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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화 — 악녀가 훔친 초대장

Author: POT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1 19:00:03

“이미 열세 곳이 위임장에 서명했습니다.”

해외 브랜드 담당자의 말과 함께 위조 초대장 사본이 도착했다. 내 이름으로 열린 간담회는 한 시간 뒤 시작될 예정이었다.

“행사장을 폐쇄할까요?”

“아뇨. 참석자부터 안전하게 확인해요. 서명 원본은 누구에게도 넘기지 못하게 하고요.”

장소는 해원 계열 호텔의 작은 연회장이었다. 현장 감사팀과 브랜드 법무대리인을 먼저 보내고, 나는 초대장 발급대장 원본을 들고 갔다.

입구에는 루미에르 문양이 찍힌 금색 안내판이 서 있었다. 윤세라는 내 이름 아래 ‘공동 주최자’라고 적힌 명찰을 달고 손님을 맞고 있었다.

행사 순서표의 내 영상 축사는 개장식 인터뷰를 잘라 붙인 것이었다.

“서 대표님이 왜 오셨어요?”

“제 간담회라면서요.”

세라가 잠시 굳었다가 웃었다.

“해외 브랜드들이 중재를 부탁했어요. 바쁘실 것 같아 대신 준비했죠.”

“제가 위임장도 부탁했습니까?”

“다들 태림을 걱정해서 자발적으로 가져온 거예요.”

탁자 위에는 의결권 위임장과 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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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이 버린 아내가 태림을 샀다   76화 — 악녀가 훔친 초대장

    “이미 열세 곳이 위임장에 서명했습니다.”해외 브랜드 담당자의 말과 함께 위조 초대장 사본이 도착했다. 내 이름으로 열린 간담회는 한 시간 뒤 시작될 예정이었다.“행사장을 폐쇄할까요?”“아뇨. 참석자부터 안전하게 확인해요. 서명 원본은 누구에게도 넘기지 못하게 하고요.”장소는 해원 계열 호텔의 작은 연회장이었다. 현장 감사팀과 브랜드 법무대리인을 먼저 보내고, 나는 초대장 발급대장 원본을 들고 갔다.입구에는 루미에르 문양이 찍힌 금색 안내판이 서 있었다. 윤세라는 내 이름 아래 ‘공동 주최자’라고 적힌 명찰을 달고 손님을 맞고 있었다.행사 순서표의 내 영상 축사는 개장식 인터뷰를 잘라 붙인 것이었다.“서 대표님이 왜 오셨어요?”“제 간담회라면서요.”세라가 잠시 굳었다가 웃었다.“해외 브랜드들이 중재를 부탁했어요. 바쁘실 것 같아 대신 준비했죠.”“제가 위임장도 부탁했습니까?”“다들 태림을 걱정해서 자발적으로 가져온 거예요.”탁자 위에는 의결권 위임장과 해원 공개매수 동의서가 한 묶음으로 놓여 있었다. 참석자들은 두 문서가 같은 절차인 줄 알았다고 했다.나는 행사를 멈추기 전에 마이크로 사실부터 밝혔다.“이 초대장은 태림이 발급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서명한 문서는 외부 법무인이 봉인하고, 각 회사가 돌려받을지 결정하게 하겠습니다.”“가짜라는 증거가 있습니까?” 세라가 끼어들었다.“일련번호 첫 자리부터 틀렸어요.”그녀가 가슴에 단 루미에르 브로치를 가리켰다.“공식 브로치도 받았어요. 번호가 같잖아요.”“그래서 둘 다 가짜예요.”루미에르 행사물 일련번호는 상품 이력 코드와 겹치지 않게 홀수로 끝났다. 초대장과 브로치에는 같은 짝수 번호가 복제돼 있었다.초대장 오른쪽 아래 나침반도 북쪽 바늘이 빠져 있었다. 어머니 원본을 따라 만든 공식 표식이라면 생길 수 없는 오류였다. 복사한 사람은 문양의 뜻도 발급 규칙도 몰랐다.내가 검증기에 브로치를 대자 화면에 ‘폐기된 샘플’이라고 떴다. 세라는 기계를 탓했지만 원본 발급대장은 처음

