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고결한 주인님, 벌을 받으셔야지요: Chapter 41 - Chapter 50

79 Chapters

41화

여인의 푸른 눈동자에서 넘쳐흐른 뜨거운 눈물방울이 사내의 넓고 흉터투성이인 어깨 위로 떨어져 번져 나갔다.차갑게 식어가던 거친 살갗 위로 번지는 지독하게 뜨거운 주인의 온기.“……마마.”어깨를 적시는 눈물에, 칼릭스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사내의 금빛 눈동자는 매를 맞고도 고통이 아닌, 아스라한 기억의 심연에 젖어 부드럽게 일렁이고 있었다.언제나 전장의 피비린내와 살기를 품고 있던 사내의 눈빛이, 오직 한 사람 앞에서만 거짓말처럼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사내는 바닥에 떨어진 채찍을 조심스럽게 주워 올렸다.그리고 세레나의 발치 앞으로 다가가, 제 거대한 상체를 낮추며 이마를 세레나의 가슴에 얹었다.얇은 옷감 너머로 빠르게 요동치는 여인의 심장 박동과 떨리는 숨결이 사내의 이마로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기억하십니까, 마마.”사내의 낮게 잠긴 목소리가 적막한 밀실 안을 아련하게 울렸다.“소인이 태생조차 알지 못하는 미천한 노예로, 공작가의 차디찬 진흙탕 바닥을 기어 다니던 어린 시절을.”칼릭스는 제 뺨을 세레나의 뜨거운 가슴에 비비며 나직이 읊조렸다.손끝 하나 까딱하지 못한 채 주인의 숨결을 탐닉하는 모습은, 상처 입은 거대한 충견이 제 보금자리에 안겨 있는 것만 같았다.“며칠을 굶어 배가죽이 등에 들러붙고, 눈앞이 하얗게 변해가던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정원에 피크닉을 나오셨던 공녀님의 하얀 보자기 위로, 달콤한 버터 향을 풍기던 하얀 빵 한 조각이 보였습니다.”굶주림을 이기지 못한 어린 짐승의 원초적인 충동.어린 칼릭스는 공작가의 서슬 퍼런 규율도 잊은 채, 진흙 묻은 손을 뻗어 그 빵을 훔쳐 게걸스럽게 삼켰다.결과는 참혹한 대가로 돌아왔다.호위 무사들의 쇠박힌 군화에 무자비하게 짓밟히고 굵은 채찍에 등이 갈기갈기 찢겨 나가며, 어린 소년은 피거품을 물고 진흙 바닥 위에서 죽음의 문턱까지 내몰렸다.숨이 멎어가고 눈앞이 검붉은 피로 물들어가던 그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어린 소년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울먹이며 달려오던 순백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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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사내의 메마른 입술이 손등에 닿는 순간, 여인의 가느다란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려왔다.‘생명의 낙인.’자신의 서툰 채찍질 아래에서 피를 흘리며 목숨을 건졌던 소년은, 어느새 제국의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살귀이자 거대한 맹수가 되어 제 발치에 엎드려 있었다.사내의 등판을 가득 메운 참혹한 상흔들은 가문의 잔혹했던 역사이자,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흘렸던 사내의 피눈물이었다.세레나는 숨을 삼키며 떨리는 손끝으로 칼릭스의 거친 뺨을 조심스레 감싸 쥐었다.눈물로 젖은 시선이 허공에서 얽혀 들었다.거친 숨결이 서로의 입술을 스칠 만큼 가까워지고, 주종의 족쇄 너머로 걷잡을 수 없는 열기와 애틋함이 좁은 밀실을 집어삼키려던 바로 그 찰나였다.싸늘한 한기.폭음도, 고함도 없었다.저택을 집어삼킨 것은 오싹할 만큼 기괴하고 완벽한 침묵이었다.벽난로의 장작이 타닥, 소리를 내며 불티를 튀긴 바로 그 순간.바람 한 점 없는 밀실 안에서 두꺼운 암막 커튼의 끝자락이 살아 있는 뱀처럼 미세하게 일렁였다.기척조차 없었다.오직 맹독이 발린 차가운 쇠붙이가 밤공기를 가르는 지극히 은밀하고 날카로운 파열음.쉬익—!