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남편의 장례식에 다른 아내가 나타났다: Chapter 121 - Chapter 130

192 Chapters

<121화: 사진 속에 없는 사람>

전시회가 끝난 다음 주 수요일.윤하늘은 문화센터에서 자신의 사진을 찾아왔다.검은색 액자에 담긴 《비를 피하는 자리》였다.집에 돌아온 하늘은 액자를 들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책상 위에 올려놓았다가 창가로 옮겼다.다시 책장 앞에 세워봤다.“음…….”세 번째 자리를 고민하던 중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똑똑.“들어가도 됩니까?”강단태였다.“들어와요.”단태는 문을 열고 들어오다 액자를 든 하늘을 발견했다.“아직 자리 못 정했습니까?”“어디에 놔야 제일 예쁜지 모르겠어요.”단태는 방 안을 둘러봤다.“창가에 두면 빛이 반사될 것 같은데요.”“맞아요. 아까 보니까 얼굴도 비치더라고요.”“책장 옆은요?”하늘은 액자를 책장 한쪽에 세웠다.두 걸음 물러서서 바라봤다.“여기가 낫네.”단태도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하늘은 액자를 바로 세우고 손을 털었다.“결정!”그날 오후.하늘은 동네 사진관을 찾아갔다.은빛새가 선물한 앨범에 넣을 사진을 인화하기 위해서였다.전시회 사진을 고르던 중 손가락이 멈췄다.세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다.하늘과 빛새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그런데 단태는 옆에 걸린 사진을 보고 있었다.하늘이 혼잣말했다.“이 사람은 왜 맨날 딴 데 봐?”다음 사진도 마찬가지였다.빛새는 눈을 감았고, 단태는 웃음을 참는 얼굴이었다.세 번째 사진에서는 하늘 자신이 말하는 도중이라 입이 벌어져 있었다.“아니, 멀쩡한 사진이 하나도 없네.”하늘은 사진을 넘기다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완벽한 사진은 없었다.그런데 이상하게 모두 마음에 들었다.하늘은 세 장을 전부 인화하기로 했다.사진을 찾아 나오는 길.하늘은 빛새에게 전화를 걸었다.“빛새 씨, 오늘 가게 있어요?”—네. 왜요?“잠깐 들러도 돼요?”—그럼요. 무슨 일 있어요?“보여줄 게 있어서요.”—뭔데요?“가면 알아요.”빛새가 웃었다.—요즘 왜 이렇게 비밀이 많아요?“재미있잖아요.”오후 네 시.하늘이 옷가게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Read more

<122화: 사라진 사진 한 장>

토요일 오전 열 시.윤하늘은 거실 바닥에 앉아 사진 앨범을 정리하고 있었다.지난번 전시회 이후 사진을 인화하는 재미가 생긴 탓에 며칠 사이 봉투가 세 개나 늘었다.“이건 서점, 이건 양궁장…….”하늘은 사진을 날짜별로 나눴다.그런데 한참 정리하던 손이 멈췄다.“어?”사진 한 장이 없었다.분명 인화했던 사진이었다.강단태가 작은 미니어처 온실을 들고 웃고 있는 모습.그날 하늘은 사진이 잘 나왔다며 두 장이나 뽑았었다.한 장은 단태에게 줬고, 다른 한 장은 자신의 앨범에 넣어두려고 했다.그런데 보이지 않았다.하늘은 사진 봉투를 뒤집었다.“어디 갔지?”단태는 거실로 나오다가 바닥에 펼쳐진 사진들을 발견했다.“이사 갑니까?”하늘이 고개를 들었다.“사진 한 장 찾고 있어요.”“무슨 사진이요?”“단태가 온실 들고 있는 거.”단태는 책장으로 다가갔다.“제 사진은 여기 있습니다.”“그건 단태 거고. 내 것도 있었어요.”“같은 사진을 두 장 뽑았습니까?”“응.”단태가 잠시 생각했다.“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입니까?”“사진관에서 찾아온 날?”“그럼 봉투에 있을 수도 있겠네요.”“다 뒤졌어요.”단태는 바닥에 앉았다.“같이 찾아보죠.”하늘이 손을 내저었다.“아니에요. 내가 정리하다가 찾을게요.”“괜찮겠습니까?”“응. 단태는 하던 거 해요.”단태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한 시간 뒤.하늘은 사진을 거의 다 정리했지만 잃어버린 사진은 찾지 못했다.대신 예상하지 못한 사진들이 나왔다.낚시터에서 단태가 물고기를 들고 있는 사진.빛새가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사진.그리고 볼링장에서 단태가 첫 공을 던진 직후 찍힌 사진.하늘은 마지막 사진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사진 속 단태는 공이 홈으로 빠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이건 진짜 잘 찍혔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은빛새였다.—하늘 씨, 오늘 오후에 시간 있어요?“왜요?”—사진 좀 찍어줄 수 있어요?“무슨 사진이요?”—가게 사진이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Read more