  • 당신이 버린 아내가 태림을 샀다   75화 — 반지보다 무거운 의결권

    “건우 도련님이 나서면 우리 표를 모을 수 있습니다.”태림 원로주주의 음성메시지는 건우를 아직 가문의 아들로 불렀다. 나를 위해 의결권을 모아 달라는 말 뒤에는 복귀를 보장하라는 조건이 붙었다.“저한테 온 연락 전부예요.”건우는 답을 보내기 전에 메시지와 통화 요청 목록을 내 화면에 공유했다.재무담당은 세 사람의 지분을 합치면 이 점 삼 퍼센트라고 했다.해원과의 예상 표 차이보다 컸다. 회의실 안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건우에게 모였다.“개별적으로 설득해 주실 수 있습니까?”“은채 씨와 역할부터 정하겠습니다.”“시간이 없습니다. 과거 인연을 활용하는 것뿐입니다.”내가 물었다.“무엇을 약속해야 표를 준답니까?”“이건우 씨의 경영 복귀와 태림가 우호 지분 보호입니다.”“둘 다 드릴 수 없는 약속이네요.”재무담당은 경영 복귀를 검토한다고만 말해도 된다고 했다. 실제 결정은 주총 뒤에 바꿀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건우가 먼저 고개를 저었다.“받을 수 없는 대가를 흘려서 표를 얻지 않겠습니다.”“그러다 회사가 넘어가면 책임지실 겁니까?”“제가 책임질 수 없는 회사라서 더 약속하지 않는 겁니다.”나는 원로주주들에게 같은 답을 보냈다. 건우 개인과 비공개로 거래하지 않으며, 태림의 사업 계획을 듣고 싶다면 모든 주주에게 열린 설명회에 오라고 했다.독립위원회에는 건우의 발표 범위와 이해관계를 먼저 신고했다. 자료 선택은 직원위원이 맡고, 참석 주주의 명단은 건우에게 주지 않았다. 설명회 뒤 개별 연락을 하지 않는다는 확인도 받았다.우리가 지키려는 경계는 건우를 의심해서 세운 벌이 아니었다. 다시 가까워졌다는 이유로 회사의 문까지 열리지 않게 하는 난간이었다.“건우 씨가 설명회는 맡아 줄 수 있어요?”“어느 범위까지 말하면 될까?”“과거 구조조정과 협력사 현황만요. 의결권 요청은 하지 말고, 내 연인 자격도 내세우지 마세요.”건우는 센터 자료도 동의받은 것만 쓰겠다고 했다.“발표문은 독립위원회 검토를 받아요.”“그렇게 하자.”그가

  • 당신이 버린 아내가 태림을 샀다   74화 — 어머니의 적은 한 명이 아니었다

    “이 장부만 보면 최명희가 주범이고 윤태성은 매수인입니다.”수사관의 설명에 나는 첫 장을 다시 봤다. 어머니에게 누명을 씌운 날짜 옆에는 최명희의 결재표시만 있었다.“장물인 줄 몰랐다는 주장도 가능합니까?”“해원은 이미 그렇게 답했습니다.”감정을 마친 장부는 열람용 사본으로 제공됐다. 현금 지급, 가짜 납품전표, 화재 뒤 자료 폐기 비용이 날짜별로 적혀 있었다.종이와 잉크는 모두 십칠 년 전 생산분으로 확인됐다. 장부에 적힌 송장번호 다섯 개는 태림 보관 서버의 원본과 순서까지 맞았다.최명희는 서지안의 원가 계정에 비자금을 섞고, 책임 확인서에 복제 서명을 붙였다. 누명을 설계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흐리지 않았다.그러나 장부 뒷면의 작은 부속표에는 윤태성 비서실 문서번호가 반복됐다.“이 항목을 확대해 주세요.”‘원권리자 이의 제기 시 추가 보상.’나는 그 문장을 소리 내 읽었다.“권리자가 따로 있다는 걸 알았다는 뜻 아닌가요?”재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최소한 분쟁 가능성을 인식한 계약이야. 다음 줄도 봐.”다음 지급 조건은 더 노골적이었다. 원설계 노트 두 장과 고객 수선 이력 원본을 넘긴 뒤 잔금을 지급한다고 돼 있었다.“해원은 특허 아이디어만 산 게 아니군요.”“고객 데이터까지 샀어. 오리진 패스 초기 가입자를 단숨에 확보한 이유가 이거야.”“개인정보 침해도 별건으로 분리해 주세요.”담당 검사가 내 요청을 막았다.“혐의 구성은 수사팀이 합니다. 서 대표님은 피해 자료를 제출해 주십시오.”“알겠습니다. 대신 서지안 사건과 고객 피해를 한 금액으로 합의하지 않겠다는 의견서를 내겠습니다.”나는 수사 방향을 명령할 자리에 있지 않았다. 다만 서로 다른 피해자가 한 사람의 협상 카드로 묶이지 않게 기록할 수는 있었다.감사팀 벽에는 책임표를 두 칸으로 나눠 붙였다. 최명희 칸에는 허위 계정, 복제 서명, 방화 책임 전가가 놓였다. 윤태성 칸에는 악의 취득, 고객정보 사용, 증거 폐기 대금이 놓였다. 가운데 겹치는 칸에만 이면계약

