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31 - Chapitre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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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이 남자, 미쳤다]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나는 너무 놀라 숨마저 죽여야 했다. 다름 아닌 라이신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나는 당황한 마음을 누르며 은빛 마력을 한층 더 짙게 끌어올렸다. 완벽히 모습을 숨겼다고 생각했으나, 라이신은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우수한 마법사였다. 비록 내 모습이 시각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정적 속에서 묘하게 일그러지는 마력의 미세한 흐름을 귀신같이 감지해내고 있었다."누구인지 모르지만, 도르하르 사람이라면 겁먹지 말아요."얼마나 따뜻하고 정겨운 음성인지. 순간 당장이라도 모습을 드러내고 그간의 자초지종을 전부 털어놓고 싶다는 충동이 솟구쳤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제국의 황태자비였고, 내가 등장하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 감당하기 힘든 짐이자 위협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냥 이대로 숨기는 편이 서로를 위해 나았다."혹시 일자리나 잠자리를 아직 못 구한 거라면 이곳으로 와요. 아, 잠깐만요."말을 마친 라이신은 갑자기 무지갯빛 마력을 활활 일으켰다. 그리고 허공에 은은한 궤적이 그려지더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다란 바구니 하나가 내 앞에 툭 떨어지듯 나타났다. 바구니 너머로 구수한 풍미와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 나왔다. 주방에 있는 음식을 멀리서 소환 마법으로 가져온 모양이었다."이거 가져가서 먹어요. 도르하르 분들은 모두 은밀한 투명화 마법을 잘 쓴다고 들었는데, 정말 이번에는 마력조차 잘 감지되지 않네요. 하지만 난 알아요. 바로 내 앞에 누군가 서 있다는 걸요. 절대로 해치지 않을 테니 가져가서 드세요."이렇게 은밀하고 정교한 소환 마법이라니. 1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고위 마법을 가볍게 구사하는 그녀의 모습에 가슴 한구석이 핑 돌며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라이신 님, 우리가 작년 이맘때만 해도 이런 인생을 살 줄 몰랐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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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망설임과 광기가 철철철~]

그 무섭도록 밀도 높은 소유욕에 얼떨떨해하던 것도 잠시, 내 발밑에 놓인 바구니에서 피어오른 따스한 음식 냄새가 공기를 타고 코끝을 스쳤다.아처린의 몸이 딱 굳었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낮춰 커다란 바구니를 내려다보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요리들과 달콤한 향이 가득한 바구니를 보더니, 그 오만하던 이마가 찌푸려졌다."뭐야······.""응?""내가 아까 음식에 입도 대지 않고 자버리니까······ 나 먹이려고 이런 걸 구하러 나갔던 거야?"다행히 바구니 속의 맛있는 냄새가 그의 사나운 경계심을 눈 녹듯 가라앉혀 준 모양이었다.여전히 불안함으로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 그의 탄탄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제국을 호령하고 도르하르 제국민을 학살하던 이 대단하고 오만한 남자가, 오직 나 하나를 기다리며 밤새 어둠 속에서 안달복달했다니. "응, 너 먹일 음식 좀 구하느라 늦었어. 미안해, 아린."이러다가 그와 함께 지내는 동안 내 모든 순간이 진실은 하나도 없는 거짓말로 가득 차 버릴 것만 같았다.내 나지막한 거짓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처린의 눈빛이 기이하게 일그러졌다. 조금 전까지 미쳐 있던 불안과 소유욕은 어디 가고,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사랑스러운 보물을 바라보는 듯한 짙은 밀도의 열기가 그의 눈동자에 차올랐다.그는 턱 끝을 들어 올린 채, 오만한 군주처럼 나를 내려다보면서도 그 눈빛 속에는 오직 나만을 향한 지독한 애정이 나를 사정없이 매만졌다."사람 미치는 꼴 보고 싶어?"그가 낮게 긁히는 음성으로 속삭이며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내 뺨을 천천히 문질렀다. 뜨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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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

