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을 닷새 앞둔 토요일, 서연은 24인치 여행 가방을 원룸 한가운데 펼쳤다.출장 물품표에 적은 순서대로 물건을 놓았다. 검은 바지 세 벌, 셔츠 다섯 장, 매장에서 신을 낮은 운동화, 휴대용 다리미, 노트북 충전기와 여분 멀티탭. 한 달치 옷을 다 넣을 수는 없어 숙소 근처 세탁방 주소도 저장했다.전날 회사에서는 샘플 18세트에 번호표를 붙였다. 큰 상자는 회사 화물차가 설치일 아침 행사장으로 가져가고, 서연은 숙소 열쇠와 매장 출입증만 들고 먼저 내려가기로 했다. 미경은 같은 날 아침 기차로 와서 설치가 끝난 뒤 서울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서연은 운송 기사와 행사장 담당자의 번호를 종이 수첩에도 옮겨 적었다. 휴대전화 하나가 꺼졌다고 일이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짐을 꾸리는 동안만큼은 마음보다 확인할 항목이 많았다. 숫자가 맞고 운송 시간이 맞으면 다음 칸에 표시했다. 그런 구체적인 일이 있어서 서연은 떠나는 선택을 후회만으로 만들지 않을 수 있었다.옷장 아래에서 검은 원피스 자락이 잠깐 보였다. 언니 장례식에 입었던 옷이었다. 서연은 손을 멈췄다가 그 위로 겨울 니트를 다시 덮었다. 가져갈 이유가 없었다.정숙은 점심부터 전화를 세 번 했다. 숙소 냉장고가 작다는 말을 듣고도 멸치볶음과 장조림, 김치를 각각 작은 통에 나눠 놓았다고 했다.“엄마, 한 달 굶으러 가는 거 아니에요.”“객지에서 퇴근하면 밥 차리기 싫어져. 조금만 가져가.”“조금만요. 김치는 제일 작은 통.”“알았어. 네가 와서 골라.”서연은 일요일 부모 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태주와 봄이도 정숙이 먼저 불렀다. 출장 전 얼굴을 보자는 말이었고, 서연은 거절할 핑계를 만들지 않았다. 둘만 있지 않기로 한 약속과 가족으로서 인사하는 일은 같은 것이 아니었다.***일요일 오후,
最終更新日 : 2026-09-28 続きを読む