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덕질녀의 은밀한 이중생활: Chapter 51 - Chapter 60

110 Chapters

#52

#52 그의 사정어둠이 짙게 깔린 집 안으로 들어온 건우는, 익숙하게 거실의 불을 켰다. 싸늘했다. 이런 광경이 처음이었던 적도 없었건만 차갑고... 쓸쓸했다.외출복을 벗는 것도 잊은 채로 거실의 소파에 쓰러지듯 몸을 뉘였다.힐끔- 벽시계를 보니 8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하아... 씨발...”이하윤에게서 단 한통의 연락이 없는 하루였다.그녀를, 고등학교 입학식에서 본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3 수험생 이하윤과 신입생 차건우의 인연은, 건우의 입학식날부터 시작되어, 매일 건우의 끈질긴 연락으로 단 하루도 두 사람의 핸드폰이 잠잠한 적이 없었다.미칠 것 같았다.이하윤을 길들이기 위해 시작한 도발이었지만, 오히려 차건우 스스로가 늪에 빠진 것처럼 허우적거리고 있었다.오늘 수업도 어떻게 들었는지 모를 정도였다. 밥맛도 없었다. 하루 종일 먼 산을 바라보며, 오만 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핸드폰의 진동 소리에 예민하게 굴며, 자신의 옆에 딱 붙여 두고, 보고 또 보고, 보고 또 보고...“이거 고장 난 거 아냐?”건우는 자신의 핸드폰을 손으로 이리 저리 만지며 화면을 켰다 껐다를 반복했다.역시, 3일이라는 시간을 준 것은 그가 한 최고의 실수였다. 단 하루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자신이 부린 가오를 잔뜩 후회하며, 그는 자신의 핸드폰을 소파 위로 툭- 던져버렸다.순간.디리링- 디리링-혹여나 하윤에게서 오는 전화를 놓칠까, 수업이 끝나자마자 벨소리로 바꿔둔 그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소리를 냈다.건우는 번개처럼 빠르게, 방금 전에 던진 핸드폰을 제 손으로 잡았다.[ ♥하윤♥ ]하윤이었다. 하루 종일 잔뜩 굳은 상태에서 지옥을 맛 본 건우의 표정이 서서히 밝아졌다.그래, 이 여자는 절대로 자신이 아니면 안된다.혹여나 오늘을 그냥 보내고, 내일이나, 3일째 되던 날 전화를 할까 봐 두려웠을 뿐, 결국 이 여자는 자신에게 잘못을 빌며 돌아올 것이고 평생, 이 여자에겐 자신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일단 건우는, 전화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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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3 (본의 아니게) 헤어지는 중입니다띠띠띠띠띡- 띠리릭-다급하게 하윤의 오피스텔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손잡이를 꺾어 문을 벌컥- 열어 젖혔다. 이 시간쯤이라면 이미 퇴근을 했을 하윤이, 집에 있어야 했다.하지만 그녀의 집은, 조금 전 자신의 집만큼 어두웠다.“이하윤!”건우는 하윤의 이름을 부르며 다급하게 집 안으로 들어섰다.벽을 더듬어 불을 켰다. 단숨에 그녀의 오피스텔 거실이 눈에 들어왔다.“하윤아.”그는 그녀의 침실로 움직여 문을 열었다. 불을 켰다. 없다.그녀가 아침에 바쁘게 집을 나선 그대로, 이미 그녀의 흔적이 옅어진 지 오래된 것 같았다.아무래도 출근 이후, 집에 오지 않은 듯 했다.“하아... 하아...”그의 호흡이 점점 가빠지기 시작했다.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공포가, 그토록 단단했던 차건우의 온 몸을 휘감았다.온 몸이 덜덜덜 떨려오는 것이 느껴졌다.진짜로 이 여자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자신이 고3 수험생이란 이유로, 성인과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내내 철벽을 치던 이하윤을 줄곧 바라만 보며 초조했던 그 3년의 시간 이후로, 절대로 이런 초조함 따위는 더 이상 차건우의 인생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하지만, 그 3년의 초조함보다 더 한 공포와 불안감이 들이닥쳤다.생경한 이 거지 같은 경험은, 차건우가 감당하기에 상당히 힘든 것이었다.