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1년 가을, 서희에게 첫 작업 대금이 들어왔다. 봄이는 아직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통장에 찍힌 숫자는 크지 않았다. 수입 생활용품 설명을 번역하고 제품 목록을 정리한 한 묶음의 값이었다. 예전 월급과 비교하면 서러워질 것 같아, 서희는 예전 통장 내역을 찾아보지 않았다. 대신 파일 마지막 쪽을 열었다. 자기 이름으로 마무리해 보낸 작업이었다. 처음 자료를 받아 읽기 시작한 것은 한참 전이었다. 예전 동료 은경이 연습 삼아 봐 달라고 했을 때 서희는 돈은 받지 않겠다고 했다가 말을 바꿨다. “연습이면 안 보낼게. 납품할 만큼 되면 그때 계산해 줘.” “네가 먼저 그렇게 말해 주니 다행이다.” 은경은 틀린 곳을 그대로 표시해 돌려보냈다. 어떤 문장은 다시 읽어도 무슨 뜻인지 잡히지 않았다. 서희는 모른다고 적고 물었다. 다음 날이면 알 것 같은 날도 있었고, 사흘이 지나도 막히는 문장도 있었다. 이번에는 정해진 분량을 끝냈다. 화면을 오래 보면 피곤해져 여러 번 나누어 했지만, 마감 전에 보냈다. 마지막 확인 전화에서 은경은 잘 버텼다고 하지 않고 다음 묶음도 맡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분량 보고.” 서희는 그렇게 답했다. 예전 같으면 곧바로 된다고 했을 것이다. 입금 알림을 본 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봄이의 신발이었다. 체육 수업이 있는 날마다 뒤꿈치를 누르며 신던 모습이 생각났다. 서희는 아이에게 전화를 걸지 않고 집에 올 때까지 기다렸다. 현관문이 열리자 봄이는 가방부
Last Updated : 2026-10-2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