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고결한 주인님, 벌을 받으셔야지요: Chapter 11 - Chapter 20

79 Chapters

11화

무겁게 가라앉은 눈꺼풀을 밀어 올리자, 흐릿한 시야 사이로 푸르스름한 아침 햇살이 비쳐 들었다.온몸의 마디마디가 으스러질 듯한 통증이 가차 없이 밀려왔다.허리 아래는 감각이 마비된 것처럼 뻐근했고, 다리 사이는 불에 덴 듯 화끈거리며 욱신거렸다.어젯밤 자신이 겪어야 했던 그 잔혹하고도 배덕한 정사의 흔적들이 온몸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었다.“…읏.”갈라진 신음을 흘리며 몸을 일으키려던 세레나의 숨이 일순 턱 막혔다.침대 발치 아래, 칼릭스가 단정하게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간밤에 맹수처럼 살기를 뿜어내며 그녀의 숨통을 죄던 거친 나신의 사내는 어디에도 없었다.목깃까지 빈틈없이 채워 올린 흑철색 백작 제복, 단 하나의 구김도 없는 금빛 견장, 그리고 정갈하게 빗어 넘긴 잿빛 머리칼.제국의 완벽한 귀족이자 충직한 기사의 가면을 쓴 사내가 고요히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날카롭게 벼려진 사내의 턱선과 굵은 목울대 위로 차가운 아침 햇빛이 내려앉았다.“깨어나셨습니까, 마마.”낮게 깔린 사내의 목소리는 소름이 돋을 만큼 깍듯하고 온순했다.세레나가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이, 칼릭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따뜻한 물을 은대야에 받기 시작했다. 장작 위에서 뜨거운 김을 내뿜는 주전자를 들어 이미 차가운 물이 들어있는 은대야에 부었다. 그리고 옆에 놓여 이씨던 하얀 리넨 천을 대야에 담궜다. 하얗고 뽀송한 느낌의 리넨 천이 물을 빨아들였다. 칼릭스는 테이블 위에 은대야를 내려놓고 따뜻한 물에 적신 하얀 리넨 천을 건져 올렸다.손으로 리넨 천을 비틀어 물기를 짜냈다. 따뜻한 김이 모락 일어나는 리넨 천을 든 사내가 침상 위로 정중한 손길을 뻗었다.“뭐하는 짓이냐, 손대지 마라…!”세레나가 쉰 목소리로 쏘아붙이며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물리려 했다.그러나 칼릭스는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부드러운 손놀림으로 그녀를 덮고 있던 얇은 홑이불을 천천히 젖혀냈다.홑이불 아래 세레나는 여전히 알몸이었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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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세레나는 몸을 떨었다. 자신을 이렇게 돌봐주는 이유가 결국 자신을 품기 위함이라는 사실. 하지만 세레나 역시 칼릭스와 보낸 밤이 싫지만은 않았다. 비록 공녀의 체통과 지위를 온전히 지킬 수는 없어도 그의 가학적인 행위들이 큰 쾌락을 선사한건 사실이었다. 게다가 이른 아침 상처를 닦아주고 따듯한 차로 몸을 데워주는 보살핌이라니. 세레나는 칼릭스의 애무같은 보살핌을 즐기며 따뜻한 차를 마셨다. 향기롭고 포근했다. 기분이 노곤해지고 몸이 서서히 달아오르려 했다. 세레나가 마지막 모금을 마시던 바로 그때였다. 문 너머로 절도 있는 군화 소리가 고요한 복도를 울렸다. 세레나가 차를 마시는 동안 그녀의 목덜미와 어깨를 쓸어주던 칼릭스도 숨을 죽였다. 사내는 빈 찻잔을 협탁 위에 내려놓고, 얇은 홑이불을 당겨 세레나의 드러난 쇄골과 어깨를 빈틈없이 덮어주었다. 조금 전까지 세레나를 향한 소름 끼치는 집착을 보이던 사내의 얼굴에 차가운 가면이 다시 덧씌워졌다. “들어와라.” 사내의 낮게 가라앉은 명령과 함께 문이 열리고, 흙먼지를 뒤집어쓴 가죽 갑주 차림의 사내가 들어섰다. 칼릭스의 심복이자 북부 전선에서 생사를 함께했던 부관, 다니엘이었다. 그는 전장에서보다 더욱 긴장한 듯 했다. 침대 위에 세레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니엘은 침상 쪽으로 시선을 단 한 치도 두지 않은 채, 깍듯이 주먹을 가슴에 얹어 경례를 올렸다. “백작님, 수도에서 급전이 당도했습니다.” 