건우는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다시 핸드폰을 꺼냈다.어쩌면 그녀가 핸드폰을 켰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을 가졌다.그녀의 번호가 저장된 단축 번호를 꾹 눌렀다.[ --“전화기의 전원이 꺼져 있어 소리샘 퀵보이스로...”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여전히 야속한, 차가운 기계음이었다.역시 희망은 희망일 뿐이었다.“하아...”온 몸에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끼며, 그는 거실에 있는 작은 소파에 쓰러지듯 몸을 뉘였다. 핸드폰을 소파 앞 테이블에 던지듯 놓고 등받이 몸을 기댔다.그녀가 전화를 끊은 직후,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 버린 탓에 아무것도 기억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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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54 (자발적으로) 죽어가는 중입니다이틀 전, 숨 넘어가기 직전의 차건우에게 전화를 받은 이태현은 헛웃음을 뱉었다.평생 붙어 먹을 것 같던 '차건우 X 이하윤' 커플의 이별 소식과 함께, 평생 오만방자함으로, 건방짐의 시그니처였던 그 차건우가 벌벌 떨고 있는 꼴은, 이태현이 평생 죽었다 깨어나도 못 볼 장면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그 귀한 소식을 한꺼번에 전달해 줬으니, 이태현의 헛웃음은 너무도 당연했다.“먼저 연구소에 들어간 연구원 한 분이, 맹장이 터지는 바람에 결원이 생긴 모양입니다. 그래서 대체 인력을 급하게 채웠는데, 그 대체 인력으로 이하윤 주임 연구원이 자원해서 갔다고 합니다.”자신의 비서 실장을 통해 듣게 된 이하윤 실종 사건의 전말.“왜 나는 보고를 못 받았습니까?”“그게... 선행 연구팀은 저희 라인이 아닙니다. 연구소 본부장 직권이라 저희까지 보고가 오지 않습니다.”그랬다. 완벽하게 부서와 라인이 다른 태현과 하윤은,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 하더라도 서로의 시시콜콜한 회사 생활은 전혀 알 길이 없었다. 따로 통화를 하거나, 모임에서 만나거나... 그것이 유일한 소통 통로였다.더군다나 최근에 새로 시작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쏟아지는 통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태현은, 지난 ‘이하윤 거짓 연수 사건’에 대해 하윤과 통화를 하고 싶었으나 그마저도 시간이 나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매주 바뀌는 선자리의 영애들에게도 기본적인 도리를 다 해야 하는 탓에 그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해 있었다.그러는 사이, 이렇게 재밌는 일이 벌어져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연락은 어떻게 합니까?”건우와 전화를 끊은 직후, 하윤에게 전화를 했으나, 그녀의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그 이후로도 몇 번, 하지만 하윤의 응답은 받을 수 없었다.그래서 다른 방법으로라도 이하윤의 소식을 들어야만 했다.차건우도 차건우지만, 이태현의 마음도 그랬다.“못합니다, 상무님.”“왜죠?”“보안 시스템 단계가 높아서 개인 핸드폰이나 전자기기 사용 자체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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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5 이태현이라는 조력자목요일 정오를 향해 가는 시간이었다.지하 주차장.외부 회의에 참석하고 다시 본사로 들어온 태현의 눈이 반짝 빛났다.자신의 운전기사가 막 주차를 마친 상태였다.여러 대의 자가용에 사이좋게 나눠 타고 서울로 복귀한 선행 연구팀의 연구원들이 보였다.그들은 각자의 짐을 차에서 내리며 감옥에서의 탈출을 기뻐하고 있었다.