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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나 어떡하지 형부가...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71 - チャプター 80

140 チャプター

제71화. 이번에는 내가 간다

“한서연 씨, 현금 시재 맞아요.”직원이 계산표를 내밀었다. 오후 7시 15분이었다.서연은 카드 전표 묶음과 반품 상품 수량을 다시 확인했다. 오늘 책임자는 자신이었다. 마음이 급하다고 마감 절차를 건너뛸 수는 없었다.“창고 문 잠그고 사진 남겨 주세요. 제가 매출 보고 올릴게요.”“팀장님 먼저 들어가시게요?”“급히 볼 사람이 있어서요.”말하고 나니 가슴이 더 빨리 뛰었다. 아직 태주에게 오겠다고 알리지 않았다. 그가 어느 출입구에 있는지도 몰랐다. 아는 것은 오후 8시 30분 서울행 열차뿐이었다.서연은 사무실 컴퓨터로 매출 보고서를 전송했다. 천 리본 남은 수량과 내일 입고 예정표도 직원에게 넘겼다. 7시 27분, 마지막 확인란에 자기 이름을 적고 행사장을 나왔다.택시를 부르려는데 퇴근 차량이 몰려 배차가 잡히지 않았다. 서연은 큰길까지 뛰면서 민아에게 전화를 걸었다.“나 그 사람 만나지 말라고 했거든.”“갑자기 무슨 소리야?”“오늘 대전에 일하러 왔어. 잠깐 보자는데 내가 거절했어. 지금 역에 있을 거야.”“근데 왜 뛰어?”서연은 숨을 몰아쉬며 횡단보도 앞에 섰다.“안 오니까.”안 온 사람이 민아의 말보다 먼저 숨이 찼다. 찬 숨을 택시 안에서 골랐다.민아가 어이없다는 듯 숨을 내뱉었다.“오지 말라며.”“알아.”“네 말 들은 사람을 왜 안 왔다고 미워해?”“미워하는 거 아니야.”“그러면 네가 가. 보고 싶으면 네 발로 가서 말해. 그 사람더러 또 네 마음 알아맞히라고 벌주지 말고.”신호가 바뀌었다. 서연은 길을 건너며 손을 들었고 마침 빈 택시 한 대가 멈췄다.“대전역이요. 기사님, 8시 30분 기차가 있어서요.”차에 올라탄 뒤 민아에게 말했다.“끊을게.”“서연아.”“응.”“뛰다가 넘어지지 마. 그리고 만나도 오늘 당장 답 다 내려고 하지 말고.”“알았어.”택시는 저녁 차량 사이를 천천히 빠져나갔다. 예상 도착 시각은 7시 53분이었다. 늦지는 않았다. 그런데 태주가 일찍 승강장 입구 안으로 들어가면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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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돌아가서 할 이야기

태주는 서연의 젖은 이마와 풀린 운동화 끈을 차례로 봤다.“뛰어왔어?”“조금요.”“뒤꿈치 다 나았구나.”“그걸 어떻게 알아요?”“일요일 화면에서 안 절뚝였으니까.”태주의 대답에 서연은 웃지도 못했다. 연락하지 않는 동안에도 그는 보고 있었다. 자기도 화면 구석의 목소리 하나를 기다렸다.승강장 입구에서 다시 안내 방송이 나왔다. 태주의 팀원 둘이 눈치를 보며 앞쪽에 서 있었다.“부장님, 저희 먼저 내려가겠습니다.”“그래요. 자리에서 봅시다.”두 사람이 승강장으로 내려갔다. 서연은 그제야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지 실감했다.“기차 놓치면 안 돼요.”“알아.”“그런데 할 말은 있어요.”태주는 대합실 벽 쪽으로 한 걸음 옮겼다. 오가는 사람을 피할 정도의 거리였다. 서연에게 가까이 다가오거나 손을 잡지는 않았다.“들을게.”서연은 매장에서부터 되뇌던 문장을 찾았다.“만나기 싫어서 거절한 거 아니에요.”“그럴 거라고 생각했어.”“그럼 왜 그냥 갔어요?”말이 튀어나오자 서연은 입을 다물었다. 조금 전 민아에게 지적받은 마음이었다.태주는 화내지 않았다.“네가 만나지 말라고 했으니까.”“알아요. 그게 맞아요.”“네가 싫다고 말했는데 내가 그 뒤에 숨은 뜻까지 골라 들으면, 앞으로 네 말을 어떻게 믿어.”서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태주가 자신을 놓아버린 것이 아니었다. 자기 말을 말 그대로 존중한 것이었다.“미안해요.”“온 걸 사과하는 거야?”“아니요. 오지 않은 형부를 서운해한 거.”호칭이 다시 돌아왔다. 조금 전 이름을 불렀던 입으로 또 형부라고 부르자 가슴이 아팠다.“나도 오길 바랐어.”태주가 말했다.“그렇다고 내가 기다리니까 오라고 할 수는 없었어. 네가 안 온다고 했잖아.”서연은 코트 주머니 안에서 주먹을 폈다. 잡고 싶었던 것은 태주의 손이 아니라 그 문장이었다.“우리 3월까지 아무 연락도 안 하고 버티면 마음이 정리될 줄 알았어요.”“정리됐어?”“더 분명해졌어요.”“나도.”두 글자가 무겁게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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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돌아가는 날