깊은 밤, 라이신은 묘한 마력의 잔상에 이끌려 대공저 결계 앞으로 걸어 나왔다.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일렁이다 스러진 은빛 마력의 색이 너무나도 신경에 걸렸다.'도르하르 사람들은 대개 이런 식의 마력 결을 갖고 있기는 한데······.'할 로드도 그랬고, 세실리에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태껏 저택 주변을 기웃거리던 다른 도르하르 출신 마법사들도 더러 있었지만, 방금 전 느껴졌던 마력은 궤가 달랐다. 지독할 정도로 순도가 높으면서도, 기이할 만큼 향취가 배어 있지 않아 도리어 선득한 기운마저 느껴질 정도였다."라이신."한밤중에 대공저 결계 앞에 홀로 서 있는 라이신이 신경 쓰였는지, 바아르가 조용히 다가와 그녀의 곁에 섰다."아, 전하."이제 그는 '각하'가 아닌 '전하'였고, 그가 입은 제복 또한 대공의 것이 아닌 제국 황태자의 것이었다. 칠흑처럼 캄캄한 검은 제복 위로 찬란한 금빛 자수가 묵직하게 수놓아져 있었고, 어깨 너머로 늘어진 망토 역시 제국의 권위를 상징하듯 금빛으로 부드럽게 빛나고 있었다. 한밤중인데도 홀로 찬란하게 빛나는 남자를 보며, 라이신은 그를 안심시키려는 듯 따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냥, 저택이 안전한지 결계를 조금 살펴보고 있었어요."그러자 바아르가 조금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방금 서아리노가 다녀갔어. 누군가 키요리타 산맥의 '라이칸스로프' 마정석을 들고 상점에 나타났다고 하더군.""어머! 정말인가요?""그래, 참 다행이지. 네 마력을 안정시킬 약을 더 조제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바아르는 안도감이 섞인 숨을 내쉬며 라이신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라이신 역시 한껏 환하게 웃어 보였지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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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나만 바라 봐!]

뜨거운 김을 피워 올리며 깨끗하게 씻고 나오자, 침대 위에서 작은 손으로 눈가를 비비적거리며 막 깨어나고 있는 마리가 보였다.잠기운이 가시지 않아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볼과 멍한 눈망울이 어찌나 고운지. 아처린은 가슴속에서 솟구치는 애정을 참지 못하고 가만히 다가가 그녀의 말랑하고 따스한 뺨 위에 쪽,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추었다."어머, 아린. 어제는 계속 미지근한 물만 나오더니······ 지금은 뜨거운 물이 잘 나오나 봐?"아처린은 차마 방금 전 욕실 배관에 제 마력을 불어넣어 겨우 물을 데워놓았다는 사실을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그는 슬쩍 시선을 피하며 딴청을 피우듯 대충 얼버무렸다."아, 글쎄. 잠깐 나오더니 지금은 다시 미지근한 물만 나오는 모양이더라고."마리는 그의 말에 별다른 의심 없이 환하게 웃어 보이고는, 탁자 위에 놓인 아침용 사과를 집어 들어 한 입 베어 물었다. 아삭-, 소리와 함께 달콤하고 상큼한 사과 향이 방 안 가득 퍼져나갔다."이 사과 진짜 맛있다."우물거리며 사과를 먹는 그 작은 입모양조차 사랑스러워, 아처린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호를 그렸다. 그와 동시에 이 초라하고 삐걱거리는 여관 따위는 미련 없이 서둘러 빠져나가, 마리에게 더 깨끗한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여주고 싶다는 열망이 솟구쳤다.그때, 사과를 씹던 마리가 아처린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더니 조심스레 물었다."아린, 왜 그래? 표정이 되게 좋아 보이네?"당연한 일이었다. 마법력이 완전히 없는 인간인 줄로만 알았는데, 드디어 마력이 조금씩 발휘되기 시작했으니까 좋지 않겠는가.본능적으로 마력을 끌어올려 물을 데우는 데 성공한 사실만으로도 가슴 밑바닥에서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샘솟고 있었다.하지만 마리가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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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이 남자, 자꾸 욕심이 커지네]