그들 사이에, 언제 봐도 기분 좋은, 차건우의 여자도 있었다.“안녕하십니까, 상무님.”이번 정부 협업 프로젝트의 팀장으로 수고해준 서팀장이, 자신들의 팀원을 이끌고 어느새 이태현 앞에 다가와 고개를 꾸벅 숙였다.“수고하셨습니다.”태현은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선행 연구팀의 연구원들을 쭈욱- 둘러보며 부드럽게 웃었다.하지만 이내 그의 시선은, 이하윤에게 멈췄다.분명 대덕 연구소라는 감옥에서의 생활은 비단 이하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하지만 그녀가 유독 피곤해 보이고, 수척해 보이는 것은... 그저 자신의 걱정이자 과한 관심일 것이라 생각했다.어쩌면... 차건우와의 이별이 미치도록 힘들었을 수도 있겠지. 싫다. 그건... 정말 싫다.“금요일 오전에 복귀라고 들었는데요?”생각보다 빠른 복귀였다.차건우를 좀 더 괴롭히려면 오늘이 아니라 내일이어도 모자랄 판인데, 혹시나 일이 생겨 이번 주말 끝까지 대덕 연구소에 갇혔다 나오길 바랬다는 것, 그건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다.“아, 네, 상무님. 생각보다 일찍 마무리 됐습니다. 팀원들이 정말 잘 해 줘서요. 기왕이면 하루라도 빨리 탈출 시키는 게... 아, 아니, 하루 정도는 더 쉬게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빠르게 마무리하고 하루 일찍 나왔습니다.”서팀장의 말에 태현이 피식- 웃었다.“그렇죠. 빨리 탈출 시키는 게 우리 연구원들의 정신 상태에도 좋겠죠.”“아... 하하하...”늘 서늘하기 짝이 없는 이현그룹의 후계자 중 하나인 이태현 상무의 생각지도 못한 부드러운 미소와 농담 섞인 말이 선행 연구팀의 연구원들의 마음을 사르르 녹혔다.특히나 여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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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 너 없이 못 살아차갑고 무거운 공기가 잔뜩 내려앉은 건우의 집.아무도 없이 서늘한 그곳은 하윤의 심장을 고통스럽게 푹푹 찔러댔다.단호하게 닫힌 그의 침실 앞의 문.그녀는 천천히 손잡이를 내려 그 단호한 문을 천천히 열었다.태현의 차를 타고 건우의 집으로 이동하는 동안, 현재 차건우의 상태를 전해 들었다.바보 같은 새끼. 자신이 뭐라고, 죽네 마네, 곡기까지 끊고 시체처럼 누워 있는지.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은은한 작은 스탠드의 불빛만이 비추는 그의 침실.시체처럼 누운 건우의 형체, 그리고 2주 가까이 잊고 살았던 그의 향기를 느끼기 시작했다.그리고 침대 헤드를 마주 보고, 그녀는 그렇게 가만히 서 있었다.같은 시각, 건우는...‘하... 씨발... 아무도 오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어렴풋이 들리는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으며, 저 끝에서부터 올라오는 분노를 삼키느라 애썼다.혼자 있고 싶다고, 아무도 제발 찾아오지 말라고, 욕설까지 섞어가며 단단하게 말했건만...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장정 서넛이 제 팔다리를 잡고는 억지로 물을 먹이고, 자신이 잠든 틈을 타 수액을 꽂는 불필요한 짓을 해대고 있으니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심지어 오늘의 불청객은 자신의 마스터 룸까지 침투했다.감히, 내 방에 함부로 들어와?“꺼져.”눈을 감은 채 있는 힘껏 그 불청객에 경고를 날리는 건우였다.곡기를 끊은 지 벌써 10여 일이 되어서 인지 온 몸에 힘이 없었다.하지만, 그 불청객은 아무런 말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 듯 했다.빤히 자신을 쳐다보면서.“씨발, 꺼지라고!”건우의 목소리가 한 톤 더 높아졌다.하지만 예전의 그 강력했던 개싸가지 건우의 목소리는 아니었다.힘에 부치는... 너무도 약해 빠진 목소리.‘하... 이게 진짜...’자신의 이빨 빠진 사자 같은 외침이 같잖아서 일까? 여전히 미동도 없는 그 불청객에 건우의 심기가 잔뜩 불쾌해졌다.