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관이 황급히 상자를 받아 평원왕에게 바쳤다. 평원왕은 떨리는 손으로 딸의 글씨가 적힌 상소문을 펼쳤다. 서찰 속에는 온달이 어떻게 현대적 상수도와 수차 양수기를 만들어 가난한 백성들에게 물을 대었는지, 고풍로를 통해 강철 농기구를 양산하여 수확량을 세 배로 늘렸는지, 그리고 상부 고씨 가문이 기술을 탐내어 온갖 음해와 암살을 시도했는지가 세세히 적혀 있었다. 상소문의 마지막 구절을 읽어 내리던 평원왕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바마마, 온달 님은 바보가 아니옵니다. 하늘이 고구려의 부강을 위해 내리신 천재 장인이자 백성을 살리는 성현이옵니다. 저희가 만든 강철과 무기는 국왕 전하의 나라를 지키기 위한 것이지, 결코 아바마마를 향한 칼날이 아니옵니다.] 평원왕의 몸이 분노와 죄책감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상부 고씨 가문의 은패와 암살 밀찰을 어좌 밑으로 사정없이 던져버렸다. 챙그랑! 은패가 바닥을 구르며 청아한 소리를 냈다. "고정의! 네놈이 정녕 나를 속이고, 내 친딸과 나라의 소중한 인재를 역적으로 몰아 도륙하려 하였단 말이냐!" 평원왕의 사자후가 정전을 뒤흔들었다. 고정의는 바닥에 엎드리며 손을 파르르 떨었다. "전, 전하! 오해이옵니다! 저 고진태가 온달의 궤계에 속아 거짓을 고하는 것이옵니다! 온달이 만든 무기는 천둥을 내리는 괴물이라 하였으니, 정녕 역모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고진태가 고개를 들어 고정의를 정면으로 노려보며 외쳤다.
Last Updated : 2026-10-0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