<123화: 같은 거리, 다른 사진>

토요일 오후 한 시.윤하늘은 현관 앞에서 카메라 가방을 메고 있었다.강단태는 휴대전화의 배터리를 확인하더니 보조배터리까지 챙겼다.“준비됐습니까?”“응. 그런데 단태.”“네?”“오늘은 사진 잘 찍으려고 애쓰지 마요.”단태가 가방 지퍼를 닫았다.“그럼 어떻게 찍습니까?”“그냥 마음에 드는 걸 찍어요.”“아무거나요?”“응. 대신 한 가지 규칙이 있어요.”하늘이 손가락 하나를 펼쳤다.“같은 길을 걷되 서로 찍은 사진은 끝날 때까지 보여주지 않기.”단태가 잠시 생각했다.“그럼 같은 걸 찍어도 모르는 거군요.”“맞아요.”“재미있겠네요.”하늘은 웃으며 현관문을 열었다.“오늘은 누가 더 잘 찍었는지 평가도 없어요.”“알겠습니다.”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오래된 주택가와 작은 상점들이 이어진 거리였다.낮은 담장 위로 화분이 놓여 있었고, 골목마다 서로 다른 색의 간판이 걸려 있었다.하늘은 첫 번째 골목에서 걸음을 멈췄다.“잠깐만요.”단태도 멈췄다.“뭘 발견했습니까?”“비밀.”하늘은 담장 아래 놓인 작은 의자를 찍었다.의자 위에는 누군가 읽다 만 듯한 신문이 가지런히 접혀 있었다.찰칵.단태는 사진을 보려다가 고개를 돌렸다.“안 보겠습니다.”“잘했어요.”두 사람은 다시 걸었다.이번에는 단태가 멈췄다.“저도 잠깐만요.”그는 오래된 철제 대문 앞에 섰다.대문 손잡이는 한쪽이 닳아 있었고, 그 아래에는 작은 우편함이 달려 있었다.단태는 손잡이를 가까이 찍었다.찰칵.하늘이 물었다.“뭐 찍었어요?”“비밀입니다.”하늘이 웃음을 터뜨렸다.“금방 배우네.”골목을 빠져나오자 작은 문구점이 나타났다.가게 앞에는 색색의 공책과 연필이 진열돼 있었다.하늘은 공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표지에는 작은 고양이 그림이 있었다.“귀엽다.”단태가 옆에서 다른 공책을 들었다.“이건 어떻습니까?”표지에 오래된 건물 그림이 인쇄돼 있었다.하늘은 웃었다.“단태 취향이다.”“그런가요?”“응. 건물만 보면 멈추잖아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Read more