다니엘의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다. “에드윈 2황자가 황실 근위대를 은밀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공녀의 신병을 ‘탈주한 중죄인 수색’이라는 명분으로 확보하려는 수작입니다.” 다니엘이 품 안에서 검붉은 가죽으로 감싸인 두툼한 장부를 꺼내 칼릭스에게 바쳤다. “그리고… 말씀하셨던 물건입니다. 아르젠트 공작가에 씌워진 반역 누명의 배후, 에드윈 황자가 사병을 양성하며 자금을 세탁한 비밀 장부의 사본입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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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침대 위로 펼쳐진 에메랄드빛 실크 드레스 옆으로, 차가운 금속성 마찰음이 울렸다.칼릭스가 벨벳 상자 깊숙한 곳에서 꺼내 든 것은 드레스뿐만이 아니었다.그의 거칠고 투박한 손바닥 위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정교하게 세공된 은빛 사슬과 작은 방울들이 매달린 구속구였다.공녀 세레나는 태어나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모양새였다.그리고 그 곁에는 흑철색 백작가 문장이 새겨진 묵직한 에메랄드 보석 초커가 놓여 있었다.“…이게 무슨 짓이냐.”세레나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려 나왔다.사교계의 어떤 귀부인도 드레스 아래 이런 불경한 쇠붙이를 차고 무도회에 나서지는 않는다.칼릭스는 대답 대신 세레나를 일으켜 거울 앞에 세웠다.뽀얀 살결이 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빛을 받아 더욱 생기 있고 윤기 나게 반짝거렸다.그 뒤에 선 칼릭스의 몸은 완전 반대였다.전쟁통에 겪은 엄청난 고난을 말해주듯 그의 몸에는 성한 곳이 없을 정도였다.칼로 베인 자국, 화살에 몸이 뚫렸던 자국.게다가 불에 덴 자국까지 남아 있었다.하지만 전쟁으로 단련된 근육들과 검붉은 핏줄 위로 드러난 흙갈색 피부는 엄청난 위압감을 뿜어냈다.부드럽지만 단호한 손길에 이끌려 거울 앞에 선 세레나의 목에 그의 손이 닿았다.그가 세레나의 풍성한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잡아 올려 세레나의 손에 쥐어 주었다.그리고는 에메랄드 초커를 들어 세레나의 희고 가녀린 목덜미로 가져갔다.딸깍.차디찬 금속 고리가 그녀의 여린 목을 빈틈없이 감싸 안았다.목을 지그시 압박하는 두툼한 무게감.겉으로는 눈부신 보석 장신구였으나, 실상은 언제든 줄을 매어 끌고 갈 수 있는 백작의 잔혹한 목줄이었다.사내의 굳은살 박힌 엄지손가락이 초커 중앙에 박힌 백작가의 가문 문장을 천천히 문질렀다.“외형은 제국의 그 누구보다 고귀한 백작의 여인이십니다.”칼릭스의 나직한 음성이 세레나의 귀를 간지럽혔다.“하지만 그 화려한 치맛자락 아래는… 온전히 제 것임을 한시도 잊으시면 안 되지요.”사내가 망설임 없이 은빛 사슬 구속구를 집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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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황실 연회장의 육중한 황금문이 열리는 순간, 눈이 멀 것 같은 찬란한 빛과 현악기의 선율이 쏟아져 내렸다. 천장에 매달린 수천 개의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눈부신 백색광을 뿜어내며 홀 전체를 대낮처럼 밝히고 있었다. “…칼릭스 백작 각하와 세레나 폰 아르젠트 공녀 전하 입장하십니다!” 시종장의 드높은 외침과 함께, 장내를 가득 메우고 있던 수백 명 귀족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쏠렸다. 숨을 삼키는 소리와 함께 웅성거림이 파도처럼 번져 나갔다. 