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온달이 되자 평강공주가 나타났다: Chapter 31 - Chapter 40

62 Chapters

31

* 백성의 요새와 거대한 전조  동이 트기도 전, 수차 세 대가 돌아가는 계곡의 거센 물소리가 가평 자치 영지의 아침을 열었다. 새로 지은 기와집 안방은 구들장에서 올라오는 은은한 온기로 가득했다. 강진우는 살며시 눈을 뜨며 품 안의 온기를 느꼈다. 진우의 넓은 가슴에 얼굴을 묻고 고이 잠들어 있던 평강이 긴 속눈썹을 떨며 천천히 눈을 떴다. 은은한 새벽빛이 창창한 창문을 통해 들어와 두 사람의 얼굴을 따스하게 조명했다. "서방님, 오늘도 저보다 일찍 깨어나셨습니까?" 평강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으며 진우의 품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진우는 평강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부인의 깨끗한 호흡 소리를 듣는 것이 내 하루의 가장 큰 즐거움이오. 몸은 좀 어떠하오?" "서방님께서 지어주신 이 따뜻한 온돌방 덕분에 매일 아침 기운이 솟아납니다. 서방님 곁에 있는 지금이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평강의 볼이 붉게 물들었다. 진우는 평강의 손을 꼭 쥔 채 나지막이 미소를 지었다.  "나 역시 그렇소, 부인. 부인이 내 곁에서 영지의 장부를 다스려주고 내 마음을 잡아주지 않았다면 이토록 단기간에 강력한 영지를 이루어내지 못했을 것이오." 두 사람은 다정하게 입맞춤을 나눈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강은 솜씨 좋은 손길로 진우의 옷매무새를 바로잡아 주었고, 진우는 평강의 빗질을 도와주며 부부로서의 깊은 애정을 다졌다.  아침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영지의 전경이 한눈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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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대원들의 우렁찬 함성이 산골짜기를 뒤흔들었다. 진우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뒤, 새로 개발한 '수력 모듈형 거포 V2'와 '지연 폭발형 화통 탄환'의 시연에 착수했다.  진우는 수차와 연결된 기어 장치를 활용해 대포의 각도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기계식 포가를 완성해 둔 상태였다. 기존에 사람이 직접 밧줄을 당겨 포신을 움직이던 방식과 달리, 단 한 명의 포병이 핸들을 돌리는 것만으로도 포신의 사격 각도를 1도 단위로 정밀하게 조정할 수 있었다. 진우는 포병대원들에게 명했다. "목표, 산자락 너머 1.5킬로미터 지점의 자갈밭! 각도 18도 고정! 제3호 약포 장전!"  포병대원들은 진우가 가르쳐준 삼각함수와 역학 계산표를 보며 기계식 핸들을 돌렸다. 강철 포신이 매끄럽게 위를 향해 고정되었다. "발사!" 진우의 신호와 함께 도화선에 불꽃이 튄 후, 0.5초 만에 폭발이 터졌다. 콰아아앙—!  지진이 난 듯 땅이 흔들리고, 거포 포구에서 붉은 화염 기둥과 함께 가공할 폭풍 연기가 피어올랐다. 강철 탄환은 음속을 돌파하며 공기를 찢는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날아가 1.5킬로미터 밖 자갈밭에 정확히 낙하했다.  콰아아앙! 콰창! 탄환이 바닥에 부딪히며 내장되어 있던 2차 화약이 폭발했다. 수백 개의 강철 구슬과 파편들이 폭풍처럼 튀어 나가며 자갈밭 전체를 형체도 없이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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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부인이 편안히 잠든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내게는 가장 큰 기쁨이오. 오늘 밤은 차가운 밤바람에 시달리지 않고 잘 잤소?" "예, 서방님. 서방님께서 만들어주신 이 구들장은 아무리 추운 날이라도 봄날의 온기를 선사해 줍니다. 서방님의 품과 이 방이 있는 한 세상 그 무엇도 두렵지 않습니다."  평강이 수줍게 웃으며 진우의 목을 살며시 감아쥐었다. 두 사람의 입술이 자연스럽게 포개어지며 아침을 여는 달콤한 온기를 나누었다. 정식으로 합방을 이루고 부부의 연을 맺은 이후, 두 사람 사이의 애정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었다. 단순한 신뢰를 넘어 서로의 영혼까지 온전히 얽힌 완벽한 부부의 모습이었다.  