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가 살롱을 벗어나 어둠이 깔린 자갈길을 달리기 시작했을 때, 차창 밖에서 요란한 말발굽 소리가 따라붙었다.“백작님, 다니엘입니다.”마차의 작은 환기창 너머로 부관 다니엘의 격양된 목소리가 흘러들었다.“북부 하일란 암벽에서 급전이 도착했습니다. 조금 전, 갱도 깊숙한 곳에서 발파가 일어났고…… 얼어붙어 있던 지하 거대 수맥이 완전히 터져 나왔습니다.”어둠 속에서 세레나의 푸른 눈동자가 서늘하게 빛났다.“흙탕물이 지하 3층과 4층 갱도를 통째로 집어삼켰습니다. 발파 인부들은 간신히 탈출했으나, 장비와 굴착 시설이 전부 수몰되었습니다. 로렌 백작가가 쏟아부은 수십만 골드가 한순간에 진흙탕 밑바닥으로 가라앉았습니다.”계획대로였다.카밀라가 마지막 남은 가문의 모든 것을 털어 넣어 채권을 사들인 바로 그 시각, 광산은 거대한 진흙탕 무덤으로 변해버린 것이다.“수고했다, 다니엘. 사채 시장에 풀린 로렌 가문의 채권을 전부 ‘크로노스’ 명의로 회수해라.”“명령대로 거행하겠습니다.”다니엘의 기마가 어둠 속으로 멀어지고, 마차 안에는 다시 숨 막히는 침묵만이 내려앉았다.세레나는 깊은 숨을 내쉬며 가죽 시트에 등을 기대었다.가솔들을 처형대로 내몰고, 아르젠트의 피를 빨아먹던 계집 카밀라의 목줄을 마침내 쥐었다.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뜨겁고 비릿한 환희가 치밀어 올랐다.“기쁘십니까, 마마.”맞은편에 앉아 있던 칼릭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레나의 발치 앞으로 다가왔다.덜컹이는 마차의 그림자 속에서, 사내의 금빛 눈동자가 맹수처럼 번뜩였다.단정하게 목 끝까지 잠겨 있던 제복 단추가 사내의 거친 손길에 두어 개 풀려 있었다.드러난 굵은 목울대와 쇄골 위로, 전장의 피비린내보다 더 짙은 사내의 체향이 훅 끼쳐왔다.“이제 시작일 뿐이다. 카밀라가 파멸했으니, 에드윈의 숨통도 머지않아 끊어지겠지.”“그렇다면…….”칼릭스의 커다란 손이 세레나의 감청색 실크 드레스 자락을 쥐어 올렸다.사내의 손바닥이 매끄러운 실크 스타킹을 훑고 올라와, 여린 허벅지 안
Last Updated : 2026-09-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