그날 오후.결국 나와 아처린의 발걸음이 다시 향한 곳은 저잣거리 중심가에 고풍스럽게 자리 잡은 서아리노 상점이었다.나는 아처린의 눈치를 살짝 살피며 아공간의 틈새를 찔러 넣었다. 그리고 이틀 전처럼 ‘라이칸스로프’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순도 높은 마정석 하나를 슬그머니 꺼내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그러자 상점 카운터에 있던 여자 종업원은 훨씬 더 눈을 커다랗게 뜨더니, 반가운 기색을 숨기지도 못하고 부지런히 손을 움직였다."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희를 믿고 거래하러 다시 와주셨군요. 여기 있습니다! 자, 은화로 바꿔 드릴까요? 아니면 그냥 금화로 드릴까요?""금화로 주세요."어차피 은화도 제법 수북하게 있고 아처린도 들고 다니기 무겁기도 하니 그리 말을 건넸다.카운터 위에 짤랑거리는 기분 좋은 마찰음과 함께 정갈하게 올려진 것은, 무려 금화 4개였다."뭐야. 가격이 늘었네?"옆에 서 있던 아처린이 팔짱을 낀 채 중얼거렸다.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여자 종업원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미리 정갈한 문체로 적어둔 메모지를 펴서 보여주었다."저희 길드장님께서 워낙 귀하고 순도가 완벽한 마정석을 가져다주셨다며 감탄을 금치 못하셨습니다. 혹여 이 훌륭한 손님이 다시 찾아오시거든, 다음에는 무조건 금화 2개를 더 얹어드리라고 특별히 당부하셨습니다."메모를 확인한 순간, 내 입꼬리가 참지 못하고 씰룩거리며 얼굴 전체에 환한 웃음꽃이 피어났다.보통 상인들이라면 물건의 귀함을 알면서도 손님의 처지를 이용해 값어치를 어떻게든 깎아내리려 안달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제값을 주다 못해 덤까지 얹어주는 이 신용이라니.역시 제국 최고의 가문이자 캔돔 가문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길드는 상도의의 차원부터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더없이 훈훈해졌다.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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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오늘 밤엔 할 일이 많아서]

서아리노가 화려한 미소와 함께 호들갑스럽게 다가오자, 나는 괜히 어깨가 굳어지며 속이 바짝 타들어 갔다.그는 과거 캔돔 가문의 수장이자 자작이었으나, 이제는 제국 재정의 줄기를 쥐고 백작의 위에 오른 인물이었다. 귀족 특유의 오만함을 숨긴 기민한 눈빛, 아처린을 훑어 보는 날카로운 감각이 본능적인 불편함으로 몰아넣었다.무엇보다 그가 아처린을 모를 리가 없었다. 전 제국의 황태자이자 최고 권력자였던 사내의 얼굴을, 제국의 모든 정보와 금전을 주무르는 길드장이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제가 실례가 안 된다면 잠시 이 자리에 합석해도 되겠습니까? 오늘 두 분을 위해 최고급 요리는 물론, 저희 길드가 보유한 가장 아늑하고 고급스러운 최고의 숙소까지 무료로 대접해 드리겠습니다."서아리노의 매끄러운 제안이 끝나기 무섭게, 아처린의 눈이 위험하게 빛났다."더 괜찮은 게 숙소?" "3층과 4층은 철저한 예약제로만 운영되며, 제국의 귀족분들도 종종 이용하는 비밀스러운 공간이지요."귀족들만의 은밀한 유흥과 휴식을 위한 공간. 그 사실을 듣는 순간 아처린의 입꼬리가 나른하게 말려 올라갔다. "그렇다면 호의를 사양할 이유가 없겠군."어쩌다 이렇게 정체 모를 외부인과 한 테이블에 앉아 식사까지 하게 된 걸까. 아처린의 낮고 묵직한 음성을 들으며, 나는 시시각각 가슴을 조여오는 불안감에 속이 더부룩해지는 것을 느꼈다. *** 서아리노가 대접한 요리들은 훌륭했다. 노릇하게 구워진 최고급 육류와 그윽한 향의 수프, 신선한 야채와 정갈한 빵. 그리고 오감을 알싸하게 자극하는 그윽한 향의 고급 럼주까지 테이블 위를 채웠다. 극상의 진미였으나, 내 혀끝에는 모래알처럼 씹힐 뿐이었다."기억을 잃으셨다니, 안타까운 일입니다."아처린은 자신이 현재 제국의 사정을 잘 모른다는 사실을 태연하게 흘리며 럼주를 입에 머금었다.나는 이판사판으로 밀려올 위기를 직감하며, 조용히 음식을 씹는 척 그들의 탐색전에 신경을 곤두세웠다."어차피 그 어떤 귀족 가문이나 도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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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은밀한 밤을 방해하려는 건가]

