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내를 다시 탐하기 시작했다: Chapter 131 - Chapter 140

211 Chapters

132. 그 집 아빠

가족이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영이 몸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엄마, 아까 그 사람 진원이네 엄마 같은데?""그래? 엄마는 얼굴을 못 봤네." 아영맘이 메뉴판을 넘기며 물었다. "진원이가 누구더라?""5학년 때 회장이었잖아, 진원이.""아~ 회장 엄마." 아영맘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거 같기도 하고."아영이 물컵을 받아 들며 덧붙였다."근데 엄마, 옆에 있던 남자는 되게 젊던데? 아빠보다 훨씬 젊어 보였어.""그럴 리가." 아영맘이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 "그 집 엄마가 워낙 관리를 잘하잖아. 아빠도 안 봐도 관리 엄청 할 사람이고. 그 집 애들도 다 예쁘고 잘생겼잖니.""아니야, 진짜 완전 젊고 잘생겼었어!" 아영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강조했다.아영맘의 눈빛이 순간 묘하게 흔들렸다. 뭔가 짚이는 게 있는 듯, 마침 근처를 지나던 매니저를 불러 세웠다."저기, 혹시 방금 나가신 두 분 누구신지 아세요?"매니저가 정중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죄송합니다, 저희 손님들을 다 알지는 못해서요. 무슨 일 있으실까요?""아니에요, 당신도 그만 좀 해." 아영아빠가 아내를 말리며 매니저에게 웃어 보였다."아이고, 죄송해요. 저희 오늘 뭐 추천해주실 거 있으세요?"매니저가 웃으며 오늘의 코스를 소개했다. 한우 살치살과 제주 옥돔구이가 메인으로 들어간 스페셜 코스였다. 아영이네 가족은 그 코스로 넉넉하게 주문을 마쳤다.매니저가 자리를 뜨자, 아영맘이 다시 목소리를 낮췄다."근데 아니야, 나 그 집 아빠도 엄청 잘생겼다고 들었어. 키도 엄청 크고.""어, 맞아! 아까 그 남자 키 엄청 컸어!" 아영이 손뼉을 치며 맞장구쳤다."그러니까, 그 집 아빠 맞나 보다." 아영맘이 확신에 찬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집 식구들 인물이 다 좋아. 관리도 엄청 하고, 애들 옷도 그렇게 예쁘게 입히잖아.""이제 그 집 얘기 그만." 아영아빠가 손사래를 치며 화제를 돌렸다. "밥이나 먹자."아영이네 테이블에서 오간 그 짧은 대화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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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호텔 그레이프

"음악이요?"미래가 젖은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진희는 그녀의 뺨에 남은 눈물 자국을 엄지로 조심스럽게 훔쳐내며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제가 묵을 곳이 바로 근처예요. 바람 소리 들으면서 음악 듣기 좋은 테라스가 있어요. 거기서 아무 생각 하지 말고, 그냥 좀 쉬어요."미래는 대답 대신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진희는 그 손을 놓지 않은 채 그녀를 차로 이끌었다.미술관을 나와 몇 분 달리지 않아, 낮은 지붕들이 포도송이처럼 옹기종기 모여 앉은 건물이 숲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호텔 그레이프에 도착해 체크인을 마친 두 사람은 곧장 객실로 향했다. 정원이 그림처럼 내다보이는 아늑한 객실이었다. 진희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커튼을 시원하게 걷어 올리고 통창을 활짝 열었다. 바깥으로 이어지는 야외 테라스, 그늘이 드리운 소파에 미래를 앉힌 진희는 휴대폰을 꺼내 최유리의 '생각을 멈추다 보면'을 재생했다.잔잔하고 애틋한 선율이 바람을 타고 정원을 채웠다. 진희는 미래의 옆에 앉아 그녀를 자신의 팔 안쪽으로 깊숙이 끌어당겨 안았다. 하지만 음악이 흐를수록 미래의 울음은 잦아들 기미 없이 오히려 더 깊어졌다.진희는 미래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그녀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조심스럽게 미래의 무릎 위에 손을 얹었다가, 다정한 손길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엄지손가락으로 미래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내며, 진희가 나직하게 물었다."미래 씨…… 내가 생각하는 그 이유로 우는 거예요?"진희는 미래가 남편과의 관계와 자신 사이에서 겪는 갈등 때문에 괴로워한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눈을 지그시 맞추며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그 이유라면, 우리 잠시 그건 생각하지 말아요. 우리가 모르고 시작한 것도 아니잖아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오직 우리 둘만 생각하기로 해요. 나도 그쪽 생각은 당분간 완전히 지우고 있을게요. 오직 미래 씨만 보일 수 있게."진희는 미래의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내며, 그녀의 턱을 가볍게 잡아 자신을 보게 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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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아…… 아, 미래 씨…… 너무 좋아요.