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날아든 것은 세레나와 칼릭스의 무방비한 목덜미를 정확히 겨눈 세 자루의 독침이었다.피할 틈 따위는 없었다.그러나 사내의 감각은 이미 인간의 영역을 아득히 초월해 있었다.북부의 전쟁터에서 수천 번의 기습과 암습을 겪으며 벼려진 야수의 본능.텁!세레나가 숨을 들이켜기도 전, 칼릭스의 거대한 몸이 번개처럼 솟구쳐 그녀의 앞을 온몸으로 가로막았다.챙, 챙강!바닥에 놓여 있던 흑철 흉갑을 낚아채 방패처럼 휘두른 칼릭스의 손목에서 시퍼런 불꽃이 튀었다.튕겨 나간 독침들이 대리석 바닥에 박히며 치익 소리와 함께 보랏빛 연기를 피워 올렸다.스르륵.침실 천장의 대들보와 창틀 그늘 속에서, 칠흑 같은 복면을 둘러쓴 그림자 네다섯이 소리 없이 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렸다.에드윈이 거액을 주고 고용한 북부 암살 길드의 최정예 살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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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어둠을 가르는 파열음은 비명조차 되지 못했다.콰아앙!칼릭스의 거대한 흑철 대검이 폭풍처럼 허공을 가르자, 쇄도하던 첫 번째 살수의 상체가 단칼에 갈라져 바닥으로 처박혔다.검붉은 선혈과 살점이 대리석 바닥으로 쏟아져 내리는 찰나의 순간, 측면의 그림자 속에서 두 번째 살수가 시퍼런 독검을 찔러왔다.채앵—!칼릭스는 검을 거두지도 않았다.사내는 맨손으로 독검의 서슬 퍼런 칼날을 거칠게 틀어쥐었다.피부가 찢기며 손바닥이 깊게 베여 나갔으나, 사내의 얼굴에는 눈 하나 깜빡이는 동요조차 없었다.우두둑!손아귀에 힘을 주어 칼날을 쥔 채 적의 손목을 통째로 으스러뜨린 칼릭스는, 다른 한 손으로 살수의 멱살을 낚아채 그대로 침실 벽면으로 내리꽂았다.쿵!벽면이 울리고 두개골이 부서지는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두 번째 사체가 힘없이 미끄러져 내렸다.남은 살수들의 눈동자에 걷잡을 수 없는 공포가 들어찼다.눈앞의 사내는 방어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제 살갗이 찢기든 말든 오직 상대의 숨통을 단숨에 뜯어발기는 지옥의 도살자.칼릭스의 군화가 바닥에 낭자한 피웅덩이를 박차며 쇄도했다.스걱, 콰득!세 번째 살수의 빗겨 친 단도가 허공을 가르기도 전에, 대검의 육중한 칼날이 그의 허리춤을 절단했다.핏물을 뿜어내며 바닥을 구르는 놈의 이마 위로 칼릭스의 단도가 거침없이 처박혔다.불과 서너 번의 숨을 들이켜는 찰나.북부 암살 길드의 최정예 살수 셋이 고깃덩이가 되어 바닥에 나뒹굴었다.마지막 남은 하나의 살수가 공포에 질려 창틀을 향해 필사적으로 몸을 날렸다.도망쳐야 한다는 본능만이 남은 몸부림이었다.그러나 살귀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텁!칼릭스는 도약하던 살수의 덜미를 낚아채 그대로 바닥으로 패대기쳤다.“커헉……!”콰득!칼릭스의 쇠박힌 군화가 살수의 어깨 관절을 무자비하게 짓밟아 으스러뜨렸다.뼈가 바스러지는 끔찍한 비명과 함께 살수의 입에서 검붉은 피거품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칼릭스가 피 칠갑이 된 얼굴로 무릎을 굽혀 살수의 턱관절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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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칼릭스……! 칼릭스, 눈을 떠라!”바닥으로 무너져 내린 사내의 거대한 몸을 끌어안은 세레나의 품이 사시나무 떨리듯 파르르 떨려왔다.제 발치에 이마를 처박은 채 미동조차 없는 사내.언제나 제국의 그 누구도 범접치 못할 맹수처럼 그녀의 앞을 지켜서던 사내가, 뿌리 뽑힌 거목처럼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세레나는 무너진 사내 앞에서 공녀로서의 고결한 오만함도, 차가운 가면도 모두 내던졌다.