멸문하여 노예로 전락했다던 아르젠트의 유일한 적녀가 제국의 전쟁영웅 칼릭스의 곁에 서서 다시 사교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칼릭스의 단단한 팔에 손을 얹은 세레나는 턱을 꼿꼿이 치켜세웠다. 그녀의 곁에 선 칼릭스는 숨이 멎을 만큼 압도적인 야성미와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각 잡힌 흑철색 제복조차 전장에서 벼려진 떡 벌어진 어깨와 두터운 흉곽의 위용을 다 가리지 못했고, 날카로운 턱선과 맹수처럼 번뜩이는 서늘한 금빛 눈동자는 장내의 귀족들을 단숨에 짓눌렀다. 세레나 역시 몸을 타고 흐르는 짙은 에메랄드빛 실크 드레스는 그녀의 백옥 같은 피부와 대비되어 눈이 시릴 만큼 매혹적이었다. 목에는 백작가의 문장이 선명하게 박힌 에메랄드 초커가 고결한 여인의 상징처럼 빛나고 있었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고귀한 귀부인의 자태. 그러나 그 화려하고 눈부신 치맛자락 아래에서는, 아무도 모를 끔찍하고 음란한 형벌이 실시간으로 집행되고 있었다. ‘하으… 읏.’ 세레나는 입술 안쪽을 깨물며 이를 악물었다. 풍성한 실크 스커트 안쪽, 그녀의 맨살 위에는 속곳 대신 서늘한 은빛 구속구가 은밀하게 결착되어 있었다. 한 걸음을 뗄 때마다 차가운 사슬이 붉게 달아오른 허벅지 안쪽을 거칠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 끝에 매달린 은방울. 조금만 균형을 잃거나 다리를 잘못 놀리면 금방이라도 사교계 한복판에서 방울 소리를 터뜨릴 터였다. 세레나는 방울을 억누르기 위해 허벅지와 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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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그 순간!소름 끼치는 파열음이 연회장의 정적을 날카롭게 갈랐다.세레나의 뺨을 향해 내리꽂히던 카밀라의 손목이 허공에서 거짓말처럼 멈춰 섰다.번개같이 뻗어 나간 칼릭스의 커다란 손이 카밀라의 손목을 낚아챈 것이었다.“아, 아악…!”비명조차 제대로 터져 나오지 못한 채 카밀라의 숨이 턱 막혔다.사내의 손아귀에 실린 무자비한 악력에 가냘픈 손목뼈가 바스러질 듯 뒤틀렸다.굵은 핏줄이 곤두선 칼릭스의 손은, 마치 가녀린 나뭇가지를 분질러 버리려는 거인의 손길 같았다.전장을 피로 물들였던 전쟁영웅의 서슬 퍼런 살기가 연회장 전체를 얼어붙게 만들었다.수백 명의 귀족들이 숨조차 쉬지 못하고 공포에 질려 사내를 응시했다.“한 번만 더 그 천박한 손을 내 주인의 얼굴에 뻗는다면.”칼릭스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지옥의 밑바닥에서 울려 퍼지듯 귓전을 짓눌렀다.“그 자리에서 팔을 뜯어내 개의 먹이로 던져줄 것이다.”그가 카밀라의 손목을 힘주어 풀어주자, 카밀라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카밀라의 손이 날아오던 순간 세레나가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휘청거리며 중심을 잃은 순간, 반질반질한 바닥에 그녀의 발이 미끄러지며 에메랄드빛 실크 구두가 툭 벗겨져 나갔다.그리고.찰랑— 딸랑!치맛자락 아래, 그녀의 가장 은밀한 곳에 채워져 있던 은빛 방울이 균형을 잃은 움직임에 반응해 맑고 요란한 소리를 터뜨렸다.사방이 죽은 듯 고요한 연회장에 울려 퍼진 불온하고 음란한 방울 소리.세레나의 푸른 눈동자가 공포로 뒤흔들렸고, 새하얗던 얼굴이 단숨에 새빨갛게 타올랐다.사람들이 치맛자락 아래의 비밀을 눈치채는 것은 시간문제였다.공녀로서의 모든 명예와 존엄이 바닥에 처박히려는 바로 그 찰나였다.짤랑, 짤랑—더욱 맑고 선명한 은종 소리가 귀족들의 귓전을 사납게 파고들었다.칼릭스가 언제 꺼냈는지 모를 작은 은빛 종을 품에서 꺼내 제 손끝으로 가볍게 흔들고 있었다.사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나직하게 미소를 머금은 채 시종을 부르듯 종을 흔들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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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화려한 현악기의 선율 사이로, 황자의 발소리가 붉은 융단을 밟으며 다가왔다.