<124화: 강단태가 고른 낯선 하루>

토요일 오전 아홉 시.윤하늘은 현관 앞에 놓인 커다란 가방을 바라봤다.“단태.”“네?”“우리 여행 가요?”강단태는 가방 지퍼를 닫으며 대답했다.“당일치기입니다.”“그런데 짐이 왜 이렇게 많아요?”“필요한 것만 챙겼습니다.”하늘은 가방을 열어봤다.물병 두 개, 손수건, 보조배터리, 얇은 겉옷, 작은 구급함.그리고 접이식 방석 두 개.“방석은 왜요?”“앉을 일이 있을 수도 있어서요.”“어디 가는데요?”단태가 가방을 들어 올렸다.“도착하면 알려드리겠습니다.”하늘은 그를 빤히 바라봤다.“이제 비밀 만드는 재미에 빠졌죠?”“조금요.”“좋아요. 대신 재미없으면 책임져요.”“노력하겠습니다.”차를 타고 한 시간쯤 달렸을 때였다.창밖으로 낮은 산과 논밭이 이어졌다.하늘은 창문에 기대어 주변을 살폈다.“우리 낚시하러 가는 거 아니죠?”“아닙니다.”“캠핑도 아니고?”“네.”“그럼 등산?”“그것도 아닙니다.”하늘은 팔짱을 꼈다.“힌트 하나만.”단태가 잠시 생각했다.“손을 많이 사용합니다.”“손?”“네.”“도자기?”“아닙니다.”“요리?”“그것도 아닙니다.”하늘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아, 모르겠다. 그냥 갈래요.”도착한 곳은 작은 목공 체험장이었다.낮은 건물 앞에 나무로 만든 의자와 화분 받침대가 전시돼 있었다.하늘은 간판을 읽었다.하루 목공 교실 — 나만의 작은 가구 만들기“목공?”단태가 고개를 끄덕였다.“네.”하늘은 입구에 놓인 나무 의자를 만져봤다.“이걸 직접 만드는 거예요?”“오늘은 작은 물건만 만듭니다.”“뭘요?”단태가 예약 확인 문자를 보여줬다.원목 사이드 테이블 만들기 — 2인 체험하늘의 눈이 커졌다.“테이블?”“네.”“우리 둘이 하나씩?”“그렇게 예약했습니다.”하늘은 잠시 말이 없었다.단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별로입니까?”하늘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단태의 표정이 밝아졌다.“다행입니다.”체험장 안에는 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Read more

<125화: 윤하늘의 첫 번째 의뢰>

월요일 오전 열한 시.윤하늘은 은빛새에게서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하늘 씨,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상품 촬영 있잖아요. 이번에는 정식으로 부탁하고 싶은데 시간 괜찮아요?하늘은 메시지를 읽고 잠시 고민했다.지난번에는 가게에 들렀다가 신상품 사진을 찍어준 것이었다.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빛새가 정식으로 일을 부탁하고 있었다.하늘은 답장을 보냈다.좋아요. 그런데 촬영할 상품이 몇 개예요?곧바로 답장이 왔다.총 여덟 벌이에요. 온라인 판매 페이지에 올릴 사진이 필요해요.언제까지요?금요일까지 받으면 좋겠어요. 촬영비도 따로 드릴게요.하늘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촬영비라…….”그녀는 잠시 생각하다 다시 메시지를 작성했다.그럼 촬영 범위랑 비용부터 정하고 시작해요. 오늘 오후에 가게 들를게요.오후 두 시.하늘이 옷가게에 도착했을 때 빛새는 새로 들어온 옷을 정리하고 있었다.“왔어요?”“응. 이야기부터 해요.”빛새가 웃었다.“오늘은 분위기가 좀 다른데요?”“일하러 온 거잖아요.”“맞아요.”두 사람은 매장 한쪽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빛새는 상품 목록을 보여줬다.재킷 두 벌.블라우스 세 벌.니트 두 벌.스커트 한 벌.총 여덟 벌이었다.하늘은 목록을 살펴봤다.“한 벌당 사진 몇 장 필요해요?”“전체 모습이랑 앞뒤, 소재가 보이는 사진까지 네 장 정도요.”“그럼 최소 서른두 장이네요.”“그렇죠.”“보정은요?”빛새가 잠시 멈췄다.“색감 정도만?”하늘은 고개를 끄덕였다.“실제 색이랑 다르면 안 되니까 너무 많이 바꾸지는 않을게요.”“그게 좋아요.”하늘은 공책을 펼쳤다.촬영할 상품 수, 필요한 사진 종류, 전달 날짜를 적었다.빛새가 그 모습을 보더니 웃었다.“하늘 씨, 진짜 일하는 사람 같아요.”하늘이 고개를 들었다.“일하는 사람 맞거든요?”“그러니까요.”두 사람은 웃었다.문제는 촬영비였다.빛새가 먼저 말했다.“제가 생각한 금액은 십만 원인데 괜찮아요?”하늘은 잠시 계산했다.여덟 벌을 촬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Read more