진희는 미래의 원피스를 천천히 흘러내리게 한 뒤, 가녀린 어깨 위에 걸쳐진 레이스 브래지어 끈을 화상 자국에 닿지 않게 조심스럽게 끌어내렸다. 버클이 풀리는 가벼운 소리와 함께, 미래의 탐스럽고 아름다운 가슴이 마치 꽃잎이 피어나듯 천천히 드러났다.진희는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미래의 가슴을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감싸 쥐고, 그 위에 부드러운 입맞춤을 겹쳤다. 미래의 어깨부터 등을 따라 이어지는 매끄러운 곡선 위로 진희의 입술이 소중하게 머물렀다. 그 손길과 입맞춤은 마치 오래전부터 간직해온 갈망을 비로소 확인하는 성스러운 의식 같았다.이내 진희는 미래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어 침대 위로 눕혔다. 그는 미래의 위로 몸을 기울인 채,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미래도 그 눈을 피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물리는 순간, 방 안의 공기가 단숨에 뜨거워졌다.진희는 미래의 눈을 놓지 않은 채, 입고 있던 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차분하게 풀어헤쳤다. 단추가 하나 풀릴 때마다 그의 눈빛은 더 깊어졌다. 미래 역시 그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떨리는 손으로 진희의 허리춤에 손을 얹었다. 서로의 눈동자 속에 비친 자신을 확인하듯, 미래는 그의 바지 단추를 천천히 풀어냈다.말 한마디 없었다. 그러나 그 어떤 고백보다 뜨거운 눈빛이었다.활짝 열어둔 통창 너머로 정원의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얇은 커튼이 숨을 쉬듯 느리게 부풀었다가 가라앉았고, 그 사이로 제주의 맑은 햇살이 쏟아져 들어와 침대 위를 눈부시게 채웠다. 바람에는 풀잎 냄새와 먼 숲의 향기가 실려 있었다.밝은 빛이 서로의 몸을 투명할 정도로 선명하게 비추었다. 살랑이는 바람이 미래의 맨살 위를 스칠 때마다, 그녀의 하얀 피부 위로 잔잔한 소름이 돋았다가 진희의 온기에 다시 스러졌다.진희는 눈앞에 펼쳐진 미래를 바라보며 숨을 멈췄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햇살을 머금은 어깨와 쇄골, 그 아래로 이어지는 곡선까지. 전보다 더 완벽하게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미래 또한 자신의 몸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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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히노끼탕