진우는 평강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겨주며 귓가에 속삭였다. "부인이 내 아내가 되어주었기에 오늘날의 이 강철 영지가 존재할 수 있었소. 부인의 치밀한 장부 정리가 없었다면 유민 오백 명을 어찌 이리 단정하게 정착시킬 수 있었겠소?" "서방님도 참... 제가 한 일은 서방님의 그 위대한 지혜에 비하면 소소한 보살핌에 불과합니다. 허나 서방님이 가리키시는 곳이라면 이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함께할 것입니다."  두 사람은 다정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평강은 솜씨 좋은 손길로 진우의 옷고름을 매어주었고, 진우는 평강의 손에 따뜻한 차를 쥐여주며 서로를 향한 아련한 눈빛을 나누었다.  아침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영지의 중심부인 대장간과 무기 제작소로 향했다. 가평 자치 영지는 이제 단순한 시골 부락의 차원을 완전히 넘어선 상태였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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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무엇이라? 역모라고?" 평강의 얼굴이 분노로 차갑게 일그러졌다. 진우는 차분하게 송 내관의 어깨를 잡으며 물었다. "송 내관, 국왕 전하께서는 그 모함을 믿고 계신단 말입니까?"  송 내관은 진우의 압도적인 거구와 서슬 퍼런 기세에 흠칫하면서도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다. "전하께서는 처음에 믿지 않으셨으나, 상부 고씨 가문이 가평 현감 조대목의 허위 상소문과 정탐꾼들의 보고서를 위조하여 바쳤습니다! 전하께서는 마음이 크게 흔들리시어, 오는 이튿날 조정의 정규군 삼천 명을 발동하여 가평 영지를 토벌하고 온달 장인님의 목을 베라는 어명을 내리시려 합니다!"  영지 입구에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정규군 삼천 명. 이는 지난번 지방 관아의 관군 백여 명이나 귀족들의 사가 무사 몇 명과는 차원이 다른 거대한 군세였다. 평양성 조정의 정식 토벌군이 밀려온다는 소식이었다.  송 내관은 품속에서 비밀 서찰 하나를 꺼내어 평강에게 바쳤다. "이것은 전하의 곁을 지키던 충신들이 공주 마마께 몰래 전달하라고 내어준 비밀 밀찰입니다. 전하께서 귀족들의 거짓에 눈이 가려져 계시니, 어서 대책을 세우셔야 합니다!" 평강은 서찰을 받아 들고 내용을 빠르게 훑어 내렸다. 서찰 속에는 상부 고씨 가문이 진우의 강철 제련법과 화약 기술을 빼앗기 위해 정규군을 움직이려 한 치밀한 음모가 적혀 있었다.  평강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분노로 입술을 깨물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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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온달이 되자 평강공주가 나타났다

평강은 곧바로 안방으로 들어가 먹을 갈고 붓을 들었다. 왕족 특유의 정갈하고 기품 있는 문체로 상부 고씨 가문의 죄상을 하나하나 파헤치고, 온달이 만든 과학 기술이 어떻게 고구려를 부강하게 만들고 있는지를 세세히 기록해 나갔다.  한편 진우는 무기 제작소로 내려가 토벌군을 맞이할 새로운 무기 개량에 착수했다. 진우는 강철 거포의 탄환을 개량하여, 폭발음과 빛은 엄청나지만 파편의 살상력을 줄이고 연막을 대량으로 뿜어내는 '비살상용 압박 탄환'과 '신식 연속 발사 화통'을 대량 생산했다.적의 군대를 몰살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가공할 파괴력을 보여주어 싸울 의지를 완벽히 상실하게 만드는 심리전 무기였다. 며칠 동안 진우와 평강은 밤낮없이 방어선 구축과 상소문 작성에 몰두했다.  어느덧 밤이 깊어지고, 새로 지은 기와집 안방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따뜻한 차를 마시며 서로의 피로를 다독였다. 황토 구들장의 훈훈한 온기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은은한 촛불 빛 아래서 평강은 손수건으로 진우의 어깨에 묻은 그을음을 구석구석 정성스럽게 닦아주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서방님. 저 거대한 포와 방어망을 정비하시느라 손끝이 또 다 트셨군요." 진우는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평강의 고운 손을 잡아 끌어당겼다. 평강은 수줍게 미소 지으며 자연스럽게 진우의 넓은 가슴 안으로 파고들었다.  "부인의 이 따뜻한 손길과 사랑이 있다면 내 몸의 그 어떤 피로도 모두 사라지오. 부인은 내 삶의 가장 찬란한 빛이자 구원자요." 