방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나는 그 자리에 굳은 채 입을 벌리고 말았다.귀족들만을 위해 비밀리에 제공된다는 4층 VIP 룸의 위용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널찍한 욕실에서 따스한 물로 몸을 씻고 나와 수놓은 비단 로브를 걸쳐 입은 뒤에도, 나는 이 압도적인 공간이 어색해 어쩔 줄을 몰라 했다.여태껏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누려본 적 없는 호사였다.탁 트인 널찍한 공간, 고급스러운 목재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정갈한 인테리어, 그리고 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녹아 내릴 것 같은 거대한 침대까지.진짜 내가 이런 곳에 머물러도 되는 걸까.나는 감탄을 금치 못하며 침대 가로 다가가 살포시 앉아보았다가, 다시 스르륵 일어나 매끄러운 침구를 손끝으로 쓸어내리길 반복했다."너무 황홀하다. 아린, 이것 좀 봐."아이처럼 기뻐하는 나를 바라보던 아처린이 건성건성 머리를 말리며 나지막한 한숨을 흘렸다."여기서 자는 게 그렇게까지 기뻐서 어쩔 줄 모를 일이야? 평범한 수준에서 아주 조금 나아졌을 뿐인데."어이없는 피식 소리가 그의 매혹적인 입술 틈으로 새어 나왔다.하긴 제국의 황태자였던 사내와 평생을 하녀로 살아온 내가 어떻게 안목을 비교할 수 있겠는가.기억을 잃었을지언정 몸에 밴 황태자 특유의 고귀함과 오만한 안목은 조금도 사라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억울한 마음에 툴툴거리며 그를 향해 입술을 삐죽였다."잘 생각 좀 해봐. 어제 머물렀던 텁텁한 여관 숙소나, 키요리타 산맥의 그 낡은 오두막, 더 나아가서 그 캄캄하고 서늘했던 지하 감옥에 비하면 여긴 신세계나 다름없잖아?"나의 항변에 아처린의 초록 눈빛이 나른하게 번뜩이더니, 천천히 걸음을 옮겨 내게 다가왔다. 젖은 머리칼 사이로 스며 나오는 은은한 숲 향과 사내 특유의 뜨거운 체향이 밀폐된 방 안을 순식간에 채워나갔다.단단하고 묵직한 체구가 침대 가에 걸터앉자, 고급스러운 침구가 무겁게 꺼져 내렸다. 그가 길고 단정한 팔을 뻗어 내 허리를 단숨에 끌어안은 것은 찰나의 순간이었다."나의 아름다운 마리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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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레이디를 데리고 야반도주하는 전하]

그 시각, 아처린의 초록 눈동자 속에서 나른하게 타오르던 열기가 한순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오싹할 정도의 서늘한 살기만 번뜩였다.그는 망설임조차 없이 내 허리를 단단하게 감싸 안았던 손을 거두더니, 침대 머리맡에 비스듬히 세워두었던 검자루를 단숨에 쥐어틀었다.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 검신이 드러나며, 피처럼 붉으면서도 황금빛 오러가 폭발적으로 피어올랐다. 방 안의 밀폐된 공기를 사정없이 찢어발기며 창문 너머의 쥐새끼를 베어 넘기려 한 바로 그 찰나였다."아린, 안 돼!"나는 놀라 황급히 그의 단단한 전완근을 억세게 낚아채며 소리쳤다. 숨 막히는 살기 속에서 아처린이 눈살을 찌푸리며 낮게 물었다."왜?""왜긴, 문제를 일으켜서 좋을 게 없으니 그렇지!"백작이 운영하는 제국 제일의 길드 VIP 룸에서 이런 엄청난 오러를 터뜨리며 난동을 피우다간, 황태자라는 민낯이 탄로 나는 것은 물론이고 순식간에 기습자들과 길드 경비병들까지 얽혀 걷잡을 수 없는 난장판이 될 게 뻔했다."그래도 주제 넘은 염탐꾼을 그냥 둬?"아처린이 쯧, 하고 나직하게 혀를 차며 검끝을 거두는 찰나의 순간, 나는 지체 없이 내면에 잠들어 있던 공간 마력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파앗—!손끝에서 피어오른 투명하고 순수한 마력이 일순간 객실 전체를 감싸 안으며, 외부의 은밀한 기척을 완벽히 단절시키는 시공간 결계를 단단히 구축했다."일단, 이렇게 좀 할게."창문 너머에서 들뜬 숨을 죽인 채 우리를 엿보고 있던 기묘한 마력 파동이 둔탁한 파음과 함께 반사되어 나가는 감각이 손끝에 찌릿하게 전달되었다. 결계가 외부의 시선을 완전히 차단해 주자, 아처린이 나른하게 젖은 머리칼을 뒤로 쓸어 넘기며 입술을 산뜻하게 비틀었다."흥이 다 식어 버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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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달콤해서 괴로워]

