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언니, 나 어떡하지 형부가...: Chapter 121 - Chapter 130

140 Chapters

제121화.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서

서희는 봄이가 입던 작은 셔츠를 침대 위에 펼쳐 놓았다.804호 장롱 아래에 남아 있던 옷이었다. 목둘레가 늘어났고 소매에는 색연필 자국이 배어 있었다. 보관할 만한 기념일 옷은 아니었다. 그날 입고 벗어 놓았는데 다음 날 엄마가 돌아오지 않아, 버릴 날짜까지 놓친 옷이었다.서연이 방 안으로 들어왔을 때 서희는 그 옷 옆에 최근 학교 사진을 놓고 있었다.“와 줬네.”“언니가 불렀잖아.”서희는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서연은 침대가 아닌 옆 의자에 앉았다. 부부방 냄새는 세제를 바꿔도 같았다. 오래된 나무 장롱과 햇빛에 마른 면 이불 냄새였다.“봄이가 너를 엄마라고도 부른다며.”“집에서 가끔. 내가 시킨 적 없어.”“알아. 걔가 시킨다고 할 애니.”서희는 사진을 접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처음 불렀을 때 좋았어?”서연은 언니를 보았다. 괜찮다고 해 줄 대답은 없었다.“응.”“울었고?”“봄이 없는 데서.”서희가 고개를 돌렸다. 서연이 좋지 않았다고 하면 화가 날 것 같았는데, 좋았다고 하니 견딜 수 없었다.“언니.”“잠깐만. 무슨 말을 듣고 싶어서 부른 건지 나도 모르겠어.”서희는 손을 무릎에 눌렀다. 천천히라도 손가락을 펴라는 병원의 말을 따라 했다. 손바닥을 펴는 데는 방법이 있었고, 눈앞의 동생을 덜 아프게 보는 방법은 없었다.“네가 봄이랑 지낸 시간, 없던 일이라고 안 할게. 태주랑 사랑한 것도 거짓말이라고 안 할 거야.”서연은 대답하지 못했다.“그런데 나도 내 남편이랑 딸 되찾고 싶어.”서희는 작은 셔츠를 무릎에 올렸다.“나한테는 그게 어제였거든. 아침에 물병 씻고, 빨래 널고, 출장 다녀오면 냉장고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어.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우리 집이 그래.”서연은 언니의 손끝을 봤다.“너한테 고맙다고 해야 하는 것도 알아. 봄이한테 무슨 일 있었을까 봐, 너 없었으면 어땠을까 봐 겁도 나.”서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가 갈라졌다.“그런데 네가 태주랑 웃던 사진 보면 싫어. 그걸 보고 있는 내가 또 싫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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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가능한 동안의 사랑

서희가 돌아온 지 한 달이 지났다.서연은 출근할 때마다 가방에 칫솔을 넣었다가 다시 뺐다. 다른 곳에서 자겠다고 정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퇴근길 버스에서 오늘은 새 집 문을 못 열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태주는 그 칫솔을 봤다. 묻지 않으면 서연이 다시 욕실 선반에 올려놓을지도 몰라 모른 척했다. 낮에는 현장 도면을 확인했고, 저녁에는 804호와 새 집을 오가며 해야 할 일을 했다. 차를 세운 뒤 시동을 끄지 못하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졌다.서희는 지팡이 없이 집 안을 걷는 날이 늘었고, 말하다 지치면 자기가 먼저 쉬겠다고 했다. 봄이의 머리를 묶어 주는 손은 아직 느렸지만 한쪽이 내려가지는 않았다.“엄마가 아빠보다 잘하네.”“아빠랑 비교하면 누가 못해.”804호 욕실에서 들려오는 모녀의 웃음에 태주는 현관 밖에서 한참 신발끈만 묶었다.서희는 그에게 돌아오라고 재촉하지 않았다. 부부방 침대 한쪽을 비워 두었지만, 태주가 새 집에서 자는 날을 묻지도 않았다. 대신 어느 저녁 두 사람을 함께 불렀다.“내가 돌아왔다고 헤어지라고는 못 하겠어.”서희가 먼저 말했다.“내가 헤어지라고 해서 헤어지면, 당신은 나랑 살면서도 내가 빼앗았다고 생각할까 봐 무서워. 그런데 둘이 계속 만나도 괜찮다는 말도 못 해.”“언니.”“나한테 답 받으러 오지 마. 당신들도 어른이잖아.”서희는 두 사람 앞의 찻잔을 보았다. 서연이 자꾸 잔을 돌리는 손버릇을 어릴 때부터 알았다. 혼날 때마다 컵의 손잡이를 왼쪽으로 돌려 놓고 오른쪽으로 다시 돌렸다. 오늘도 그러고 있었다.“내가 허락하면 편해질 거야?”서연이 고개를 저었다.“아니.”“그래. 나도 알아. 누가 말 한마디 해 주면 끝나는 일 아닌 거.”서희는 찻잔을 들지 않고 손바닥만 무릎에 놓았다. 따뜻한 것 하나를 더 마신다고 오늘 밤을 잘 잘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서희는 태주를 보았다.“그리고 봄이 때문에 결정했다는 말은 하지 마. 걔한테 그런 짐 얹으면 안 돼.”***그날 밤 태주와 서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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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나가는 사람이 내는 돈