  • 당신이 버린 아내가 태림을 샀다   73화 — 최명희가 보낸 열쇠

    “최명희 씨가 직접 만나면 보관 장소를 말하겠답니다.”법률대리인의 첫 문장은 열쇠보다 조건을 앞세웠다. 선처 의견서와 비공개 면담을 요구한다는 공문도 함께 들어 있었다.“만나지 않겠습니다.”나는 증거 가방에서 손을 뗐다. 비서에게 봉인 번호부터 촬영하게 하고 감사위원을 불렀다.대리인이 전화기 너머로 재촉했다.“서 대표님 어머니 사건을 완전히 밝힐 기회입니다.”“그래서 개인 거래로 만들지 않겠다는 겁니다.”“의뢰인은 이미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형량은 제가 돌려줄 수 있는 재산이 아닙니다.”“그럼 열쇠도 쓸 수 없습니다. 거래번호 뒤 네 자리는 의뢰인만 압니다.”“수사기관에 같은 말을 하세요.”통화를 끝내자 재하가 가방 주위에 증거 보전 테이프를 붙였다.“저쪽이 일부러 출처를 흐렸을 수 있어.”“우리가 열어 보면 오히려 덫이 되겠죠.”“압수 절차를 밟는 게 안전해. 오늘 안으로 담당 검사에게 인계하자.”나는 열쇠와 거래번호를 회사 자산처럼 확인하지 않았다. 어머니 사건의 피해자라는 이유로 증거 관리 권한까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건우는 가방을 보자 얼굴이 굳었다.“어머니가 보낸 게 맞아?”“대리인 공문은 확인했어요.”“내가 아는 번호인지 봐야 할까?”“아뇨. 당신도 원본을 만지지 않는 게 좋아요.”“알겠어. 필요하면 가족관계와 과거 금고 위치만 진술하겠습니다.”그는 열쇠를 가져가거나 어머니를 설득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내게 면담을 받아 달라고도 하지 않았다.“당신은 만나고 싶어요?” 내가 물었다.“아니. 만나지 않겠다는 당신 결정을 바꿀 생각도 없어.”“선처를 바라고 준 증거예요.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그게 맞아. 어머니가 한 일의 목적까지 바꿔 줄 필요는 없으니까.”수사관 두 명과 디지털 증거 담당자가 도착했다. 봉인을 뜯기 전부터 영상 기록이 시작됐다.“임의제출자로 서 대표님 이름을 적겠습니다.”“실제 제출자는 최명희 씨 대리인입니다. 저는 전달 경로에만 넣어 주세요.”“선처 의사를 밝히

