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온달이 되자 평강공주가 나타났다: Chapter 11 - Chapter 20

62 Chapters

11

평강공주는 진우가 만든 강철 농기구와 철괴의 수량을 목판 장부에 정갈하게 기록해 나갔다. 그녀의 눈빛은 신중하고도 치밀했다. "온달 님, 이 강철 농기구들을 마을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나누어주는 것은 온당치 않습니다. 자고로 정당한 대가 없이 얻은 물건은 귀함을 모르는 법입니다. 식량이 부족한 농가에는 추수 후 곡식으로 갚게 하고, 여유가 있는 가구에는 노동력이나 다른 자원으로 대가를 받도록 정리했습니다."  공주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호칭에 진우는 망치질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온달 님이라...' 처음 만났을 때 하대하듯 '온달아'라고 부르던 공주의 입에서 나온 존칭이었다. 진우의 기술과 인품을 온전히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진우는 가슴 한구석이 간지러운 느낌을 받으며 미소를 지었다.  "공주님의 말이 맞습니다. 자산의 가치를 지키면서 부락 전체의 자립심을 키우는 아주 훌륭한 재정 관리 방식입니다. 공주님께서 장부를 맡아주신 덕분에 제가 제련과 토목에만 전념할 수 있습니다." 평강공주는 진우의 칭찬에 볼을 붉히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아닙니다. 온달 님의 그 놀라운 지혜에 비하면 제가 하는 일은 소소한 보살핌에 불과합니다. 허나 온달 님께서 개척하시는 이 길에 작은 걸림돌도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 은은한 온기가 감돌았다. 서로를 향한 신뢰는 이미 단순한 협력 관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어느덧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부락에 짙은 어둠이 깔렸다. 온돌을 개량한 덕분에 안방은 훈훈한 열기가 가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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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빛 아래서 서로의 손을 꼭 쥐었다. 은하수가 두 사람의 머리 위로 찬란한 빛을 내리쬐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진우의 고풍로에서 생산된 고품질 강철의 소문은 순식간에 인근 고을로 퍼져나갔다. 가평 현의 수세관 목만철뿐만 아니라, 인근 상단과 대장장이들이 소문을 듣고 하나둘씩 부락으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곳이 그 온달 대장인이 만든 강철이 나오는 곳입니까?" "이 철괴의 순도를 보게! 중국 수나라에서 건너오는 명품 철보다 더 단단하고 매끄럽잖아!"  상인들은 진우가 쌓아둔 철괴를 보며 눈을 반짝였다. 그들은 곡식과 비단, 그리고 고구려 궁궐에서도 구하기 힘든 희귀한 약재와 광물들을 가지고 와서 강철과 교환하기를 청했다. 평강은 수많은 상인들 사이에서 전혀 당황하지 않고 물자의 가치를 정확히 산정하여 교환 비율을 정했다.  "이 철괴 하나는 보리 열 가마, 혹은 정제된 숯 스무 가마의 가치가 있습니다. 그 이하로는 거래할 수 없으니 돌아가십시오." 공주의 단호하고 명확한 거래 방식에 상인들은 감탄하며 혀를 내둘렀다.  "과연 듣던 대로 대단한 기품과 지혜를 지닌 여인이시로다!" 상인들과의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초라하던 산골 부락은 순식간에 활기가 넘치는 거점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곡식 창고가 가득 차고, 부락민들의 옷차림이 두터워졌으며, 마을 전체에 희망의 기운이 감돌았다.  진우는 상인들에게서 받아온 고급 광물 중 유황과 탄소, 그리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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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는 장부를 받아 들며 평강의 얼굴을 따뜻하게 바라보았다. "유황 원석 백 근이라면 아주 훌륭한 거래 조건입니다. 하지만 강철 보습 스무 개를 한 번에 내주면 시장에 물량이 갑자기 풀려 가치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열 개만 먼저 내주고, 나머지 열 개는 다음 달 초석 공급이 확인되었을 때 내주는 것으로 조건부 계약을 맺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평강은 진우의 말에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했다. "시장 수급을 조절하여 우리 강철의 희소성을 유지하자는 말씀이시군요? 참으로 치밀하십니다. 김 상선에게는 다음 달 초석 독점 공급권을 조건으로 제시하여 설득해 보겠습니다." "역시 평강입니다. 장부 관리와 협상 능력은 이미 조정의 그 어떤 재상보다 훌륭하십니다."  