대전역에서 돌아온 뒤에도 서연은 태주에게 연락하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 매장 문을 열기 전에 휴대전화 달력을 확인했다. 2월 28일에는 팝업 종료, 3월 1일에는 ‘태주 씨 만나기’가 적혀 있었다.두 일정 사이에 다른 말은 없었다.***2월 14일 일요일, 봄이의 늦은 생일 축하가 가족 영상 통화로 이어졌다. 11일에는 태주가 출장에서 늦게 돌아와 둘이 미역국과 작은 케이크만 먹었고, 주말에 양가 할머니가 집으로 왔다.화면 속 봄이는 머리에 종이 왕관을 쓰고 있었다.“이모, 나 이제 일곱 살이야.”“이제 만으로도 일곱 살이지.”“그러니까. 나 이제 초등학생이야.”“아직 입학도 안 했는데 벌써?”“가방 샀으니까 반은 초등학생이야.”봄이는 새 실내화 주머니와 색연필을 화면에 하나씩 보여 줬다. 태주는 케이크를 자르느라 얼굴을 거의 비추지 않았다. 서연도 그를 찾지 않고 아이가 받은 선물만 물었다.“이모 선물은 서울 가서 사 줄게. 갖고 싶은 거 생각해 둬.”“같이 문구점 가는 거.”“물건 말고?”“그게 선물이야.”서연은 입학 뒤 첫 주 일정을 떠올렸다. 봄이와 문구점에 갈 시간은 따로 낼 수 있었다. 아이는 물건 이름을 대는 대신 서연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입학하고 시간 맞춰 보자.”“아빠도?”“아빠가 데려다주고, 이모랑 둘이 고르자.”봄이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는 셋이 함께 가자고 조르지 않았다. 태주 역시 뒤에서 아무 말도 보태지 않았다.통화가 끝난 뒤 서연은 다시 매장으로 돌아갔다. 밸런타인데이 판촉은 예상보다 오래 갔고, ‘둘이 쓰는 세트’는 자매와 부부, 부모와 자녀 손님에게 골고루 팔렸다.마지막 두 주에는 반품보다 배송 문의가 많았다. 서연은 현지 직원들에게 본사 출고 번호 확인법과 행사 종료 뒤 고객 응대 창구를 따로 적어 줬다.“저희는 28일에 철수하지만 배송 사고는 그다음에도 생겨요. 이 번호로 바로 넘기지 말고 주문자 이름부터 확인해 주세요.”직원 1명이 수첩에 받아 적다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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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우리 둘의 규칙