방을 보러 간 날, 민아는 서연보다 먼저 욕실 불을 켰다.“수압부터 봐.”“중개인 계시잖아.”“물 틀어 보는 게 무슨 실례야.”민아는 한 발 물러서 서연이 직접 수도꼭지를 돌리게 했다. 찬물이 세차게 나왔다가 잠시 뒤 따뜻해졌다. 서연은 창문을 열어 방충망을 살피고, 벽지가 들뜬 곳을 손끝으로 눌렀다.회사까지 버스로 20분이었다. 새 집에서는 지하철 네 정거장, 버스는 막히면 40분쯤 걸린다고 했다. 멀리 가기 위해 고른 방은 아니었다. 당장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집을 고르자 그 정도 거리가 남았다.“여기다 책상 놓으면 침대가 안 들어갈 것 같은데.”민아가 창 밑을 가리켰다.“작은 걸로 사야지.”“태주 씨랑 쓰던 건?”서연은 창문 손잡이를 놓았다.“그걸 어떻게 가져와.”“그렇지. 내가 괜한 걸 물었다.”민아는 더 위로하지 않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빈칸은 두 사람 몫 반찬을 담기에도 충분했다. 서연은 작다는 생각보다, 꽉 채워 놓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부터 했다.방을 나와 중개사무소에 앉았다. 서연은 원룸을 나올 때 남겨 둔 자기 비상금과 적금을 확인했다. 태주에게 보낸 공동 보증금을 당장 돌려받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는 금액이었다.계약을 정하기 전 태주에게 주소를 보냈다. 허락을 받으려는 연락은 아니었다. 그가 집에 돌아왔을 때 이미 모든 일을 끝낸 뒤라고 통보하고 싶지 않았다.‘오늘 보고 있어요. 저녁에 조건 같이 말할게요.’답은 조금 뒤에 왔다.‘알았어.’민아가 서연의 휴대전화를 보지 않은 척 가방을 정리했다.“오늘 바로 계약할 거야?”“설명 듣고. 모르는 건 적어 와서 확인할게.”“밥부터 먹자. 빈속에 집 고르면 빨리 끝내고 싶어져.”두 사람은 중개사무소 옆 국숫집에 들어갔다. 서연은 국수를 반쯤 먹고 나서야 주방 저울을 두고 갈지 생각했다. 함께 고른 저울이 새 집 싱크대 아래 있었다.“저울은 새로 사.”민아가 말했다.“내가 무슨 생각 하는지 알아?”“숟가락 보고 딴생각 하면 살림 생각이더라, 너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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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하루만 더