두 사람의 호흡이 하나로 겹쳐졌다. 미래의 움직임이 격렬해질수록 두 사람의 긴장감은 팽팽하게 당겨진 활처럼 극에 달했다. 마침내 쏟아지는 햇살 아래,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깊이 확인하며 쾌락의 아득한 파도 속으로 함께 몸을 던졌다.온몸의 경련이 잦아들고, 서로를 향한 갈망이 완전히 하나로 녹아든 순간이었다. 진희는 아직 완전히 쏟아내지 못한 갈증을 확인하듯, 조심스럽게 미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러고는 침대에 걸터앉아 자신의 허벅지 위로 미래를 마주 보게 앉혔다. 다시금 맞물린 결합에 두 사람 사이로 낮고 짙은 탄식이 새어 나왔다. 진희는 미래의 허리를 잡고, 조금씩 자신의 리듬을 섞어가며 움직임을 주도했다.그의 시선은 본능적으로 미래의 가슴으로 향했다. 미래가 움직일 때마다 햇살을 머금고 출렁이는 그녀의 가슴은, 그 자체로 진희의 이성을 뒤흔드는 가장 강력한 자극이었다. 진희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미래의 등을 감싸 안고 그녀를 탐닉했다. 자신을 위해 이토록 아름답게 몸을 쓰는 그녀가 이토록 뜨겁게 반응한다는 사실이 진희를 벅차게 만들었다.그는 미래의 허리를 더욱 단단히 받쳐 안고, 그녀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눈에 새기며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여운이 지나간 뒤에도 두 사람은 서로를 놓지 않은 채, 엉킨 숨결을 나누며 가장 깊고도 아름다운 평온 속으로 침잠해 들어갔다. 진희는 제 품 안에서 상기된 채 헐떡이는 미래를 내려다보며, 그녀가 이토록 완벽하게 자신에게 젖어 들어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뜨거운 전율을 느꼈다.격렬했던 시간이 지나고, 객실 안에는 오직 나른한 정적과 서로의 엉킨 숨소리만이 감돌았다. 진희는 서두르는 대신, 부드러운 이불로 미래의 몸을 조심스럽게 감싸 안았다. 그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석을 다루듯, 그녀의 어깨와 등 뒤를 꼼꼼히 덮어주었다.진희는 곧장 야외 히노끼탕으로 나가 물을 틀었다. 손끝으로 물 온도를 몇 번이고 확인하던 그가 돌아보며 말했다."화상엔 뜨거운 물 안 돼요. 미지근하게 받을게요."진희는 다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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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노을

창밖으로 붉은 기운이 서서히 번지기 시작했다. 어느덧 시계는 오후 6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히노끼탕에서의 긴 여운을 뒤로하고 씻고 나온 두 사람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창가에 나란히 앉았다.미래는 창밖으로 펼쳐지는 제주의 저녁 하늘을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진희의 어깨에 살며시 머리를 기대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진희 씨, 저기 물드는 노을 좀 봐요. 저 노을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지네요."미래의 말에 진희는 그녀의 눈가에 남은 옅은 슬픔이 조금씩 걷히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미래의 손을 다정하게 맞잡으며 미소 지었다."좋아요. 마침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요. 운이 좋으면 바다 위를 뛰노는 돌고래도 만날 수 있다니 우리 한번 가볼래요?"미래의 눈동자에 진희의 제안을 듣고 생기 있는 반짝임이 스쳤다. 호텔 그레이프에서 대정읍 노을해안로까지는 차로 20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두 사람은 서로의 눈빛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노을이 더 깊어지기 전 서둘러 길을 나섰다.제주의 서쪽 바다를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 두 사람 사이에는 이전보다 훨씬 깊고 단단해진 평온함이 흐르고 있었다.노을해안로에 다다르자, 진희는 바다가 잘 보이는 한적한 길가에 차를 세웠다.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는 장엄한 저녁 노을이 두 사람을 감쌌다. 진희는 다가와 미래를 뒤에서 조심스럽게 감싸 안았다. 차가운 저녁 바닷바람을 막아주려는 듯, 그의 품은 더없이 포근하고 단단했다.그때였다. 잔잔하던 바다 위로 은빛 지느러미가 매끄러운 곡선을 그리며 솟아올랐다."어…! 진희 씨, 저기 봐요! 돌고래예요!"미래는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진희의 품 안에서 몸을 돌려 그의 어깨를 잡고 손가락으로 바다를 가리켰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환하게 빛나는 그녀의 눈동자가 돌고래의 움직임을 따라갔다. 조금 전, 히노끼탕 안에서 진희에게 몸을 맡긴 채 아픔을 쏟아내던 요염하고도 애틋했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었다.진희는 돌고래보다 그녀를 더 깊은 눈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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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남편 옆에 눕기 싫은 밤