피 칠갑이 된 사내의 뺨을 감싸 쥔 세레나의 눈시울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려 사내의 얼굴을 적셨다.“일어나라……! 끝까지 명령을 완수하란 말이다!”피를 토하듯 찢겨 나간 여인의 절규가 낭자한 피비린내를 갈랐다.“제발…… 제발 눈을 떠, 칼릭스……!”그때, 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부관 다니엘과 무장한 경비병들이 들이닥쳤다.“백작님! 마마님!”침실 안의 참혹한 시체들과 핏빛 도살장을 목도한 다니엘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사태를 파악한 다니엘이 지체 없이 병사들에게 소리쳤다.“뭣들 하느냐! 어서 백작님을 침대로 모셔라!”병사들이 달라붙어 피투성이가 된 칼릭스를 들어 올려 침대 위로 눕혔다.다니엘은 사내의 맥을 짚으며 전신의 상처를 살피다, 검게 썩어 들어가듯 부풀어 오른 칼릭스의 오른손 손바닥을 발견하고 숨을 들이켰다.“독입니다……!”칼릭스가 독검을 맨손으로 틀어쥐었을 때 파고든 맹독이었다.상처 부위에서부터 시커먼 핏줄이 팔뚝을 타고 심장을 향해 무섭게 뻗어 올라가고 있었다.다니엘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병사들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당장 놈들의 시체를 샅샅이 뒤져라! 살수 놈들은 반드시 품에 해독제를 지니고 다닌다! 어서 찾아내!”병사들이 살수들의 시체를 뒤지기 시작했다.다니엘은 핏기를 잃은 채 헐떡이는 칼릭스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곁에 선 세레나를 향해 절망적인 목소리로 고했다.“마마님, 뒷세계에서 쓰는 지독한 신경독입니다. 상처 부위로 흡수되어 이미 온몸의 혈관을 타고 돌고 있습니다. 당장 손을 쓰지 못하면…… 백작님의 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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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비켜라.” 세레나는 절망에 굳어 있던 다니엘의 손에서 탁한 약물이 든 은잔을 거칠게 낚아챘다.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여인은 약물을 제 입안 가득 머금고는, 침상 위로 몸을 굽혀 점점 식어가는 칼릭스의 입술을 제 입술로 거침없이 덮쳤다. 굳게 닫힌 사내의 잇새를 여린 혀끝으로 억지로 비집어 가르며, 입안에 머금었던 쌉싸름한 약물을 밀어 넣었다. 그러나 의식을 잃은 사내의 목구멍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삼켜져야 할 약물은 목구멍 앞에서 겉돌다, 결합된 입술 틈새로 허망하게 흘러넘쳐 두 사람의 턱선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하아……!” 세레나는 숨을 몰아쉬며 다시 한번 잔을 들이켰다. 두 번째, 세 번째. 여인의 혀가 사내의 마비된 입안 구석구석을 헤집으며 필사적으로 약을 흘려보냈지만, 사내의 목울대는 바위처럼 굳은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약물과 여인의 타액, 그리고 검붉은 피가 뒤섞여 침구를 적셨다. 꺼져가는 심장 박동. 사내의 거대한 가슴팍이 더 이상 숨을 쉬지 못하고 점점 잦아들고 있었다. “……안 돼.” 세레나의 푸른 눈동자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뚝 떨어져 사내의 감긴 눈꺼풀 위를 적셨다. 공녀로서 지켜왔던 마지막 이성의 끈이 뚝 끊겨 나갔다. “삼켜라, 칼릭스……!” 피를 토하듯 찢겨 나간 여인의 절규가 침실 안을 울렸다. 그녀가 칼릭스의 단단한 가슴을 주먹으로 내려치며 소리쳤다. “명령이다! 네 주인의 명령이란 말이다, 칼릭스……!” 세레나는 울부짖으며 남은 약물을 몽땅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부서질 듯 사내의 입술을 다시 틀어막았다. 제 영혼과 숨결을 사내의 폐부 깊숙한 곳까지 억지로라도 밀어 넣겠다는 듯, 세레나는 눈물에 젖은 채 사내의 혀를 제 혀로 감아쥐며 목구멍 안쪽까지 약물을 거칠게 밀어 넣었다. 