겉보기엔 금방이라도 비바람에 스러질 듯 허름하고 조잡한 여관이었으나, 도리어 그렇기에 그 누구의 경계나 의심 어린 눈초리도 닿지 않는 완벽한 은신처였다.우리는 아래층으로 정식으로 내려가 정당하게 방값을 지불한 뒤, 시장기를 달랠 간단한 야식을 곁들이고 나서야 비로소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단단하지만 누울 때마다 신경질적으로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는 나무 침대 위에 몸을 누이자, 온종일 참고 참았던 길고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마리, 다음 영지에 도착하면 꼭 이것보다 훨씬 더 근사하고 좋은 숙소를 찾아볼게.”지친 기색이 역력함에도 아처린은 미안함이 잔뜩 묻어나는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다정하게 귓속말을 건넸다. 하루 종일 긴장의 끈을 바짝 죄고 있던 마음이 그의 다정한 목소리 한 자락에 눈 녹듯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이제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내 모든 통제권을 그에게 내맡기기로 했다.“그래, 좋아. 내가 아린의 레이디가 되기로 마음먹은 이상 전부 네 뜻을 따를게.”장난기 어린 내 대답에 그의 짙은 눈동자가 둥그렇게 커지더니, 이내 마음이 푹 놓인 듯 빙그레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처린은 긴 팔을 뻗어 나를 그의 넓은 품 가득 꼭 끌어안아 주었다. 닿아 오는 그의 가슴팍이 듬직하고 따스해서, 나는 그의 옷자락을 살짝 쥐어 잡으며 온기를 느꼈다.“후회하기 없기야.”“아무튼 오늘은 너무 피곤하니까 빨리 자자.”마주 보고 눕자 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의 숨결이 간지럽게 얽혀 들었다. 아처린은 내 이마 위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다정한 손길로 쓸어 넘겨주고는, 뺨 위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의 입술이 스친 피부 위로 간질간질한 열기가 피어올랐다.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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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거기가 어디라고]

허름한 여관 1층 식당에 내려앉은 소란스러움 속에서, 나는 도저히 음식을 입으로 넘길 수가 없었다. 가슴이 조여들고 손끝이 오들오들 떨렸다.'말도 안 돼······. 라이칸스로프의 마정석에 대해 이 저잣거리 사람들까지 전부 다 알고 있다니.'우리가 목숨을 걸고 구해온 물건이 제국 전체의 주목을 받는 핵심 열쇠였다니. 정체가 탄로 날지도 모른다는 극심한 불안감에 나는 수저만 기웃거리며 쭈뼛거리고 있었다.반면, 내 맞은편에 앉은 아처린은 이 모든 상황이 그저 흥미롭다는 듯 나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턱을 괴고는, 오히려 대범하게 옆 테이블에 앉아 술을 기울이던 모험자들을 향해 슬쩍 질문을 던졌다."그 라이칸스로프의 마정석이라는 게, 그렇게까지 귀한 건지 몰랐군."아처린의 천연덕스러운 물음에 옆자리에서 고기를 뜯던 베테랑 모험자가 하하, 하고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이 양반 보게. 귀족 나으리가 재미삼아 세상 구경이라도 나오셨나 본데, 그걸 몰라서 물으시오? 그게 지금 우리 황태자비 전하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하고 귀한 약재가 되어서 그렇지!""황태자비가 그리 아픈가?"아처린이 짐짓 모르는 척 고개를 기울이자, 식당 안에 있던 다른 용병들과 마을 주민들까지 너도나도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제국 곳곳에서 그녀의 쇠약해진 건강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마력을 너무 많이 써서 몸에 쌓인 마나가 고갈되어 간다고 제국 전역에 소문이 났거든.""그 황태자비 라이신 전하가 누구신가. 대공비 시절에는 신성한 치유술로 내 자식놈 목숨도 구원해 주셨던 분이라고! 은인이시지.""맞아! 몇 년 전 그 지독했던 가뭄 때도 황태자비 전하께서 직접 마력을 터뜨려 가뭄을 해갈해 주셨잖아? 그런 분이 지금 마력을 잃고 계시다니 원통한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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