편의점 불빛이 보이자, 진희가 차를 세웠다."물 좀 사올 테니까, 전화 해봐요." 그가 다정하게 말하며 차 문을 열었다.미래는 휴대폰을 들고 성웅에게 전화를 걸었다."어, 미래야." 성웅의 목소리가 들렸다."운전하느라 못 받았어요. 미안해요.""미래야, 지금 어디니?""저 지금 중문이에요.""그래?" 성웅의 목소리가 유독 들떠 있었다. "진원이가 오늘 버디 3개나 했어. 36홀 도는데 이 녀석 집중력이 아주 좋더라.""엄마, 나 버디 3개 했어!" 진원의 목소리가 옆에서 신나게 끼어들었다."우와, 진짜 잘했네." 미래가 애써 목소리를 밝게 냈다."프로님이랑 저녁으로 다금바리 먹으러 가려고 하는데, 미래 너 다금바리 좋아하니까 가까우면 오라고 하려고 했어." 성웅이 말했다."저는 알아서 할게요. 맛있게 드세요.""그래, 그럼. 지금 중문이면 너무 멀다."전화를 끊고 나서, 미래는 잠시 휴대폰을 손에 쥔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곧 편의점에서 나온 진희가 생수 두 병을 들고 차에 올랐다. 미래의 표정을 살피던 그가, 일부러 더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통화 잘 했어요?"그는 운전석에서 몸을 돌려, 두 손으로 미래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감싸며 웃었다."우리 저녁 먹을 수 있어요?""네, 배고파요." 미래가 옅게 웃으며 대답했다."맞다. 우리 미래 씨 나보다 더 잘 먹는데, 얼마나 배고프겠어요." 진희가 장난스럽게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두 사람은 다시 호텔 그레이프로 돌아왔다. 로비를 지나 객실로 들어서며, 굳이 말은 하지 않았지만 둘 다 알고 있었다.가족 단위 손님들로 북적일 저녁의 레스토랑보다는, 조용한 객실이 훨씬 마음 편하다는 걸.진희가 룸서비스 메뉴판을 펼쳤다."뭐 드시고 싶어요?""진희 씨가 골라줘요."진희는 웃으며 전화를 들어 주문을 넣었다. 제철 전복이 들어간 죽과 갈치조림, 그리고 깔끔한 계절 채소 무침으로 구성된 코스였다. 여기에 화이트 와인 한 병도 함께 부탁했다.전화를 끊은 진희가 미래를 돌아보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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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친정 엄마의 촉

미래는 다시 휴대폰을 들어 성웅에게 전화를 걸었다."성웅 씨, 저 지금 엄마네 집으로 가는 길인데... 오늘 밤은 엄마랑 같이 있으려고요.""어? 장모님 댁이 어느 쪽이지? 중문 쪽인가?""네."성웅은 잠시 말이 없더니 이내 덤덤하게 답했다."그래, 장모님네에서 자고 푹 쉬어. 진원이랑 나는 내일 새벽 티업이라 점심때쯤 끝나니까. 12시까지 와. 장모님 댁 도착하면 전화해.""네, 알겠어요."진희는 미래가 통화하는 모습을 창문 너머에서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진희 씨... 내일 몇 시 비행기예요?""아침 7시 비행기예요.""그럼... 서울에서 봐요."진희는 대답 대신 미래를 품에 깊숙이 안았다. 헤어짐의 시간은 예고 없이 찾아왔고, 그녀의 어깨너머로 전해지는 심장 소리가 애달프게 울렸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낮게 속삭였다."서울 가면 바로 병원부터 와요. 어깨 화상 입은 곳, 놔두면 안 돼요. 알겠죠?"미래는 그의 품 안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입술을 달싹였다."지금... 가야 할 것 같아요."진희는 그녀를 놓아주기 아쉬운 듯 다시 한번 더 깊게 껴안았다. 이별의 찰나를 붙잡으려는 듯, 짧고도 간절하게 입을 맞췄다.객실을 나서 주차장까지 동행한 진희는 미래가 운전석에 앉을 때까지 곁을 지켰다.차 문을 열어주고 그녀를 다정하게 앉힌 진희는, 떠나보내기 전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짧게 입을 맞췄다. 차가 서서히 어둠 속으로 미끄러져 나가고, 멀어지는 미등을 바라보며 진희는 긴 밤의 정적 속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텅 빈 주차장에는 두 사람이 나누었던 마지막 향기만이 짙게 남아 있었다.어느덧 시계는 오후 9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차 안에서 성웅에게 '엄마네 집에 잘 도착했다'는 짧은 문자를 남긴 미래는, 가슴을 짓누르던 무거운 돌덩이를 조금은 내려놓은 기분으로 현관문을 열었다.집 안에는 기분 좋은 활기가 감돌고 있었다. 마침 거실 한편에서는 엄마의 개인 필라테스 수업이 마무리되던 참이었다. 땀을 닦으며 기구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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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의심