바로 그 찰나였다. 꿀꺽—! 기적처럼 사내의 굳어 있던 목울대가 한 번 움직였다. 사내의 몸에 깊게 각인되어 있던 주인의 목소리. 죽음의 문턱을 넘어가던 영혼을 붙들어 맨 것은, 다름 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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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세레나는 대야에 담긴 얼음장 같은 찬물에 하얀 린넨 수건을 담갔다.물을 꽉 짠 차가운 수건을 사내의 펄펄 끓는 목덜미와 쇄골 위에 얹는 순간,마치 달아오른 쇠붙이에 물방울이 닿은 듯 희미한 김이 피어올랐다.“으…… 윽…….”사내가 고열에 짓눌려 짐승 같은 신음을 흘리며 어깨를 뒤틀었다.세레나는 떨리는 손으로 수건을 쥐고, 사내의 가슴팍과 단단한 복근을 느릿하게 닦아내기 시작했다.수건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사내의 뜨거운 열기와 진한 수컷의 체향, 그리고 피냄새가 섞인 땀 냄새가 훅 끼쳐와 여인의 코끝을 마비시켰다.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슬픔과 안도감 뒤편에서, 걷잡을 수 없이 달뜬 감정의 파도가 아랫배를 뻐근하게 조여왔다.제국을 호령하던 무자비한 살귀가, 지금 제 손끝 하나에 목숨을 맡긴 채 완전히 발가벗겨져 누워 있었다.수건을 쥔 세레나의 손가락이 사내의 흉터투성이인 가슴 근육을 지나, 불규칙하게 요동치는 심장 언저리를 꾹 짓눌렀다.거칠게 갈라진 사내의 등판에 새겨진 오래된 채찍 자국.그리고 허벅지 안쪽 깊숙한 곳까지 잔혹하게 새겨진 수많은 칼자국들.그 모든 상처가 오직 자신을 위해 흘린 피의 훈장이었다.“하아…… 하…….”세레나의 호흡이 사내의 거친 열기에 전염된 듯 가파르게 달아올랐다.물기를 머금은 수건이 사내의 팽팽하게 곤두선 치골과 단단한 허벅지 안쪽의 여린 살결을 훑고 내려갈 때마다, 여인의 손끝이 사시나무 떨리듯 전율했다.완벽한 소유욕.그리고 지독할 만큼 잔혹한 애욕.언제나 제 발치에 엎드려 무릎을 꿇던 거대한 사냥개의 생살을 매만지는 감각에, 세레나의 은밀한 안쪽이 야릇한 열기로 축축하게 젖어 들기 시작했다.세레나는 수건을 쥔 채 사내의 얼굴 위로 상체를 바짝 기울였다.여인의 헝클어진 흑발이 사내의 땀에 젖은 가슴팍을 간지럽히듯 흘러내렸다.“칼릭스…….”열기에 젖은 세레나의 붉은 입술이, 사내의 뜨겁게 달아오른 목덜미의 맥박 위로 조심스럽게 내려앉았다.슬픔과 공포를 집어삼키며 솟구쳐 오르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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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얼음같이 차가운 피부와 불덩이 같은 피부가 정면으로 맞부딪히는 가운데 생사를 넘나드는 사내의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으…… 으극……!”사내는 지옥의 불구덩이 속을 헤매는 와중에도, 제 살갗에 닿아온 냉기와 주인의 체향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의식을 완전히 잃은 상태에서도, 칼릭스의 거대한 팔이 쇠사슬처럼 세레나의 허리와 등을 감싸 쥐었다.도망치지 못하도록 제 품 안으로 주인을 으스러지도록 끌어당기며, 사내는 얼어붙은 여인의 목덜미에 제 불타는 얼굴을 짓이기듯 파묻었다.사내의 체온이 여인의 얼어붙은 살갗으로 무섭게 빨려 들어왔다.세레나는 이를 악물며 사내의 가슴팍에 제 차가운 뺨을 비볐다.내 사내다.이 살귀는 털끝 하나조차 저승에 빼앗기지 않는다.얼마 지나지 않아 세레나의 피부는 사내의 열기에 달아올라 미지근해졌다.그러면 세레나는 다시 사내의 품을 빠져나와, 망설임 없이 얼음물 욕조 속으로 제 몸을 내던졌다.뼛속까지 갉아먹는 고통을 버텨내며 온몸을 다시 얼음장처럼 식히고, 또다시 침대로 기어 올라가 헐떡이는 사내를 끌어안았다.한 번, 두 번, 세 번…….자신의 살가죽을 얼음으로 벼려 사내의 열병을 갉아먹는 처절한 행위.밤이 새도록, 침실 안에는 덜덜 떨리는 여인의 숨소리와 주인을 갈구하며 으르렁거리는 사내의 헐떡임만이 끝없이 얽혀 들었다.