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덕질녀의 은밀한 이중생활: Chapter 41 - Chapter 50

110 Chapters

#42

#42 거짓말의 서막“내일 몇 시에 마치는데?”바쁘게 건우의 집을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하윤을 보며 소파에 나른하게 기대 앉은 건우가 툭- 물었다. 순간, 하윤의 손짓이 멈칫했다. 가만... 막콘이 몇 시에 끝나더라?막콘의 경우에는 앵콜에서 앵앵콜, 앵앵앵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좀 더 넉넉하게 알리바이 시간을 만들어야 했다. 그 어느때보다 하윤의 머리가 빠르게 팽팽- 돌아갔다.“음... 8시... 쯤?”“하, 더럽게 늦네. 데리러 가?”“아냐... 후배가 집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어.”응, 시은이가 태워 주기로 했어.“어디로 가는데?”아차차!이건 생각을 못 했는데...“어... 그... 우리 회사... 연수원 있잖아.”“아~ 용인에 있는 거?”“아, 응!”다행이었다.아주 스무스하게 잘 넘어갔다.“그럼, 집까지 1시간 정도 걸리겠네? 우리 집으로 바로 올 거지?”“음... 피곤할 것 같은데? 다음 날 출근도 해야 하고...”하윤은 건우의 눈치를 슬쩍 보며 조심히 입을 열었다.첫콘 때 구매한 콘서트 MD 굿즈는 시은이에게 다 맡겨 놓고 온 상태였다. 마지막 날에는 그 모든 것들을 바리바리 안고 귀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가능한 한 자신의 오피스텔로 바로 돌아가는 것이 안전했다. 실제로 피곤하기도 할테고 말이다.“내일은 꼭 껴안고 자야지. 아이씨, 연수 개새끼. 월요일에 학교 가서 그 새끼 보이기만 해봐라. 확 대가리 날려 버릴 거야, 씨발.”하윤의 말은 들을 생각조차 없는 차건우였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는 그였지만, 두 사람의 2,500일인 일요일, 그녀와 하루 종일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차건우의 역린을 살살 건들고 있었다.빠...빨리 가야할 것 같다.“바빠도 중간 중간 연락 자주 해.”“응."시우의 우치와와 네임보드, 스케치북, 또 다른 루미들에게 나눔할 커스텀 미니 굿즈들을 잔뜩 넣은 작은 캐리어를 손에 끌고 건우의 집을 나설 준비를 했다. 혹시나 건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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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3 백스테이지의 환희“와, 시야 대박!”에테르의 리더, 강태윤이 시은에게 선물로 준 ‘에테르 VIP 콘서트 티켓’의 좌석은 1층 8구역의 12열이었다. 실질 1열. 심지어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서 콘서트를 즐길 수 있도록 연석으로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태윤의 배려에 두 사람의 마음이 따뜻하다 못 해, 뜨거워졌다.체조경기장, KSPO DOME의 8구역은 정중앙에 위치해 있어 무대 전체를 보기에 상당히 좋은 자리였다. 본 무대와는 꽤 거리가 있긴 하지만 멤버들이 움직이는 모든 동선을 따라가기 좋고, 전광판까지 정면으로 잘 보이는 곳이었다. 심지어 바로 앞에 돌출 무대가 있어, 그 무대 앞에 에테르 멤버들이 온다면 플로어 좌석보다 훨씬 더 시야가 좋은 자리였다. 거기다 실질 1열의 좌석이니 멤버들의 숨소리까지 다 들린다 해도 과언이 아닌 최고의 자리.“저기... 시우 부모님.”“와, 진짜 어머니 너무 미인이시다.”“그치? 누나도 엄청 예쁘더라. 근데 오늘은 안 왔나 봐."덕질 5년 차의 짬바는 내 최애의 가족도 괜히 친근해지는 법."어? 저기 저 사람, 태윤이 여동생 아냐?”“어? 어디?"시은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윤이 가리킨 곳에 태윤의 두 살 어린 여동생이 있었다."어어, 맞아. 존나 예쁘지?”“응. 진짜 연예인들은 가족들이 다 장난 없네.”“그러니까. 부럽게.”VIP 초대권의 또 다른 혜택. 