카페 유리문 너머로 태주가 보였다.창가가 아닌 안쪽 자리였다. 탁자 위에는 물 두 잔과 아직 손대지 않은 커피가 놓여 있었다. 서연이 들어가자 태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다시 앉았다.“짐은?”“원룸에 두고 왔어요.”“보일러는 괜찮아?”“켜지던데요. 한 달 비웠다고 고장 나면 집주인한테 따져야죠.”평소 같은 대화가 먼저 나왔다. 서연은 코트를 벗어 옆 의자에 놓았다.“이러다 또 밥 먹었냐는 얘기만 하다 끝나요.”“그럼 네가 먼저 해.”“형부가 장소 정했잖아요.”“장소만.”태주의 말에 서연은 물잔을 만졌다. 대전역에서는 시간이 없어서 용감할 수 있었다. 지금은 2시간 넘게 남았고, 피할 핑계가 없었다.“우리 만나 봐요.”말하고 나니 목소리가 생각보다 또렷했다.태주는 곧바로 웃거나 손을 뻗지 않았다.“어떤 뜻인지 물어도 돼?”“좋아한다고 말만 해 놓고 계속 도망치는 건 그만하자는 뜻이에요. 그렇다고 당장 봄이한테 말하거나 가족처럼 살자는 건 아니고.”“나도 그건 원하지 않아.”“정말요?”“내가 봄이를 챙기는 건 지금처럼 할 거야. 너 들어오라고 하거나 엄마 노릇 해 달라는 말 안 해.”서연은 그 말을 듣고서야 굳었던 어깨를 풀었다.“나는 봄이 이모예요. 우리가 어떻게 되든 그건 안 바뀌었으면 좋겠어요.”“안 바뀌게 할게.”“형부가 해 주는 게 아니에요. 나랑 봄이가 지키는 거예요.”태주가 잠깐 멈췄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너희 둘 사이에 내가 끼어들 일 아니지.”서연은 가방에서 작은 수첩을 꺼냈다. 기차 안에서 정리한 말들이 적혀 있었다.“써 왔어?”“안 그러면 또 형부 얼굴 보다가 잊을 것 같아서.”“뭘?”“화내야 할 거.”태주의 입가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첫 번째는 각자 집을 유지하는 일이었다. 서연은 원룸을 없애지 않고 804호에 다시 들어가지 않는다. 두 번째는 봄이의 등하원이나 가족 일정을 둘만의 만남 구실로 삼지 않는다. 세 번째는 서희의 물건과 사진이 있는 집에서 다시는 연인처럼 행동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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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처음 하는 연애처럼

3월 2일 아침, 태주는 봄이의 이름표를 세 번 확인했다.노란 실내화 주머니, 물통, 알림장 파일. 전날 밤 현관에 늘어놓은 물건을 다시 가방에 넣자 봄이가 팔짱을 꼈다.“아빠, 나 학교 가는 거 맞아. 이사 가는 거 아니야.”“빠뜨리면 다시 와야 하잖아.”“학교에 연필도 있어.”“네 이름 적힌 건 없지.”태주는 입학식 안내문을 접어 코트 안주머니에 넣었다. 정숙과 명자는 교문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서연은 출근해야 했고, 봄이도 이모가 일 때문에 못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사진 많이 찍어.”“아빠가?”“응. 이모 보여 줘야지.”“가족 방에 올릴 거야.”태주의 대답에 봄이는 별다른 의심 없이 가방을 멨다.입학식이 끝난 뒤 태주는 담임에게 돌봄교실과 하원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등록 돌봄 뒤 태주가 데리러 오고, 현장 일정이 있는 금요일은 명자가 맡는다. 다른 사람이 오는 날에는 아침에 담임과 돌봄교실에 모두 알린다.“아빠 늦으면 나는?”“교실에서 선생님하고 기다려. 아는 사람 보여도 혼자 나가면 안 돼.”“할머니도?”“아빠가 오늘 할머니 온다고 말한 날만.”봄이는 귀찮다는 얼굴로 두 번 따라 말했다.“혼자 안 나가기. 선생님한테 먼저 말하기.”서연은 점심시간에 가족 대화방 사진을 봤다. 봄이의 가방은 몸집의 절반만 했고, 정숙과 명자는 교문 양쪽에서 서로 자기 쪽을 보라며 손짓하고 있었다.‘우리 반 창문에서 운동장 보여.’봄이가 태주의 휴대전화로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서연은 웃는 얼굴과 ‘학교 끝나고 이야기해 줘’라고 답했다.태주에게는 별도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아이의 입학을 둘의 연애 첫날처럼 나누고 싶지 않았다.그 주 내내 서연은 대전 팝업 정산에 매달렸다. 배송 완료로 표시된 주문 두 건이 실제로는 경비실에 잘못 맡겨졌고, 파손 받침 폐기 수량도 본사 입고표와 하나 달랐다. 금요일 오후에야 최종 금액이 맞았다.미경이 승인 도장을 찍으며 말했다.“고생했다. 다음 분기 행사도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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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아이가 사라진 스무 분