동이 트기 시작한 이른 아침.깨진 창살 틈새로 회색빛 새벽안개가 침실 바닥을 낮게 훑고 지나갔다.밤새 사내의 화마를 온몸으로 받아낸 세레나는 완전히 탈진해 있었다.여인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사내의 단단한 가슴팍에 이마를 묻은 채, 가녀린 숨을 내쉬며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불길처럼 치솟던 사내의 열기는 거짓말처럼 가라앉아 있었다.적막만이 감도는 침실 안.미동조차 없던 칼릭스의 짙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려왔다.스르륵.사내의 굳게 감겨 있던 눈꺼풀이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어스름한 새벽빛을 받아 번뜩이는 사내의 금빛 눈동자.그 시선 끝에, 제 품에 안겨 온몸을 잘게 떨며 잠들어 있는 유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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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사내의 오만한 대답에 세레나의 푸른 눈동자가 서늘한 조소를 머금었다.“책임……? 네놈이 감히 주인 위에 올라타 지배하려 드는 것이냐.”세레나는 사내의 뺨을 감싸 쥐었던 손을 뻗어, 땀에 젖은 칼릭스의 잿빛 머리칼을 거칠게 움켜쥐었다.그리고 망설임 없이 사내의 거대한 어깨를 밀쳐 침상 위로 내리눌렀다.전장의 살귀라 불리던 거대한 육신이 여인의 가녀린 손짓 하나에 순순히 등을 대고 누웠다.제 주인이 내리는 어떤 굴욕과 지배도 달게 받겠다는 듯한, 완전한 복종의 자세였다.세레나는 사내의 단단한 골반 위로 미끄러지듯 올라탔다.얼음물에 젖었던 백옥 같은 여인의 나신이 사내의 펄펄 끓는 구릿빛 피부와 맞닿자, 맞닿은 살결 사이로 지독하게 달뜬 전율이 번져 나갔다.“주인의 허락도 없이 눈을 뜬 대가는 엄히 치러야겠지.”세레나는 사내의 쇄골과 가슴팍의 흉터를 서늘한 손끝으로 훑어 내렸다.쿵, 쿵, 쿵.손바닥 아래서 미친 듯이 박동하는 사내의 살아 숨 쉬는 심장.여인은 천천히 허리를 곧게 세우며, 흉포하게 핏줄을 곤두세운 사내의 뜨거운 기둥 위로 제 젖어 든 꽃잎을 맞물렸다.“흐읏……!”세레나의 붉은 입술 사이로 날카로운 교성이 터져 나왔다.조금 전 사내의 혀끝에 풀려나갔던 여린 내벽이, 다시금 사내의 거대한 부피를 빈틈없이 집어삼키며 조여들었다.숨이 멎을 듯한 압도적인 팽창감.사내의 맥동하는 열기가 하복부 깊은 곳까지 관통해 들어오는 감각에 세레나의 등이 활처럼 휘어졌다.“하, 윽…… 마마……!”칼릭스의 목울대가 짐승처럼 울부짖었다.자신의 위에 올라타 오만하게 턱을 치켜든 채, 제 거대한 존재감을 남김없이 삼켜버리는 여신의 자태.사내는 부서져라 여인의 잘록한 골반을 틀어쥐었다.세레나는 사내의 가슴팍에 제 손바닥을 얹은 채, 느릿하지만 깊숙하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살과 살이 맞부딪히는 음란한 파열음이 침실 안을 메웠다.“보아라, 칼릭스. 네놈을 살려낸 것도 나이고…… 지금 네 숨통을 쥐고 흔드는 것도 나다.”여인은 여전히 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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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양고기의 진한 육즙과 뒤섞인 사내의 굵은 손가락 마디를, 세레나는 느릿하고 농밀하게 제 입안 깊숙이 빨아들였다.새하얀 치열로 사내의 거친 마디를 살짝 긁어내리더니, 붉고 여린 혀끝으로 손가락 안쪽의 굳은살을 빨아들였다.손가락을 문 채 사내를 치켜 올려다보는 세레나의 푸른 눈동자에는 오만한 여왕의 기품과 더불어, 상대를 통째로 집어삼킬 듯 짙은 열락의 불씨가 질척하게 일렁이고 있었다.여인의 붉은 입술이 오므라들며 사내의 단단한 살갗을 빨아당길 때마다, 침실의 적막을 깨는 노골적인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그런 제 주인을 바라보는 칼릭스의 눈동자역시 욕망으로 요동쳤다.