멤버들의 가족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보통 콘서트의 두 번째 날인 토요일, 중콘에 가족들을 초대하는 경우가 많아 하윤과 시은이 앉아 있는 8구역에서 에테르 멤버들의 가족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콘서트가 시작되기 전부터 눈이 즐거워지는 순간들이었다.***"꺄아아아아악!!!"암전과 함께 심장을 강하게 울리는 음악의 비트 소리와 함께 VCR의 화면이 재생되었다.또 다시, 에테르 단독 콘서트 [Luminate]의 두 번째 날 공연이 시작되었다.“시우야~~~!”"강태윤!!!"콘서트가 진행될수록 콘서트장의 열기는 후끈 달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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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 위험한 만찬으로의 초대탈덕 전까지는 세상 밖으로 절대 꺼낼 수 없는 귀한 사진을 잔뜩 찍은 하윤과 시은은, 이제 귀가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윤은 체조경기장 근처의 호텔로, 시은은 현민의 집으로 갈 예정이었다.“빨리 보내.”“응. 에어드랍 켰어?”“응. 빠짐없이 다 보내. 싹 다 지워야 되니까.”현민의 집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갈 시은은,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다.시은의 집착광공 남친, 백현민이 핸드폰 검사를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에, 방금 찍은 모든 사진은 하윤에게 넘겨 놓기로 했다. 하윤이 호텔에 들어가자마자 클라우드에 모든 사진을 업로드 시키고, 나중에 시은의 클라우드로 넘겨주기만 하면 됐으니까.머리를 맞댄 상태로 각자의 핸드폰을 가까이 두고 현생의 남친들을 방어할 완전 범죄를 위해 작업에 집중하고 있을 때, 두 사람의 머리 위로 커다란 그림자가 훅 다가왔다.“누나.”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홱 들고 그림자의 주인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태윤이었다.“그...”태윤이 살짝 주변 눈치를 보며 그녀들을 향해 좀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숙이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밥 먹고 가.”태윤의 말에 하윤과 시은의 눈이 동시에 번뜩 뜨였다. 조금만 더 떴다간 눈알이 빠질지도 몰랐다.“아니, 아니, 아니, 아니!”“아냐, 우리 지금 집에 갈 거야!”하윤과 시은은 다급하게 양 손을 흔들었다. 두 사람의 모습은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았다.태윤의 입가에 피식- 기분 좋은 웃음이 터졌다.두 사람의 반응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있었다. 평소에도, 조금 전에도, 지금도... 이 두 여자의 선을 넘지 않는 개념 장착이 괜히 뿌듯했다. 이런 여자들이 에테르의 팬이라는 사실이 미치도록 기분 좋았다.“식당 하나 전체 예약했어. 거기 스탭들 밖에 없어서 괜찮아. 소속사 실장님한테도 말씀드려 놨고.”“아니야, 아니야. 우리 밥 안 먹어도 돼.”“그래. 우리 안 그래도 지금 막 집에 가려고 했어.”두 팬의 염려를 알고 있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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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 위험한 만찬“저쪽으로 가시면 됩니다.”하윤이 화장실에서 나와 자리를 찾자 스탭 중 한 명이 안쪽을 가리키며 위치를 안내해주었다.식당 밖의 창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 식당 안쪽의 사각지대에, 테이블 여러 개를 붙이고 오목조목 앉아 있는 에테르의 멤버들이 보였다. 시은을 찾으니, 그녀는 테이블의 안쪽 구석에 짱 박혀 앉아 있었다.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에 하윤과 시은의 노출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보였다.