 있다면, 그 어린 암컷들이 앉을 수 있도록 빈자리가 존재하도록 둔 것과 그것들을 바로 내치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건우와 현민은 자신들의 여자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 부분까지는 단박에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 뿐이다.“화난 건 이해하는데, 진짜 니가 생각하는 거, 그런 거 아니라는 거, 너 잘 알잖아.”현민이 스티어링 휠을 양손으로 꾹 쥐고, 정면과 옆자리의 시은를 번갈아 보며 억울함을 호소하기 시작했다.“분명히 꺼지라고 했다고. 근데 걔들이 우리 말 무시하고 그냥 앉아서 입 털고 있었던 거라니까.”억울함에 다소 격양되기 시작한 현민의 목소리 톤에 시은이 그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붉은 입술이 씰룩이기 시작했다.“그럼 당장에 쫓아냈어야지. 하, 걔들, 가슴은 싹 다 드러내고 팬티까지 보일 정도로 완전 헐벗고 있던데? 그거 보고 즐기느라 못 쫓아낸 거 아냐?”시은의 말에 현민은 기가 찼다. 지금 누구 보고 헐벗고 있다고 말하는지, 다리를 꼬고 앉은 제 원피스의 스커트가 지금 어디까지 올라가 있는지 본인은 도통 모르고 있는 듯 했다.“걔들 볼 정신이 어딨냐? 내 여자가 지금 그 짧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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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 난리 난 또 다른 집구석건우의 집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테르 일본 투어 콘서트’라는 거대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계획적인 빌드업이었지만, 하윤은 사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그러니까 왜 여지를 줬냔 말이야?!!!”평소답지 않게 잔뜩 날이 선 하윤을 달래느라 건우는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아니, 자기야. 진짜, 내가 잘못하긴 했는데... 나, 진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니까. 너, 지금 봐봐. 너 옷 입은 거 보라고. 그런 옷은 나랑 단 둘이 있을 때만 입으라고 몇 번을 말해? 안 그래도 예뻐 죽겠는데, 옷을 그따위로 입으면 너한테 안 넘어갈 남자새끼가 어딨냐? 내가 얼마나 신경이 쓰이고 짜증 났으면 걔들이 오는지, 앉는지 그딴거 알게 뭐야. 내 눈은 자기만 보고 있었다고.”잘못의 인정, 적절한 칭찬, 문제의 원인, 원인에 대한 결과, 그리고 마음가짐.예비 법조인 차건우는 막힘이 없었다.“하윤아~, 아아, 누나아~! 이제 그만 화내라, 응? 나, 진짜 죽을 것 같아.”하지만, 그 유려한 말들을 쏟아내던 차건우의 마지막은, 결국 애교가 섞인 애원이었다.“왜, 왜... 그것들을 가만히 둬서, 내가 늙은 언니 소리를 들어야 하냐고?”건우의 연상의 여자친구인 하윤이 단단히 긁힌 단어, ‘늙은’.뭐, 연상연하커플은 이제 트랜드를 넘어서서 연인들의 뻔한 클리셰가 된 지 오래였다. 하지만, 당장 건우보다 두 살이 많은 하윤은, 아까 건우 옆에 앉아 있던 늘씬하고 색기가 넘치던, 어리고 예쁜 얼굴의 그 여자와 자신을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차건우가 온전히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가끔 이렇게 자신보다 더 어리고 예쁜 여자들을 보면, 혹여나 차건우를 빼앗기진 않을까 걱정이 되는, 이하윤 역시 영락없는 암컷인 이유였다.“하... 그 년들 싹 다 죽이고 왔어야 되는데... 하, 이 멍청한 새끼.”건우의 입에서 진심을 담은 살벌한 워딩이 튀어나왔다. 감히, 제 여자친구의 마음을 상하게 한, 인간 이하의 것들을 그대로 두고 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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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 자꾸 빡치게 하면 아무데서나 한다쏴아아아-하윤이 샤워를 하기 위해 들어간 욕실에서 시원한 물줄기 소리가 들려왔다.