평강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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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아래쪽 계곡에서는 기치창검을 번뜩이는 고진태의 선봉 기병대가 먼지를 날리며 서서히 들어서고 있었다. 상장군 고진태는 말 위에서 절벽 위를 두리번거리며 혀를 차냈다.  "바보 온달 놈이 괴상한 무기를 만든다더니, 정작 관군이 밀려오니 겁을 먹고 쥐새끼처럼 숨어버린 모양이구나! 속도를 올려 오늘 안으로 온달의 기와집을 짓밟고 공주를 생포하라!" 기병들의 고함이 골짜기를 울렸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계곡 한가운데를 지나던 선봉 기병대의 맨 앞선 말이 바닥에 묻혀 있던 강철 실을 건드렸다. 지찍! 마찰 발화 장치가 작동하며 백토관 속 도화선으로 불꽃이 치솟았다.  콰아아앙! 기병대 바로 코앞 흙바닥이 터져 나가며 자욱한 유황 연기와 함께 엄청난 폭음이 터져 나왔다. 갑작스러운 폭음에 놀란 말들이 비명을 지르며 앞다리를 들고 날뛰기 시작했다. 전열이 흐트러지며 뒤따르던 기병들이 서로 부딪혀 바닥에 뒹굴었다.  "적의 기습이다! 당황하지 말고 진형을 유지하라!" 고진태가 칼을 빼 들고 고함을 질렀으나, 이미 골짜기는 혼란의 도가니였다. 진우는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포병대, 사격 개시!" 절벽 위에서 기계식 핸들이 차갑게 돌아가며 포신의 각도가 정밀하게 내려앉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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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절벽 위에서 평강이 단정한 차림으로 걸어 내려왔다. 그녀의 손에는 미리 작성해 둔 친필 상소문과, 상부 고씨 가문의 암살 무사들에게서 빼앗은 증거 밀찰들이 정갈하게 들려 있었다. 평강은 바닥에 주저앉은 상장군 고진태를 향해 위엄 있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상장군은 들으라!" 고진태는 떨리는 눈으로 공주를 올려다보았다. "너는 대귀족 상부 고씨 가문의 수석 가신 고정의의 거짓 상소에 속아, 국왕 전하의 친딸과 백성들을 도륙하려 관군을 이끌고 왔다. 이 증거물들을 똑똑히 보아라! 이것이 바로 고정의가 사사로이 무사를 풀어 나를 암살하려 했던 명백한 증좌다!"  평강이 바닥에 던진 밀찰과 은패를 확인한 고진태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이, 이것은... 상부 고씨 가문의 은패가 맞지 않는가?" 진우가 칼을 거두며 묵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상장군, 우리가 마음만 먹었다면 오늘 이 골짜기에서 너와 오백 명의 기병대는 형체도 없이 가루가 되었을 것이다. 허나 우리는 고구려의 정규군과 피를 흘리고 싶지 않기에 비살상 탄환으로 너희의 기세를 꺾었을 뿐이다."  고진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백 명의 기병들이 폭음과 연기에 놀라 쓰러져 있으나, 죽거나 치명상을 입은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압도적인 무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유혈 사태를 극도로 자제한 진우의 배려와 계산에 고진태는 온몸을 떨었다. "우리의 무력은 역모를 위한 것이 아니다. 수나라와 신라의 침략으로부터 고구려를 지키고 백성을 살리기 위한 지혜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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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강은 진우의 가슴에 얼굴을 대고 그 단단한 심장 소리를 들었다. "서방님... 이제 조만간 평양성 궁궐에서 정식으로 서방님과 저를 부르는 어명이 내려올 것입니다. 그 어떤 시련이 오더라도 저는 영원히 서방님 곁을 지킬 것입니다." 진우는 평강의 고운 턱을 들어 올려 그녀의 입술에 따뜻하게 입을 맞추었다.  두 사람의 입술이 깊게 포개어졌고, 은은한 촛불 빛 아래서 서로를 향한 영원한 사랑과 맹세가 뜨겁게 타올랐다. 훈훈한 구들장 위로 두 사람의 아련한 숨소리가 어우러졌고, 밤하늘의 은하수는 독수리 골짜기의 혈전을 완벽한 승리로 이끈 온달과 평강의 깊고 단단한 사랑을 찬란한 빛으로 축복해 주고 있었다. 평양성 조정으로 들어간 진실의 상소문은 이제 고구려 전체의 역사를 바꿀 거대한 태풍의 눈이 되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 평양성의 정변과 왕명의 도착  고구려의 수도 평양성 안학궁의 정전에는 서서히 차가운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높다란 주홍색 기둥 사이로 붉은 비단 도포를 입은 대귀족들과 조정의 대신들이 늘어서 있었다. 