“누나, 이리로 와.”시은의 맞은편에 자리 하나를 비워두고 그 옆 자리에 앉아있던 채민이 손을 흔들었다.하윤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채민의 옆자리에 천천히 앉은 하윤은 맞은편에 앉아있는 시은과 다시 한 번 시선을 주고받았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에테르의 루미로서 덕질을 한 지 벌써 5년. 평생 쓸 운을 올해 다 써버린 것 같았다. 일반 팬이라면 생각도 못할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었다. 빠순이로서, 행복에 겨워 뒤질 일들.근데... 묘하게 불편한 것은 왜 인지. 그저 그들의 음악이 취향에 맞았고 그 취향에 맞는 음악으로 무대를 가득 채우는 인형 같은 이 예쁜 남동생들이 좋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친해져도 되는 건가... 싶은 묘한 불안감.“소문 들었지? 나 고기 엄청 잘 굽는 거?”시은의 옆에 앉은 태윤이 어깨를 으쓱하며 그들의 테이블에 놓인 집게와 가위를 집어 들었다. 하윤과 시은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태윤이, 잡고 있던 집게로 두툼한 고기를 집어 들어 불판 위에 올렸다. 불판이 과하게 달궈진 탓에 치지직- 소리가 크게 났다. 이내 약간의 열기와 함께 기름이 사방에 튀기 시작했다.“어, 기름 튄다.”커다란 불판 위에서 투두둑 튀어나오는 기름을 보며 채민이 갑자기 몸을 움직였다. 가만히 앉아 있는 하윤의 앞으로 자신의 몸을 훅 기울였다. 혹여나 기름이 하윤을 향해 튈까 자신의 몸으로 막아선 것이었다.“아... 안 그래도 돼.”채민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그리고 너무도 가깝게 다가온 탓에 하윤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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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 Trigger하윤과 연애를 시작한 지 2,500일이 된 일요일 오후.원래 건우의 계획은, 전 날인 토요일에 하윤이와 함께 제주도에 가는 것이었다. 이태현의 빽으로 [ 아베크 제주 ] 호텔의 ‘펜트하우스 스위트룸’ 예약이 가능했고, 그 곳에서 스카이라운지급의 야경을 즐기며 기념일을 챙기려 했다. 시험의 이유로 2주간 금욕 생활을 해야 했던 자신의 욕정도 채우면서 그녀의 귓가에 잔뜩 사랑한다고 말할 계획이었다.제주도의 관광 따위는 전혀 관심 없었다. 그저, 맛있는 것을 함께 먹고, 호텔에 머무르면서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바다와 제주도의 야경을 보며 오랜만에 진하게 붙어 있고 싶었다.그런데...“하, 씨발... 망할 연수 개새끼.”계획대로였다면, 지금쯤 서울에 올라오는 비행기를 탈 준비를 하고 있으려나? 벽에 걸린 시계를 슥- 쳐다보니 오후 4시가 지나고 있었다.“아이씨...”호텔에서 잔뜩 즐기고, 이하윤을 뒤에서 껴안은 채 공항에 있어야 할 자신이, 자신의 집 가죽 소파에 기대 앉아 아이패드로 강평을 보고 있는 처지라니. 건우는 손에 들고 있던 아이패드를 제 옆자리 빈 공간에 던지 듯 놓았다.또 다시 핸드폰을 열어보는 건우. 좀 전에 통화를 하긴 했지만 아주 짧았다. 카톡 몇 개를 보내 놨지만 아직 그녀가 읽지도 않았다.“하아... 머리야...”이틀 내내, 경기도 용인의 연수원에 가 있는 제 여자친구를 신경 쓰느라 뒷골이 땡겼다. 시험이 끝나면 머리가 덜 아프려나... 싶었는데, 또 다른 방향으로 두통이 밀려오기 시작했다.건우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작은 방으로 향했다. 약 상자가 있는 서랍에서 두통약을 꺼내 먹을 생각이었다.“없나?”하윤의 생리통 때문에 ‘게보린’을 박스째 사다 놓는 건우였지만 전부 자동차의 콘솔박스에 있는 모양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건우의 집 살림살이는 다 이하윤의 몫이었으니, 자주 쓰는 의약품은 쉽게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 따로 보관하고 있을지도 몰랐다.“차에 갔다 와야 되나...”