건우는 자신의 마스터 룸에 딸린 욕실에서 샤워를 하기 위해 웃옷을 벗으며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이렇게 유독 귀가 시간이 늦은 날, 같이 씻으면서 떡이라도 바로 치면 시간도 단축되고 참 좋을텐데,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같이 씻자고 수도 없이 애원했지만, 그녀의 대답은 항상 ‘NO’였다.침대 위에서는 그렇게도 농염하고 야한 여자가 침대만 벗어나면 어찌 저리도 부끄러워하고 보수적으로 구는 지. 남들은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즐긴다는데, 심지어 밖에서도 잘만 즐긴다는데, 두 사람은 6년을 사귀면서, 겨우 소원권을 사용해 침대가 아닌 차에서 한 번 한 것이 전부였다.“하...”그렇다고 명분 없이 억지로 하고 싶지도 않았다. 특히나 오늘은, 하윤의 역린을 제대로 건드린 터라 더 조심해야 했다.아~, 반대로 꼬투리를 잡았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욕실로 뛰어 들어갔을텐데.건우는 아쉬움을 잔뜩 흘리며 옷을 벗다, 주머니에서 꺼낸 핸드폰에 잠시 시선을 옮겼다.현민이에게서 톡이 와 있었다. 저쪽의 지금 사정은 어떤지 궁금해진 건우는, 현민의 메시지를 읽기 위해 한 손으로 빠르게 앱을 눌러 들어갔다.[ 야, 이것들 일부러 그때 나타나서 우리 곤란하게 만들려고 수 쓴 거야. 나한테 딱 걸렸어. 우리가 지켜보고 있는 거 알고 있었고, 일부러 시간 맞춰서 나타난 거야. 꼬투리 잡아서 그 딴따라 놈들 건으로 뭔가 얻어야 할 게 있었나 봐. 아, 이하윤, 그 새끼한테 번호 줬다더라. 잘 조져라. ]“이게... 씨이...”현민의 메시지를 다 읽은 건우의 입에서 어처구니없다는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그러고 보니 번따남에게 전화가 왔을 때, 후에 번따남 이야기를 할 때, 전혀 이상하지 않은 듯, 두 사람의 대화는 너무 자연스러웠다.건우는 하윤이 들어가 있는 욕실을 향해 고개를 홱 돌렸다. 그의 눈빛이 욕정으로 번들거리기 시작했다.그리고는 더 이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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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 콘서트를 위한 빠순이의 빌드업[ 에테르 일본 투어 콘서트 ]에 눈이 멀어, 자신들에게 미쳐있는 남친들의 깊은 사랑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알면서, 어줍잖은 계획으로 남친들의 고삐를 쥐려 했던 어리석은 빠순이들, 이하윤과 최시은은...주말 내내 남친들의 분노를 온 몸으로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다.온 삭신이 쑤시는 쾌락을 주말 내내 즐겼던(?) 그녀들의 현생은 모든 이들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돌아왔다.“아, 미안해.”수요일의 늦은 저녁. 오랜만에 둘이서 저녁을 먹기로 한 하윤이와 시은이였지만, 하윤의 갑작스런 야근으로 저녁 식사는 물 건너가고 말았다. 대신, 두 사람은 진한 수다나 떨기 위해, 시내의 24시간 프렌차이즈 커피숍에서 만났다.“그래도 용케 빨리 빠져 나왔네?”먼저 도착한 시은이, 자신의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숨을 고르고 있는 하윤을 보며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분명, 지난 주 금요일, 이태현과 저녁을 먹기로 했을 때만 해도 반짝반짝 빛나며 예쁘고 섹시했던 친구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가슴팍까지 오는 머리카락을 고무줄로 대충 묶어 올리고, 급하게 뛰어 오느라 정리하지 못한 잔머리들이 흩날리고 있었다. 원래도 진한 화장을 하지 않는 하윤이었지만 하루 종일 거울 한 번 못 들여다 본 듯 번들 거리는 유분기와 눈 밑의 다크 서클이, 오늘 하루 그녀의 현생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보여주었다.“하... 엉망진창이네.”