진우가 진심 어린 칭찬을 건네자, 평강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진우의 소매 끝을 살며시 잡았다. "낭군께서 이토록 원대한 그림을 그리고 계시는데, 어찌 제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겠습니까? 낭군이 가리키시는 곳이라면 어디든 함께 갈 것입니다."  두 사람의 두 눈이 마주치자 공기 중에 달콤한 온기가 감돌았다. 평강의 눈동자 속에는 진우에 대한 깊은 존경과 가슴 떨리는 애정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때 작업장 밖에서 마을 이장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온달 장인님! 공주 마마! 저, 저것 좀 보십시오! 한성 쪽에서 대규모 상단이 이쪽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진우와 평강은 작업장 밖으로 나왔다. 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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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강 역시 서슬 퍼런 눈빛으로 연철을 노려보았다. "돌아가라. 주몽 상단과는 단 한 조각의 철괴도 거래하지 않겠다. 나와 온달 님의 기술은 상부 고씨 따위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연철은 공주의 단호한 호통에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했다.  "공, 공주 마마! 한 번만 다시 생각해주십시오! 상부 고씨 가문의 눈밖에 나면 이 작은 부락이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조정의 압박이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진우는 연철의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190cm가 넘는 온달의 압도적인 거구가 연철에게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압박이라 하셨습니까? 어디 한번 들어오라 하십시오. 우리가 만든 강철은 농기구뿐만 아니라, 그 어떤 대군도 뚫을 수 없는 무기와 방어구가 될 것입니다. 돌아가서 당신 상전에게 전하십시오. 온달과 평강의 영지는 그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진우의 목소리에는 고구려 전체를 뒤흔들 만한 패기와 확신이 실려 있었다.  연철은 진우의 기세에 압도되어 감히 더 이상 말을 덧붙이지 못하고, 황급히 수레를 돌려 부락을 빠져나갔다.  대상단이 허겁지겁 물러나는 모습을 본 마을 주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온달 장인 만세!" "평강공주 마마 만세!"  진우는 환호하는 주민들을 뒤로하고, 평강의 손을 잡고 작업장 안쪽의 밀실로 들어섰다. 밀실 안에는 진우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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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온달이 되자 평강공주가 나타났다

강진우는 폭발 현장의 잔해를 수습하며 화약의 위력을 재차 측정했다. '질산칼륨의 정제도가 약 85퍼센트 수준이었는데도 이 정도 파괴력이 나왔다. 도화선의 연소 속도를 일정하게 제어하고, 강철 용기 안에 화약을 밀봉해 파편 효과를 극대화한다면 거대한 공성 무기나 신기전 형태의 연투 무기도 충분히 만들 수 있어.'  진우는 그을음이 묻은 손을 닦으며 마당 한편에 서 있는 평강을 바라보았다. 평강은 여전히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으나, 그녀의 눈빛에는 두려움보다 깊은 신뢰와 경외감이 서려 있었다. 평강은 걸음을 옮겨 진우의 곁으로 다가왔다.  "낭군, 방금 보여주신 그 불꽃과 폭음은 정녕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낸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평강. 유황과 초석, 그리고 탄소 가루를 정밀한 비율로 조합하여 급속 연소를 일으킨 것입니다. 불꽃이 도화선을 타고 들어가 용기 내부에서 터지며 거대한 충격파를 발생시키는 원리지요."  진우의 설명에 평강은 나뭇가지로 흙바닥에 그려진 도면을 내려다보았다. "도화선을 타들어 가는 불꽃 하나가 바위를 부수다니... 참으로 경이롭고도 무서운 힘입니다. 만약 이 힘이 악한 자들의 손에 들어간다면 고구려 전체가 피바다로 물들 수도 있겠군요?"  진우는 평강의 예리한 지적에 나지막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과학 기술은 사용하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구원도 될 수 있고 재앙도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화약의 제조법과 도화선 결합 비율은 오직 부인과 저, 둘만의 비밀로 간직해야 합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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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진우는 강철을 얇게 제련하여 만든 연막 단도와 함께, 화약을 이용한 소형 폭발 장치인 '강철 벼락탄'을 개발했다. 