입학 둘째 주 수요일, 돌봄교실 바닥 청소 때문에 아이들은 하루 동안 도서실을 썼다.태주는 아침에 알림을 확인하고 봄이에게 말했다.“오늘은 도서실에서 기다리는 거야. 아빠가 5시 30분 전에 갈게.”“도서실 알아. 어제 책 빌렸어.”“선생님하고 같이 움직여.”봄이는 식빵 끝을 베어 물며 고개를 끄덕였다.오후 5시 20분, 태주는 평소보다 10분 일찍 학교 정문에 도착했다. 돌봄교실 표찰을 든 보조교사가 아이 둘을 보호자에게 인계하고 있었다.“강봄 데리러 왔습니다.”교사는 명단을 내려다봤다.“잠시만요. 도서실에 있을 거예요.”무전으로 이름을 확인하는 동안 태주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봄이에게 개인 전화는 없었다. 도서실 안쪽을 확인한 교사가 빠른 걸음으로 돌아왔다.“강봄 학생이 안 보이는데요.”“무슨 말씀이세요?”“조금 전까지 책상에 있었다고 합니다. 화장실부터 다시 보겠습니다.”태주는 정문 안으로 들어갔다. 도서실, 여자 화장실, 급식실 앞 복도를 교사들이 나눠 확인했다. 봄이의 노란 실내화 주머니는 도서실 의자에 걸려 있었고, 가방은 없었다.“누가 데려갔습니까?”“오늘 인계 명단에는 아직 표시가 없습니다.”담당 교사의 얼굴이 굳었다.“정문 쪽 아이들이 한꺼번에 나올 때 따라갔을 수도 있어요. 바로 확인하겠습니다.”태주는 명자에게 전화했다.“어머니, 오늘 봄이를 데리러 오셨어요?”“아니. 오늘 네가 가는 날이잖아.”“알겠습니다. 집에 계세요. 봄이한테서 연락 오면 바로 저한테 주세요.”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끝까지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학교는 출입구 영상을 확인했고, 태주는 곧바로 경찰에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고 알렸다. 봄이의 옷차림과 가방 색, 마지막으로 확인된 시간을 말하는데 자기 입에서 나온 단어들이 남의 아이 설명처럼 들렸다.회색 점퍼, 청바지, 보라색 운동화. 노란 이름표가 달린 연보라색 가방.정문 화면에 봄이가 잡혔다. 오후 5시 12분, 다른 반 아이들 뒤를 따라 혼자 밖으로 나갔다. 누군가 손을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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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무사히 돌아온 다음

집에 들어온 뒤 봄이는 신발도 벗지 않고 현관에 앉았다.태주는 아이 앞에 쪼그려 앉아 운동화 끈을 풀었다.“씻고 밥 먹자.”“배 안 고파.”“아빠도 안 고픈데 조금은 먹을 거야.”냉장고에는 전날 끓인 된장국이 있었다. 태주는 밥을 반 공기씩만 퍼서 식탁에 놓았다. 봄이는 숟가락을 들지 않고 현관 쪽을 자꾸 봤다.“아빠.”“응.”“편의점 아줌마가 문 닫고 가면 나 혼자였어?”“아줌마가 혼자 안 두려고 가게 안에 데리고 있었잖아.”“아빠가 못 찾았으면?”태주는 쉽게 괜찮다고 말하지 않았다.“학교 선생님이랑 경찰 아저씨들이 계속 찾았을 거야. 할머니들도, 아빠도 멈추지 않았을 거고.”“이모도?”“알게 되면 찾았겠지. 그런데 그 전에 아빠가 찾았어.”봄이는 그제야 국에 밥을 조금 말았다.“내일 학교 안 갈래.”“무서워서?”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아침에 아빠랑 도서실이랑 돌봄교실 다시 보자. 그래도 못 들어가겠으면 선생님한테 같이 말하고.”“아빠 회사는?”“오전 늦게 간다고 했어.”태주는 아이에게 약속하고 나서 회사에 연락한 것이 아니었다. 주차장에서 이미 팀장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다음 날 오전 반차를 썼다.밤에는 봄이가 두 번이나 거실로 나왔다. 태주는 부부방 문을 열어 둔 채 아이 방 바닥에 이불을 깔았다. 봄이가 잠든 뒤에도 가슴이 오르내리는지 몇 번이나 확인했다.서연에게서는 개인 메시지가 오지 않았다. 가족 대화방에도 더 묻지 않았다. 태주가 아이와 있어야 할 밤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다음 날 아침, 태주는 봄이와 학교 정문부터 걸었다. 도서실 출입구, 화장실, 원래 돌봄교실을 차례로 확인했다. 담임과 돌봄 담당자는 봄이의 눈높이에 맞춰 사과했다.“어제 선생님도 봄이가 뒤에 있는지 끝까지 확인했어야 했어.”봄이는 태주의 손을 잡고 대답했다.“나도 말 안 하고 나갔어요.”“오늘부터는 서로 확인하자. 아빠 올 때까지 이 카드 들고 여기서 기다리는 거야.”학교는 보호자 이름과 아이 이름이 적힌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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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오늘은 들어와요