가쁜 숨을 고르며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자, 그제서야 가방에서 손거울을 꺼내 자신의 상태 체크를 하던 하윤의 입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새로운 발견과 연구를 위한 기대를 가지고 시작한 대기업의 연구원 일이었지만 소망과 현실은 너무 달랐다. 연구실에 머무르기 보다는 온갖 수치를 문서화하고, 엑셀 창을 열어 서류 작성을 하는 일이 더 많은 주임 연구원의 삶. 오늘도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온 터라 허리가 내려앉는 느낌이었다.“저녁은? 누구랑 먹었어?”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건만, 오늘 안에 전송해줘야 할 급한 연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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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 콘서트의 빠순이를 위한 정신 나간 아이돌의 빌드업쿵- 쿵- 쿵- 쿵-서초동의 에테르 단독 연습실. 반복 적인 음악의 비트 소리가 끊어지지 않은 지 벌써 7시간째였다. 단독 콘서트를 2주 앞두고 연습실과 숙소만을 오가며 본업에 충실하고 있는 5년 차 아이돌, [에테르].“잠깐, 잠깐, 잠깐!”벽면 하나를 가득 채운 거대한 대형 거울 속에서 도현이 춤을 추다 말고 다급하게 손을 휘젓고 있었다.도현의 손짓에 매니저가 오디오의 스탑 버튼을 빠르게 눌렀다. 뚝- 음악이 끊기고 잠깐 동안 그곳은 멤버들의 거친 호흡 소리로만 가득 찼다.“하아... 하아...”음악이 끊어진 틈을 타 바닥에 하나 둘 주저앉는 에테르 멤버들. 10월 초. 밖의 날씨는 서서히 가을의 서늘한 날씨로 변하고 있었지만 연습실 안은 여전히 한여름 같았다. 에어컨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어도 멤버들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이거 진짜 아니야.”도현이 거친 호흡이 조금 정리 되자마자 자신이 음악을 멈춘 이유에 대해 입을 열었다.콘서트 셋리가 결정되고,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갔을 때부터 계속 말이 나왔던 부분.“루미들이 좋아할 만한 셋리는 맞는데... 이거 잘못하다간 사고 나. 무대 위에서 누구 하나 죽을 일 있어? 두 곡 다 빼든지, 아니면 곡 하나를 바꾸던지 해야 된다고.”다소 격양된 목소리의 도현. 여전히 호흡을 가다듬고 있던 나머지 멤버들은 에테르의 리더인 태윤에게 시선을 옮겼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 동갑내기이자 팀의 맏형들인 태윤과 도현은, 계속 해서 다른 의견으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5년간 활동을 하면서 앨범의 곡들 중에는 같은 세계관으로 연결되는 노래들이 있었다. 지금 셋리에 있는 이 두 곡은 특히나 루미들이 함께 연결해서 보고, 듣는 것을 상당히 좋아 했다.문제는 두 곡 모두 매우 빠른 비트에 안무 동작이 많이 어렵고, 움직임이 많아 한 곡을 소화하는 데에도 상당히 많은 체력을 소모한다는 것에 있었다. 이런 곡을 연속으로 춤추고 노래를 하려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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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 에테르 단독 콘서트 [ Luminate ]“콘서트 퇴근 길도 못 보고 간다고?”채아의 눈이 커졌다.에테르가 데뷔한 이래로 다섯 번째 단독 콘서트였다. 그때마다, 콘서트 기간 3일 내내, 공연을 마치고 퇴근하는 에테르 멤버들과 인사를 하고 가는 것은 그들이 당연히 해야 할 덕질의 룰이었다.이미 채아를 제외한 직장인 셋은, 반차를 내고 에테르의 단독 콘서트 [Luminate]가 열리는 [ KSPO DOME ]에 일찍 도착했다. 줄을 서서 콘서트 MD 제품을 구매하고 여기저기에서 사진을 찍은 후, 진작에 공원 입구 쪽의 할리스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떨며 콘서트 시작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응. 