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71 - Chapitre 74

74

#71. [그녀를 위해 움직이는 남자]

유난히 무더위가 일찍 찾아온 6월의 끝자락.한여름의 열기 속에서 임신한 레이나의 체온은 쉴 새 없이 치솟았고, 무거워진 몸과 사정없는 입덧 탓에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운 나날의 연속이었다."우욱, 읍······!""레이나!"레이나의 창백하게 질린 얼굴이 구역질로 일그러질 때마다, 할 로드는 부서질 듯 여윈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은 채 깊게 패인 목덜미에 입술을 깊이 묻었다. "부드러운 수프를 끓여 오고, 과일과 타르트도 종류별로 당장 준비해!"매일 불규칙하게 당기는 음식과 먹자마자 토해버리는 음식이 쉴 새 없이 바뀌니, 그녀의 식사는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뭘 좀 삼켜야 기운을 차릴 텐데······."어느 날은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하다가도, 또 어떤 날은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세상을 하직할 것처럼 고통스러워하니 도무지 안타까워 견딜 수가 없었다."레이나, 오늘은 뭐가 좀 생각나?""음, 저기······. 작년에 미하엘 님과 데뷔탕트 때 먹었던 그 사과 셔벗이······."할 로드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이내 아하, 하고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레이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그대는 참 대단하군. 그 아수라장 같던 난리통에 까마득히 잊혔던 음식을, 1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떠올리다니.""에효, 이제 라이신은 엄연한 황태자비 전하이신데 만들어 달라고 를 쓸 수도 없고."레이나는 침대에 털썩 앉아 식은땀을 닦아내며 골골거리더니, 이내 옆으로 힘없이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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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다시 왔잖아. 그리고 봤잖아]

7월의 첫날.작렬하는 태양이 온 제국을 뜨겁게 달구는 바야흐로 한여름의 한복판이었다.레이나의 입덧은 날이 갈수록 하늘을 찔렀고, 결국 그녀는 예전에 먹던 저잣거리의 음식이 미치도록 생각나, 할 로드를 채근해 캔돔령으로 직접 나들이를 감행하기에 이르렀다.안전상 공작 부부라는 신분을 그대로 드러내며 저잣거리를 활보할 수는 없었기에, 두 사람은 차림새를 간소하게 다듬었다.구 도르하르 제국의 황태자이자 이제는 도르하르 공작가의 주인인 할 로드는, 예전 캔돔가 기사 시절에 입던 소박하지만 날렵한 가죽 갑주 차림을 선택했다. 레이나 역시 화려한 드레스 대신 수수한 하위 귀족 여성의 차림을 갖추었다.하지만 타고난 기품과 수려한 이목구비까지 숨길 수는 없는 법이었다. 저잣거리의 서민들이 보기에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눈부신 미남미녀였기에, 두 사람이 발을 내딛는 곳마다 자연스럽게 이목이 쏠려들었다."각하, 아니지······. 여기서는 그냥 '할 로드'라고 불러도 되지?""그럼. 나 역시 이 편이 훨씬 달콤하고 좋아, 레이나. 그대와 이렇게 소박하게 손을 잡고 걸으니 예전이 떠오르는군."할 로드가 낮게 읊조리며 레이나의 가녀린 손가락 사이로 제 긴 손가락을 얽어매어 왔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저잣거리 데이트에 레이나의 가슴은 설렘으로 사정없이 두근거렸다.할 로드 역시 제 품 안에서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가는 레이나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다정하게 말아 올렸다."아, 너무 좋아. 이렇게 푹푹 찌는 여름인데도 할 로드랑 걸으니 에너지가 치솟는 것 같아.""그래, 그대 이쪽으로 와. 내가 그늘을 만들어 줄 테니."할 로드가 듬직한 체구로 그녀의 곁에 밀착해 햇빛을 가려주며, 단단한 팔로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꼭 감싸 안았다. 닿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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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심장이 말해주고 있어. 이건 경고라고.