어좌에 앉은 평원왕의 얼굴은 며칠째 그늘이 져 있었다. 가평 현에서 바보 온달이 사병을 모으고 괴상한 무기로 역모를 꾸민다는 상부 고씨 가문의 상소가 조정을 흔든 까닭이었다.  상부 고씨 가문의 수석 가신 고정의는 대신들 맨 앞에 서서 짐짓 삼가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전하, 가평으로 발동한 상장군 고진태의 정규 토벌군 오백 명으로부터 곧 승전보가 도착할 시각이옵니다. 역적 온달의 목을 베고, 그자가 백성들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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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내관이 황급히 상자를 받아 평원왕에게 바쳤다. 평원왕은 떨리는 손으로 딸의 글씨가 적힌 상소문을 펼쳤다. 서찰 속에는 온달이 어떻게 현대적 상수도와 수차 양수기를 만들어 가난한 백성들에게 물을 대었는지, 고풍로를 통해 강철 농기구를 양산하여 수확량을 세 배로 늘렸는지, 그리고 상부 고씨 가문이 기술을 탐내어 온갖 음해와 암살을 시도했는지가 세세히 적혀 있었다. 상소문의 마지막 구절을 읽어 내리던 평원왕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바마마, 온달 님은 바보가 아니옵니다. 하늘이 고구려의 부강을 위해 내리신 천재 장인이자 백성을 살리는 성현이옵니다. 저희가 만든 강철과 무기는 국왕 전하의 나라를 지키기 위한 것이지, 결코 아바마마를 향한 칼날이 아니옵니다.]  평원왕의 몸이 분노와 죄책감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상부 고씨 가문의 은패와 암살 밀찰을 어좌 밑으로 사정없이 던져버렸다. 챙그랑! 은패가 바닥을 구르며 청아한 소리를 냈다.  "고정의! 네놈이 정녕 나를 속이고, 내 친딸과 나라의 소중한 인재를 역적으로 몰아 도륙하려 하였단 말이냐!" 평원왕의 사자후가 정전을 뒤흔들었다.  고정의는 바닥에 엎드리며 손을 파르르 떨었다. "전, 전하! 오해이옵니다! 저 고진태가 온달의 궤계에 속아 거짓을 고하는 것이옵니다! 온달이 만든 무기는 천둥을 내리는 괴물이라 하였으니, 정녕 역모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고진태가 고개를 들어 고정의를 정면으로 노려보며 외쳤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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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온달이 되자 평강공주가 나타났다

"영지의 인구가 천 명을 넘어서면서 물자 유통과 방어망을 더 정밀하게 제어할 필요가 생겼소. 산자락 봉수대마다 설치할 '광학 신호 통신대'와, 시간을 일정하게 측정할 '수력 톱니바퀴 자격루'를 만들고 있소." 평강은 진우의 시선이 미치는 영지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산꼭대기마다 볼록렌즈와 반사경을 활용한 빛 신호 거울이 세워지고 있었고, 영지 중앙의 커다란 시계탑 건물이 골조를 드러내고 있었다.  평강은 목판 장부를 펼치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서방님의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 영지의 백성들은 더 계율적이고 정밀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유민들에게 지급된 주택과 농지의 경계선도 서방님이 만든 강철 측량 줄 덕분에 단 한 치의 시비도 없이 완벽하게 정리되었습니다." 진우는 평강의 정갈한 장부 기록을 바라보며 그녀의 고운 손을 가만히 감싸 안았다.  "부인이 영지의 사법과 재정을 이토록 차분하게 다스려주지 않았다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있어도 영지가 혼란에 빠졌을 것이오. 부인은 이 영지의 진정한 여주인이오." 평강은 기분 좋게 미소를 지으며 진우의 어깨에 고개를 살짝 기대었다. 두 사람이 기술 연구소에서 새로운 기계 배치를 논의하던 바로 그 순간, 영지 남쪽 진입로의 대형 목책 문 위에서 장엄한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뚜우우우—! 보통 외적의 침입을 알리는 날카로운 종소리와는 다른, 정식 왕실 귀빈의 방문을 알리는 웅장한 나발음이었다. 진우와 평강은 서로의 눈빛을 교환한 뒤, 연구소를 나와 영지 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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