서랍 속을 뒤지던 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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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 폭풍전야“아이고, 죽겠다...”오후 4시에 시작되는 에테르 단독 콘서트 [Luminate]의 마지막 날.하윤과 시은은 조금 서둘러 콘서트장 내부로 들어와, 첫콘날과 마찬가지로 연석 관람을 위한 좌석 교환 작업을 빠르게 마쳤다. 이틀 내내 콘서트를 관람하고, 특히나 어제의 백스테이지 입성과 위험한 만찬으로 인한 피곤으로, 좌석에 잔뜩 몸을 구겨 넣고 널부러진 상태였다.사실, 체력보다는 정신적인 피로감이 상당히 높은 이틀이었다. 특히, 하윤이 경험한 어제의 생경한 느낌은, 푹신한 호텔 침대에서 기절하듯 푹 자고 일어났음에도 개운하기는 커녕, 여전히 질척하게 남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건우 집으로 바로 갈 거면 그냥 다 내 차에 두고 내려. 트렁크에 숨겨두면 돼. 백현민, 내 차는 잘 안 뒤져. 더럽다고.”시은이 화장을 새로 고치며, 오늘 따라 유독 지쳐 보이는 하윤을 보았다.영혼의 단짝 하윤이와, 에테르 콘서트 3일 연속 출근 도장은 벌써 횟수로 다섯 번째다. 한 살 한 살 다르다더니 나이를 먹었나, 현재 하윤의 체력 고갈 상태는 시은의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다.확실히 이번 일정은, 찐~한 거짓말과 함께 특별한 경험으로 꽤나 정신이 없을 만도 했다. 시은 역시, 자신의 남자친구 백현민을 살살 구워 삶으며 하윤의 거짓말에 동참하느라 꽤 신경을 썼으니 말이다.“어제, 백현민 무드는 어땠어?”의자에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던 하윤이 서서히 상체를 일으키며 시은을 보았다.“괜찮았어. 건우랑 통화 한 것 같지도 않고. 늦게 왔다고 좀 지랄 지랄을 하긴 했는데, 술 안 먹고 들어갔더니 금방 가라앉더라고. 건우는?”“건우도 뭐... 그냥 통화하고 재웠어. 헛소리 찍찍 하는 거 보니까 잘 넘어간 것 같아.”“야, 이번에 우리 대박이지 않아? 이번에는 확실하게 완전 범죄로 끝날 것 같은데?”“그러게. 아, 맨날 뭐만 하면 다 걸려서 우리가 진짜 빡대가린가 싶었는데, 역시 우린 똑똑한 여자들이 맞았어. 그치?”“그니까. 막콘 끝나고 집에 딱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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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 Gotcha!올림픽 공원의 주차장에 각자의 차를 주차하고 입구에서 만난 건우와 현민은, 흉흉한 표정으로 공연이 한참 중인 체조 경기장으로 향했다.입구에서부터 공연장까지의 거리는 어찌나 먼 지. 게다가 체조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내내, 기둥에 걸린 에테르 멤버들의 사진이 눈에 자꾸 들어와, 들끓어 오르는 열을 삼켜야만 했다.“아니, 형, 저 새끼가 나보다 더 잘 생겼어?”씩씩거리며 걷던 건우가 기둥에 걸린 시우의 사진을 알아보고는 불만스럽게 물었다.“미쳤냐? 진하게만 생겼지 저게 어딜 봐서 잘 생긴 얼굴이냐? 느끼하다 못해 기름이 질질 흐르구만.”“하, 이하윤 눈이 진짜 어떻게 된 건가? 아니, 내가 봐도 별론데?”“야, 우리 시은이 개새끼 한 번 봐봐라. 강아지상이 어쩌고, 씨발. 눈꼬리 쳐지는 거 봐라.”“우와, 최시은 눈도 어지간히 낮네. 아니, 현민이 형이 훨씬 더 잘 생겼는데?”“하, 그러니까 말이야!”자기객관화에 굉장히 후한 차건우와 백현민이었다.“하, 요것들, 진짜 이번에는 강하게 단도리 해야지, 안되겠어.”현민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건우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하다하다, 결국에 딴따라 개새끼들의 공연장까지 제 여자를 잡으러 와야만 하는 자신들의 운명에 상당히 빡이 친 상태였다.“나는...”건우가 서늘하고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둘 중에 하나 선택하라고 할 거야. 저 새낀지, 난 지. 확실하게 약속을 받아 놔야지, 씨발, 불안해서 어디 살겠어? 알지? 이하윤 쫓아다니는 개새끼들 내가 뒤에서 얼마나 쳐내고 다녔는지.”“어, 알지. 아주 눈물 겨웠지. 