죽여 버려야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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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7 차건우의 고집하윤의 전화를 받은 태현은, 주차장에서 미리 대기 중이었던 출장 의료진들과 함께 건우의 집으로 올라왔다.“하! 미친 새끼...”그 동안 무겁게 닫혀 있던 건우의 마스터 룸의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그 문을 완전히 열어 젖혀 안으로 들어간 태현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며 단박에 실소를 터트렸다.수액을 맞을 준비를 한 건우가 침대 한 가운데에 누워 있었고, 침대의 사이드에는 작은 스툴에 앉아 있는 하윤이 보였다.건우의 시선은 오로지 이하윤을 향하고 있었고, 혹시나 자신에게서 또 사라질까 한 손으로 하윤의 작은 두 손을 꽉 움켜쥔 채였다.자신의 집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날카롭게 굴었던 차건우는 이제 없었다. 이하윤이 제 옆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 차건우의 세상은 다른 세상과 이미 단절된 상태였다.“왔어?”하윤이 태현을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정상적인 범주의 사람 이하윤은, 지금 자신의 연하 남친 차건우의 맹목적인 이 행동이 다소 부끄러운 듯 했다.그도 그럴 것이... 태현과 의사, 간호사들이 한꺼번에 자신의 방에 들이닥쳤지만, 차건우는 단 한 번도 손님들을 향해 시선을 옮기지 않았다.조금 전, 직접 문을 열어 줄 수 없다며 건우의 집 현관문 비밀번호까지 알려준, 하윤과의 통화의 내용이 단번에 이해가 되는 태현이었다.“10일이나 굶은 새끼치곤... 얼굴이 너무 좋은데? 안 그래?”정말 그랬다. 평소보다는 수척해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얼굴에서 미세하게 빛이 나는 느낌이었다.이것은, 차건우의 유일한 구원자, 이하윤의 힘이 아니었을까.“그래도 다행이지, 뭐.”하윤이 피식- 웃으며 태현을 향해 잠시 시선을 옮겼다.“딴 데 보지 마. 나만 봐.”10여일간 밥도, 물도 제대로 먹지 못한 차건우는 약해 빠진 목소리를 뱉어내고 있었지만, 그 워딩 만큼은 변함이 없었다.“하...”저 기괴한 차건우의 모습을 지켜보는 이태현의 심기는, 그저 불쾌했다.다시 한 번.이하윤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즉각적으로 드러내, 홱-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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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 다시 함께하는 밤“.................”깊은 잠에서 깨어나 번쩍 눈을 뜬 건우는 찰나의 순간, 뇌가 잠시 멈추는 것을 느꼈다.“하윤아...”다시 뇌가 팽팽하게 돌아가기 시작하자, 침대에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빠르게 감지하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굳게 닫힌 침실의 문을 부서져라 거칠게 열고는 밖으로 튀어나갔다.“이하윤!”문을 열고 나오며 그녀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어두운 거실의 모습과 함께 밝게 빛을 내고 있는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던 하윤이 멈칫하는 것이 보였다.“하아...”제 눈에 이하윤이 담기자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오며 온 몸에 기운이 쭉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왜? 무서운 꿈 꿨어?”하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건우에게 천천히 다가왔다.건우는 후들거리는 자신의 두 다리를 느끼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하아... 어디 간 줄 알았네.”건우가 자신에게 다가온 하윤을 지긋이 바라보며 속내를 뱉어냈다.지독한 분리 불안의 시작.“정리 다 했어. 