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마지막 주에는 매장보다 창고가 더 바빴다.팔 수 있는 상품, 본사로 돌려보낼 상품, 흠집이 나 할인할 상품을 나누자 바닥에 색 테이프 선이 생겼다. 서연은 수진과 한 줄씩 재고를 확인했다.“빨래 바구니 회색, 12개.”“11개인데요.”“전산은 12개야.”세 사람은 진열장 아래와 상담 책상 뒤까지 찾았다. 빠진 1개는 고객에게 교환용 새 상품을 내주면서 출고 등록을 빠뜨린 것이었다. 수진이 기록을 찾아내자 서연은 전산 수량을 고쳤다.“제가 처음 접수했네요.”수진이 입술을 깨물었다.“지금 찾았으면 됐어요. 다음 매장에서는 교환 출고 확인도 먼저 넣고.”“다음 매장도 있어요?”본사는 시험매장을 상설점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같은 자리에 계속 둘지, 수도권 외곽으로 옮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미경은 서연에게 본사로 돌아와 운영 매뉴얼을 만들자고 했다.“팀장님은 서울 가면 다시 안 와요?”“와야 하면 오죠. 그런데 여기서 계속 일하는 건 아니에요.”수진은 아쉬운 얼굴로 재고표를 접었다. 서연은 대신 자기 업무를 모두 넘길 수 있는 인수인계 파일을 보여 주었다. 직원 연락망, 건물주 번호, 반품이 잦은 상품, 상담 예약표. 누군가 혼자 알아야 굴러가는 가게로 남기고 싶지 않았다.마지막 영업일 오후에는 단골 손님 몇 명이 인사하러 왔다. 작은 화분을 준 사람도 있었다. 서연은 손님들이 돈을 들여 선물을 사 오는 것은 사양했지만, 손님이 집에서 나눠 심었다는 다육이는 끝내 거절하지 못했다.저녁 7시, 마지막 손님이 나간 뒤 유리문에 영업 종료 안내를 붙였다.수진은 계산대 밑에서 종이 케이크 상자를 꺼냈다. 새로 들어온 직원이 숫자 초 대신 작은 집 모양 초를 꽂았다.“가게 잘 지키고 서울 가라는 뜻이에요.”“불날 것 같은 집인데.”“그러니까 빨리 끄세요.”세 사람은 웃으며 촛불을 껐다. 서연은 케이크를 나누고 마지막 정산을 마쳤다. 직원들이 먼저 나간 뒤 혼자 불을 끄고 열쇠를 두 번 확인했다.***숙소에는 정리한
Last Updated : 2026-10-2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