모르지 이하윤은?”“모르지. 맹추 같은 기집애라서 아예 모르는 게 나아. 알면 신경 쓴다고.”“그래, 모르는 게 약이다. 나봐라. 시은이랑 사귀기 전에, 최시은 남자 계속 바꼈던거 생각하면, 요즘에도 자다가 벌떡 벌떡 일어나. 씨발, 내가 그 기집애한테 이렇게 코 꿸 줄 알았으면 진작에 낚아 챘어야 되는데.”“하... 이것들은 우리 노고를 몰라, 노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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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9 차건우의 도발거칠게 핸들을 꺾는 건우를 보며 하윤은 숨을 참았다가 몰래 뱉어내길 반복했다. 꾹 다문 건우의 입술이 바르르 떨리고 있는 것을 보며 하윤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턱이 부서져라 이를 꽉 깨문 그의 모습은, 6년간 아니, 그를 안 10년 가까운 세월을 통틀어 처음이었다.“거... 건우야...”이제, 공포와 두려움 보다는 죄책감과 미안함이 이하윤을 옥죄고 있었다. 바르르 떨리는 입술, 목소리마저 덜덜 떨려 발음이 뭉개질 정도였다.하윤은 양 손으로 운전대를 꽉 움켜쥔 건우의 옆모습을 조심스레 힐끔힐끔 보며 그가 무슨 말이라도, 어떤 말이라도 해주길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그녀의 기대와는 달리, 그는 단 한 번도 하윤을 향해 얼굴을 돌리지도, 입술을 열어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미치도록 무서웠다.“건우야...”하윤이 살짝 울먹이며 다시 한 번 건우의 이름을 불렀다. 이건 정말, 단단히 잘못됐다.“입 다물어. 나 지금, 누구 하나 죽일 수도 있으니까.”여전히 정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살벌한 워딩을 뱉어내는 건우의 목소리는 빙점 아래로 얼어붙은 듯 차갑고 단호했다.하윤은 울컥 솟아 오르는 눈물을 억지로 삼키고, 입술을 짓이기며 고개를 툭- 떨어뜨렸다.이틀 내내 자신을 괴롭혔던 그 죄책감과 미안함은, 이제 그 대가를 바라고 있었다. 생경하다 느꼈던 그 모든 것들이, 이번 만큼은 절대적으로 다르다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온 몸이 차갑게 식으며, 더 이상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그렇게 두 사람의 아슬아슬한 침묵이, 건우의 집으로 향하는 내내 차 안을 무겁게 짓눌렀다.띠리릭-건우의 집 현관문이 서늘하게 열어 젖혔다.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린 순간부터, 건우는 하윤의 얇은 손목을 꽉 쥐고 있었다. 평소 같았다면 아픔을 느낄 만큼의 강한 악력이었지만, 분노에 점철된 건우와 죄책감에 휘감긴 하윤 두 사람 모두,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이렇게 차건우는,화가 치밀어 오르는 이 순간에도 이하윤을 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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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 정신 나간 아이돌의 짙어지는 소유욕“수고하셨습니다!”“다들 수고 많으셨어요.”총 3일간의 콘서트를 무사히 마친 ‘팀 에테르’들이 한데 모여 술잔을 부딪히며 그간의 노고를 치하 했다.콘서트 기획 스탭들부터 현장의 스탭들까지, 눈에 보이는 스탭들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스탭들까지. 오로지 7명의 에테르 멤버들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곳곳에서 애쓴 수많은 사람들.무사히 3일간의 콘서트를 끝낸 지금, 모든 공로는 스탭들의 몫이었다.“감독님, 고생하셨습니다.”“예쁘게 찍어 주셔서 감사합니다.”“전부 너무 수고하셨어요.”지금이라도 당장 푹신한 침대에 쓰러져 눕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 에테르 멤버들이었지만, 그들은 밝은 미소와 기분 좋은 목소리로 이 사람, 저 사람과 눈을 맞추며 감사 인사를 했다. 