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담살림의 첫 수도권 상설점 설명회는 10월 마지막 금요일에 열렸다.서연은 아침 7시에 빈 매장에 도착했다. 진열대 높이를 다시 재고, 가격표가 뒤집힌 바구니를 바로잡고, 새 직원들에게 반품 접수 화면을 한 번 더 보여 주었다.“한 팀장님, 벌써 세 번째예요.”수진이 웃으며 말했다.“세 번째에 안 물어보면 오픈하고 열 번 물어봐.”“대전에서는 제가 그랬죠?”“열두 번.”수진은 대전 매장에서 올라와 새 직원 교육을 맡았다. 예전처럼 서연 뒤에서 지시만 기다리지 않고 체크리스트를 나눠 주었다.오전 설명회가 시작되자 서연은 마이크를 잡았다. 동선이 꼬인 이유와 고친 방법, 아이를 안고 온 손님이 한 손으로도 집을 수 있는 상품 높이, 반품 때문에 화난 고객에게 먼저 확인할 세 가지를 설명했다.말을 마치자 오미경이 맨 뒤에서 박수를 쳤다.“본사 운영팀장 명함은 다음 주에 나와요. 오늘은 그냥 한서연 팀장이라고 소개했습니다.”“미리 말 좀 해 주시지.”“말했으면 어젯밤 잠 못 잤을걸요.”“지금도 손 떨려요.”서연은 마이크를 내려놓고 제 손을 봤다. 정말 손끝이 조금 떨렸다. 지난해 겨울 혼자 원룸에 돌아와 운영 매뉴얼 첫 장을 쓰던 밤이 떠올랐다. 그때 고쳐 쓴 반품 항목을 오늘도 세 번이나 설명했다. 이제는 수진이 새 직원의 질문을 받아 주고 있었다.점심 무렵 매장 문이 일반 손님에게 열렸다. 태주는 폐점 1시간 전에야 도착했다. 현장복 위에 검은 점퍼를 걸쳤고 손에는 꽃 대신 편의점 종이봉투가 들려 있었다.“꽃집 문 닫았어요?”“꽃 놓을 데 없을 것 같아서.”봉투 안에는 목캔디와 작은 생수, 삼각김밥 두 개가 들어 있었다.“아침 먹었어?”“김밥.”“점심은.”서연이 대답하지 않자 태주가 삼각김밥 하나를 뜯어 손에 쥐여 주었다.“축하는 먹고 받아.”“이게 축하 선물이에요?”“저녁은 따로.”두 사람이 매장 뒤편에서 김밥을 나눠 먹는 모습을 수진이 발견했다.“팀장님, 오셨으면 저한테도 말씀하시지.”서연은 씹던 것을 삼켰다
최신 업데이트 : 2026-10-20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