금요일 저녁, 태주는 평소보다 일찍 집에 왔다.서연의 신발은 아직 현관에 있었다. 문을 열기 전부터 사라졌을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것부터 확인했다. 거실 한쪽에는 상자가 놓여 있었고, 포장하지 않은 책들이 바닥에 낮게 쌓여 있었다.“저녁은?”“좀 있다 먹으려고요.”“아까도 그렇게 말했잖아.”서연은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았다. 퇴근길 전화에서 같은 말을 했다. 태주는 외투를 벗고 냉장고를 열었다.봄이는 오늘도 804호에서 잤다. 내일 오전에는 서희와 함께 오기로 했다. 아이가 엄마 곁에서 자는 것을 원한 날이었고, 태주는 잠들기 전 전화로 잘 자라고 인사했다. 봄이는 내일 이모에게 할 말이 있다며 지금은 알려 주지 않았다.전화를 끊자 집이 너무 조용해졌다.태주는 식탁 위에 놓인 접시 두 장을 보았다. 아직 자기들이 사는 집인데 손을 대면 잘못된 물건을 옮길 것 같았다. 서연이 욕실 선반의 화장품을 내려 투명 파우치에 넣었다.“그건 내일 해도 돼.”“내일 잊을까 봐요.”“좀 잊어도 되잖아.”서연의 손이 멈췄다.“빠뜨리면 가져다주면 되지.”태주는 말하고 나서 고개를 돌렸다. 무엇 하나를 남겨 놓아야 다시 문 앞까지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너무 보여 버렸다.“그렇게 하면 우리가 편할까요?”서연이 물었다.“아니.”태주는 바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수납장에 올렸다. 평소처럼 던지지 않고 소리가 안 나게 놓았다.“편하자고 그러는 거 아니야.”둘은 서로를 보았다. 서연이 먼저 욕실 문을 닫았다. 포장하지 않은 칫솔 하나는 선반에 남겼다. 오늘 밤에도 써야 했다.밤 11시가 넘어서도 서연은 짐을 다 싸지 못했다. 파란 매직으로 쓴 자기 이름을 몇 번이나 읽고 상자 뚜껑을 다시 열었다. 같이 쓰던 물건이 나오면 손이 멈췄다.태주가 옆에 앉아 책 상자의 손잡이를 만들었다. 상자를 너무 꽉 채우지 말라며 책 두 권을 빼 가벼운 상자로 옮겼다. 서연은 말없이 그 움직임을 지켜봤다.“하지 마요.”그의 손이 멈췄다.“내가 할게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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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남겨 두는 것들

서연이 새 집을 떠나는 이사는 6월 30일 토요일 아침에 시작됐다.이번에는 냄비도 이불도 가져오는 사람이 없었다. 민아가 빌린 작은 화물차가 아파트 앞에 섰고, 서연은 자기 이름이 적힌 상자만 골라 현관으로 옮겼다.태주는 묻지 않아도 구분했다. 노트북과 책, 옷, 혼자 살던 원룸에서 가져온 컵. 공용이라고 적었던 상자는 열지 않았다.“이건 네 거잖아.”그가 주방 저울을 내밀었다.“같이 샀어요.”“당신이 골랐어.”“두고 써요. 봄이가 쿠키 만들 때 필요해.”태주는 저울을 공용 상자 위에 다시 놓았다. 물건 하나를 두고도 앞으로 누구와 쓸지를 말하면 목이 막혔다.봄이는 804호에서 서희와 함께 왔다. 아이는 텅 비어 가는 서연의 서재를 보고도 곧장 울지 않았다.“이모 또 원룸 가?”“이번엔 다른 집이야.”“왜?”서연은 무릎을 굽혀 아이와 눈을 맞췄다.“이모랑 아빠가 같이 살지 않기로 했어.”“엄마가 돌아와서?”서희가 뒤에서 숨을 들이켰다. 서연은 고개를 저었다.“엄마가 잘못한 게 아니야. 봄이 때문도 아니고.”“그럼 누가 잘못했는데?”“누구한테 미안하다고 하면 되는 일이었으면, 이모가 벌써 했을 거야.”봄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럼 안 끝내면 되잖아.”아이에게는 맞는 말이었다. 잘못한 사람이 없으면 왜 어른들이 함께 만든 집을 버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태주가 봄이 옆에 앉았다.“아빠가 이모를 사랑하지 않아서 보내는 건 아니야.”“사랑하면 같이 사는 거잖아.”“그럴 수 없을 때도 있어.”“어른들은 맨날 이상해.”봄이는 서연에게 달려들어 허리를 안았다. 서연은 아이 등을 쓸어 주며 만나겠다는 약속부터 하지 않았다. 어른들이 지키지 못할 날짜를 아이 손에 쥐여 주고 싶지 않았다.“보고 싶으면 전화해. 이모도 보고 싶다고 말할게. 그런데 예전처럼 매일 보지는 못해.”“엄마라고 부른 건?”“그것도 봄이가 부른 말이니까 없어지지 않아.”“그럼 엄마가 둘인 거야?”서연은 서희를 보았다. 서희가 먼저 다가와 봄이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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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불을 켜 놓은 집