빛이 나는 잘난 얼굴들의 예쁜 말과 미소는, 일반 사람들의 마음을 그대로 녹여버리기에 충분했다.사실, 이 순간 가장 힘든 이들은 에테르 멤버들이 맞다.3일간의 공연 강행군은 물론, 몇 주 전부터 10시간 이상의 연습을 하느라 온몸이 망가질 정도였다.솔직히 말해서, 에테르의 공연이 없었다면 이들이 돈을 벌 기회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은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일만 하면 되는 사람들.하지만 에테르는 5년 간 아이돌판을 뒹굴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절대 스탭들과 척지지 말 것.대중의 시선과 평가를 먹고 사는 아이돌의 모든 논란의 시작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그들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사회생활을 참 잘하는 에테르 멤버들.하지만...“야, 다음에 그 카메라팀은 쓰지 말자. 아니, 씨발, 땀 때매 화장 다 무너졌는데 얼굴을 그렇게 크게 잡으면 어쩌겠다는 거야? 렉카들 한테 박제 시킬 일 있어?”“체력이 우리보다 더 거지 같더라. 못 따라와서 헉헉 되는 거 봤냐? 지들이 노래를 불러, 춤을 춰. 카메라 들고 뛰는 게 뭐 그렇게 힘들다고.”“기획팀도 바꿔. 지난 번 팀이 훨씬 낫지 않아?”2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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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 그녀의 사정밤새도록 한 숨도 자지 못한 하윤은, 극심한 몸의 피로보다는 자신을 강하게 누르고 있는 슬픔의 감정으로 인해 무기력한 상태였다.시간에 맞춰 출근을 하고, 동료들과 아침 인사도 했다. 자신의 자리에 앉아 언제나처럼 컴퓨터를 켜고 책상 한쪽에 쌓인 서류철을 뒤척거리며 자신이 해야 할 업무도 쳐냈다.하지만, 껍데기뿐이었다.하윤의 영혼은 대기업 연구원으로서 완벽하게 하루를 쳐내고 있는 그 몸뚱이 속에 없었다. 하루 종일,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 상태는 좋지 못했다.사실... 이미 그녀는, 건우의 집을 벗어날 때부터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이틀 동안 자신이 느낀 죄책감과 미안함, 그 동안 건우가 느껴왔을 비참함과 피로함, 그리고... 자신의 눈치 없는 부족함으로 인해, 그 동안 꽉 쥐고 있던 두 사람의 끈을 건우가 놓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사실이, 결국, 한 가지 결론으로 이끌게 했다.이제, 그녀에게 남은 일은, 그에게 자신의 결정을 전달하고, 그 결정에 대해, 자신이나 건우가 알량한 미련으로 이 결정을 번복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일이었다.“다들, 카톡 좀 확인합시다.”하윤이 몸담고 있는 선행연구 3팀의 팀장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큰소리로 팀원들을 향해 말했다.각자의 컴퓨터로 업무를 보고 있는 연구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내 사무실 안은 딸칵- 거리는 마우스 소리로 가득 찼다. 모두들, 출근하면서 켜 놓은 PC 카톡을 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선행연구소 연구원님들! 저는 인사과 오희수 대리입니다. 긴급으로 공지할 건이 있어 연구원님들께 인사를 드립니다. 다름이 아니라, 지난주 정부 협업 프로그램으로 대덕 연구소로 출발한 연구원팀에 현재 결원이 생겨 급하게 대체 인력을 보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혹시, 자원해주실 연구원님이 계신다면 소속팀의 팀장님께 의사를 전달해 주셨으면 합니다. 빠른 시간 내에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연구원들의 단톡방에 불쑥 찾아온 인사과 대리.구구절절 그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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