연회장 2층 발코니에서 아래를 굽어보던 제2황자, 에드윈 폰 발루아가 마침내 계단을 내려와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아 선 것이었다.위선적인 미소를 입가에 띤 에드윈의 시선이 세레나의 얼굴에 달라붙었다.“오랜만이군, 아르젠트 공녀.”황자의 목소리는 나긋했으나, 그 밑바닥에는 노골적인 조롱과 탐욕이 도사리고 있었다.“경매장에 서 있던 처량한 꼴을 보고 안타까워 거두어 주려 했더니… 전직 노예 기사의 품으로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내 심장이 얼마나 찢어졌는지 아는가?”에드윈이 칼릭스를 곁눈질하며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천한 노예 출신 벼락귀족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오만한 멸시였다.황자는 보란 듯이 세레나를 향해 한쪽 손을 불쑥 내밀었다.“공녀와 나누지 못한 회포가 산더미 같으니, 이번 곡은 나와 함께 추지.”세레나의 표정이 굳어졌다.그의 손을 잡고 왈츠를 추는 순간, 다리 사이에 방울이 연회장 한복판에서 울려 퍼질 터였다.세레나는 숨을 삼키며 차갑게 선을 그었다.“청은 감사하오나, 전하. 방금 전 발목을 삐어 거동이 어렵습니다.”“거동이 어렵다?”에드윈의 미간이 위험하게 좁혀졌다.황자는 세레나의 거절을 비웃듯, 순식간에 손을 뻗어 그녀의 가녀린 팔목을 사납게 낚아챘다.“황족의 청을 거절하는 오만함은 여전하군.”“읏…!”에드윈의 강압적인 악력에 끌려, 세레나의 몸이 앞으로 반 걸음 휘청였다.그 짧은 찰나, 세레나는 하복부와 허벅지 안쪽에 핏줄이 서도록 바짝 힘을 주었다.조금만 힘이 풀려도 은빛 사슬이 흔들리며 방울 소리를 터뜨릴 엄청난 긴장감.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시체처럼 뻣뻣하게 굳어진 세레나를 보며, 에드윈의 눈동자가 기이하게 커졌다.“몸이 왜 이리 빳빳하게 굳어 있지? 마치…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숨기려는 것처럼.”황자의 시선이 세레나의 쇄골을 타고 내려앉았다.그리고 목을 조이고 있는 에메랄드 초커 틈새로 살짝 삐져나온 거무죽죽한 멍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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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덜컹.육중한 마차 문이 거칠게 닫히며 바깥의 찬란했던 불빛과 소음이 거짓말처럼 차단되었다.차창 너머로는 마차를 둘러싸고 달리는 호위 기사들의 규칙적인 말발굽 소리와 낮게 깔린 바람 소리만이 내부를 가득 채웠다.세레나는 가죽 의자에 등을 묻은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연회장의 살얼음판 같던 긴장이 풀려나가기 무섭게, 온몸의 감각이 사납게 곤두서기 시작했다.다리 사이를 옥죄고 있던 차가운 은빛 사슬.에드윈 앞에서 소리를 내지 않으려 허벅지와 하복부에 잔뜩 힘을 주었던 탓에, 하반신 전체가 저릴 만큼 욱신거렸다.어둠 속에서, 낮고 불온한 사내의 숨소리가 그녀의 뺨 위로 쏟아져 내렸다.흑철색 제복 단추를 풀어헤친 칼릭스가 거구를 기울이며 다가오고 있었다.풀어헤쳐진 옷깃 사이로 드러난 단단한 흉곽과 짙은 쇄골선 위에는 사내의 거친 야성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흐트러진 잿빛 머리칼 아래, 날카롭게 베일 듯한 턱선과 위험한 열기를 품은 금빛 눈동자는 숨이 멎을 만큼 압도적이었다.공포와 배덕감 속에서도 세레나의 시선을 옭아매는, 지독하게 아름답고 잔혹한 남자의 자태였다.맹수처럼 번뜩이는 그의 금빛 눈동자에는 더 이상 충직한 기사나 정갈한 백작의 가면 따위는 남아있지 않았다.오직 제 손안에 든 주인을 완전히 집어삼키려는 흉포한 수컷의 광기만이 들끓을 뿐이었다.