<126화: 예상하지 못한 두 번째 의뢰>

월요일 오전 열 시.윤하늘은 책상 앞에 앉아 촬영 기록 공책을 펼쳤다.지난번 은빛새의 옷가게에서 찍은 상품 사진을 다시 살펴보던 참이었다.새로 구입한 조명을 시험해본 뒤부터는 사진을 볼 때마다 빛이 어디서 들어오는지 먼저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이건 그림자가 좀 진하네.”하늘은 사진 한 장에 표시를 남겼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은빛새였다.“여보세요?”—하늘 씨, 지금 통화 괜찮아요?“응. 무슨 일이에요?”—혹시 이번 주에 촬영 하나 더 할 수 있어요?하늘은 공책을 덮었다.“가게 신상품 들어왔어요?”—그것도 있는데, 이번에는 조금 달라요.“어떻게요?”—우리 가게에 옷을 납품하는 작은 브랜드 있잖아요. 그쪽 담당자분이 지난번 상품 사진을 보셨대요.“아…….”—사진 누가 찍었냐고 물어보셔서 하늘 씨가 찍었다고 말씀드렸어요.하늘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그래서요?”—브랜드 쪽에서도 촬영을 맡길 수 있겠냐고 하시더라고요.하늘은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빛새가 물었다.—하늘 씨?“듣고 있어요.”—부담되면 안 해도 돼요.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니고요.하늘은 책상 위에 놓인 작은 조명을 바라봤다.“일단 어떤 촬영인지 들어볼래요.”오후 두 시.하늘은 빛새의 옷가게를 찾았다.빛새는 미리 받아둔 요청 내용을 보여줬다.촬영 상품은 총 열두 벌이었다.원피스 네 벌, 블라우스 네 벌, 재킷 두 벌, 스커트 두 벌.하늘은 목록을 읽다가 고개를 들었다.“지난번보다 많네요.”“응. 그리고 이번에는 착용 사진도 원한대요.”“착용 사진이요?”“마네킹에 입혀서 찍어도 된다고 하셨어요.”하늘은 다시 요청서를 살펴봤다.전체 모습뿐 아니라 옷의 길이와 실루엣이 잘 보이는 사진이 필요했다.“마네킹은 있어요?”“우리 매장에 하나 있긴 해요.”“열두 벌을 다 갈아입혀야겠네요.”빛새가 웃었다.“그렇죠.”하늘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지난번에는 옷걸이에 걸린 상품을 촬영했다.마네킹에 입히는 작업까지 포함하면 시간이 더 걸릴 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Read more

<127화: 카메라를 내려놓은 날>

수요일 오전 열 시.윤하늘은 운동화를 신고 현관을 나섰다.오늘은 촬영 의뢰도 없었고, 특별한 약속도 없었다.오랜만에 혼자 동네를 걸어볼 생각이었다.가방에는 휴대전화와 지갑, 작은 물병을 넣었다.그리고 카메라를 챙기려다가 잠시 멈췄다.“오늘은 그냥 걸어볼까?”하늘은 카메라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집에서 십 분쯤 걸었을 때였다.하늘은 평소 지나치기만 했던 작은 골목으로 들어섰다.골목 끝에는 오래된 세탁소가 있었고, 그 옆으로 작은 빵집이 보였다.가게 앞 칠판에는 손글씨로 메뉴가 적혀 있었다.오늘의 빵 — 밤식빵, 소금빵, 단팥빵하늘은 발걸음을 멈췄다.“밤식빵?”유리창 너머로 갓 구운 빵들이 보였다.하늘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딸랑.“어서 오세요.”카운터 안쪽에서 중년 여성이 인사했다.하늘은 진열대를 둘러봤다.“밤식빵 아직 있어요?”“네. 방금 나왔어요.”“그럼 하나 주세요.”여성이 빵을 종이봉투에 담으며 물었다.“처음 오셨어요?”“네. 이쪽 골목은 처음 와봐요.”“그러셨구나. 여기 빵집 생긴 지는 꽤 됐는데.”하늘은 웃었다.“큰길로만 다녔거든요.”여성은 봉투를 건넸다.“다음에는 소금빵도 드셔보세요.”“네. 감사합니다.”빵집을 나온 하늘은 근처 작은 공원으로 향했다.벤치에 앉아 밤식빵을 조금 뜯어 먹었다.부드러운 빵 사이로 달콤한 밤이 씹혔다.“맛있네.”하늘은 휴대전화를 꺼냈다.사진을 찍으려다가 손을 멈췄다.오늘은 카메라 없이 나왔다.그런데 휴대전화까지 꺼내면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하늘은 화면을 끄고 다시 가방에 넣었다.그리고 빵을 한 입 더 먹었다.그때 벤치 옆으로 작은 공이 굴러왔다.통통.하늘은 발끝으로 공을 멈췄다.“어?”멀리서 아이 하나가 달려왔다.“죄송해요!”하늘은 공을 집어 들었다.“괜찮아. 여기.”아이는 두 손으로 공을 받았다.“감사합니다!”그리고 다시 친구들이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하늘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 웃었다.오후 열두 시.하늘은 공원 맞은편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Read more

