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송유지는 거울 앞에 서서 귀걸이를 한 번 만졌다.평소보다 조금 신경 쓴 옷차림이었다.너무 꾸민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나온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정도.현민을 만나는 날이었다.유지는 가방을 들다가 휴대전화를 확인했다.아무 연락도 없었다.채도하에게서도.당연했다.어제 자신이 말했다.헷갈리니까 그런 말 하지 말라고.도하는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잘 만나고 오라고까지 했으니까.유지는 휴대전화를 가방 안에 넣었다.“오늘은 진짜 신경 쓰지 말자.”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약속 장소에는 강현민이 먼저 와 있었다.유지를 발견한 현민이 웃었다.“오늘은 제가 먼저 왔네요.”“많이 기다렸어요?”“아니요. 한 오 분?”“그럼 다행이고요.”현민은 자연스럽게 레스토랑 문을 열어줬다.유지는 안으로 들어가며 가볍게 웃었다.편했다.현민과 있으면 어렵지 않았다.무슨 말을 해야 할지 오래 고민하지 않아도 됐고, 상대의 표정을 하나하나 읽으려고 애쓸 필요도 없었다.그게 좋은 점이었다.“지난번에 파스타 좋아한다고 했죠?”“기억했어요?”“그 정도는 기억하죠.”유지는 순간 멈칫했다.기억.별것 아닌 단어인데 또 다른 사람이 떠올랐다.—오늘은 약속 없다고 했잖아.—그걸 기억해요?—기억나니까.유지는 바로 생각을 끊었다.“유지 씨?”“네?”“뭐 드실래요?”“아, 저는 이거요.”유지는 메뉴판을 가리켰다.현민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식사는 편안하게 이어졌다.현민은 회사 이야기를 했고, 유지는 적당히 웃었다.가끔 유리 얘기가 떠오를 때도 있었지만, 굳이 꺼내지 않았다.오늘만큼은 다른 생각을 하고 싶었다.“요즘 좀 괜찮아 보여요.”현민이 말했다.“제가요?”“처음 봤을 때는 계속 어딘가 신경 쓰는 얼굴이었거든요.”유지가 웃음을 멈췄다.“그랬어요?”“네.”현민이 물잔을 내려놓았다.“누구 기다리는 사람처럼.”유지의 손끝이 미세하게 굳었다.똑같은 말을 나현에게도
최신 업데이트 : 2026-09-07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