강철 용기 안에 화약과 작은 철구슬들을 가득 채우고, 짧은 도화선을 결합하여 적이 접근했을 때 던져 터뜨리는 휴대용 무기였다.  또한, 수차의 동력을 연동하여 마을 입구의 목책을 사시사철 감시하고, 거대한 돌을 날릴 수 있는 수력 투석 기계의 도면까지 완벽하게 완성해 두었다. 며칠 동안 밤샘 작업을 이어가던 진우는 피로가 누적되어 작업대 위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은은한 침향 냄새와 함께 따뜻한 온기가 어깨를 감싸 안았다. 진우가 눈을 뜨자, 평강이 자신의 비단 겉옷을 진우의 어깨에 덮어주고 있었다. 등불 빛을 받은 평강의 얼굴은 천사처럼 아름다웠다. "깨셨습니까, 낭군?" 평강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의 손에는 따뜻하게 달인 약재 차가 들려 있었다.  "잠시 눈을 붙인다는 것이 그만 깊은 잠에 들었군요. 부인께서도 쉬지 않고 어찌 이 늦은 시각까지 잠들지 않으셨습니까?" 평강은 진우의 옆에 가만히 앉아, 진우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 밤샘 작업으로 손끝이 터지고 그을음이 묻은 진우의 손을 평강은 가슴에 품으며 아파했다. "낭군께서 이토록 우리를 위해 밤낮으로 고초를 겪고 계시는데, 어찌 저 혼자 편히 잠을 청할 수 있겠습니까? 낭군의 손에 새겨진 이 흉터들이 모두 저와 백성들을 지키기 위한 훈장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평강은 손수건을 물에 적셔 진우의 손과 얼굴에 묻은 그을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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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락의 망과 가문의 불꽃  상량식의 열기가 식어가는 밤이었다. 새로 지어진 기와집 대청마루 밑으로 훈훈한 온돌 열기가 은은하게 올라왔다. 주민들은 진우가 대접한 술과 음식을 배불리 먹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고, 부락 전체에는 보기 드문 정적과 평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강진우의 감각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서 있었다. 현대에서 숱한 대형 프로젝트와 위험한 화학 실험을 주도하며 길러진 위기 관리 본능이 뇌리를 강렬하게 자극하고 있었다. '대상단을 대놓고 쫓아냈으니, 상부 고씨 가문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귀족들의 생리는 자신들의 기득권에 도전하는 자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짓밟는 법이다.' 진우는 마당으로 내려와 방어선 점검에 나섰다. 부락 외곽으로 통하는 주요 산길과 개울가 풀숲에는 그가 지난 수요일 동안 정밀하게 설치해 둔 야간 경계망이 숨겨져 있었다. 강철 실로 연결된 수동 도화선 장치와 초석, 유황, 철구슬을 가득 채워 만든 강철 벼락탄들이 풀숲 깊은 곳에 그 모습을 숨기고 있었다. 진우는 손끝으로 가늘고 단단한 강철 실의 긴장도를 살폈다. 아주 미세한 장력 변화만 생겨도 마찰식 발화 장치가 작동하여 도화선에 불꽃을 튕기도록 설계된 최고 수준의 물리적 지뢰망이었다.  "낭군, 밤바람이 찬데 밖에서 무엇을 그리 유심히 살피십니까?" 대청마루 문이 열리고 평강이 촛불을 든 채 밖으로 나왔다. 얇은 비단 겉옷을 걸친 그녀의 자태는 어둠 속에서 마치 달빛을 머금은 연꽃처럼 고아하게 빛났다. 진우는 공주의 곁으로 다가앉으며 부드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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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전체가 천지를 진동시키는 폭음과 자욱한 유황 연기로 가득 찼다. 마을 안에서 잠자리에 들려던 주민들이 놀라 일어났으나, 진우가 미리 전해둔 지침 덕분에 동요하지 않고 집 문을 걸어 잠갔다. 진우는 대청마루 옆에 세워두었던 자신의 전용 무기를 집어 들었다. 고풍로에서 생산된 최고급 고탄소 강철을 단조하여 만든 날카로운 장검과, 가슴을 보호하는 강철 흉갑이었다.  "평강, 안방에서 노모를 지키고 계십시오. 금방 정리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진우의 말에 평강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진우의 손을 잡았다. "낭군, 부디 사로잡으십시오. 상부 고씨 가문이 개입했다는 명백한 증좌를 얻어내야 조정에 저들의 죄상을 고할 수 있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진우는 바람처럼 마당을 질주하여 연기가 자욱한 숲으로 향했다.  