빨리 들어가서 누워. 의사 선생님이 며칠은 함부로 몸 쓰면 안 된대.”“같이 들어가.”“곧 들어 간다니까.”“여기 잠깐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면 되잖아.”“아우, 고집불통.”하윤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포기한 듯 다시 주방을 향해 몸을 옮겼다.조금 여유롭게 마무리를 하고 싶었던 그녀였지만, 아직은 병약한 제 남친을 빨리 침대에 눕히기 위해 그녀의 마음이 급해졌다.그리고 잠시 후, 두 사람은 오랜만에 다시 함께 하는 밤을 맞이했다.“어떻게... 거길 갈 생각을 다했냐?”마주 보고 누워 서로의 눈을 맞추는 두 사람.차건우든 이하윤이든, 서로를 향한 시선이 진득하고 끈적하게 점철되어 있었다.“그러게. 그날 딱, 공지가 떠서... 음... 여기라도 가야지... 우리가 잘 헤어질 수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고.”“하... 진짜 너, 사람 미치게 하는데 뭐 있다니까.”“그땐... 그 생각밖에 안 드는 걸 어떡해.”“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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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9 어쩔 수 없는 빠순이적 사고“살이... 쏙 빠졌네?”오랜만에 마주한 현생과 덕생의 소울 메이트, 최시은.에테르 콘서트의 마지막 날, 그렇게 각자의 남친에게 질질 끌려간 이후로 처음 얼굴을 마주하는 두 사람이었다.“막콘 뒷날에 보낸 니 장문 카톡에 나 뒤로 넘어가는 줄. 아니, 미친, 차건우랑 헤어진다고? 이게 그럴 일이야? 얘네 이 정도밖에 안됐어?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라. 연락도 안 될 거라지, 현민이한테 물어봐도 모른다지... 나 진짜 속 뒤집어서 죽는 줄 알았잖아.”시은의 말에 하윤이 멋쩍은 듯 비죽 웃었다.2주간의 시간.생각보다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아니, 어떻게 너 차건우랑 헤어질 생각을 다 했어?”“아우, 그만해라.”“야, 니네는 차건우가 헤어지자고 해야 헤어지는 거야. 너만 몰라?”“이태현이랑 똑같은 말 하네. 짜증나.”“그니까 그 얄팍한 사고로 함부로 던지지 말라고. 개고생 할 일 있냐?”“어후... 짜증나...”하도 뼈를 때려 맞아서 순살 닭고기가 된 기분.하윤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시은이 던지는 팩트에 할 말을 잃었다.차건우를 정말 사랑했기에 내릴 수 있는 결론이라고 생각했다. 차건우를 위한 자신의 마지막 희생이라고 생각했다. 시은이 말한 저 ‘얄팍한 사고’. 저것이 문제였을까. 주변인들에게 무자비한 팩트 폭행을 당하며 며칠 간은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어찌나 부끄러웠던지.더 큰 문제는.차건우의 심각한 분리 불안 증세.“내가 차건우 그 개새끼 때문에 내 영혼의 단짝을 만나러 반차까지 써야 돼? 반차가 직장인에게 얼마나 소중한 건데, 씨발...”“미안하다...”점심시간이었다.퇴근을 하면 차건우의 집으로 쏜살같이 달려가야 하는 이유로 저녁 시간을 낼 수 없었던 하윤을 위해, 시은이 반차를 내고 달려온 것이었다.시은의 분노는 당연했다.“그래서. 그 미친 새끼 몸은 좀 괜찮아?”“응.”“소름 끼치는 새끼. 일주일 넘게 밥도 안 먹고 물도 안마시고... 씨발, 진짜 미친 새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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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 빠순이의 협박“하아... 사랑해, 하윤아.”오늘도 한바탕 침대 위 몸의 유희를 치르고 난 뒤였다.하윤의 몸을 뒤에서 껴안은 차건우는 거친 호흡을 뱉어 내며 연신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하아...”매일, 자신의 존재를 각인하려는 차건우의 집착에 가까운 성적 욕구.이로 인해 몸이 부서질 것처럼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차건우의 키스와 애무와, 차건우라는 어린 수컷의 흉폭한 물건이 제 속에 들어오기만 하면 미친 듯이 녹아버렸다.