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가자." 진수가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답했다. "그럼 내가 지하 슈퍼에서 필요한 거 사고 있을게. 뭐 살까?""음, 와인 몇 병이랑, 쌀 좀 사고." 수연이 손가락을 꼽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종갓집 김치랑 배추김치랑 물김치도 좀 사줘. 지난번에 가니까 김치가 하나도 없더라고.""알겠어. 또?""흑돼지 삼겹살 냉동 있으면 그것도 좀 사고, 차돌박이 구이용으로 큰 거 두 팩 정도? 라면도 몇 개 챙기고." 수연이 신이 난 목소리로 술술 읊었다. "규리 좋아하는 스트링치즈도 있으면 사줘.""오케이, 다 적었어." 진수가 낮게 웃으며 답했다. "내가 장 다 보고 있을 테니까, 자기 집 앞에 도착하면 전화해. 바로 내려갈게.""응! 이따 봐, 자기야."전화를 끊은 진수는 잠시 핸드폰 화면을 내려다보았다.진희가 학회에서 사라졌다는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에 걸렸다.진수는 고개를 저으며 그 생각을 밀어냈다. 별일 아니겠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재킷을 챙겨 입고, 지하 슈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집 안을 둘러보던 미래는 20년 전 진희의 부모님이 남긴 자취 속에서 그들의 따뜻한 생애를 마주하고 있었다. 곳곳에 스며든 최고급 자재들에서 그들이 이 집을 얼마나 소중히 다뤘는지 느껴졌다. 특히 거실뿐 아니라 방마다 정성스레 설치된 벽난로를 발견했을 때, 미래의 마음은 뭉클하게 일렁였다.'얼마나 서로를 깊이 아끼고 온기를 나누고 싶어 하셨던 분들일까.'그 지극한 사랑의 유산 덕분에 지금의 진희라는 사람이 그토록 다정하고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미래는 실감했다. 그녀는 거실 벽난로 앞에 멈춰 서서 나직이 중얼거렸다.'이 난로에 불이 붙을 만큼 차가운 계절이 올 때까지, 우리 계속 함께할 수 있을까.'함께 불꽃을 바라보며 나지막한 대화를 나누거나, 나란히 앉아 책장을 넘기는 장면을 상상했다. 미래가 그렇게 진희와 함께할 찬란한 미래를 꿈꾸고 있을 때, 현관문이 열리고 진희가 웃으며 들어왔다."우리 잘 먹는 아가씨, 샌
Última atualização : 2026-10-07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