사내의 거친 손가락이 세레나의 목에 감긴 에메랄드 초커를 사납게 틀어쥐었다.숨이 턱 막히며 세레나의 고개가 뒤로 꺾였다.“황자의 손이 공녀님의 살갗에 닿으려던 순간, 내 이성이 완전히 타버리는 줄 알았습니다.”칼릭스의 목소리는 소름 끼칠 만큼 낮게 긁혀 나왔다.사내의 엄지손가락이 초커 틈새로 비어져 나온 붉은 멍 자국을 힘주어 짓눌렀다.“그놈의 더러운 시선이 공녀님의 목덜미를 훑어 내리는 꼴을 보며… 당장 그 자리에서 황자의 눈알을 뽑아내 씹어 삼키고 싶더군요.”“…칼릭스, 읏.”“그 고귀한 황족의 피가 여전히 탐나셨습니까? 한때 공녀님의 약혼자 후보로 거론되던 사내라서, 그 손길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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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덜컹거리던 마차가 멈춰 서기 무섭게, 칼릭스는 세레나의 허리를 한 팔로 낚아채듯 안아 들었다.저택 별채의 두꺼운 오크문이 열리고, 세레나는 사내의 거친 보폭을 따라 어둠 속으로 끌려 들어갔다.호위 기사들도, 하인들도 일체 발을 들이지 못하는 밀실.방 안으로 들어선 칼릭스는 세레나를 침대가 아닌, 사방이 차가운 유리로 둘러싸인 전신 거울 앞으로 밀어붙였다.“하읏…!”세레나의 양손이 본능적으로 차가운 거울 표면을 짚었다.거울 속에는 땀과 열기로 젖어 붉게 상기된 자신의 얼굴과, 그 뒤에서 푸른 화염 같은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칼릭스의 모습이 비쳤다.스르륵, 툭.사내의 손길 한 번에 에메랄드빛 실크 드레스의 매듭이 허무하게 풀려 바닥으로 추락했다.속곳조차 걸치지 않은 세레나의 나신이 서늘한 공기 중에 고스란히 드러났다.목에 채워진 에메랄드 초커, 그리고 허벅지 안쪽에서 아슬아슬하게 빛나는 은빛 사슬과 방울.“두 가지 죄를 지으셨습니다, 마마.”칼릭스의 목소리는 소름 돋을 만큼 가라앉아 있었다.벽면 장식장으로 다가간 사내의 손에 들려 나온 것은, 굵고 단단한 가죽 회초리였다.세레나의 살결을 붉게 물들였던, 과거에는 반대로 그녀가 사내를 체벌할 때 썼던 바로 그 징벌 도구.회초리가 허공을 가르는 서늘한 파열음에 세레나의 어깨가 잘게 떨렸다.“첫째는 수백 명의 귀족들 앞에서 방울을 울려 비밀을 들킬 뻔한 죄.”사내가 거울 앞에 선 세레나의 뒤로 바짝 다가섰다.“둘째는 에드윈 황자의 시선 아래서 도망치지 않고 다리를 굳힌 채 서 있던 죄.”“칼릭스, 그건… 흐읏!”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촥—!매서운 마찰음과 함께 가죽 회초리가 세레나의 탄력 있는 둔부와 허벅지 뒤쪽을 가차 없이 내리쳤다.“아앗…!”세레나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며 비명이 터져 나왔다.매끄러운 백옥빛 살결 위로 선명한 붉은 줄이 그어지며, 전신을 찌르는 알싸한 통증이 번져 나갔다.그 충격에 다리 사이의 은방울이 요란하게 몸서리를 쳤다.딸랑, 딸랑!“방울 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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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칼릭스는 거칠게 몰아치던 움직임을 멈추지 않은 채, 거울을 짚고 있던 세레나의 어깨를 단숨에 잡아챘다.사내의 완력에 이끌려 세레나의 몸이 허공으로 번쩍 들리는 듯하더니 반대로 돌아섰다.차가운 거울 표면에 세레나의 매끄러운 등이 그대로 맞닿았다.등 뒤에는 얼음장 같은 거울의 서늘한 냉기가, 정면에서는 활활 타오르는 사내의 거대한 나신이 그녀를 가두었다.세레나의 가느다란 두 다리가 칼릭스의 단단한 골반 위로 끌어올려졌다.사내는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그녀의 젖어든 내벽 깊숙한 곳으로 자신의 단단하게 팽창한 기둥을 다시 한 번 깊숙하게 밀어 넣었다.“흐아아앗…!”세레나의 입에서 찢어지는 듯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거울을 짚었던 때보다 훨씬 깊고 끝까지 파고드는 잔인한 삽입이었다.