  • 당신이 버린 아내가 태림을 샀다   72화 — 나를 떠나야 산다는 거짓말

    “이건우 씨가 떠나면 표 차이를 뒤집을 수 있습니다.”홍보 자문단은 은채에게 보낸 제안서와 다른 문서를 내 앞에 놓았다. 내 입으로 관계 종료를 발표하면 소송과 주가가 진정된다는 계산이었다.“서 대표에게는 어디까지 말했습니까?”“경영상 결별이 필요하다고만 보고했습니다.”나는 문서를 덮지 않았다. 마지막 장까지 읽고 사본 제공을 요구했다.“이 자료를 은채 씨에게 그대로 보내겠습니다.”자문단장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먼저 결단하시는 편이 서 대표님 부담을 줄입니다.”“그 사람을 빼고 정한 결단이 어떻게 그 사람 부담을 줄입니까?”“대표님은 관계를 지키겠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건우 씨가 악역을 맡으면 됩니다.”예전의 나라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을지도 몰랐다. 내가 떠나면 은채가 산다는 문장은 희생처럼 들렸고, 희생은 질문하지 않아도 되는 좋은 핑계였다.나는 이미 보호라는 이름으로 은채를 프로젝트에서 밀어냈고, 회사를 살린다며 이혼 서류까지 내밀었다. 그때마다 결과를 감당하는 사람은 은채였는데 결정한 사람은 나였다. 이번에 조용히 사라지면 모양만 달라질 뿐 같은 선택이었다.하지만 은채는 내가 기차표를 혼자 끊었던 날 분명히 말했다. 떠나 달라고 한 적부터 물으라고.“악역도 당사자 동의 없이 맡지 않겠습니다.”“공개매수 마감이 내일입니다.”“그러니까 지금 공유하죠.”나는 회의록과 분석표, 내게만 제시한 발표문을 은채와 재하에게 동시에 보냈다. 통화 버튼을 누르기 전에도 메시지로 물었다.자료를 보내는 순간 내가 원하는 결론은 쓰지 않았다. 남겠다는 선언도, 헤어질 수 없다는 호소도 붙이지 않았다. 함께 정하자는 말이 정말 질문이 되려면 거절할 자리까지 비워 둬야 했다.‘직접 만나서 선택지를 같이 정하고 싶어. 지금 가도 될까?’답은 곧 왔다.‘회의실로 와요. 자문단도 다시 부를게요.’은채는 혼자 있지 않았다. 기록 담당자와 직원주식신탁 위원장이 옆에 앉아 있었다.“내게 온 제안서에는 건우 씨가 스스로 물러나는 안으로 적혀

  • 당신이 버린 아내가 태림을 샀다   71화 — 팔지 않는 직원들

    “대표님이 들어오시면 투표를 연기하겠습니다.”직원주식신탁 위원장은 회의실 문을 막았다. 해원의 공개매수 마감은 이틀 뒤였고, 나는 직원 지분을 팔지 말라고 설득하러 왔다는 항의를 받고 있었다.“설득하러 온 게 아닙니다.”“대표님 얼굴 앞에서 팔겠다고 누를 직원은 없습니다.”그 말이 맞았다. 나는 가지고 온 자료 봉투만 위원장에게 건넸다.“해원 제안서 원문과 우리 현금흐름표입니다. 찬반 의견은 빼 달라고 법무 확인도 받았어요.”“그럼 설명은 누가 합니까?”“양쪽이 같은 시간 동안 하되 저는 빠지겠습니다.”“결과가 경영권을 바꿔도요?”“그래도 여러분 주식입니다.”나는 투표장 밖 구내 카페로 내려갔다. 직원들이 지나가다 나를 보고 말을 멈췄다. 누구도 어느 표를 눌렀는지 묻지 않았다.투표 링크는 외부 노무법인 서버에서만 열렸다. 사번 대신 일회용 번호를 썼고, 임원과 부서장은 참여 독려 메시지를 보내지 못하게 했다. 내 비서실에도 중간 집계가 공유되지 않았다.해원은 주당 삼십이 퍼센트의 프리미엄과 삼 년 고용 보장을 내걸었다. 태림이 당장 줄 수 없는 현금이었다.반면 내 자료에는 가처분이 길어질 경우 성과급 지연과 사업 축소 가능성까지 적혀 있었다. 안전한 쪽을 고르라고 말하기 어려운 표였다.해원의 보장문은 첫 장만 보면 단단했다. 세 번째 부속서에는 물류 통합, 점포 재배치, 외주 전환을 고용 보장의 예외로 뒀다. 직접 해고하지 않고도 사람을 밀어낼 수 있는 문장이었다.우리 계획은 더 초라해 보였다. 국내 판매 전환 비율과 확보한 운전자금, 버틸 수 있는 달 수를 적었다.한 시간 뒤 위원장이 다시 내려왔다.“해원 쪽 설명이 끝났습니다. 대표님께 사실 확인 질문만 받겠습니다.”“기록 담당자를 동석시켜 주세요.”투표장 앞에는 열두 명의 직원대표가 앉아 있었다. 화면에는 해원의 고용 보장 조항이 확대돼 있었다.“여기 ‘통합 뒤 중복 기능은 제외한다’고 돼 있습니다. 우리 중 누가 중복입니까?”“해원에 물어야 할 질문입니다.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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