신조차 농락하는 지독한 우연.아처린과 함께 캔돔령 저잣거리 한복판에서 할 로드와 레이나를 마주치게 되다니.그저 입맛이 없어 저잣거리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이나 나누며 아처린과의 소소한 시간을 보내려 했을 뿐인데, 상황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거대하게 틀어져 버리고 말았다."마리? 오랜만이야!"할 로드는 나를 반기면서도 아처린을 의식하면서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아, 할 로드 님······. 반가워요." 나 역시 그가 반갑지만, 이내 아처린의 팔짱을 조심스레 꼭 끼고는 혹시나 이곳에서 칼부림이 생길까 조심스러워 마른침만 삼켰다.어쩌다 이렇게 넷이서 만나게 되는 날이 오게 된 걸까."밥이나 같이 먹을까?"합석을 제안하는 그의 손은 허리춤의 검 자루에 올려놓고 있어 그 본능적인 경계심이 내 마음마저 서늘하게 차갑게 식혀놓았다.레이나는 놀라 나처럼 할 로드의 팔을 꼭 잡으며 떨고 있었다. "그건 좀······, 저희가 같이 한 식탁에 앉아 식사할 사이는 아니잖아요. 이만 일어날게요."내가 아처린의 소매 끝을 잡아당기며 돌아서려 할 때였다. "······아린, 우리 그냥 가자. 기분이 바뀌었어."아처린은 턱을 괸 채 매혹적이면서도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내 가녀린 팔목을 단단히 붙잡아 챘다. 마치 나의 주저함을 진작부터 다 계산하고 있었다는 듯한 느긋한 움직임이었다."마리. 할 로드라는 이름은 들어봐서 그런지, 이리 보니 기분이 묘하군."순간 이 자리는 공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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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무대 위에서 위태롭게 서 있어]

식사가 전부 도착하고, 럼주도 추가되었다.하지만 아처린은 식사를 멈추고 가만히 생각했다.저들은 분명 자신을 아주 잘 알고 있으며, 결코 유쾌하거나 평화로운 관계가 아니었다는 것을.'레이나······. 이토록 낯설지 않게 입술에 감기는 걸 보면 가까운 사이였겠지.'다들 자신을 '아린'이라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름은 그저 혀끝에서만 맴돌 뿐, 가슴 깊은 곳까지 단 한 번도 와닿지 않았다. 마치 타인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살아가는 듯한 아찔한 위화감이라고나 할까.하지만 레이나라는 여자는 '아처린'이라는 본래의 이름이 뇌리에 박혀 있는지, 제멋대로 그 이름을 내뱉었다가 황급히 '아린'으로 고쳐 불렀다.심지어 마리조차 몽롱한 꿈결 속에서는 자신을 '아처린'이라 부르며 내밀하게 안겨 올 때도 있었다. 그 지독하고 오만한 이름이야말로 진짜 자신의 것임이 틀림없었다.지하 감옥에 사슬로 묶여 있던 순간에도 그가 입고 있던 옷은 최고급 제복이었다. 신분만큼은 제국의 최정상에 위치한 고위 귀족일 것이라 짐작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얼마 전 황태자비의 호위 기사 세이바로가 은근슬쩍 다가와 심증을 떠보려 했던 어설픈 수작도 그렇고, 공작 부부 역시 자신을 어렵게 여기다니.모두 아처린 자신이 특별한 인물이니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저잣거리 서민들에게 물어 자신의 정체를 밝혀낼 수도 있었지만, 감옥에 처박혀 있던 과거 따위에 연연하며 정체성을 찾으려 애쓰는 건 체면에 맞지 않았다. 마리가 불러주는 이름이 무엇이든 아무렴 상관없었다.과거를 캐내어 진실이 밝혀진다고 해도 기억도 없는데 뭘 어쩌겠는가.기억은 소실되었을지언정 태생적인 통찰력까지 마비된 것은 아니었다. 제국 곳곳을 유유히 떠돌며 세상을 둘러보는 동안, 그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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