<128화: 강단태의 비밀 작전>

일요일 오전 아홉 시.윤하늘은 거실에서 들려오는 낯선 소리에 눈을 떴다.드르륵.탁.드르륵.“뭐야……?”하늘은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거실에는 강단태가 앉아 있었다.그의 앞에는 작은 상자 세 개와 색색의 종이들이 펼쳐져 있었다.하늘이 눈을 비볐다.“단태, 뭐 해요?”단태가 고개를 들었다.“일찍 일어났네요.”“소리가 나서요.”“아, 죄송합니다.”하늘은 가까이 다가갔다.“뭘 만들고 있어요?”단태는 재빨리 종이 한 장을 뒤집었다.“아직 보여드리면 안 됩니다.”하늘이 눈썹을 올렸다.“왜요?”“비밀이라서요.”“또 비밀?”단태가 웃었다.“이번에는 조금 다릅니다.”하늘은 팔짱을 꼈다.“설마 또 어디 예약했어요?”“아닙니다.”“선물?”“비슷합니다.”“그럼 지금 보여줘요.”“완성되면요.”하늘은 한참 그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대신 거실은 치워놓기.”“알겠습니다.”오전 열한 시.하늘은 주방에서 차를 마시며 단태의 움직임을 지켜봤다.단태는 작은 카드들을 자르고 있었다.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카드를 한 장 완성할 때마다 혼자 웃는 것이었다.하늘이 물었다.“뭐가 그렇게 재미있어요?”“생각보다 잘 만들어져서요.”“나도 보면 안 돼요?”“조금만 기다려주세요.”“언제까지요?”단태는 시계를 확인했다.“오후 한 시까지요.”하늘은 컵을 내려놓았다.“두 시간이나?”“네.”“알겠어요. 나도 할 일 할게요.”하늘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하지만 십 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나왔다.“단태.”“네?”“혹시 내가 도와줄 건 없어요?”단태는 고개를 저었다.“오늘은 제가 혼자 해보겠습니다.”하늘은 웃었다.“알았어요. 방해 안 할게요.”오후 한 시.단태는 거실 테이블 위에 작은 상자 하나를 올려놓았다.“하늘 씨.”하늘이 방에서 나왔다.“다 했어요?”“네.”상자는 손바닥 두 개 정도의 크기였다.뚜껑에는 손글씨로 제목이 적혀 있었다.《우리 집에서 즐기는 하루》하늘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Read more