엄마가 커피를 내려놓으며 미래 쪽으로 몸을 바짝 기울였다."너 지금 박 서방 몰래 무슨 짓 하려는 거 아니지? 너 행여나 그런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 세상에 비밀이라는 건 없어. 특히 박 서방처럼 자존심 세고 잘난 남자들은 자기 여자가 한눈 파는 꼴 절대 못 봐. 설령 그이가 침대에서 너를 여자로 대우 안 해줘도, 그냥 참고 사는 거야. 여자는 참고 견디다 보면 세월이 다 해결해 줘. 그때 가서 봐, 참길 잘했다고 가슴 쓸어내릴 날 올 거니까."엄마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차갑고 실용적이었지만, 미래에게는 칼날이 되어 박혔다. 진희와 보냈던 그 찬란했던 시간의 기억들이 엄마의 비루한 조언들로 인해 더럽혀지는 기분이었다. 미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의 유전자에 새겨진 엄마의 화려한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볼 뿐이었다.엄마는 옷장에서 실크 잠옷 한 벌을 꺼내 미래에게 툭 던졌다."너 근데 갈아입을 옷도 안 가져온 거야? 갑자기 들이닥친 이유가 뭐야? 안 되겠다, 내가 지금 박 서방한테 전화해서 분위기 좀 살펴볼까? 너 대체 어디서 오다 이렇게 늦은 거야?"엄마의 집요한 추궁이 화살처럼 날아와 박혔다. 미래는 관자놀이가 욱신거리는 것을 느끼며 피로감을 감추지 못했다."그만 좀 물어봐, 엄마. 오늘 진원이랑 그이 하루 종일 골프 친다고 나 혼자 쉬라고 해서 쉬다가 온 거야.""그럼 어제는? 어제는 스파 갔었고."엄마의 눈이 가늘어졌다."오늘도 스파? 그럼 낮에는 도대체 뭐 하다가 이 밤중에 온 거야?"미래는 더는 듣고 싶지 않다는 듯, 던져준 옷을 낚아채듯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그러나 엄마는 굴하지 않고 그림자처럼 뒤를 쫓아 들어왔다. 방 안의 조명이 미래의 가느다란 몸을 비추었다.엄마는 미래가 옷을 갈아입는 동안, 마치 상품을 감정하는 상인처럼 딸의 몸을 훑어내렸다."그래... 박 서방이 너 이런 몸을 두고 딴년 만나긴 쉽지 않겠지. 그런데 말이야, 너 혹시 진짜 네가 딴짓하고 다니는 건 아니지?"순간, 미래의 등줄기에 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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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엄마 그만해