차건우가 단언했던, 이미 차건우에게만 길들여진 여자.치기 어린 얄팍한 사고로 저질렀던 작금의 사태를 통해 더욱 더 짙어진 팩트가 되어버린 듯 했다.“건우야...”어느 정도 호흡이 정리되자, 하윤은 마음을 먹은 듯 작전을 시작했다.“응?”여전히 하윤을 뒤에서 끌어안고 그녀의 귓불과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하윤의 체향을 들이키며 그녀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는 건우였다.“나, 일본 보내줘.”멈칫-건우의 움직임과 호흡이 순식간에 멈췄다.그가 상체를 살짝 일으키며 한 손으로 하윤의 턱을 살짝 잡아 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왜?”건우의 목소리가 영하의 빙점만큼 서늘해졌다.1. 일본에 가면 이 여자를 며칠 동안 볼 수 없다.2. 분명 최시은과 함께 간다.3. 그렇다는건, 씨발, 딴따라 개새끼들 일이다.“콘서트...”“씨발, 너 미쳤냐?”건우가 상체를 반쯤 벌떡 일으켰다.“너 지금 이 상황에서 그 개새끼들 콘서트 얘기가 나오는 게 정상이야?”“..........”“내가 그때 생각하면, 씨발, 위산이 역류할 지경인데...”“그래서... 이번엔 솔직하게 말하잖아.”“하윤아.”다소 격양된 목소리로 점철된 건우의 반응에 하윤이 잠시 입을 닫았다.잠시... 생각을 해보니, 자신이 참 너무한다 싶었다.어쨌든 가장 큰 문제는 ‘거짓말’이었지만, 그 명분을 제공한 것은 ‘에테르의 콘서트’, 자신의 덕질 행보였다.이로 인해 건우가 겪었던 고통과 공포, 자신이 겪었던 비정상적인 감정으로 지난 2주가 넘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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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 에테르 강태윤과 윤채민의 사정“안자냐?”요즘 에테르는, 해외 투어 콘서트를 위한 연습으로 ‘조금’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어차피 서울 콘서트의 셋리 그대로, 다른 나라 - 다른 무대에서 똑같은 공연을 하는 것이 전부였기 때문에, 이번 콘서트 투어의 첫 스타트를 끊은 한국에서의 콘서트 준비 만큼은 그리 빡세지 않았다.이전에 빡세게 연습했던, 그리고 3일간 루미들의 함성을 들으며 공연했던 모든 움직임은, 몸이 잘 기억하고 있으니까.“왜 나왔어?”무드등만 켜 놓은 어스름한 거실.커다란 가죽 소파에 기대 앉아 있던 채민이, 방문을 열고 나온 태윤을 보며 입을 열었다.“화장실.”“어. 시원하게 싸.”채민은 태윤을 힐끔 보며 피식- 웃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소파의 맞은편에 있는 TV는, 소리를 전혀 내지 않은 채 무의미한 화면만 송출하고 있었다.채민의 시선은 TV 속 화면에 있었지만 역시 의미가 있지는 않았다.쫄쫄쫄쫄-“아이씨. 아, 형!”멍한 시선으로 정신을 빼놓고 있는 채민이었지만, 그리 유쾌하지 않은, 같은 그룹 멤버 형의 ‘오줌 싸는 소리’는 채민의 귀에 단박에 꽂혀 왔다.“왜, 이 개새끼야.”오랜 숙소 생활로 너무 편해서였을까? 화장실의 문도 닫지 않고 볼일을 보는 에테르의 리더, 강태윤 때문에, 채민의 미간이 잔뜩 찌푸러졌다.쏴아아악-잠시 후, 변기의 물이 내려가는 소리와 세면대의 물소리가 들려왔다.볼일을 다 본 태윤은 어느새 채민의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하, 손은 씻고 와서 다행이네.”“묻었어, 씨발.”“아오, 형!”수 백만 팬을 거느리고, 그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그래서 늘 아름답고 예쁜 모습만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에테르 그들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자, 그냥 남자였다.“왜 안 자?”“그냥.”태윤은, 요즘 부쩍 달라진 윤채민의 무드가 좀 이상했다.엄청난 친화력으로 낯가림 따위 전혀 없는 완벽한 E 성향의 외향인, 윤채민.SNS를 가장 활발하게 하는 통에 팬들과의 소통도 가장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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