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푸른 눈동자에서 넘쳐흐른 뜨거운 눈물방울이 사내의 넓고 흉터투성이인 어깨 위로 떨어져 번져 나갔다.차갑게 식어가던 거친 살갗 위로 번지는 지독하게 뜨거운 주인의 온기.“……마마.”어깨를 적시는 눈물에, 칼릭스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사내의 금빛 눈동자는 매를 맞고도 고통이 아닌, 아스라한 기억의 심연에 젖어 부드럽게 일렁이고 있었다.언제나 전장의 피비린내와 살기를 품고 있던 사내의 눈빛이, 오직 한 사람 앞에서만 거짓말처럼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사내는 바닥에 떨어진 채찍을 조심스럽게 주워 올렸다.그리고 세레나의 발치 앞으로 다가가, 제 거대한 상체를 낮추며 이마를 세레나의 가슴에 얹었다.얇은 옷감 너머로 빠르게 요동치는 여인의 심장 박동과 떨리는 숨결이 사내의 이마로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기억하십니까, 마마.”사내의 낮게 잠긴 목소리가 적막한 밀실 안을 아련하게 울렸다.“소인이 태생조차 알지 못하는 미천한 노예로, 공작가의 차디찬 진흙탕 바닥을 기어 다니던 어린 시절을.”칼릭스는 제 뺨을 세레나의 뜨거운 가슴에 비비며 나직이 읊조렸다.손끝 하나 까딱하지 못한 채 주인의 숨결을 탐닉하는 모습은, 상처 입은 거대한 충견이 제 보금자리에 안겨 있는 것만 같았다.“며칠을 굶어 배가죽이 등에 들러붙고, 눈앞이 하얗게 변해가던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정원에 피크닉을 나오셨던 공녀님의 하얀 보자기 위로, 달콤한 버터 향을 풍기던 하얀 빵 한 조각이 보였습니다.”굶주림을 이기지 못한 어린 짐승의 원초적인 충동.어린 칼릭스는 공작가의 서슬 퍼런 규율도 잊은 채, 진흙 묻은 손을 뻗어 그 빵을 훔쳐 게걸스럽게 삼켰다.결과는 참혹한 대가로 돌아왔다.호위 무사들의 쇠박힌 군화에 무자비하게 짓밟히고 굵은 채찍에 등이 갈기갈기 찢겨 나가며, 어린 소년은 피거품을 물고 진흙 바닥 위에서 죽음의 문턱까지 내몰렸다.숨이 멎어가고 눈앞이 검붉은 피로 물들어가던 그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어린 소년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울먹이며 달려오던 순백의
Last Updated : 2026-10-0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