수화기 너머로 성웅의 젠틀하고 여유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장모님. 무슨 일이세요? 미래는 옆에 있나요?"엄마는 입가에 우아하지만 서늘한 미소를 띠며, 미래의 알리바이를 완벽하게 조작하기 시작했다."응, 박 서방. 우리 미래가 오늘따라 엄마랑 꼭 같이 자고 싶다고 어찌나 졸라대는지, 내가 말릴 수가 있어야지. 여행지에서 박 서방이랑 오붓하게 더 좋은 시간 보내야 할 텐데, 내가 우리 딸을 뺏은 거 같아 미안하네. 지금 막 씻고 이제 자려고 해. 바꿔줄까?"엄마는 방으로 들어와, 크림을 바르던 미래의 손에 억지로 휴대폰을 쥐여주었다. 휴대폰을 건네받은 미래의 얼굴은 순식간에 차갑게 식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의무적이고 칙칙한 톤으로 변해 있었다."성웅 씨... 저녁 드셨어요?""어, 미래야. 지금 저녁 먹고 들어가는 길이야. 진원이는 지금 뻗어서 자네. 미래야, 벌써 자려고? 지금 데리러 갈까 했지."성웅의 목소리에는 아내에 대한 의심 한 조각, 불안한 기색 한 줌도 없었다. 그는 그저 일상적인 다정함으로 미래의 상태를 묻고 있을 뿐이었다.곁에서 스피커폰도 아닌데 그 대화 내용을 모두 듣고 있던 엄마의 눈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박 서방은 다른 여자 문제나 둘 사이는 아무 일 없는 거 같은데….' 성웅의 반응을 확인한 엄마의 결론은 단순했다.박 서방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상황을 감당하지 못하고 밖으로 겉도는 건 오직 미래, 저 계집애뿐이라는 사실이었다.엄마는 미래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마치 비밀을 숨긴 짐승의 목줄을 쥐고 있는 사육사처럼, 그녀의 표정에는 딸을 향한 가학적인 의심이 짙게 배어 나왔다. 미래가 성웅과의 통화를 마치고 휴대폰을 내려놓기도 전에, 엄마는 이미 다음 수를 생각하고 있었다.엄마는 미래가 통화를 끝내자마자, 들고 있던 잔을 탁 소리 나게 내려놓으며 한 걸음 다가왔다. 화려한 잠옷 차림의 그녀의 눈매는 이미 맹수의 그것처럼 번뜩이고 있었다."너 솔직히 얘기해봐. 너 지금 딴놈 만나고 다니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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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처음이었다.

미래의 날카로운 고함이 방 안의 정적을 깨뜨렸다. 엄마는 예상치 못한 미래의 반응에 짐짓 놀란 척 눈을 크게 떴지만, 미래는 이미 자신의 안에서 무언가 처절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미래는 자신이 지금 느끼는 이 수치심이, 사실은 자신의 본질을 꿰뚫어 본 엄마에 대한 두려움 때문임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엄마의 눈은 집요하다 못해 미래의 영혼을 파헤칠 듯 맹렬했다. 미래는 이제 도망칠 곳도, 변명할 틈도 없었다. 엄마는 미래가 입을 열지 않아도, 이미 모든 진실을 꿰뚫고 있었다."너, 긍정도 강한 부정도 못 하는 거 보니까 딱 나왔네. 딴놈 확실하구나."엄마는 팔짱을 낀 채 방 안을 천천히 서성였다. 그녀의 말은 속물적이고 저급했지만, 소름 끼치도록 현실적이었다."너 당장 그만둬. 박 서방이 밖에서 딴짓을 하는 거면 네가 눈 한번 딱 감고 버티면 그만이야. 그건 '지혜'로 넘길 수 있어. 하지만 박 서방처럼 자존심 센 남자는 네가 딴짓하는 건 절대 용서 안 해. 그놈이 네 발목 잡고 소송이라도 걸면 어쩔 거야? 네 그 잘난 사모님 자리 한순간에 바닥으로 추락하는 거 한순간이야. 신세 망치고 싶어?"미래는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엄마의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박혔다. 엄마가 말하는 저 비루한 생존 법칙이, 역설적이게도 지금 미래가 처한 상황에서 가장 냉혹한 정답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진희. 그 다정하고 순수한 눈빛. 미래는 그를 생각하며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삼켰다. 진희를 사랑하지만, 그와 함께하는 이 관계가 결국은 자신과 진희 모두를 파멸로 이끄는 길임을 이제야 똑바로 보게 되었다. 자신은 이미 성웅이라는 거대한 굴레 속에 갇힌 죄수였고, 진희의 시간까지 갉아먹으며 이 위험한 도박을 이어가는 건 잔인한 짓이었다.그때, 엄마가 침대 끝에 털썩 앉으며 화제를 돌렸다."그리고 너, 정신 차려. 나 지금 이 집 아들들이랑 유산 소송 준비 중인 거 알지? 소송비도 적잖이 들고 시간도 꽤 걸릴 거야. 그럴 땐 네가 박 서방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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