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바다 저편에서 희부스름한 여명이 트기 시작할 무렵. 아처린은 기묘할 정도로 개운한 감각에 눈을 떴다. 그는 무심결에 옆자리를 살피다가, 밤새 제 열기에 젖어 무방비하게 누워있는 마리의 자태를 눈에 담았다.'레이디를 바닷가에서 자게 만들다니······.'스스로 생각해도 무모하고 대책 없는 노숙이었으나, 마리와 함께 단둘이 친 야전 천막은 생각보다 그럴듯했고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서로의 체온을 나누던 밤은 나름대로 지독하게 아름다운 운치가 있었다."그래도 풍경은 좋군."낮게 중얼거린 아처린은 자리에서 몸을 조심스럽게 일으켰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단잠에 빠져 있는 마리의 하얀 몸 위로, 그는 부드럽고 따스한 이불을 가만히 정성껏 덮어주었다.마리의 공간 마법 아공간 안에는 지난 오두막에서 알뜰하게 챙겨온 포근한 이불과 온갖 생필품이 가득했기에, 야외 노숙이라 한들 그다지 큰 불편함이 없었다. 낮에는 모포 위에서 단둘이 몸을 포갠 채 뜨거운 열기를 태웠다면, 밤에는 마리가 꺼내준 푹신한 이불을 덮고 잤으니 이보다 쾌적할 수는 없었다.그리고 또 하나. 불과 며칠 사이에 감각이 비약적으로 벼려진 아처린은, 마리의 압도적인 마법력 덕에 이 천막 주변에 투명한 차단 결계가 넓게 둘러쳐져 있다는 사실을 한눈에 알아차렸다.밖에서는 내부의 모습도, 소리도 전혀 감지할 수 없지만, 안에서는 밖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완벽한 공간 차단 결계라니.참으로 대단하고 신기한 마법이었다. 나중에 마리에게 가르쳐 달라고 해야지 생각하며, 아처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팔을 휘두르며 기지개를 켰다. 굳어있던 근육이 기분 좋게 이완되며 전신의 마력이 오장육부를 부드럽게 감쌌다.그는 문득 어제
Zuletzt aktualisiert : 2026-10-11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