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액이 잘 들어가자, 정례의 속은 바싹바싹 타들어 갔다. 하루빨리 진희를 이 집에서 내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정례는 슬며시 다가와 안절부절못하며 눈짓을 보냈다."원장님, 주사 다 놓으셨으면 이제 그만 가보셔요. 이래저래 고생이 많으시네요……."하지만 그 타는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성웅이 불쑥 나서며 가로막았다."아, 이모님. 잠깐만요."성웅은 서늘하고도 차분한 눈빛으로 진희를 향해 나직하게 말했다."유 원장님, 이 시간에 우리 미래 때문에 발걸음 하셨는데, 차 한잔 정도는 나누고 가시죠."단순한 예우가 아니었다. 아내를 바라보던 진희의 눈빛에서 스치듯 지나간 그 묘한 온기가, 성웅의 날카로운 직감에 걸렸던 것이다.진희는 순간 멈칫했으나, 이내 평정을 가장하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그러죠."성웅이 거실 소파로 자리를 권하자, 정례는 피가 바짝 마르는 심정으로 주방으로 뛰어갔다.'아이고, 미치겠네! 저 양반이 왜 저러는 거야……!'정례는 손을 덜덜 떨며 얼음을 꺼내 허겁지겁 시원한 녹차를 타서 거실 테이블 위로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차…… 시원한 녹차예요. 드세요, 원장님."성웅은 잔을 가볍게 들어 올리며, 부드럽지만 속을 파고드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우리 아내 아프다고 한걸음에 달려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평소에도 미래가 원장님 병원 다니면서 도움 많이 받는 것 같던데, 이렇게 사석에서까지 신세를 지네요."말로는 감사를 표하고 있었지만, 성공한 50대 사업가 특유의 관록 있는 눈매는 진희의 얼굴을 낱낱이 훑고 있었다. 상대가 어떤 생각을 숨기고 있는지 꿰뚫어 보려는, 무서울 만큼 집요한 시선이었다.마주 앉은 진희의 입가에 옅고 서늘한 미소가 스쳤다.차를 마시고 가라는 그 짧은 권유는, 겉보기엔 호의적인 예우였으나 진희에게는 분명한 선전포고로 다가왔다. 내 울타리 안에 함부로 발을 들인 남자가 누구인지 똑똑히 확인해 주마, 하는 무언의 압박이었다.하지만 진희는 당황하기는커녕, 오히려 속으로 서늘한 흥미를 느꼈다
Last Updated : 2026-10-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