봄이가 다시 학교에 다닌 지 열흘이 지났다.아침마다 태주는 현관 앞에서 인계 카드를 확인했고, 봄이는 하교할 때까지 가방 안쪽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임시 돌봄교실을 쓰는 날에는 교사가 아이를 도서실 문 안에서 보호자에게 넘겼다. 첫 며칠은 봄이가 태주의 손을 세게 잡았지만, 둘째 주가 되자 운동장에서 친구와 약속을 정하느라 아빠를 기다리게 했다.서연은 그 변화를 가족 대화방으로만 지켜봤다. 하굣길 사진이 올라오면 하트 하나를 누르고, 밤마다 안부를 묻지는 않았다. 봄이의 일상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 이모의 불안까지 보탤 필요는 없었다.3월 셋째 토요일에는 달력에 한 달 전부터 적혀 있던 일정이 있었다.‘할머니 집에서 자는 날.’명자가 새 학기 전에 잡아 둔 약속이었다. 저녁에는 봄이가 좋아하는 갈비를 굽고, 다음 날 아침 시장에서 운동화도 사 주기로 했다. 태주는 금요일 밤에 명자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약속이 그대로인지 확인했다.“괜히 너희 편하라고 데려가는 거 아니다. 내가 봄이랑 약속한 거야.”“알아요. 취소하고 싶으시면 언제든 말씀하세요.”“봄이가 벌써 가방까지 쌌다. 늦잠이나 자.”그 통화를 전해 들은 서연은 잠깐 망설이다 태주에게 말했다.“그날 우리 집에서 밥 먹을래요?”태주가 대답하기까지 한 박자가 걸렸다.“들어가도 돼?”“내가 부르는 거예요.”***토요일 오후, 태주는 봄이를 명자에게 데려다주고도 곧장 서연의 원룸으로 오지 않았다. 아이가 할머니 집에 들어간 뒤 1시간쯤 지나 명자에게 전화해 저녁을 잘 먹는지 확인했고, 봄이와도 직접 통화했다. 봄이는 고기를 뒤집어야 한다며 먼저 전화를 끊었다.서연과 태주는 동네 마트에서 만났다.“뭘 먹고 싶어요?”“네가 자주 먹는 거.”“그러면 달걀밥인데.”“그거 먹자.”“처음 초대받고 너무 눈치 없는 메뉴 아닌가.”“처음이라 네가 평소에 먹는 게 궁금한 건데.”서연은 대파 한 단과 두부, 작은 돼지고기 팩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태주는 큰 장바구니를 들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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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아침이 오기 전에