손가락을 타고 온몸으로 번져오는 주인의 뜨거운 열기과 끈적하고 농밀한 타액.자신을 살려낸 주인이 제 손가락을 빨아대는 그 관능적인 자태에, 사내의 하복부가 다시금 핏줄을 곤두세우며 사납게 맥동하기 시작했다.사내의 잿빛 머리칼 사이로 번뜩이는 금빛 눈동자에 위험한 열기가 어렸다.칼릭스는 거친 숨을 삼키며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아직 배가 덜 차신 듯합니다, 마마님.”능청스럽게 주인의 욕망을 짚어내며 도발하는 오만한 목소리.그 순간, 세레나의 눈썹이 서늘하게 치켜 올라갔다.뽁, 질척한 소리와 함께 여인은 입술을 벌려 사내의 손가락을 미끄러지듯 뱉어냈다.투명한 타액이 붉은 입술과 사내의 손끝 사이에 가느다란 은빛 실선을 그리다 툭 끊어졌다.“주인을 놀려먹을 기운이 남은 모양이구나.”세레나의 차가운 음성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인의 가느다란 손이 번개처럼 뻗어나갔다.세레나는 제 곁에 무릎을 꿇고 있던 칼릭스의 잿빛 머리칼을 거칠게 한 움큼 틀어쥐었다.그리고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내의 거대한 머리통을 제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사납게 짓눌러 처박았다.“읏……!”“혓바닥을 놀려라. 네 분수를 모르는 주둥이로 주인의 몸에 죗값을 치러보아라.”사내의 콧날과 굳은 입술이 이미 흥분으로 축축하게 젖어 든 여인의 은밀한 꽃잎 사이로 파묻혔다.주종이 완벽히 뒤바뀐 굴욕적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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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황궁 출입이 금지되자 불만을 품은 에드윈 황자는 소수의 추종자들을 이끌고 탈출했습니다. 그들이 향한 곳은…… 제국 북부의 가장 음침하고 험준한 마수의 골짜기입니다.”다니엘의 목소리에 짙은 우려가 묻어났다.“명령만 내려주시면 즉시 추격대를 편성하여 놈들의 잡아 오겠습니다.”칼릭스의 금빛 눈동자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사내는 굳게 닫힌 문 너머 복도를 바라보며 낮게 지시했다.“아니다. 쥐새끼가 제 발로 사지로 기어들어 간 꼴이다. 다만 골짜기의 길목마다 척후를 촘촘히 깔아 동태만 살피고, 저택의 경계를 두 배로 강화하라. 놈이 다시 기어 나오길 기다린다.”“네, 알겠습니다!”다니엘이 깍듯이 예를 갖추고 물러서자, 육중한 침실 문이 다시 조용히 닫혔다.칼릭스는 문을 잠근 뒤 천천히 침상으로 다가갔다. 침구 위에 비단 가운을 걸친 채 비스듬히 몸을 일으킨 세레나가 서늘한 푸른 눈동자로 사내를 응시하고 있었다.칼릭스는 주인의 발치 앞에 조용히 무릎을 꿇으며, 다니엘에게 전해 들은 전말을 한 치도 빼놓지 않고 나직하게 보고했다.“에드윈이 제 손으로 판 무덤 속으로 도망쳤습니다. 어떻게 움직이시겠습니까, 마마.”세레나는 가녀린 손가락으로 턱을 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벼랑 끝에 몰린 맹수는 섣불리 쫓는 것이 아니다. 일단은 지켜보자꾸나.”상황을 단숨에 정리하는 여인의 냉철한 판단에, 칼릭스의 입술 사이로 깊은 신뢰가 담긴 미소가 번졌다. 사내는 세레나의 발등 위로 제 커다란 손을 얹으며 나직이 속삭였다.“마마의 혜안이 옳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판을 뒤집을 절호의 때입니다.”“판을 뒤집다니?”“황자가 황도의 중심에서 자리를 비우고 황제의 눈 밖에 난 지금이야말로 기회입니다. 에드윈의 비리를 빌미로 황제의 환심을 사고, 마마의 빼앗긴 공녀의 직위와 아르젠트 가문의 권능을 온전히 복원해 내는 것입니다.”사내의 제안에 세레나의 눈이 확장되고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직위 복원.황제에게 버림받고 진흙탕으로 굴러떨어졌던 아르젠트 가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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