마치자마자 바로 튀어가야 돼.”하윤이 아쉬워하는 채아의 손등을 어루만지며 미안한 듯, 예쁜 미소를 흘렸다.가끔, 이 언니들은 참 이상했다. 에테르의 덕질에 정말 진심인 것 같으면서도 가끔 현생의 일로 에테르의 우선 순위를 바꿔버리는 기행을 하곤 했다. 빠순이질에 진심인 이들에게 현생의 일 따위는 감히 에테르보다 앞설 수 없는데 말이다.“시은아, 너는 애들이랑 같이 보고 와.”하윤은 시은을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사실 오늘, 하윤의 마음은 그리 편하지 않았다.오늘은 자신의 남자친구인 차건우의 10월 ‘변시 모고’의 마지막 날이지 않은가. 아무리 늦어도 오후 8시쯤에는 그가 집에 도착할 것이었다. 하지만 금요일의 콘서트는 직장인의 퇴근 시간을 고려하여 주말 콘서트보다 늦게 시작하는 이유로 밤 10시가 넘어야 끝날 판이었다.더군다나 토, 일 이틀 간 선행 연구팀의 연수가 있다고 알고 있는 건우는 치밀어 오르는 짜증도 억지로 삼키며 최고의 인내심을 발휘하는 중이었다. 하윤이 보여준 중콘 티켓 취소 내역을 보며, 콘서트 3일 중 하루라도 재밌게 보고 오라며 저 답지 않게, 에테르의 첫콘을 쿨하게 보내준 그였다.그러니... 이하윤의 마음이 편할 턱이 있겠냐고.“나, 중간에 나가야 될 수도 있어.”하윤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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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 사랑의 깊이하윤은 건우의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사실, 앵콜곡까지 맛있게 말아줄 에테르의 마지막 모습까지 끝까지 보고 오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그녀는 에테르 멤버들이 콘서트장의 1층과 2층 사이의 통로에서 토롯코를 타고 등장하기 직전 빠르게 짐을 꾸려 콘서트 장을 빠져나왔다. 콘서트가 진행된 지 약 3분의 2 지점이 지난 상태였다. 아쉬움이 가득 남아 몇 번이고 망설였지만 결국 그녀는 이성을 부여잡았다.“포장 주문했는데요.”건우의 집 근처의 건우가 좋아하는 스테이크 덮밥 집에 들려, 미리 앱으로 주문한 포장 주문 음식을 받았다. 어쩌면 피곤함에 쩔어 저녁도 굶고 소파나 침대에 널브러져 잠이 들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지난 6월과 8월의 시험 마지막 날에도 그랬으니까.기왕이면 손수 만든 음식을 먹이고 싶었지만 시간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콘서트를 다 보지도 못하고 나왔음에도 벌써 시간은 오후 10시를 향하고 있었으니 말이다.띠띠띠띠띠띠띡- 띠리리-건우 집의 거대한 문이 열렸다. 건우가 깨어 있었다면 하윤이 문 따는 소리에 벌써 중문 앞까지 달려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무거운 침묵과 함께 불조차 켜져 있지 않은 어두움만이 그녀를 반기고 있었다.거실에는 그가 아무렇게나 옷을 던져 놓은 흔적과 탄산수 한 병을 따서 반쯤 마시다만 흔적이 주방의 아일랜드 식탁 위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어지간히 피곤했나 보네.”하윤은 그의 흔적들을 보며 피식- 웃음을 짓고는 이내 정리를 위해 몸을 움직였다. 그의 옷들은 바르게 펴 스타일러에 넣어 기계를 작동 시켰고, 반쯤 남은 탄산수는 싱크대에 버리고 병은 재활용 통에 넣었다.굳게 닫힌 그의 마스터 룸을 힐끔 보고는 좀 더 자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들어가 보지 않기로 했다. 만약, 건우가 너무 피곤한 탓에 잠에서 깨지 않는다면 게스트 룸에 가서 잠을 자면 될 것이고, 건우의 그 잘난 얼굴을 못 보는 게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몸은 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하윤은 빠르게 욕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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