현관문이 닫히자 빗소리가 더 또렷해졌다.태주는 서연의 손을 잡은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낮은 상에는 치우지 못한 물컵이 남았고, 좁은 주방에서는 두부찌개 냄새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 둘 다 쉽게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다.“왜 가만히 있어요?”“마지막으로 물어보려고.”“아까 물었잖아요.”“대답이 바뀌어도 되니까.”서연은 그의 손을 놓고 창문을 조금 닫았다. 빗물이 방충망에 부딪혀 책상 모서리까지 튀고 있었다. 평소 혼자 하던 동작인데 등 뒤의 기척 때문에 손끝이 자꾸 느려졌다.“안 바뀌었어요.”“서연아.”“형부도 싫으면 가도 돼요.”태주가 짧게 숨을 내쉬었다.“내가 싫어서 서 있는 것 같아?”서연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가 다가와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입술이 닿기 전 태주의 손이 뺨에 먼저 머물렀다. 서연은 그 손바닥에 얼굴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이번 입맞춤은 현관에서보다 길었다. 태주가 한 번 떨어졌을 때 서연이 그의 목덜미를 잡아 다시 당겼다. 벽에 걸린 시계 초침이 유난히 크게 들렸다.“불 끌까요?”서연이 묻자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마음대로 방 안을 더듬지 않고 서연이 가리킨 스위치를 내렸다. 가로등 불빛만 얇은 커튼을 통과해 바닥에 번졌다.침대 끝에 나란히 앉은 뒤에도 둘은 급히 눕지 않았다. 서연은 손가락으로 그의 셔츠 단추 하나를 만지다가 놓았다.“언니 생각나요?”태주는 곧바로 아니라고 하지 않았다.“나. 네가 있고, 서희도 생각나.”“이런 순간에도요?”“그래서 거짓말하고 싶지 않아.”서연의 목이 뜨거워졌다. 듣고 싶었던 대답은 아니었지만 믿을 수 있는 대답이었다.“나도 언니 생각나. 그런데도 형부가 좋아요.”“알아.”“그 말 듣고 나면 마음 바뀔 것 같았어요?”“네가 나중에 혼자 견딜까 봐 겁났어.”“같이 견디면 되잖아요.”태주가 서연의 손가락 사이로 손을 끼웠다. 그 뒤의 말은 많지 않았다. 두 사람은 서로가 멈추는 순간마다 기다렸고, 다시 가까워질 때는 눈을 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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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숨기지 않기로 한 날

월요일 아침, 서연은 평소보다 10분 일찍 회사에 도착했다.책상 위에 쌓인 거래명세서를 정리하고 행사장 대관료를 다시 맞췄다. 숫자를 두 번 확인하는 동안에도 토요일 밤이 불쑥 떠올랐다. 목덜미에 닿던 숨이나 새벽의 목소리보다, 젖은 칫솔을 봉투에 도로 넣던 태주의 손이 더 오래 남았다.휴대전화가 짧게 울렸다.‘봄이가 학교 들어갔어.’서연은 ‘확인’이라고만 답했다. 사랑한다거나 보고 싶다는 말은 쓰지 않았다. 한 줄을 더 적었다 지우는 사이 팀장이 회의 자료를 찾았다.“한 대리, 대전 매장 매출표도 오늘 나오지?”“점심 전에 드릴게요.”서연은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고 일을 시작했다.태주도 먼저 연락을 보채지 않았다. 오후에는 봄이를 정해진 장소에서 데려왔고, 저녁에는 받아쓰기 연습을 봐 줬다. 두 사람이 다시 통화한 것은 아이가 잠든 뒤였다.“오늘 어땠어요?”“봄이가 ‘오리’를 ‘오이’라고 써서 둘이 한참 웃었어.”“형부는 받아쓰기 잘했어요?”“내가 시험 본 것 같더라.”평소와 다르지 않은 이야기 끝에 잠깐 침묵이 왔다.“몸은 괜찮아?”태주가 조심스럽게 묻자 서연은 창피해서 이불을 끌어올렸다.끌어올린 이불에 토요일이 아직 남아 있었다. 남은 토요일이 몸보다 먼저 붉어졌다.“괜찮아요.”“다행이고.”“그게 끝이에요?”“보고 싶다는 말 참는 중이야.”서연은 소리 없이 웃었다.“왜 참아요?”“지금 가면 네가 또 칫솔 가져가라고 할 것 같아서.”“그건 아직 그래요.”“알아.”서운하게 굴지 않는 대답이 고마우면서도 얄미웠다.그 주에는 서로의 집에 가지 않았다. 수요일 퇴근 뒤 회사 근처 국숫집에서 1시간 남짓 만났고, 태주는 9시 전에 804호로 돌아갔다. 서연도 원룸에서 밀린 빨래를 개고 다음 달 월세를 이체했다.***그다음 주 금요일 저녁, 둘은 종로 카페에서 다시 마주 앉았다. 서연은 수첩 첫 줄에 날짜를 적었다.‘4월 3일.’“진짜 말할 거죠?”“그래.”“뭐라고 할 건데요?”“서연이하고 만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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