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두 시.윤하늘은 은빛새의 옷가게 앞에 서 있었다.며칠 전 새벽.이곳에 처음 왔을 때와는 전혀 달랐다.그날은 셔터가 내려가 있었다.빛새와 강단태.그리고 자신.세 사람이 서로를 믿지도 못한 채 지하실로 내려갔다.누군가 숨어 있었고.서류가 쏟아졌고.죽은 남편이 남긴 흔적을 찾아야 했다.오늘은.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어서 오세요.”가게 안에서 빛새의 목소리가 들렸다.하늘이 들어가자.빛새가 카운터 뒤에서 고개를 내밀었다.“진짜 왔네.”“오라면서요.”“단태 씨는?”“아직.”빛새가 시간을 확인했다.“두 시인데?”“오겠죠.”“벌써 편드네.”“뭘 편들어요.”하늘이 가방을 내려놓았다.빛새가 피식 웃으며 옷걸이를 정리했다.가게는 생각보다 평범했다.재욱이 찍힌 사진도.숨겨진 금고도.지하실도 알고 난 뒤라서.하늘에게 이곳은 한동안 사건 현장처럼 느껴졌다.그런데 지금은.그냥 옷가게였다.창가에 새 옷이 걸려 있었고.가격표가 달려 있었다.손님 한 명이 거울 앞에서 재킷을 입어보고 있었다.빛새는 자연스럽게 다가가 소매를 정리해줬다.“이건 조금 크게 나왔어요. 한 사이즈 작은 걸로 입어보실래요?”그 모습을 보며.하늘은 문득 생각했다.이게 원래 은빛새였구나.도재욱의 다른 아내가 아니라.그냥.자기 가게에서 옷을 파는 사람.손님이 나간 뒤.빛새가 물었다.“뭐 입어볼래요?”“나 진짜 사야 돼요?”“당연하죠.”“구경만 하면 안 돼요?”“안 돼요.”하늘이 웃었다.“장사 너무 강압적인데.”“요즘 매출 떨어졌어요.”“나한테 메꾸려고?”“네.”너무 당당해서.하늘이 결국 웃었다.그때 문이 열렸다.단태가 들어왔다.“늦었습니다.”빛새가 시간을 봤다.“8분.”“죄송합니다.”“사과 말고 하나 사요.”단태가 매장을 둘러봤다.“여성복 매장 아닙니까?”“하늘 씨 사주면 되죠.”하늘이 바로 돌아봤다.“왜 내가 받아요?”빛새가 둘을 번갈아 보더니 말했다.“아, 진짜 피곤하다.”“뭐가요?
Last Updated : 2026-09-2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