하복부 안쪽을 빠듯하게 채우는 터질 듯한 압박감과 함께, 척추를 타고 아찔한 열락이 번개처럼 내달렸다.움직임이 격해질 때마다 허벅지 안쪽에 묶인 은빛 사슬과 방울이 두 사람의 살결 사이에 짓눌리며 가쁜 쇳소리를 냈다.딸랑, 딸랑!사내는 짐승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며, 거울에 등을 기댄 세레나를 부서뜨릴 듯 사납게 허리를 움직였다.세레나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쾌락의 파도 속에서 간신히 떨리는 눈을 떴다.사내의 단단한 목을 감싸 쥐던 세레나의 손가락이 그의 넓은 등을 따라 미끄러져내렸다.손끝에 닿아오는 것은 매끄러운 피부가 아닌, 울퉁불퉁하게 뒤틀린 피부의 요철들이었다.숨을 삼킨 세레나가 사내의 어깨 너머, 정면 맞은편 벽 거울을 바라본 순간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세차게 뒤흔들렸다.거울 속 사내의 땀에 젖은 등 전체가 온통 찢기고 불탄 상처투성이로 드러나 있었다.그것은 도저히 살아있는 인간의 몸이라 부를 수 없는 참상이었다.과거 자신이 공녀 시절, 가문의 가혹한 처벌로부터 그를 살려두기 위해 직접 휘둘렀던 수많은 채찍 자국들.그 해묵은 흉터들보다 더 깊은 상처는, 북부 전장에서 칼로 베이고 화살에 꿰뚫린 끔찍한 상흔들이었다.살점이 뜯겨나갔던 자리에 울퉁불퉁하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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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사내의 거친 숨결이 목덜미를 뜨겁게 적시는 순간, 세레나의 안쪽 깊은 곳에서 참아왔던 경련이 일어났다.“아, 아아앗…!”세레나의 젖은 속눈썹 사이로 뜨거운 눈물이 흩뿌려졌다.칼릭스는 무너져 내리는 그녀의 허리를 틀어쥐며, 마지막까지 맹렬하게 허리를 쳐올렸다.사내의 흉포한 파고듦과 함께 두 사람의 호흡이 뒤엉키며 아찔한 열락의 파도가 폭발했다.은빛 방울이 살결 사이에서 미친 듯이 짤랑거리며 비명을 지르다 마침내 숨을 죽였다.눈앞이 새하얗게 탈색되는 절정의 순간, 세레나는 사내의 땀에 젖은 어깨를 끌어안은 채 정신없이 떨었다.밀실에는 오직 서로의 가쁜 숨소리와 세레나의 경련으로 인해 떨리는 방울 소리만 울리고 있었다. 거울에 기댄 채 완전히 탈진한 세레나를 조심스럽게 감싸 안은 칼릭스는, 그녀의 붉은 얼굴에 입을 맞췄다. 그 손길은 방금 전까지 그녀를 무자비하게 유린하던 사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애절하고 경건했다.“…어째서냐, 칼릭스.”세레나가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떨리는 입술을 달싹였다.사내의 어깨를 적신 자신의 눈물과, 손끝에 닿아오는 등 뒤의 참혹한 상흔들이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었다.“왜 그 지옥 같은 전장에 제 발로 뛰어들어… 온몸이 이런 상처투성이가 되면서까지 나를 사들인 거지?”칼릭스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사내의 굳은살 박인 손가락이 세레나의 창백한 뺨을 타고 흘러내려 목을 조이고 있던 에메랄드 초커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아르젠트 공작가는 결코 반역을 꾀한 적이 없습니다.”칼릭스의 낮게 가라앉은 음성이 밀실의 무거운 정적을 갈랐다.“제2황자 에드윈은 황위를 찬탈하기 위해 제국 제일의 재력과 정예 사병을 지닌 아르젠트의 충성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공작 전하께서는 그 추악한 반역의 음모를 단칼에 거절하셨지요.”세레나의 푸른 눈동자가 충격으로 뒤흔들렸다.“그 대가가 바로 멸문이었습니다. 에드윈은 공작가에 반역의 누명을 씌워 잔인하게 도륙 냈고, 공작가의 막대한 영지와… 마마님을 자신의 탐욕스러운 손아귀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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