새 방의 첫 번째 불은 민아가 켰다. “신발 벗기 전에 사진부터.” 서연은 현관 턱에 서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비어 있을 때 보지 못한 벽지 흠집이 상자 사이로 보였다. 민아가 가리키는 곳을 찍고 수도 계량기 숫자도 남겼다. 화물차에서 마지막 상자를 가져온 뒤 두 사람은 한동안 바닥에 앉아 있었다. 새로 들인 작은 침대는 비닐이 반쯤 벗겨져 있었고, 창에는 아직 커튼이 없었다. 민아가 소매로 땀을 닦았다. “이불부터 펴자. 오늘 쉴 데는 있어야지.” 서연은 침구 상자를 찾았다. 파란 매직으로 쓴 이름이 여러 면에 나뉘어 있었다. 현관 쪽을 향한 상자에도 한서연, 창가 상자에도 한서연이었다. 옮길 때 태주가 구분해 준 물건들이었다. 어떤 상자에도 그가 잘못 넣어 둔 것이 없었다. 서연은 차라리 양말 한 짝쯤 섞여 있었으면 싶었다가 뚜껑을 다시 덮었다. “이불 아닌가?” “책이야.” 민아는 이유를 묻지 않고 다른 상자를 당겼다. 해가 기울 무렵 커튼을 달았다. 길이가 조금 남아 바닥에 끌렸지만 잘라 내지는 않았다. 서연은 의자에서 내려와 창밖을 봤다. 낯선 건물 옥상에 빨래가 걸려 있었다. 어느 집에서는 양파 볶는 냄새가 났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봄이가 보낸 음성이었다. “이모, 주소 잘 썼어. 다음에 편지 보낼 때 엄마가 도와준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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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닫아 두지 않는 방문

가을 운동회 날, 태주는 서희와 운동장 입구에서 만났다. 서희는 지팡이를 짚고 작은 보냉 가방을 들고 있었다. 태주가 가방을 받아 들자 고맙다고 했다. 두 사람은 천막 아래에 나란히 앉았지만 돗자리는 펴지 않았다. 오래 바닥에 앉으면 서희가 일어나기 어려웠다. 봄이는 반 친구들과 줄을 서 있다가 부모를 발견했다. 손을 흔들고는 곧 선생님 쪽으로 몸을 돌렸다. 자기 차례를 놓치면 안 됐다. “벌써 저렇게 뛰어.” 서희가 말했다. “요즘은 아빠가 늦는다고 뭐라고 해.” “당신 원래 느려.” 태주가 웃었다. 서희도 따라 웃다가 입을 다물었다. 예전처럼 말이 오가는 순간과 예전으로 돌아가는 일은 달랐다. 옆자리에 앉은 학부모가 엄마가 함께 와서 좋겠다고 말했다. 서희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태주는 경기를 찍으려고 휴대전화를 들었다. 봄이는 달리기에서 세 번째로 들어왔다. 출발할 때 웃다가 신호를 늦게 들은 탓이었다. 아이는 분해서 발을 굴렀지만 부모 앞에 와서는 앞선 친구가 너무 빨랐다고 했다. “엄마도 내가 1등할 줄 알았어?” “재밌게 뛰면 됐지.” “아빠도 그렇게 말했어. 그런 대답 말고.” 서희는 한참 생각하다 손수건을 건넸다. “응. 조금은.” 봄이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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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노란 방을 접는 날

2031년 3월, 노란 벽이 있는 집의 임대 기간이 끝났다. 태주는 마지막 달 관리비를 확인한 뒤 서연과 나눌 금액을 기존 정산 기록에 적었다. 보증금은 처음 합의한 각자의 몫대로 돌아갔다. 중개사무소를 통해 필요한 확인을 마쳤고, 안부를 물을 이유로 서류를 다시 보내지는 않았다. 서연은 출장지 직원 교육을 마친 뒤 입금 알림을 확인했다. 몇 해 전 둘이 한 식탁에서 계산한 돈이었다. 생활비를 따로 남기고 서로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을 넣었던 일은, 끝에서도 숫자가 틀리지 않았다. 그녀는 통장 내역을 저장하고 가방에 휴대전화를 넣었다. 잘 받았다는 말을 태주에게 직접 보내지 않았다. 확인이 끝났다는 연락은 중개사무소에 남겼다. 그 시각 태주는 봄이와 함께 노란 방의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아이는 책상 안쪽에서 오래된 사진을 찾아 꺼냈다. 상자에 앉아 짜장면을 먹던 날이었다. 서연 입가에는 소스가 묻어 있었고 태주는 눈을 감고 있었다. “아빠, 이때 왜 이렇게 웃었어?” “상자 찌그러졌잖아.” “내가 약하다고 했지?” “기억나?” “응.” 봄이는 사진을 비닐 파일에 넣었다. 노란 벽 앞에서 키를 잰 사진도 가져갔다. 냉장고에서 떼어 보관해 둔 첫 일정표에는 서연의 목요일 재택 시간이 적혀 있었다. “이 종이도 내가 가질래.” “그래.&rdqu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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