폭발의 충격으로 기절해 있던 무사 두목은 온몸에 강철 파편이 박혀 피를 흘리며 겨우 정신을 차렸다. 눈앞은 자욱한 연기로 가득했고, 함께 온 부하들은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었다. "괴, 괴물이다... 바보 온달이 아니라 하늘의 벼락을 내리는 마귀다..." 두목이 떨리는 손으로 단도를 쥐고 비틀거리며 일어나려 할 때, 연기 너머로 거대한 사내의 그림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강철 검을 든 진우의 모습은 마치 전장을 지배하는 아수라와 같았다. 진우의 차가운 눈빛이 복면 무사 두목의 목덜미에 꽂혔다.  "남의 영지에 허락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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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가 완벽하게 수습된 후, 두 사람은 마침내 새로 지은 기와집의 넓은 안방으로 들어섰다.  방 안에는 황토와 내화 벽돌이 만들어내는 따뜻하고 쾌적한 온기가 가득했다. 은은한 촛불 빛이 정갈하게 깔린 비단 자리를 따스하게 비추고 있었다. 진우는 강철 흉갑을 벗어 던지고 긴 숨을 내쉬었다. 피로가 밀려왔으나 가슴 한구석은 이상할 정도로 충만하고 따뜻했다.  평강은 따뜻한 물이 담긴 대련을 들고 와 진우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정성스러운 손길로 진우의 손과 팔에 묻은 피와 흙먼지를 닦아주기 시작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낭군. 저와 이 부락을 위해 또다시 피를 흘리셨군요." 평강의 눈가에 안쓰러움과 애정이 가득 고였다.  진우는 평강의 손을 지긋이 잡고 그녀를 일으켜 세워 곁에 앉혔다. "피를 흘린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미래를 가로막는 걸림돌을 치웠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 누구도 우리의 이 소중한 보금자리를 위협하지 못할 것입니다." 진우의 진심 어린 눈빛이 평강의 두 눈동자에 가닿았다.  공주의 신분을 버리고 자신만을 믿고 흙구덩이로 들어왔던 여인. 온갖 위기 속에서도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 최고의 동반자가 되어준 아름답고 강인한 여인. 진우의 가슴속에서 현대 대학원생 강진우로서의 외로움과, 고구려 온달로서의 책임감이 하나로 융합하며 거대한 애정으로 타올랐다.  진우는 조심스럽게 평강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평강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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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온달이 되자 평강공주가 나타났다

* 영지의 확장과 신식 무기  새벽안개가 산골짜기를 은은하게 감싸 안는 시간이었다. 새로 지은 기와집의 은은한 목향과 훈훈한 구들장의 온기가 안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강진우는 눈을 떴다. 품 안에서 가냘프게 숨을 쉬며 잠들어 있는 평강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은은한 촛불 빛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전날 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온전히 속한 부부가 되었고, 그 신뢰와 사랑은 그 어떤 철갑보다 단단하게 두 사람을 묶어주고 있었다.  진우가 살며시 움직이자 평강이 눈을 내리뜨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서방님, 일찍 깨셨습니까?" "더 자도 됩니다, 부인. 밤새 고생하지 않았소." 진우의 다정한 말에 평강의 볼이 붉게 물들었다. 평강은 진우의 가슴에 얼굴을 살며시 파묻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서방님과 함께 맞이하는 아침이 이토록 따뜻할 줄 몰랐습니다. 궁궐의 그 화려한 비단 이불 속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안식입니다." 진우는 평강의 머릿결을 살며시 어루만져주었다. "앞으로 부인이 누릴 행복은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내가 부인에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풍요로운 삶을 선물할 것이오."  두 사람은 한동안 따뜻한 체온을 나누다 다정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강은 머리를 가지런히 빗어 올리고 정갈한 옷매무새를 갖추었다. 이제 그녀는 궁에서 쫓겨난 외로운 공주가 아니었다. 고구려를 바꾸어나갈 천재 장인 온달의 당당한 아내이자, 이 영지를 이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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