<129화: 웃기지 못하면 지는 게임>

금요일 저녁 일곱 시.윤하늘은 거실 책장 앞에 서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강단태가 직접 만들고 하늘이 다섯 장을 추가한 놀이 카드 상자였다.하늘은 카드를 섞다가 한 장을 골랐다.상대방이 웃을 때까지 장난치기.“좋아.”그녀는 카드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마침 주방에서 물을 마시던 단태가 다가왔다.“뭘 합니까?”“오늘 이거 할 거예요.”단태는 카드를 읽었다.“지난번에 했던 거 아닙니까?”“그때는 시작도 전에 단태가 웃었잖아요.”“그랬죠.”“이번에는 제대로 해봐요.”단태는 의자를 당겨 앉았다.“규칙은요?”하늘은 손가락을 펼쳤다.“한 사람당 삼 분. 상대방을 먼저 웃기면 성공. 웃지 않으면 실패.”“상대방을 만지거나 간지럽히는 건요?”“금지.”“소품은 사용할 수 있습니까?”“집에 있는 물건만요.”단태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하늘은 휴대전화 타이머를 켰다.“그럼 내가 먼저!”하늘은 단태 맞은편에 앉았다.“강단태 씨.”“네.”“지금부터 아주 중요한 면접을 시작하겠습니다.”단태가 자세를 바로 했다.“알겠습니다.”하늘은 펜을 들고 진지하게 물었다.“지원하신 직무는 무엇입니까?”“어떤 직무입니까?”“우리 집 소파 관리 책임자입니다.”단태는 잠시 멈췄다.“그런 직무가 있습니까?”“지금 채용 중입니다.”“그렇군요.”하늘은 웃음을 참으며 말을 이었다.“소파에 앉는 사람의 자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단태는 잠시 고민했다.“깨끗한 옷을 입고 앉는 것 아닐까요?”“탈락입니다.”“왜요?”“너무 평범한 답변입니다.”단태는 고개를 끄덕였다.“다시 답변해도 됩니까?”“기회를 드리겠습니다.”단태는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소파에 앉을 때는 소파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하늘은 입술을 깨물었다.“푸흡…….”단태가 그녀를 바라봤다.“면접관님이 웃으셨는데요?”“아니거든요!”“웃으셨습니다.”하늘은 타이머를 확인했다.아직 일 분도 지나지 않았다.“잠깐. 내가 웃으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Read more

<130화: 강단태가 파업을 선언했다>

토요일 오전 여덟 시.윤하늘은 거실에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강단태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그런데 평소와 달리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책도 없었다.휴대전화도 없었다.미니어처 작업 도구도 보이지 않았다.그저 팔짱을 낀 채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단태?”“네.”“뭐 해요?”“파업 중입니다.”하늘은 눈을 깜빡였다.“……뭐라고요?”“오늘 하루 파업하기로 했습니다.”하늘은 단태를 한참 바라봤다.“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아닙니다.”“그럼 무슨 파업인데요?”단태는 식탁 위에 놓인 종이 한 장을 가리켰다.하늘은 종이를 집어 들었다.강단태의 하루 파업 선언문오늘은 일정을 계획하지 않는다.집안일을 먼저 찾아서 하지 않는다.누군가 부탁하지 않은 일을 대신 처리하지 않는다.쉬는 시간에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다.하늘은 마지막 문장을 읽고 웃음을 터뜨렸다.“이게 뭐예요!”단태는 진지하게 대답했다.“쉬는 연습입니다.”“쉬는 연습?”“네.”하늘은 종이를 다시 읽었다.“근데 쉬는 데도 선언문이 필요해요?”단태가 잠시 멈췄다.“그러네요.”“그리고 이거 번호까지 붙였잖아요.”“습관적으로…….”하늘은 결국 소파에 주저앉아 웃었다.오전 아홉 시.하늘은 주방에서 토스트를 꺼냈다.단태는 여전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단태, 아침 먹어요.”“네.”단태가 일어나려다가 멈췄다.하늘이 물었다.“왜요?”“제가 접시를 가져와야 할 것 같아서요.”“그냥 와요. 내가 준비했어요.”단태는 잠시 망설였다.“알겠습니다.”식탁에 앉은 단태는 토스트를 한 입 먹었다.그러다 무심코 식탁 끝에 놓인 영수증을 집어 들었다.하늘이 물었다.“뭐 해요?”“영수증 정리하려고…….”단태는 말을 멈췄다.하늘은 선언문을 가리켰다.“파업 중이라면서요?”단태는 영수증을 내려놓았다.“맞습니다.”“쉬어요.”“네.”삼십 초 뒤.단태는 다시 영수증을 바라봤다.하늘이 웃었다.“아, 그냥 정리해요.”“아닙니다. 오늘은 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Read more
PREV
1
...
1112131415
...
20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