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첫째 화요일, 소담살림 회의실 문이 열리자 서연은 펜을 놓쳤다.바닥에 떨어진 펜이 테이블 다리를 치고 굴렀다. 협력사 직원들 사이에서 들어오던 남자가 허리를 숙여 그것을 주웠다.“여기.”두 해 전까지 매일 듣던 목소리였다.서연은 펜을 받아 들고 남자의 명찰을 봤다.윤재민. 32세. 온유리빙 브랜드기획팀 팀장.“두 분, 아는 사이세요?”미경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서연이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네. 예전에 알던 사이예요.”재민도 그 말에 맞춰 인사했다.“오랜만입니다.”회의는 겨울 침구 공동 기획전 이야기로 시작됐다. 서연은 화면에 띄운 판매 자료를 설명했고 재민은 납품 일정과 촬영 가능한 제품 수를 답했다. 그는 사적인 말을 섞지 않았다. 서연이 숫자를 잘못 읽었을 때도 아는 척 고쳐 주지 않고 다음 장에서 정확한 수치를 짚었다.그 덕분에 서연은 회의를 끝까지 마칠 수 있었다.1시간 뒤 협력사 직원들이 먼저 나갔다. 서연이 노트북 선을 정리하는 동안 재민은 문 옆에서 기다렸다.“잠깐 이야기해도 돼?”“근무 중이야.”“알아. 회사 얘기 아니면 밖에서 할게.”“앞으로 회의 몇 번 더 있어?”“이번 달은 내가 담당이야. 불편하면 우리 팀 사람 바꿔 달라고 할 수 있어.”서연은 노트북을 가방에 넣었다. 예전의 재민은 결정을 미루는 사람이었다. 결혼식장을 알아볼 때도, 그의 부모가 신혼집 지역을 정했을 때도, 서연에게 일을 그만두라는 말이 나왔을 때도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기다리다가 약혼을 끝낸 쪽은 서연이었다.마지막으로
Last Updated : 2026-09-2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